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향각에서 나온 뒤 소원표는 길가에 주차된 벤츠 마이바흐에 올라탔다."정말 재수 없어! 그 녀석이 말리지만 않았다면 오늘 밤 시원하게 놀 수 있었을 텐데."차에 탄 후 소원표는 입으로 끊임없이 욕설을 퍼부으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형, 왜 그렇게 화가 났어요?"그의 운전을 책임진 부하 김강은 소원표의 안색을 보고 떠보듯 한마디 물었다."묻지 말아야 할 것은 함부로 묻지 마. 어서 차나 제대로 운전해!"소원표는 그를 노려보았도 험상궂은 얼굴은 조금 무서웠다.김강은 상황을 보고 머리를 움츠렸고 더 이상 말을 할 엄두도 내지 않고 바로 차에 시동을 걸었다.회장님을 위해 운전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심복과 같은 인물들이다.그도 당연히 다른 사람보다 소원표의 행동이나 일 처리 방식을 잘 알고 있다.이럴 때 형님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아마 맞을 수도 있다.어둠 속에서 마이바흐는 길을 질주했다.등불이 비쳐 들어오자 소원표의 눈빛이 밝았다 어두워졌다를 반복했다.차에 앉아 오늘 일어난 일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는 임지환의 신분에 대해 갈수록 궁금해졌다.그 평범하게 생긴 녀석은 도대체 어떤 배경이기에 큰형님과 진운이 이렇게 두려워하게 만든 걸까?설마, 연경 진가의 어느 집안 도련님인가?‘펑!’소원표가 임지환의 신분을 추측하고 있을 때 큰 소리가 아무런 징조도 없이 울렸다.‘쾅!’그가 반응하기도 전에 몇천만 원 가치의 마이바흐가 길가의 돌무더기에 그대로 부딪혔다.운전을 하고 있던 김강이 제때에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면 단번에 길가로 부딪혔을 것이다."젠장, 도대체 차를 어떻게 운전한 거야? 나를 죽일 셈이야?"가뜩이나 화를 한가득 참고 있던 소원표는 고함을 지르며 단번에 차에서 내려 김강을 운전석에서 끌어내렸다.‘짝짝짝...’김강이 반응을 하기도 전에 그는 손을 들어 따귀를 몇 대 때렸다."형님... 하... 하지 마세요! 방금 차 타이어가 터졌어요. 이 일은 나와 아무런 관계도 없어요!"곧 퉁퉁 부을 정도로 맞을 것 같자 김강은
"젠장, 도대체 어떤 병신 놈이 한 짓이야? 능력 있으면 나와서 나랑 한판 뜨자. 몰래 공격하는 건 너무하잖아!"소원표는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고 표정은 아주 험상궂고 포악해 보였다.‘펑...’‘펑...’‘펑...’그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또 일련의 폭파음이 울렸다.소원표를 중심으로 50미터 이내의 가로등이 연이어 폭발했다.그저 몇 번 호흡을 하는 사이에 주위는 빠르게 어둠으로 빠져들었다."도대체 누가 수작이야?"일련의 기이한 사건이 발생하자 소원표의 마음은 심히 긴장되었다.그는 뒤에서 농간을 부리는 사람을 찾아내려고 두 눈을 부릅뜨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도대체 뭐가 무서운 거야?"차가운 말이 소원표의 뒤에서 울려 퍼졌다.소원표는 순간 한기를 느꼈고 뒤통수에서부터 정수리까지 한기가 솟구쳤다.갑자기 몸을 돌려 보자 희미한 사람의 그림자가 언제 그의 뒤에 나타났는지도 모르게 서있었다.그 사람은 바로 임지환이다!상대가 사람인 것을 보고 소원표는 오히려 그렇게 두렵지 않았다. 그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나한테 무슨 볼 일 있어?""너를 찾아 결판을 내러 왔어!"임지환이 또박또박 말했다.평생 가장 재밌는 일을 들은 것처럼 소원표는 포복절도하기 시작했다.거용파의 부회장이 된 지 몇 년 동안 그는 정말 이렇게 오만방자한 사람을 본 적 없다."네 녀석, 정말 자기가 무슨 인물이라도 된 줄로 아나 봐? 소항 땅에서 네가 무엇이든 간에 그냥 가만히 얌전하게 있어!"소원표의 말투는 거만하기 그지없었고 임지환을 전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감히 내 여자를 건드려? 넌 대가를 치러야 해!"임지환의 목소리는 비할 데 없이 차가웠다.그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지금 그의 눈빛에 어마무시한 살기가 담겨 있다는 걸 반드시 알아차릴 것이다."그 여자가 네 여자였어? 쯧쯧쯧... 그 여자의 피부는 정말 하얗고 연하더라고, 손으로 치면 터질 것 같더라니까? 그리고 그 작은 엉덩이도 제법... 봉긋하고. 둘째 도련님이 막지 않았더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소원표가 코웃음을 쳤다.