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이 녀석이 그렇게 죽기를 바란다면 자신도 막을 필요가 없다."도련님이 말씀하신 사람은 설마... 그 사람입니까?"소원표의 머릿속에는 갑자기 임지환의 평범한 모습이 떠올랐다."아직 너무 어리석은 편은 아니군. 알았으면 어서 사람을 풀어줘!"진운은 귀찮은 듯 손을 흔들었다.소원표는 잠시 생각하다 배지수를 내려놓고 그녀의 얼굴을 두드렸다."계집애, 운 좋은 줄 알아. 다음에 또 만나면 그렇게 운이 좋지 않을 거야! 난 결코 그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둘째 도련님의 체면을 생각해 주는 것이야. 기회가 있으면 반드시 그 녀석이 도대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 볼 거야!"말을 마치고 소원표는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들어 진운을 힐긋 보고 몸을 돌려 천향각을 떠났다."둘째 도련님, 이번에는 정말 도련님 덕분이에요!"죽을 고비에서 도망친 배지수는 놀라서 진운을 향해 달려왔다.진운은 몸을 옆으로 피하며 멋쩍게 웃었다."그저 지나가다 도운 겁니다. 게다가 나도 다른 사람의 부탁을 받은 거예요!"그가 피하는 동작을 보고 배지수는 기분 나빠하지 않았고 오히려 진운이 매우 매너 있다고 느꼈다."둘째 도련님, 이번에는 정말 도련님 덕분이네요. 그렇지 않으면 지수는 큰 화를 입었을 겁니다!"유옥진은 아픈것도 돌볼 새가 없이 앞으로 걸어가 진운의 손을 꽉잡고 놓지 않았다.이때, 유옥성과 다른 사람들도 걸어왔다.연경 진씨 집안의 둘째 도련님을 보자 바로 앞으로 다가가 인사를 했다."지수야, 이번에는 둘째 도련님 덕분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너는 아마 위험했을 거야.""진 씨 집안은 역시 능력이 대단합니다. 소원표와 같은 조폭이라 하더라도 도련님 앞에서는 찍소리도 못하네요!"여러 회사를 관리하고 있는 유옥수는 문제를 보는 눈도 좀 더 깊다."지수야, 이번에는 기회를 잘 잡아야 해. 절대 한눈팔면 안 된다!"유옥진은 갈수록 흡족한 눈빛으로 진운을 바라보았고 예비사위를 보는 듯했다.배지수는 그 말을 듣고 수줍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천향각에서 나온 뒤 소원표는 길가에 주차된 벤츠 마이바흐에 올라탔다."정말 재수 없어! 그 녀석이 말리지만 않았다면 오늘 밤 시원하게 놀 수 있었을 텐데."차에 탄 후 소원표는 입으로 끊임없이 욕설을 퍼부으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형, 왜 그렇게 화가 났어요?"그의 운전을 책임진 부하 김강은 소원표의 안색을 보고 떠보듯 한마디 물었다."묻지 말아야 할 것은 함부로 묻지 마. 어서 차나 제대로 운전해!"소원표는 그를 노려보았도 험상궂은 얼굴은 조금 무서웠다.김강은 상황을 보고 머리를 움츠렸고 더 이상 말을 할 엄두도 내지 않고 바로 차에 시동을 걸었다.회장님을 위해 운전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심복과 같은 인물들이다.그도 당연히 다른 사람보다 소원표의 행동이나 일 처리 방식을 잘 알고 있다.이럴 때 형님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아마 맞을 수도 있다.어둠 속에서 마이바흐는 길을 질주했다.등불이 비쳐 들어오자 소원표의 눈빛이 밝았다 어두워졌다를 반복했다.차에 앉아 오늘 일어난 일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는 임지환의 신분에 대해 갈수록 궁금해졌다.그 평범하게 생긴 녀석은 도대체 어떤 배경이기에 큰형님과 진운이 이렇게 두려워하게 만든 걸까?설마, 연경 진가의 어느 집안 도련님인가?