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022화 공은채의 수많은 얼굴

텅 빈 제 소매를 보자 석지환의 눈에 파문이 일었다.

원래라면 그해 골든 홀에서 스승인 이성호와 함께 연주해야 할 사람은 석지환이다.

하지만 무대 일주일 전, 그에게 사고가 난 거다.

그날은 신입생 환영회였다. 원래 학생 대표로 환영회에 연주해야 할 주림은 그날 저녁 갑자기 열이 나면서 무대를 석지환에게 부탁했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외지에서 공부하는 후배들을 늘 돌보던 석지환은 주림의 부탁에 동의한 것도 모자라 약국에서 약까지 사 들고 공연이 끝나면 가져다주려고 했다.

하지만 약을 다시 주림에게 전해준 건 그로부터 일주일 뒤였다.

신입생 환영회 무대가 갑자기 무너지면서 무대에서 연주하던 석지환이 그 자리에서 쓰러졌으니까. 물론 목숨은 건졌지만 그 사고로 한쪽 팔을 영원히 잃었다.

당사자뿐만 아니라 목격자의 마음에도 큰 그림자로 남은 이 사고를 떠올릴 때마다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곤 한다.

회상을 멈춘 석지환은 눈을 감았다.

“나도 이 일이 단순한 사고인 줄로만 알고 있었어. 마약 공은채가 나한테 알려주지 않았다면 아마 평생 모른 채로 살았겠지.”

가방 속에 손을 집어넣던 하윤은 그 자리에서 멈칫했다.

“뭐라고요? 누가 말해줬다고요?”

“은채.”

“…….”

공은채를 언급하자 추억 속에 잠겨 있던 석지환의 눈은 다시금 빛났다.

그러더니 갑자기 물었다.

“윤아, 네 눈에 나는 어떤 사람이야?”

잠깐 멈칫하던 하윤이 대답했다.

“다정하고 친절하고 다른 사람 챙길 줄 아는 큰오빠 같은 사람이요.”

석지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나도 내가 그런 사람인 줄로만 알았어. 그런데 은채가 그러더라. 사실 나는 다른 사람 보살핌이 가장 필요한 사람이라고.”

……

팔을 잃은 뒤 석지화의 마음은 누구보다도 취약했다. 겉으로 팔을 잃은 게 아무 일도 아닌 척해왔지만 매번 균형을 잃고 넘어질 때면 누구보다도 고통스러웠다.

그래도 늘 혼자서 고통을 묵혀왔는데, 공은채를 만나면서 모든 게 달라졌다.

당시 처음 만날 때만 해도 두 사람은 그저 해외에서 오랜만에 만난 학교 동문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