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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4화 혹독한 나날들

지난 몇 년 간 지옥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면서 하윤은 가족을 이끌고 지금껏 살아 남았다.

불과 몇 년에 지나지 않지만 전에는 본 적도 없는 세상의 추악한 면모를 보았고, 그로 인해 점점 사람을 믿을 수 없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게, 하윤에게 인생은 한 발짝만 잘못 내디뎌도 나락이었으니까.

공태준이든 공은채든 아니면 민도준이든 모두 이 게임의 설계자라면 하윤은 그 속에 갇혀 살길을 찾아 헤매는 플레이어에 불과했다.

세 사람처럼 상위자의 시야도 없었기에 생사의 기로에서 매순간 허덕이기 바빴다.

그리고 지금도, 만약 도준이 하윤을 높은 곳으로 끌어 올리지 않았다면 하윤은 아마 계속 그 심연 속에서 허덕였을 거다.

……

분명 제 과거를 얘기면서 하윤은 마치 남 얘기하듯 무덤덤했다.

그리고 무덤덤하게 제 이야기를 풀어가는 하윤을 보면서 석지환은 하윤이 더 이상 제가 알던 천진난만하던 동생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석지환 기억 속의 하윤은 분명 매일 이승우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꼬마였다.

게다가 승우는 그런 하윤을 무척 아꼈다. 등 하교할 때마다 데리러 가고 데리러 오고, 조금만 아프면 달래서 재우고 먹이면서 엄마보다 더 지극정성으로 돌봤다.

그래서 석지환은 매번 동생이 시집가면 승우도 혼수로 함께 따라가겠다며 놀려댔었다.

그런 보살핌 속에서 자란 하윤은 애교 많은 꼬맹이였고 뭐든 오빠 의견을 따르는 귀여운 동생이었다.

하지만 현재, 하윤은 이미 석지환과 승우가 보지 못한 곳에서 천진난만하던 모습을 벗어 던지고 온갖 시련을 겪어도 아픈 기색도 내지 않는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석지환은 미안한 마음이 앞서 하윤의 팔을 꼭 잡았다.

“미안해. 오빠들이 너 지켜주지 못했어. 막 해외에 도착한 1년 간은 나 혼자 좌절에 빠져 너희가 이런 고생을 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 오빠가 미안해.”

석지환이 아직도 지난 나날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자 하윤은 이내 확신이 들어 간절히 말했다.

“제가 어떻게 오빠를 탓하겠어요. 오빠도 피해자잖아요.”

“피해자? 그게 무슨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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