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준이 돕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이미 그가 도울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이 사건은 이미 빠르게 확산되고 있었기 때문에, 소백중도 이제는 발을 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소씨 그룹 주식마저 영향받게 생겼다.유준이 개입한다고 해도 그저 일을 더 크게 만들 뿐인데, 이미 누군가가 그 역할을 하고 있으니 굳이 더 끼어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그리고 이번 일엔 양다인도 개입되었고, 오늘은 그녀가 유준의 계약서에 사인해야 하는 날이다.지금 유준에게 중요한 건 정희민이었다.말이 끝나기 바쁘게 변호사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다가오고 있었거, 유준은 변호사를 보며 물었다.“계약서는 가져왔습니까?”변호사는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유준에게 전달했다.“대표님, 확인해 보세요.”유준은 서류를 받아 변호사에게 추가하라고 했던 몇 가지 조항들을 꼼꼼히 살펴보더니, 서류를 내려 놓고 허시원더러 양다인에게 연락하라고 전했다.점심, 소씨 그룹.예준이 회사를 나오자 입구에 몰려있던 기자들이 예준을 발견하고 미친 듯이 몰려들기 시작했다.“소예준 대표님, 회장님 안에 계십니까? 왜 TYC 강하영 대표의 뺨을 때렸는지, 나와서 한 마디 해주실 수 있을까요?”“소예준 대표님, 혹시 소씨 그룹과 TYC 간에 어떤 연관이 있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저희가 알기로 TYC 강하영 씨와 매우 친한 사이라고 들었는데, 회장님께서 그런 행동을 하신 건 혹시 TYC 강하영 대표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입니까?”“한 말씀 해주시죠, 소예준 대표님!”예준은 차분한 눈으로 기자들을 둘러봤고, 그들이 잠잠해지자 그제야 입을 열었다.“오후 1시, 저희 회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여러분의 의혹에 대해 모두 설명할 생각입니다.”말을 마친 예준은 경호원의 옹호하에 차에 올라탔고, 문이 닫히고 기사가 그에게 물었다.“도련님, 어디로 가실 겁니까?”“TYC로 가.”곧이어 예준은 휴대폰을 꺼내 하영에게 문자를 보냈다.하영이 막 사무실을 나설 때 문자를 받았다. 예준에게 문자를 보내고 나니
하영은 선글라스를 벗고 예준을 흘겼다.“오빠한테 괜히 피해 갈까 봐 이러는 거잖아.”“그래?”예준이 웃으며 물었다.“왜 그런 말을 해?”“오빠가 기자회견을 연다고 했잖아. 만약 우리가 서로 다른 말을 하게 되면 오빠가 영향을 받지 않겠어?”예준은 손을 뻗어 아직도 약간 부어있는 하영의 얼굴을 만지며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내 걱정은 할 필요 없어. 사실대로 설명할 생각이니까.”“할아버지가 오빠를 나무라면 어쩌려고?”“내가 얘기했잖아.”손을 거둬들인 예준의 표정이 점차 차갑게 변했다.“누구나 자기가 한 행동에 책임져야 한다고.”하영이 막 입을 떼려던 순간 예준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고, 소백중에게서 걸려 온 전화인 것을 확인하고 하영에게 보여주었다.“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하영은 의자 등받이에 편안하게 몸을 기댔다.“전화 받아 봐.”예준은 고개를 끄덕이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예준아, 지금 여론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너도 알고 있을 테니까, 이따 오후에 있는 기자회견에서 어떻게 얘기해야 하는지 내가 굳이 말 안 해도 되겠지?”소백중의 싸늘한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예준은 무덤덤하게 대답했다.“물론 알고 있습니다.”소백중은 예준의 말투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어떻게 설명할 거야?”“CCTV에 분명하게 찍혔는데, 거짓말을 하는 건 회사에 더 불리하지 않을까요?”예준이 되묻자 소백중은 약간 화가 난 듯했다.“CCTV에 소리가 있는 것도 아닌데, 네가 어떻게 그 상황을 알아?”“할아버지는 진실이 뭐라고 생각하세요?”예준의 싸늘한 말투에 소백중이 대답했다.“그 여자가 우리 다인이한테 먼저 무례한 얘기르 해서 내가 조금 혼내준 것뿐인데, 그게 무슨 잘못이야?”“제가 봤을 때 오히려 양다인이 먼저 잘못하고 막무가내로 몰아붙이는 것 같던데, 할아버지께서 감싸주는 것도 정도가 있으셔야죠.”“그 기자들한테 사실을 알린 결과가 어떨지 알고 있어?”“알아요. 그래도 잘못을 했으면 인정을 하셔야죠.”