‘하여간 젊은애들은 허세가 문제야.’“겨우 이건가?”한편, 있지도 않은 먼지를 툭툭 털어낸 임지환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자 소원표는 꽤 당황한 모습이었다.승리를 확신했던 공격인데 임지환에게는 정작 아무런 타격도 입히지 못한 것 같았으니까.“너 도대체 정체가 뭐야?”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질문이었다.바로 그 순간, 임지환이 천천히 앞으로 한발 내딛고 몸속의 영기가 만개했다.반면 소원표는 미처 피할 새도 없이 이 어마무시한 영기에 살짝 어지러움을 느끼고 다음 순간 그대로 허공중에 날아올랐다.털썩!그리고 몇 초 후, 저항 한번 하지 못하고 거칠게 바닥에 추락한 소원표가 비틀거리며 겨우 자리에서 일어섰다.‘그, 그럴 리가 없어. 아까 그 힘 앞에서 난 그 어떤 반항도 하지 못했다고.’임지환이 서서히 다가오자 당황한 소원표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너 내가 누군지 알아? 나 거룡상회 소속이야. 그 유명한 소원용이 내 친형이라고! 내 전화 한통이면 너 같은 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버릴 수 있어.”소원표는 최대한 고개를 더 빳빳이 쳐들었다. 이렇게 하면 마음속의 공포를 조금이나마 숨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형? 형이 아니라 옥황상제가 네 앞에 나타난다 해도 오늘 널 살리진 못할 거야.”드디어 소원표의 코앞까지 다가간 임지환이 피식 웃었다.“이제 그냥 죽어라.”하지만 그 순간, 눈을 번뜩이던 소원표가 임지환을 향해 달려들더니 그의 머리를 향해 펀치를 날렸다. 모든 힘을 퍼부은 공격.‘이번엔... 절대 피할 수 없을 거야.’하지만 임지환은 피할 생각은커녕 날카로운 펀치 앞에서 눈 한번 깜박하지 않았다.그리고 최후의 일격이라 자신했던 소원표의 펀치는 임지환의 바로 코앞에서 그대로 멈추고 말았다.분명 적이 지척에 있는데 손이 닿지 않으니 당황스러우면서도 속이 타들어갔다.“너 도대체 뭐야!”소원표의 눈알이 떨어질 듯 커다래졌다.“뭐 요술이라도 부릴 줄 아는 거야?”황당한
물론 완전히 임지환에게 굴복한 것만은 또 아니었다.‘일단 살아야 해. 어떻게든 살아서 여길 벗어나면 거룡회 애들 전부 다 불러서 임지환... 널 죽여주마.’“그... 그럼 볼일 봐. 난 이만 가볼 테니까.”어색하게 웃은 소원표가 겨우 일어서서 자리를 뜨려던 그때.“잠깐!”임지환의 목소리에 소원표는 바로 그 자리에 멈춰 섰다.“내가 언제 가도 좋다고 그랬지?”“안 죽인다고 했잖아.”울컥 하는 마음에 소원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죽이지 않는다고 하긴 했지만... 이대로 보내준다고도 안 했지.”임지환은 소원표를 놀리 듯 묘한 미소를 지었다.“그게... 무슨 소리야.”분명 싸움은커녕 운동과도 거리가 먼 관상인데 왜 이렇게 무시무시하게 느껴지는 걸까?순진한 얼굴을 보고 있자니 왠지 더 불안해지는 소원표였다.“이 세상에는 죽음보다 더 끔찍한 형벌도 있는 법이거든.”말을 마친 임지환이 씨익 미소를 짓고 그 매력적인 웃음에 소원표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본능적으로 밀려오는 공포감에 소원표가 줄행랑을 치려던 그 순간, 진작 그럴 줄 알고 있었다는 듯 임지환이 먼저 손을 뻗었다.슈욱.9개의 은침이 동시에 날아 소원표의 각 혈자리에 정확하게 꽂혔다.“으아악!”처참한 비명소리와 함께 쓰러진 소원표는 감전이라도 된 듯 움찔움찔 경련을 멈추지 않았다.“너...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아파... 너무 아파!”짐승처럼 울부짖는 소원표를 바라보는 임지환의 모습은 덤덤하기만 했다.소원표에게만큼은 500년과도 같은 5분이 흐르고 마지막 이성을 부여잡은 소원표가 끝없이 애원을 시작했다.“왜... 도대체 뭔데 이렇게까지 아픈 건데! 제발 부탁할게. 나 좀 죽여줘!”“걱정하지 마. 안 죽인다고 얘기했잖아. 구통침법으로는 절대 사람을 죽일 수 없어. 그저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줄 뿐이지. 그리고 네가 방금 전 겪은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야.”구통침법, 임지환이 배운 침법 중 가장 사악한 것 중 하나로 고문을 위해 전문적으로 만들어진 침법으로 이에 당