‘펑!’소원표가 임지환의 신분을 추측하고 있을 때 큰 소리가 아무런 징조도 없이 울렸다.‘쾅!’그가 반응하기도 전에 몇천만 원 가치의 마이바흐가 길가의 돌무더기에 그대로 부딪혔다.운전을 하고 있던 김강이 제때에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면 단번에 길가로 부딪혔을 것이다."젠장, 도대체 차를 어떻게 운전한 거야? 나를 죽일 셈이야?"가뜩이나 화를 한가득 참고 있던 소원표는 고함을 지르며 단번에 차에서 내려 김강을 운전석에서 끌어내렸다.‘짝짝짝...’김강이 반응을 하기도 전에 그는 손을 들어 따귀를 몇 대 때렸다."형님... 하... 하지 마세요! 방금 차 타이어가 터졌어요. 이 일은 나와 아무런 관계도 없어요!"곧 퉁퉁 부을 정도로 맞을 것 같자 김강은
"젠장, 도대체 어떤 병신 놈이 한 짓이야? 능력 있으면 나와서 나랑 한판 뜨자. 몰래 공격하는 건 너무하잖아!"소원표는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고 표정은 아주 험상궂고 포악해 보였다.‘펑...’‘펑...’‘펑...’그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또 일련의 폭파음이 울렸다.소원표를 중심으로 50미터 이내의 가로등이 연이어 폭발했다.그저 몇 번 호흡을 하는 사이에 주위는 빠르게 어둠으로 빠져들었다."도대체 누가 수작이야?"일련의 기이한 사건이 발생하자 소원표의 마음은 심히 긴장되었다.그는 뒤에서 농간을 부리는 사람을 찾아내려고 두 눈을 부릅뜨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도대체 뭐가 무서운 거야?"차가운 말이 소원표의 뒤에서 울려 퍼졌다.소원표는 순간 한기를 느꼈고 뒤통수에서부터 정수리까지 한기가 솟구쳤다.갑자기 몸을 돌려 보자 희미한 사람의 그림자가 언제 그의 뒤에 나타났는지도 모르게 서있었다.그 사람은 바로 임지환이다!상대가 사람인 것을 보고 소원표는 오히려 그렇게 두렵지 않았다. 그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나한테 무슨 볼 일 있어?""너를 찾아 결판을 내러 왔어!"임지환이 또박또박 말했다.평생 가장 재밌는 일을 들은 것처럼 소원표는 포복절도하기 시작했다.거용파의 부회장이 된 지 몇 년 동안 그는 정말 이렇게 오만방자한 사람을 본 적 없다."네 녀석, 정말 자기가 무슨 인물이라도 된 줄로 아나 봐? 소항 땅에서 네가 무엇이든 간에 그냥 가만히 얌전하게 있어!"소원표의 말투는 거만하기 그지없었고 임지환을 전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감히 내 여자를 건드려? 넌 대가를 치러야 해!"임지환의 목소리는 비할 데 없이 차가웠다.그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지금 그의 눈빛에 어마무시한 살기가 담겨 있다는 걸 반드시 알아차릴 것이다."그 여자가 네 여자였어? 쯧쯧쯧... 그 여자의 피부는 정말 하얗고 연하더라고, 손으로 치면 터질 것 같더라니까? 그리고 그 작은 엉덩이도 제법... 봉긋하고. 둘째 도련님이 막지 않았더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소원표가 코웃음을 쳤다.‘하여간 젊은애들은 허세가 문제야.’“겨우 이건가?”한편, 있지도 않은 먼지를 툭툭 털어낸 임지환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자 소원표는 꽤 당황한 모습이었다.승리를 확신했던 공격인데 임지환에게는 정작 아무런 타격도 입히지 못한 것 같았으니까.“너 도대체 정체가 뭐야?”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질문이었다.바로 그 순간, 임지환이 천천히 앞으로 한발 내딛고 몸속의 영기가 만개했다.