현욱의 말에 부부장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배 대표님,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실 수 있어요? 분명 우인나 씨가 최근에…….”“누가 회사에서 졸면 안 된다는 규정을 세웠습니까?”현욱은 부부장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유준이가 그랬어요? 그럼 이따가 만나면 물어봐야겠네요. 정유준이 그딴 규정을 세운 건지, 아니면 그쪽이 멋대로 세운 건지 확인해 볼게요.”현욱의 말에 부부장은 겁에 질렸다.“제, 제가 어찌…….”현욱은 코웃음을 치며 인나의 손목을 잡고 입을 열었다.“이만 가요.”인나는 손을 뿌리치고 싶었지만, 현욱의 힘에 의해 강제로 품에 안긴 채 그대로 엘리베이터 안으로 끌려들어 갔다.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인나는 현욱을 밀어내고 입을 삐죽였다.“굳이 영웅 흉내를 낼 필요는 없어요.”인나는 말은 퉁명스럽게 해도 사실은 내심 기뻤다. 부모님과 하영을 제외하고, 그녀를 위해 맞서 싸워준 사람은 현욱이 처음이었다.지금 인나는 몸이 너무 피곤하여 누구랑 싸울 기력조차 없었기 때문에, 현욱의 등장은 큰 도움이 됐다.“아니요, 그저 애꿎은 사람을 감쌌을 뿐이에요.”현욱이 웃으며 말하자 인나는 코웃음을 쳤다.“아무나 만나는 사람이랑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그 말에 현욱은 급히 세 손가락을 세우고 맹세했다.“나랑 양다인, 그리고 예전에 만났던 그 여자랑은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고, 딴마음 품은 적도 없어요! 이게 거짓말이라면 이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서 추락할 거예요.”“미쳤어요?”인나는 다급히 현욱의 입을 막았다.“죽고 싶으면 혼자 죽어요!”현욱은 인나의 손을 잡고 얘기했다.“인나 씨, 어떤 일들은 정유준과 관련이 있어서 지금은 얘기해 주기 정말 힘들어요. 하지만 인나 씨에 대한 마음은 정말 진심이란 것만 믿어줘요. 인나 씨만 용서해 준다면 지금 당장 우리 부모님 뵈러 가고 싶어요!”현욱의 진심 어린 모습에 인나의 마음이 흔들렸다.“그게 정말이에요?”인나가 떠보듯 조심스럽게 묻자 현욱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요! 일단 진정하
“네, 그럴게요.”양다인은 앞으로 다가가 책상 위에 놓인 계약서를 집어 들어 대충 확인하더니, 속으로 피식 웃었다.기간은 길어야 1년이고, 희민의 건강 상태에 따라 양다인이 곁에 머무는 시간을 결정한다. 그동안 정희민을 괴롭히거나 학대하면, 거액의 손해배상을 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희민의 병간호를 하는 동안 난원에 들어와 살 수 없고, 더욱이 아이를 핑계로 정유준에게 접근하거나 회사에 들어갈 수 없다.다양한 조항을 확인하던 양다인은 마음이 심란해졌다.‘이렇게 제약이 많은데 주원 씨를 도울 방법이나 있을까?’그리고 마지막 페이지까지 넘기자, 정희민이 완치되면 수고비로 양다인에게 50억을 지급하겠다고 적혀 있었다.양다인은 너무 놀라 눈이 휘둥그레지고 흥분되기 시작했다.‘50억…….’‘할아버지 집에서 지낼 때도 이렇게 많은 돈을 받은 적이 없는데, 정유준이 고작 아이를 위해서 나하넽 50억을 주겠다고?’양다인은 흥분된 감정을 억누르며 일부러 아닌 척했다.“유준 씨, 나는 그저 아이를 위한 것뿐이니 50억은 필요 없어요.”유준은 보고서를 내려놓고 싸늘한 눈빛으로 양다인을 바라보았다.“계약 조건들은 다 확인했어?”“그럼요.”양다인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이 돈은…….”“다른 의견 없다면 거기 사인해.”“유준 씨…….”양다인은 난처한 표정으로 유준의 이름을 불렀다.“나는 누구에게 빚지는 게 싫어!”유준의 눈가에 짜증스러운 표정이 묻어났다.“또 다른 문제 있어?”양다인은 더 이상 뭐라 할 수 없었다.“없어요.”“사인하고 오후에 의사한테 골수 넘겨.”유준이 언성을 높이자, 양다인은 얼른 펜을 들어 사인했고, 그 뒤에 경호원을 따라 병원을 나섰다.골수를 찾으러 가는 길에 양다인은 여전히 마음이 붕 떠 있었다.50억이라는 숫자는 양다인에게 큰돈이지만, 정씨 집안의 큰 사모님 위치와 비교하면 여전히 부족했다.비교를 할수록 양다인의 욕심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정유준이 이렇게 쉽게 5