몇 초 후.어둠속에서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정말 대단하시네요.”방금 전 구통침법의 위력을 그대로 확인한 진운의 눈빛속에는 공포, 경외 등 다양한 감정이 담겨있었다.중세기 고문보다 더 끔찍한 침법에 온몸에 소름이 돋은 건 물론이고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임지환 적이 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다시 들기도 했다.“마침 잘 오셨습니다. 뒤처리는 진운 씨가 알아서 해주세요.”“잠시만요.”자리를 뜨려는 임지환을 향해 진운이 물었다.“뭐 하나 여쭤봐도 되겠습니까?”이에 발걸음을 멈춘 임지환이 고개를 돌렸다.“왜 바로 죽이지 않는 거냐고 묻고 싶은 거죠?”“네!”잠깐 우물쭈물하던 진운이 말을 이어갔다.“화근을 남겨두지 않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저자를 그대로 살려준다면 소원용도 언젠가는 오늘 일을 알게 될 테고 그러면...”솔직히 임지환의 실력으론 소원표를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일 수도 있는데 왜 굳이 살려주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게다가 이렇게 모진 고문까지 겪었으니 살아남은 뒤 독기로 가득차 있을 게 분명, 마치 시한폭탄처럼 언젠가 임지환에게 큰 타격을 안겨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소원용이 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눈썹을 치켜세운 임지환이 묘한 표정으로 물었다.“그... 그거야 당연히 아니죠. 하지만 사자는 쥐를 사냥할 때도 최선을 다한다죠. 어쨌든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않겠습니까?”“저딴 자식 하나 죽이는 건 벌레를 짓밟아 죽이는 것, 딱 그 정도입니다. 거룡상회 전체를 상대한다 해도 글쎄... 그들이 제 전력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요? 이게 바로 이유입니다. 오늘 저 자식을 죽이지 않은 이유요.”말을 마친 임지환이 어둠속으로 사라지고 한참을 멍하니 서 있던 진운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하긴... 임지환 씨가 저 하늘을 나는 용이라면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은 말 그대로 먼지 같은 존재, 내가 지환 씨를 너무 무시한 건가...”그리고 거의 실성하기 일보 직전인 진운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소원용은... 적어도 선을
임지환이 장수혁의 어깨를 토닥였다.“네, 알겠습니다.”비록 의도는 알 수 없지만 VIP 고객의 부탁인지라 더 생각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초대장을 666번 방 앞에 두고 조용히 자리를 뜨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배지수 가족이 방으로 돌아왔다.“오늘 진짜 스릴있었어요. 그쵸? 진 대표님 아니었으면 진짜 큰일날 뻔했어요. 근데 그 사람 진짜 대단하지 않아요? 거룡회 부두목이 그렇게까지 공손하게 대하다니.”흥분으로 인한 엔돌핀이 막 터져나오는지 배준영은 아픔도 느끼지 못한 채 폴짝폴짝 뛰기까지 했다.“네 누나가 워낙 이쁘니까 그렇지. 그런데... 그 남자 정말 네가 좋긴 한가보다. 소항시까지 따라온 것 좀 봐.”유옥진 역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그냥... 우연히 만난 것뿐인데요 뭘.”한편 배지수는 기대감 섞인 표정으로 얼굴을 붉혔다.“얘도 참. 우연이라니. 네가 위험할 때마다 짜잔하고 나타나는 게 어떻게 우연이야. 진 대표 분명 널 지켜보고 있는 거라고.”유옥진이 나름 논리적으로 분석을 해나갔다.“그럼요. 우리 누나가 나름 이쁘긴 하죠. 진 대표가 그렇게 공을 들일만도 해요.”“그만 좀 해. 나랑 진운 씨 그냥 친구 사이일 뿐이야. 솔직히 대화도 몇 마디 못 나눠봤고.”어느새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배지수가 극구 부인했다.“어? 이게 뭐지?”이때 배준영이 문앞에 떨어져있는 경매 초대장을 발견했다.“소항의 별 자선경매?”힐끗 확인한 배준영이 중얼거렸다.“이게 뭐야? 왜 이딴 쓰레기를 우리 방문 앞에...”배준영이 초대장을 그냥 버리려던 순간.“잠깐만!”뭔가 떠올린 배지수가 소리쳤다.“소항의 별 자선경매! 아까 삼촌이 말씀하시는 거 들었어. 소항에서 가장 유명한 자선경매래. 최상급 재벌들만 참여할 수 있다네. 삼촌도 그 경매 참여자격은 가지고 있지 않대.”이에 배준영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이 경매회가 그렇게나 대단하다고?”“당연하지. 상류사회의 입장권 뭐 그런 거 비슷한 거라고.”“그런데 이 초대장이 왜 우리
