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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3화 만회할 수 없는 국면

하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무력감이 몰려왔고 어디로 가든 앞길이 막힌 미로에 갇힌 기분이었다.

들려오지 않는 대답에 석지환은 하윤이 제 말을 믿지 않는다고 생각했는지 다시 운을 뗐다.

“나도 처음엔 믿기지 않았어. 주림이 성질머리는 좀 있어도 순수하고 착한 동생인 줄 알았거든. 그런데 은채 말에 의하면 주림이 그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정신 상태도 불안정해서 나를 경쟁 대상으로 여겼나 봐. 그리고 은채가 주림을 위로하려고 가까이했더니 자꾸 둘이 사귀는 거로 착각해 은채도 나중에 멀어졌다고 하더라고.”

그토록 자신만만했던 일기의 존재가 순식간에 내놓을 수 없는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공은채의 완벽한 포장 덕에 일기를 꺼낸다 해도 석지환은 그게 모두 주림의 억측이라고 여길 테니까.

다시 입을 열었을 때 하윤의 목소리는 많이 가라앉았다.

“공은채는 주림 선배가 한 짓인 거 어떻게 알았대요?”

“우연히 알았나 봐. 은채가 나보다 먼저 귀국했는데 그때 주림의 룸메이트를 만났대. 그런데 룸메 말로는 주림이 그때 아팠던 게 아니었대.”

석지환이 아무리 다정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이 이야기를 입에 담을 때 얼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주림은 나 대신 교수님과 무대에 서기 위해서 이런 일을 꾸몄던 거야.”

석지환이 사고를 당하면서 주림이 그 기회를 잡은 건 사실이다.

때문에 모든 게 완벽히 맞아 떨어지는 양상이 되어버렸다.

순간 손발이 꽁꽁 묶인 기분이 들어 하윤은 어떻게 해야 이 국면을 만회할 지 몰랐다.

심장이 제멋대로 쿵쾅거렸고 뇌가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아버지의 사인을 알게 되었을 때부터 하윤의 마음은 이미 심란했다. 방금까지도 애써 침착해야 한다고, 공은채의 진짜 모습을 밝혀야 한다고 자기에게 최면을 걸었다.

하지만 지금, 그 마지막 희망마저 깨져버렸다.

‘내 가족은 그저 공은채의 손에 놀아날 운명인 걸까?’

하윤은 눈앞이 깜깜하여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때, 석지환의 질문이 정곡을 찔러왔다.

“시윤아, 주림이 지금 경성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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