반면 소원표는 미처 피할 새도 없이 이 어마무시한 영기에 살짝 어지러움을 느끼고 다음 순간 그대로 허공중에 날아올랐다.털썩!그리고 몇 초 후, 저항 한번 하지 못하고 거칠게 바닥에 추락한 소원표가 비틀거리며 겨우 자리에서 일어섰다.‘그, 그럴 리가 없어. 아까 그 힘 앞에서 난 그 어떤 반항도 하지 못했다고.’임지환이 서서히 다가오자 당황한 소원표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너 내가 누군지 알아? 나 거룡상회 소속이야. 그 유명한 소원용이 내 친형이라고! 내 전화 한통이면 너 같은 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버릴 수 있어.”소원표는 최대한 고개를 더 빳빳이 쳐들었다. 이렇게 하면 마음속의 공포를 조금이나마 숨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형? 형이 아니라 옥황상제가 네 앞에 나타난다 해도 오늘 널 살리진 못할 거야.”드디어 소원표의 코앞까지 다가간 임지환이 피식 웃었다.“이제 그냥 죽어라.”하지만 그 순간, 눈을 번뜩이던 소원표가 임지환을 향해 달려들더니 그의 머리를 향해 펀치를 날렸다. 모든 힘을 퍼부은 공격.‘이번엔... 절대 피할 수 없을 거야.’하지만 임지환은 피할 생각은커녕 날카로운 펀치 앞에서 눈 한번 깜박하지 않았다.그리고 최후의 일격이라 자신했던 소원표의 펀치는 임지환의 바로 코앞에서 그대로 멈추고 말았다.분명 적이 지척에 있는데 손이 닿지 않으니 당황스러우면서도 속이 타들어갔다.“너 도대체 뭐야!”소원표의 눈알이 떨어질 듯 커다래졌다.“뭐 요술이라도 부릴 줄 아는 거야?”황당한
물론 완전히 임지환에게 굴복한 것만은 또 아니었다.‘일단 살아야 해. 어떻게든 살아서 여길 벗어나면 거룡회 애들 전부 다 불러서 임지환... 널 죽여주마.’“그... 그럼 볼일 봐. 난 이만 가볼 테니까.”어색하게 웃은 소원표가 겨우 일어서서 자리를 뜨려던 그때.“잠깐!”임지환의 목소리에 소원표는 바로 그 자리에 멈춰 섰다.“내가 언제 가도 좋다고 그랬지?”“안 죽인다고 했잖아.”울컥 하는 마음에 소원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죽이지 않는다고 하긴 했지만... 이대로 보내준다고도 안 했지.”임지환은 소원표를 놀리 듯 묘한 미소를 지었다.“그게... 무슨 소리야.”분명 싸움은커녕 운동과도 거리가 먼 관상인데 왜 이렇게 무시무시하게 느껴지는 걸까?순진한 얼굴을 보고 있자니 왠지 더 불안해지는 소원표였다.“이 세상에는 죽음보다 더 끔찍한 형벌도 있는 법이거든.”말을 마친 임지환이 씨익 미소를 짓고 그 매력적인 웃음에 소원표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본능적으로 밀려오는 공포감에 소원표가 줄행랑을 치려던 그 순간, 진작 그럴 줄 알고 있었다는 듯 임지환이 먼저 손을 뻗었다.슈욱.9개의 은침이 동시에 날아 소원표의 각 혈자리에 정확하게 꽂혔다.“으아악!”처참한 비명소리와 함께 쓰러진 소원표는 감전이라도 된 듯 움찔움찔 경련을 멈추지 않았다.“너...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아파... 너무 아파!”짐승처럼 울부짖는 소원표를 바라보는 임지환의 모습은 덤덤하기만 했다.소원표에게만큼은 500년과도 같은 5분이 흐르고 마지막 이성을 부여잡은 소원표가 끝없이 애원을 시작했다.“왜... 도대체 뭔데 이렇게까지 아픈 건데! 제발 부탁할게. 나 좀 죽여줘!”“걱정하지 마. 안 죽인다고 얘기했잖아. 구통침법으로는 절대 사람을 죽일 수 없어. 그저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줄 뿐이지. 그리고 네가 방금 전 겪은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야.”구통침법, 임지환이 배운 침법 중 가장 사악한 것 중 하나로 고문을 위해 전문적으로 만들어진 침법으로 이에 당