소항의 센터에 위치한 승천 경매장, 거대한 부지면적과 30층에 달하는 빌딩 높이가 우선 기세를 압도하는 곳이다.경매뿐만 아니라 요식, 엔터 등 여러 가지 서비스를 제공하여 소항시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은 이곳은 오늘따라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상태다.페라리, 포르쉐를 비롯한 수많은 초럭셔리 외제차들만 봐도 오늘의 행사 레벨을 짐작할 수 있었다.“지환 씨, 내리시죠.”먼저 차에서 내린 진운이 직접 임지환을 위해 문까지 열어주었다.“아이고, 두 분 드디어 오셨네요. 기다리느라 목이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부랴부랴 달려나온 안양인이 두 사람을 맞이했다.“회장님께서 오늘 호스트신데요. 인사는 저희가 먼저 가서 드려야 하는 게 맞는 건데.”그저 고개만 까딱한 임지환과 달리 진운은 친절하게 웃어보였다.‘성운호텔 안양인 회장이 오늘 경매를 연 거였어? 그래서 장 팀장을 시켜서 나한테 초대장을 보낸 거였어.’“별말씀을요. 두 분 다 귀한 손님이신데 제가 먼저 인사드리는 게 맞죠. 아... 임 선생님께서는 어느 소장품이 마음에 드시는지요?”‘하, 드디어 속셈을 드러내는군.’안양인의 아부에도 임지환은 단호했다.“글쎄요. 회장님께서 그것까지 아실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어차피 곧 알게 되실 텐데요.“크흠, 크흠.”성운호텔 회장으로서 그래도 가는 곳마다 대접받고 살아온 안양인에게 이런 푸대접은 정말 오랜만이었으므로 어느새 얼굴에 아부 대신 불쾌함이 피어올랐다.“임 선생님은 참... 성격이 괴팍하신 것 같습니다.”“지환 씨는 워낙 신비로운 스타일이라서요. 쓸데없는 호기심은 화를 자초할 뿐입니다. 소원용의 끝을 잊으신 겁니까?”진운이 차갑게 되물었다.“아, 죄송합니다. 제가... 무례했네요. 아, 소원용 말이 나와서 그런데 소원표 말입니다. 어젯밤 갑자기 미쳐버렸다던데. 설마 그것도 임 선생님께서...”안양인이 넌지시 말끝을 흐렸다.“아, 그래요? 어제 임 선생님과 계속 함께 있었는데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소원표가 사고가 난 이상 바로 임지환이 의심
“오늘 경매는 총 5단계로 나뉩니다. 그리고 지환 씨가 원하는 불멸의 옥초는 하이라이트 상품으로서 마지막에 등장할 것입니다. 아, 물론 걱정하지 마십시오. 장씨 가문을 제외하곤 재력으로 저희와 대항할 만한 세력은 없을 겁니다.”VIP 통로를 통해 경매장에 들어서며 진운은 기본 정보를 설명해 주었다.“불멸의 옥초가 굉장히 희귀한 약초인 것은 맞습니다만 다른 영약과 함께 사용해야만 제 효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장진그룹이 하필 불멸의 옥초에 눈독을 들이다니...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 같네요.”“그게 제가 알아본 바로는요.”“장진그룹의 배후에도 무예 고수 한 명이 있다는 말씀이시죠?”짐짓 신비로운 척 목소리를 낮추는 진운을 향해 임지환이 되물었다.“그...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애초에 불멸의 옥초는 일반인들에겐 아무 작용도 할 수 없는 약초입니다. 하지만 슬럼프에 빠진 무예 고수에게는 둘도 없는 보약이죠. 그런데 가 굳이 이렇게 나서면서까지 불멸의 옥초를 원하는 것 보면 분명 누군가를 두고 있는 거겠죠.”“정... 정말 대단하십니다.”임지환의 침착한 분석에 진운이 감탄했다.오늘 아침에서야 겨우 얻은 정보인데 임지환은 이미 진작 예측하고 있을 줄이야.‘역시... 지환 씨는 적으로 돌리지 않는 게 맞아.’“그래서 제 말이 맞습니까?”“네. 지환 씨 생각대로 장진그룹의 배후에는 무예 고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정체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장진그룹 회장인 장도행 본인입니다.”참고 있던 비밀을 뱉어낸 장도행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아, 그렇군요. 장진그룹은 역시... 장도행 본인이 그 정도 능력이 있으니 소항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거군요. 뭐, 그렇다고 해도 전 물러서지 않을 겁니다. 불멸의 옥초는 반드시 손에 넣을 겁니다.”바로 그때, 저 멀리에서 어딘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온몸이 지방에 파묻힌 것 같이 뚱뚱한 남자와 얼핏 보면 늙은 승려 같은 모습의 깡마른 남자의 독특한 조합이었다.“누구신지...?”
