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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7화 편애

한민혁의 말에 그제야 정신이 든 석지환은 방금 전 자기가 얼마나 충동적으로 말했는지 알아챘다.

“난, 그런 뜻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이미 기운이 빠진 하윤은 더 이상 석지환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아 민혁을 돌아봤다.

“우리 가요.”

석지환을 째려본 민혁은 이내 대답했다.

“그래요. 저런 사람들이랑 똑같이 굴면 안 되죠.”

……

차에 오른 민혁은 뒷좌석에 앉은 하윤의 눈치를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차가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하윤은 전화를 받게 되었다.

전화기를 귓가에 갖다 대고 말하는 순간 하윤의 목소리는 풀이 죽어 있었다. 딱 들어도 밖에서 억울한 일을 당한 모습이었다.

곧이어 남자의 웃음 소리가 들리더니 나지막한 음성이 전화기를 타고 귓가에 들려왔다.

“정말 밖에 내 놓으면 안 되겠어. 나가기만 하면 넋이 나가서는, 또 누가 심기를 건드렸는데?”

하윤은 머리를 창가에 기대더니 살짝 부딪쳤다.

“아니에요.”

“응? 옳고 그른 것도 판단 못하는 지환 오빠 때문 아니었어? 걱정돼서 구해주러 갔더니 오히려 여자한테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어서.”

“알면서 왜 물어봐요?”

하윤은 입을 삐죽거렸다.

“됐어. 뭐 그렇게 불쌍하게 있어? 성질 사납게 공은채 뺨도 때렸으니 손해 본 거 아니잖아.”

그 말을 듣는 순간 방금 전까지 기운이 없었던 하윤은 갑자기 화가 치밀었다.

“지금 누구더러 성질 사납다는 거예요? 설마 마음 아파서 그래요? 아하, 그래서 그러는 구나? 무슨 의도로 전화했나 했더니 역시나 옛 애인 대신해서 따지려는 거였네요!”

도준은 테이블 위에 겹쳐 올려 놓았던 다리 위치를 바꾸면서 피식 웃었다.

“한쪽만 편애하는 건 자기의 그 지환 오빠인데 왜 나한테 화를 내?”

도준의 가벼운 한마디는 마침 하윤이 답답했던 점을 지적했다.

그건 편애가 맞았다.

제가 아무리 많은 증거를 제시하든, 공은채의 말에 얼마나 많은 허점이 있든 석지환은 믿지 않을 테니까.

이런 인식에 하윤은 좌절감이 들었다. 석지환이 주림과 제 아버지 같은 일을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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