몇 초 후.어둠속에서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정말 대단하시네요.”방금 전 구통침법의 위력을 그대로 확인한 진운의 눈빛속에는 공포, 경외 등 다양한 감정이 담겨있었다.중세기 고문보다 더 끔찍한 침법에 온몸에 소름이 돋은 건 물론이고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임지환 적이 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다시 들기도 했다.“마침 잘 오셨습니다. 뒤처리는 진운 씨가 알아서 해주세요.”“잠시만요.”자리를 뜨려는 임지환을 향해 진운이 물었다.“뭐 하나 여쭤봐도 되겠습니까?”이에 발걸음을 멈춘 임지환이 고개를 돌렸다.“왜 바로 죽이지 않는 거냐고 묻고 싶은 거죠?”“네!”잠깐 우물쭈물하던 진운이 말을 이어갔다.“화근을 남겨두지 않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저자를 그대로 살려준다면 소원용도 언젠가는 오늘 일을 알게 될 테고 그러면...”솔직히 임지환의 실력으론 소원표를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일 수도 있는데 왜 굳이 살려주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게다가 이렇게 모진 고문까지 겪었으니 살아남은 뒤 독기로 가득차 있을 게 분명, 마치 시한폭탄처럼 언젠가 임지환에게 큰 타격을 안겨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소원용이 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눈썹을 치켜세운 임지환이 묘한 표정으로 물었다.“그... 그거야 당연히 아니죠. 하지만 사자는 쥐를 사냥할 때도 최선을 다한다죠. 어쨌든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않겠습니까?”“저딴 자식 하나 죽이는 건 벌레를 짓밟아 죽이는 것, 딱 그 정도입니다. 거룡상회 전체를 상대한다 해도 글쎄... 그들이 제 전력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요? 이게 바로 이유입니다. 오늘 저 자식을 죽이지 않은 이유요.”말을 마친 임지환이 어둠속으로 사라지고 한참을 멍하니 서 있던 진운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하긴... 임지환 씨가 저 하늘을 나는 용이라면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은 말 그대로 먼지 같은 존재, 내가 지환 씨를 너무 무시한 건가...”그리고 거의 실성하기 일보 직전인 진운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소원용은... 적어도 선을
임지환이 장수혁의 어깨를 토닥였다.“네, 알겠습니다.”비록 의도는 알 수 없지만 VIP 고객의 부탁인지라 더 생각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초대장을 666번 방 앞에 두고 조용히 자리를 뜨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배지수 가족이 방으로 돌아왔다.“오늘 진짜 스릴있었어요. 그쵸? 진 대표님 아니었으면 진짜 큰일날 뻔했어요. 근데 그 사람 진짜 대단하지 않아요? 거룡회 부두목이 그렇게까지 공손하게 대하다니.”흥분으로 인한 엔돌핀이 막 터져나오는지 배준영은 아픔도 느끼지 못한 채 폴짝폴짝 뛰기까지 했다.“네 누나가 워낙 이쁘니까 그렇지. 그런데... 그 남자 정말 네가 좋긴 한가보다. 소항시까지 따라온 것 좀 봐.”