자리에 앉은 후, 양쪽은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마쳤다.“민수 씨, 보아하니 이 지역 사람은 아닌 것 같네요?”임지환은 아무렇지 않은 척 슬쩍 물었다.육민수는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목을 적시고 말했다.“저는 백운산에서 내려왔습니다. 이번에 내려온 건 여행을 통해 자신을 단련하기 위해서입니다.”“여행이라고요?”임지환은 순박한 표정을 짓고 있는 육민수를 보며 살짝 놀란 듯 물었다.“맞습니다, 이번이 산에서 처음 내려오는 겁니다.”육민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스승님께서 배울 건 거의 다 배웠으니 나머지는 여행을 통해서만 성장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그래요? 그렇다면 민수 씨는 은둔한 검수란 말이군요. 근데 민수 씨 등에 멘 그 상자 속에는 대체 어떤 절세 명검이 숨겨져 있는 겁니까?”임지환은 차를 든 채로 무심하게 말했다.윙!임지환의 말이 끝나는 순간, 맞은편에 앉아 있던 육민수의 표정이 돌연 엄숙해졌다.육민수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임지환을 노려보며 물었다.“당신은 대체 누구입니까?”“왜 그러죠?”임지환이 담담하게 되물었다.“어떻게 내 상자 속에 검이 들어 있는 걸 알았습니까? 설마 날 계속 미행해 온 겁니까?”육민수는 칼집에서 칼날이 뽑혀 나온 듯한 기세를 뿜어내며 사람을 압도하는 무시무시한 위압감을 발산했다.“진정해요, 난 당신에게 악의는 없어요.”임지환은 아무렇지 않은 듯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느긋하게 말했다.“왜 내가 상자 속에 있는 게 명검이란 걸 아는지 궁금한가요? 내가 그냥 추측한 거라면 믿을 수 있나요?”“믿습니다.”몇 초 동안 고민하던 육민수는 고개를 끄덕였다.임지환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민수 씨, 당신은 생각보다 훨씬 똑똑하군요.”육민수는 임지환을 지긋이 바라보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당신도 생각보다 훨씬 더 속이 깊은 사람이군요.”“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자세히 들어보고 싶군요.”임지환은 육민수에게 차를 따라주며 말했다.“세속의 일반인들은 그렇게 쉽게 검수의 존재를 알아채지
“넌 누구야? 이 녀석을 감싸려는 거야? 내 신발은 200만 원짜리 신발이야. 네 몸에 걸친 그 싼 구제 옷이랑은 비교도 안 된다고.”장해수는 임지환을 힐끔 보며 코웃음을 쳤다.비록 임지환은 육민수보다 훨씬 더 정상적인 사람 같아 보였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걸친 걸 다 합쳐도 10만 원이 넘지 않을 것 같았다.장해수는 이런 사람은 신경 쓸 필요도 없다고 여긴 것이다.“겨우 200만 원 갖고 이렇게 화내? 큰돈도 아니잖아.”이때 이청월이 뒤따라와 말했다.그러고는 손에 들고 있던 샤넬 가방에서 돈뭉치를 꺼내어 바로 옆 빈 테이블에 올려놓았다.이청월의 행동은 아주 자연스럽고 매끄러웠다.“헉... 이렇게 예쁜 여자가 있었나?”장해수는 임지환이 가리고 있던 시야에서 벗어난 이청월을 보자마자 시선을 이청월 몸에서 뗄 수 없었다.식당 안에 있던 다른 남자 손님들도 이청월의 뛰어난 외모를 보며 잠시 넋을 잃었다.이렇게 아무런 성형 수술 흔적도 없이도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여성은 요즘 시대에 참 보기 드물었다.사람들의 시선은 곧 임지환의 저렴한 옷차림으로 옮겨졌고 속으로는 질투가 활활 타올라 임지환을 모욕하기 시작했다.“또 여자 등쳐먹는 기생오라비야? 저렇게 예쁜 여자가 왜 저런 녀석이랑...”“아가씨 체면을 봐서 이 돈은 받아둘게. 근데 이건 만 원이 안 되잖아.”장해수는 순식간에 돈을 세어보곤 다시 빈정거렸다.그 돈뭉치는 60만이었고 장해수가 요구한 금액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었다.“네가 신은 신발이 진품이라 해도 최대 40만 원 정도일 거야. 더군다나 너 그거 짝퉁이잖아.”이청월은 냉정하게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60만 원이면 충분하고도 남아.”“밥은 아무렇게나 먹어도 말은 함부로 하면 안 돼. 무슨 증거라도 있어? 내가 신은 신발이 짝퉁이라는 걸 입증할 증거 말이야.”장해수는 이청월의 정곡을 찌르는 말을 듣고 내심 당황했다.사실 이 신발은 장해수가 8만 원 주고 산 고퀄리티 짝퉁이었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절대 그걸 인정할 수 없었다.
