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031화 공평한 처리

상대가 권하윤이라는 소리에 양태린은 일순 김빠진 고무공처럼 변하더니 잔뜩 화가 나 있던 얼굴에도 아부하는 웃음꽃이 피었다.

“민 사모님이셨군요. 저도 참, 어쩜 민 사모님 목소리도 못 알아챘는지.”

양태린은 머쓱하게 말하면서 도준의 핸드폰 앵글을 향해 싱긋 웃었다.

“민 사모님, 저희 민 어르신 장례식에 대화한 적도 있는데, 잊으신 건 아니죠? 요즘 어떻게 지내나요?”

“어? 여기 신호가 나빠서 안 들려요. 먼저 끊을게요.”

태도를 180도로 바꾼 양태린과 말을 섞기도 싫었던 하윤은 능청스럽게 말했다.

그러고는 도준을 향해 윙크를 해대며 영상통화를 끊지 말라고, 계속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의도를 내보였다.

도둑고양이 같은 하윤의 모습에 도준은 피식 웃음이 나왔지만 하윤의 의견에 순순히 따랐다.

핸드폰 각도가 변하지 않은 걸 보면 분명 통화가 끊어지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지만 양태린은 상대가 상대인지라 감히 뭐라 할 수도 없었다.

오히려 말없이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아내고 말머리를 돌렸다.

“시영아, 이건 두 집안에서 손잡고 하는 사업인 만큼 작은 일은 아니잖니. 네가 나 때문에 화났던 건 이해하는데, 그거 다 오해야. 사적인 일을 일에 끌어들이는 걸 다른 사람이 알아봐, 네가 공사구분 못한다고 말이 많을 거 아니니. 네 기분대로 결정하지 말고 백제 그룹 명성도 생각 좀 하렴.”

양태린도 그간 겪은 게 많은 사람이기에 몇 마디 말로 모든 책임을 민시영에게 넘겨주었다.

마치 시영이 이번 합작 건을 거절하면 송민우한테 버림받은 것으로 꽁해 사적인 복수를 하는 것인양 말이다.

제 할 말을 끝내고 나서야 양태린은 제 주권을 되찾은 듯 송민우를 쿡쿡 찔러댔다.

“민우야, 너도 시영이한테 사과해. 젊은 사람들이 연애하는 게 헤어졌다 만났다 하는 거 아니겠어? 두 사람 일은 두 사람이 알아서 잘 얘기하고 풀어.”

워낙 시영에게 마음이 있었던 송민우는 어머니의 허락마저 받자 기쁜 듯 입을 열었다.

“시영 씨, 엄마도 우리 만나는 거 동의한대요. 저 용서해주면 안 돼요?”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