유옥진 역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그냥... 우연히 만난 것뿐인데요 뭘.”한편 배지수는 기대감 섞인 표정으로 얼굴을 붉혔다.“얘도 참. 우연이라니. 네가 위험할 때마다 짜잔하고 나타나는 게 어떻게 우연이야. 진 대표 분명 널 지켜보고 있는 거라고.”유옥진이 나름 논리적으로 분석을 해나갔다.“그럼요. 우리 누나가 나름 이쁘긴 하죠. 진 대표가 그렇게 공을 들일만도 해요.”“그만 좀 해. 나랑 진운 씨 그냥 친구 사이일 뿐이야. 솔직히 대화도 몇 마디 못 나눠봤고.”어느새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배지수가 극구 부인했다.“어? 이게 뭐지?”이때 배준영이 문앞에 떨어져있는 경매 초대장을 발견했다.“소항의 별 자선경매?”힐끗 확인한 배준영이 중얼거렸다.“이게 뭐야? 왜 이딴 쓰레기를 우리 방문 앞에...”배준영이 초대장을 그냥 버리려던 순간.“잠깐만!”뭔가 떠올린 배지수가 소리쳤다.“소항의 별 자선경매! 아까 삼촌이 말씀하시는 거 들었어. 소항에서 가장 유명한 자선경매래. 최상급 재벌들만 참여할 수 있다네. 삼촌도 그 경매 참여자격은 가지고 있지 않대.”이에 배준영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이 경매회가 그렇게나 대단하다고?”“당연하지. 상류사회의 입장권 뭐 그런 거 비슷한 거라고.”“그런데 이 초대장이 왜 우리
소항의 센터에 위치한 승천 경매장, 거대한 부지면적과 30층에 달하는 빌딩 높이가 우선 기세를 압도하는 곳이다.경매뿐만 아니라 요식, 엔터 등 여러 가지 서비스를 제공하여 소항시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은 이곳은 오늘따라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상태다.페라리, 포르쉐를 비롯한 수많은 초럭셔리 외제차들만 봐도 오늘의 행사 레벨을 짐작할 수 있었다.“지환 씨, 내리시죠.”먼저 차에서 내린 진운이 직접 임지환을 위해 문까지 열어주었다.“아이고, 두 분 드디어 오셨네요. 기다리느라 목이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부랴부랴 달려나온 안양인이 두 사람을 맞이했다.“회장님께서 오늘 호스트신데요. 인사는 저희가 먼저 가서 드려야 하는 게 맞는 건데.”그저 고개만 까딱한 임지환과 달리 진운은 친절하게 웃어보였다.‘성운호텔 안양인 회장이 오늘 경매를 연 거였어? 그래서 장 팀장을 시켜서 나한테 초대장을 보낸 거였어.’“별말씀을요. 두 분 다 귀한 손님이신데 제가 먼저 인사드리는 게 맞죠. 아... 임 선생님께서는 어느 소장품이 마음에 드시는지요?”‘하, 드디어 속셈을 드러내는군.’안양인의 아부에도 임지환은 단호했다.“글쎄요. 회장님께서 그것까지 아실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어차피 곧 알게 되실 텐데요.“크흠, 크흠.”성운호텔 회장으로서 그래도 가는 곳마다 대접받고 살아온 안양인에게 이런 푸대접은 정말 오랜만이었으므로 어느새 얼굴에 아부 대신 불쾌함이 피어올랐다.“임 선생님은 참... 성격이 괴팍하신 것 같습니다.”“지환 씨는 워낙 신비로운 스타일이라서요. 쓸데없는 호기심은 화를 자초할 뿐입니다. 소원용의 끝을 잊으신 겁니까?”진운이 차갑게 되물었다.“아, 죄송합니다. 제가... 무례했네요. 아, 소원용 말이 나와서 그런데 소원표 말입니다. 어젯밤 갑자기 미쳐버렸다던데. 설마 그것도 임 선생님께서...”안양인이 넌지시 말끝을 흐렸다.“아, 그래요? 어제 임 선생님과 계속 함께 있었는데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소원표가 사고가 난 이상 바로 임지환이 의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