“손대지 마!”남자가 황급히 소리쳤지만 이미 한발 늦었다. 하얀 머리 청년은 손으로 검은 천을 살짝 벗겨냈다.윙!임지환은 갑자기 오싹한 냉기가 식당을 감도는 기묘한 기운을 느꼈다.다시 집중해서 감지하자 그건 다름 아닌 예리한 검기였다.남자는 하얀 머리 청년의 손목을 꽉 잡았고 아까와 달리 부드럽던 눈빛이 확 차갑고 날카로워졌다.“내 물건에 손대지 마. 안 그러면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남자는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고 하얀 머리 청년의 손을 밀어내고는 다시 조심스럽게 검은 천을 덮으며 소중한 물건을 다루듯 정성스럽게 접었다.그 과정을 마친 후, 남자의 차가웠던 눈빛은 다시 온화하고 순박한 모습으로 돌아왔고 조그마한 살기도 없는 사람처럼 무난해 보였다.“겨우 너덜너덜한 상자 하나 가지고 뭘 그렇게 유난이야?”하얀 머리 청년은 비웃으며 말을 이었다.“날 이렇게 툭 쳐놓았으면 적어도 사과는 해야 하는 거 아니야?”“어떻게 사과하면 되겠어?”남자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내 이 신발은 한정판이야. 200만 원이 넘는다고. 근데 네가 이렇게 더럽게 만들었으니 내가 어떻게 신고 다니겠냐고?”하얀 머리 청년은 뻔뻔하게 말했다.“그럼... 내가 어떻게 하길 원해?”남자는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자기가 잘못한 게 맞다고 인정하는 듯했다.하얀 머리 청년 장해수는 흡족한 표정으로 웃으며 남자를 내려다봤다. 이 남자가 마을에서 처음으로 시내로 올라온 촌스럽고 순진한 사람이라 살짝 겁주기만 하면 쩔쩔맨다는 걸 알아차렸다.“간단하지. 신발값 물어내.”장해수는 의자를 하나 끌어다 앉아 다리를 꼬았다.“난... 돈 없어.”남자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이제야 남자는 돈이 없으면 영웅도 꼼짝 못 한다는 말이 실감 나는 것 같았다.“돈 없다고? 돈도 없으면서 음식점에 들어와? 난 네가 진짜 돈이 있든, 없든 하나도 상관없어. 오늘 신발값 물어내지 않으면 경찰 불러서 널 잡아넣을 거야.”장해수는 계속 몰아붙였다.“이 사람
“안 돼, 꼭 한 입 먹어봐. 안 그러면 내가 직접 먹여줄 거야.”이청월은 고귀한 신분을 자랑하는 여왕처럼 임지환에게 명령하듯 말했다.“그럼... 알았어.”이청월의 기대에 찬 눈빛을 보며 임지환은 마지못해 한 입 떼어먹었다.“어때? 너무 맛있지?”이청월은 기대에 가득 차서 물었다.“괜찮네...”임지환은 대충 웃어넘기고는 이내 물었다.“얼마나 더 걸을 거야?”“왜? 벌써 지친 거야?”이청월은 앞을 내다보고는 웃으며 말했다.“저 앞에 괜찮아 보이는 식당이 있는데 저기서 저녁 먹고 호텔로 가는 게 어때?”“그러자!”임지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세 번 절하고 아홉 번 꿇는 것까지 견뎠는데 이 정도는 문제도 아니었다.두 사람은 함께 운우 골목에 위치한 “천향 식당”에 들어갔다.식당 내부는 고풍스럽게 꾸며져 있었고 값비싼 홍목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었다. 심지어 최고급 백단향이 타오르고 있었다.아마도 이 과시적인 분위기에 관광객들이 약간 눌린 것인지 레스토랑 내부는 손님이 많지 않아 비교적 조용했다.임지환과 이청월은 2층에 올라가 자리를 잡고 음식을 주문했다.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심심한 이청월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놀고 있었다.임지환은 본능적으로 주위를 둘러보다가 곧 시선을 한 사람에게 고정했다.임지환의 시선을 잡은 사람은 식당 입구에 서 있던 한 남자였다.임지환이 특별한 취향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그 남자가 너무 독특했기 때문이었다.남자는 우람진 체형에 날카로운 눈매와 눈동자를 가졌고 온몸에서 강렬한 고수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하지만 그 남자는 딱 봐도 특이한 헝겊으로 된 긴 상의와 긴 바지를 입고 있었고 발에는 헝겊신을 신고 있었다.남자의 등에는 길쭉한 상자를 검은 천으로 싸서 메고 있었는데,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었다.그 기묘한 차림 덕분에 임지환은 물론, 주위 사람들의 시선도 당연히 한 몸에 받았다.하지만 남자는 부끄러운 듯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고 식당 안쪽을 향해 바라
“나더러 제자를 받으라고?”임지환의 표정이 묘해졌다.전에 소태진이 제자 타령하더니 이번엔 이민재가 이러네...임지환은 이 노인들이 그렇게도 할 일이 없는 건지 궁금해졌다.“안 받아!”임지환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거절했다.이민재는 임지환이 이렇게 단칼에 거절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해 잠시 멍해졌다.이래 봬도 명의라 불릴 만큼 명성이 자자한 자기가 어디를 가든 분명 환영받고 존중받을 정도인데 임지환에게 이토록 매정하게 거절당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거절하는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이민재는 조심스럽게 이유를 물었다.“넌 너무 늙었고 못생겼잖아. 내가 원하는 건 미인이란 말이야. 그런데 내가 어떻게 너한테 관심이 생기겠어?”임지환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네?”이민재는 입이 떡 벌어져 말을 잇지 못했다.설마 자기가 단호하게 거절당한 이유가 늙고 못생긴 데다 미인이 아니기 때문일 줄이라니, 놀라울 따름이었다.이청월이 옆에서 웃으며 입을 열었다.“영감, 내가 좋은 방법 하나 알려줄까?”“무슨 방법인데요?”이민재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물었다.“외국에 가서 성전환 수술하고 얼굴 리프팅까지 하고 오면 돼. 그러면 내가 임지환에게 널 제자 삼으라고 말해볼게.”이청월은 말을 마치자마자 배를 잡고 웃음을 터트렸다.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허청열과 화도윤도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고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체면을 생각해서 억지로 웃음을 참았다.“당신들... 이건 너무하잖아요! 제자를 안 받는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사람을 모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이민재는 눈을 부라리며 씩씩댔고 분노가 가득 찬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다.평생 힘들게 쌓아온 명성이 오늘 하루 만에 모두 날아가는 기분이었다.“아직도 모르겠어? 내가 널 제자로 안 받는 이유는 네가 미인이 아니거나 늙어서도 아니야.”임지환은 조금 모자란 바보를 보는 듯한 눈빛을 보이며 고개를 저었다.“그럼 도대체 왜 안 받는 겁니까?”이민재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임 대사, 정말 고맙습니다. 도윤아, 날 대신해서 임 대사를 정성껏 대접해라!”화연평은 그제야 임지환의 말을 따라 침대에 편안하게 누우며 화도윤에게 조용히 당부했다.임지환과 이청월도 더 이상 화연평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고 방을 나섰다.“임 선생님, 제가 자인 호텔에 방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지금 당장 사람을 보내 안내해 드리겠습니다.”화도윤이 싱글벙글 웃으며 얼른 쫓아 나와 임지환에게 말했다.“필요 없어. 우리가 직접 거기로 갈 테니 넌 여기서 화 장군님을 잘 돌봐.”임지환은 손을 흔들며 거절했다.“임지환, 우리가 간만에 금릉에 왔잖아. 제대로 한 번 쇼핑도 하고 맛있는 것도 사 먹자.”이청월은 지금 상황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그래, 네 말대로 하자.”임지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잠깐! 두 분, 멈춰주세요!”두 사람이 막 떠나려 할 때 이민재가 허겁지겁 뒤쫓아왔다.“이 침왕, 아직도 볼 일이 남았나요?”화도윤의 이마에 주름이 잡히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아까 이민재가 저지른 실수 때문에 아버지가 자칫 죽을 뻔했으니 화도윤의 마음속엔 여전히 이민재에 대한 불만이 남아 있었다.이민재가 의술로 유명하지 않았다면 이미 저택에서 쫓아냈을 것이다.“임 선생님께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이민재는 아까와는 다르게 공손한 태도로 존댓말까지 써가며 말했다.“부디 가르침을 부탁드리겠습니다.”“뭘 묻고 싶은 거야?”임지환은 귀찮다는 듯이 물었다.“화 장군님 체내의 사악한 기운을 도대체 어떻게 제거하셨는지 궁금합니다.”이민재는 진심으로 지식에 굶주린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제가 침을 놓을 때 장군님 체내의 생기를 운용해 분명 어느 정도 효과를 보였는데 왜 결국엔...”“내가 왜 너에게 말해줘야 하지?”임지환이 이민재의 말을 끊었다.“그건...”이민재는 그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임지환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굳이 자기에게 말해줄 필요가 없다는 걸 이민재는 알고 있었다.“저는 의사로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
“아악!”비명이 또 방에서 들려왔고 이번엔 더 고통스럽고 무시무시했다.“날 들여보내 주세요!”화도윤은 방 안에서 들려오는 처절한 비명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화 회장님, 죄송합니다만, 그럴 순 없습니다.”허청열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화도윤을 막아섰다.“허 교관! 넌 정말 이대로 우리 아버지를 죽게 내버려두겠다는 건가?”화도윤의 눈은 핏발이 서서 당장이라도 누군가를 물어뜯을 것 같은 야수 같았다.“저도 물론 장군님이 돌아가시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임 선생님 외에는 누구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임 선생님이 허락하기 전까지는 누구도 들어가게 놔둘 순 없습니다.”허청열은 이를 악물고 단호하게 말했다.옆에 있던 이청월의 얼굴도 창백해졌다. 방 안에서 들려오는 비명이 너무나도 끔찍했기 때문이었다.“이대로 가다간 나조차도 장군님의 생명을 지탱하기 어려울 겁니다.”이민재는 침착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내 생각엔 먼저...”“끄악!”다시 한번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고 방 안은 곧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고 더 이상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화도윤과 허청열은 그대로 굳어버렸고 할 말을 잃었다.“어휴... 이젠 무슨 말을 해도 늦었습니다.. 당신들, 사람을 잘못 믿은 겁니다.” 이민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끼익...”바로 그때, 임지환이 문을 열고 나와 태연한 표정으로 물었다.“방금 뭐가 늦었다고 했어?”“넌 실력도 부족하면서 괜히 잘난 척하다가 화 장군님을 네 손으로 죽인 거야. 이제 어떻게 수습할지 지켜보겠어.”이민재는 냉랭하게 비웃으며 재밌는 구경이라도 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임 선생님...”허청열이 조심스럽게 앞으로 다가와 조급한 얼굴로 물었다.“걱정 마, 장군님 체내의 사악한 기운은 내가 이미 완전히 제거했어. 이제 장군님 생명에는 더 이상 지장이 없을 거야.”임지환은 표정 변화도 없이 차분하게 대답했다.“정말입니까?”“임 선생님, 그 말씀, 정말입니까?”화도윤과 허청열은
“만약은 절대 없습니다!”화도윤의 눈빛이 갑자기 날카로워지며 은은하게 살기가 서렸다.“이 영감탱이가 아직도 제정신이 아니네. 말을 왜 이 따위로 해? 네가 실력이 바닥을 친다고 해서 임지환 실력도 바닥을 친다는 도리는 없잖아!”이청월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임지환을 깎아내리는 말이라 곧바로 받아쳤다.“이 버릇없는 계집, 닥치지 못해? 난 아직 네 죗값도 묻지 않았어!”이민재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번 손을 들었다.“이 침왕, 자중하십시오.”둘을 지켜보던 허청열이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이청월 앞을 막아섰다.허청열의 몸에서 칼날이 칼집에서 막 빠져나오기 직전인 듯 날카로운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좋아요, 저 녀석이 진짜 화 장군님을 살려낸다면 이 부러진 손은 그냥 넘어가 주겠습니다. 하지만 살려내지 못한다면 화 선생은 더 이상 이 일에 관여하지 않길 바랍니다.”이민재는 속으로는 불만이 가득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이민재도 바보는 아니었기에 허청열과 싸워봤자 손쉽게 당할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콜록콜록...”방 안에서 갑자기 거친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그 기침 속에는 피를 토하는 소리까지 섞여 있는 듯했다.화도윤의 얼굴이 굳어지며 안으로 뛰어들 듯이 몸을 움찔했다.그러나 허청열이 화도윤을 막아섰고 고개를 저으며 냉정하게 말했다.“화 회장님, 임 선생님의 허락 없이는 우리가 밖에서 기다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알겠네.”화도윤은 어쩔 수 없이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지금, 화도윤은 임지환에게 모든 희망을 걸 수밖에 없었다.한편, 방 안에서 오랜 시간 거친 숨을 몰아쉬던 화연평이 마침내 힘겹게 피곤이 가득한 눈을 떴다.화연평은 희미하게 보이는 임지환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임... 임 대사, 고... 고맙습니다.”“화 장군님, 아직 고마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치료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제부터는 조금 고통스러울 수도 있으니 꾹 참고 견뎌주시길
“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난 의사로서 수십 년간 수많은 생명을 구했고 의학계에서 꾸준히 명성을 쌓아왔어. 오늘 너 같은 풋내기에게 내 명예를 더럽히게 둘 수는 없어!”이민재는 수염을 부들부들 떨며 분노로 눈이 뒤집혀 거의 쌍욕이라도 할 듯한 기세였다.“이 영감탱이가 어쩜 이렇게 말이 안 통하지? 환자가 너 때문에 병이 더 악화했는데도 뭐라 하지 말라는 거야?”이청월은 눈을 부릅뜨고 이민재에게 쏘아붙였다.이민재가 일반 사람들에게는 오랜 명성을 자랑하는 침술의 대가일지 몰라도 이청월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중요한 건 단 하나, 임지환을 건드리는 건 절대 안 된다는 것뿐이었다.“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이민재는 이청월을 가리키며 화가 치밀어 올라 말을 잇지 못했다.“지금 화 장군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인데 넌 환자를 살릴 방법을 찾기보다 네 명성 걱정부터 앞서는구나. 내 생각엔 넌 그냥 명예에만 집착하는 돌팔이야!”이청월의 말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고 말 한마디 한마디가 이민재의 급소를 정확히 찔렀다.“어디서 나타난 계집이 감히 어르신에게 말대꾸를 해? 오늘 내가 네 부모를 대신해 제대로 교육해 주마!”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이민재는 더 이상 체면 따위는 개의치 않고 손을 뻗어 이청월을 때리려 했다.하지만 이민재의 손이 이청월에게 닿기도 전에 임지환이 그의 팔을 단단히 붙잡았고 가볍게 힘을 주었다.딱!뭔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민재의 팔이 임지환의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대로 부러지는 소리였다.“아악!”이민재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팔을 부여잡았고 그의 얼굴은 분노와 고통으로 붉게 달아올랐다.허청열과 화도윤은 이 광경에 놀라서 숨을 들이쉬며 얼굴이 창백해졌다.임지환의 행동은 너무나 대담했다. 침술의 왕이라 불리는 이민재의 팔을 부러뜨리다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이 일이 의학계에 널리 퍼지기라도 하면 임지환은 의학계 전체의 적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허 교관, 지금부터 난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