[하지만 몰래 결혼한 사이라고 소문났잖아…….][그건 그들의 추측이지 내가 인정한 적 없잖아.]하영이 답장을 쓰고 있을 때, 화면에 또 실검 하나가 떴다.[소백중 회장이 쓰러져 급히 병원에 이송된 것으로 보아, TYC 강하영 대표와의 결혼이 확실한 사실로 밝혀지다!]‘기자들은 정말 성급하게 판단을 내린다니까.’하영이 기자들의 과장된 기사에 불쾌함을 느끼고 있을 때, 인나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전화를 받자마자 인나의 폭소가 전화기에서 흘러나왔다.“하영아, 나 정말 웃겨 죽는 줄 알았잖아. 너 생방송 봤어? 네티즌들의 발상 정말 대박이던데?”하영은 머리가 지끈거려 미간을 꾹꾹 눌렀다.“너까지 왜 그래?”“아니.”인나는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나 지금 너무 궁금해서 그래. 나중에 진실이 밝혀지면 얼마나 혼란스러워할까? 아내가 여동생으로 변했다? 세상에 이런 막장 드라마 같은 일이 생기다니! 가족이라는 말에 다들 상상력이 참 풍부하단 말이야.”하영은 몸을 돌려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너 지금 기분이 아주 좋아 보이네. 실연의 아픔에서 빠져나온 거야?”“어머, 내가 얘기하는 걸 깜빡했네. 나 현욱 씨랑 다시 만나기로 했어.” 하영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너무 빠른 거 아냐?”“헤헷.”하영의 말에 인나는 기분 좋게 웃었다.“토요일에 현욱 씨 부모님 뵈러 가기로 했어.”인나의 기분이 정말 좋아 보여, 하영도 덩달아 기뻐했다.“축하해. 드디어 먹구름이 걷히고 빛을 보게 됐네.”“내가 결혼하게 되면 들러리 서줄 거지?”“나는 아이가 있어서 안 될 것 같은데…….”“내가 괜찮다면 괜찮은 거야! 불만 있는 사람은 나와 보라고 그래!”인나가 코웃음을 쳤다.“너는 정말 막무가내라니까.”“상관없어!”인나는 말을 돌렸다.“그나저나 소백중 회장이 병원에 실려 간 건 정말 속이 다 시원하네!”그 말에 하영의 머릿속에는 소백중이 점심 때 전화로 했던 말이 떠올라, 어두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자업자득이지.”소백중이 병원에 입원
저녁 무렵.하영은 정주원이 보낸 문자를 받았다.[소예준이랑 만나고 있을 줄은 몰랐네요.]하영은 싫은 표정으로 답장을 보냈다.[정주원 씨랑 상관없는 일인 것 같네요.][확실히 상관없긴 하죠. 다만 지금 유준의 표정을 보면 정말 기분이 좋을 것 같네요.]‘변태 같은 자식!’하여은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그럼 저녁에 만나기로 한 거 취소해도 되겠네요?][그건 별개의 일이죠. 기다릴 테니까 8시까지 꼭 와요.]하영은 정주원이 왜 굳이 연세 병원에서 만나자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아무리 정유준의 병원이라지만 CCTV만 쳐다보고 있다는 법 없잖아.’만약 주원이 미리 연락을 했다면, 유준은 하영을 막기 위해 미리 전화해서 경고했을 것인데, 지금까지 전화나 문자는 없었다.‘정주원의 목적이 대체 뭘까?’저녁.하영은 회사에 남아 스케치를 하다가 7시 30분에야 회사를 나와 병원으로 향했다.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거의 8시가 되었고, 하영이 주차를 마쳤을 때 휴대폰이 울렸다.휴대폰을 꺼내 발신자를 확인하니 정주원한테서 걸려 온 전화인 것을 보고 전화를 받았다.“지금 어디죠?”하영이 주변을 둘러보며 묻자, 전화기에서 주원의 가벼운 웃음이 흘러나왔다.“저를 그렇게 빨리 만나고 싶어요?”하영은 역겨움을 참으며 입을 열었다.“예전에 약속했던 거 잊은 건 아니죠?”“그럼요. 제가 양다인에게 유준의 어머니에 대한 일을 얘기했는지 안 했는지 말이죠?”주원이 말을 이었다.“너무 급해하지 말고 입원 병동 문 앞에서 기다려요.”하영은 차에서 내려 주원의 지시대로 입원 병동에 도착했지만 주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하영은 슬슬 화가 치밀어 올랐다.“지금 저랑 장난해요?”그러자 주원이 웃으며 답했다.“설마요. 이따가 저랑 연기만 잘해줘요.”“연기요?”하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무슨 연기요?”주원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같은 시각, 입원 병동 엘리베이터 앞에서 양다인이 유준을 향해 웃으며 얘기했다.“유준 씨, 골수가 희민이랑 90퍼센
유준은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주원을 지나쳐서 하영을 바라보았다.“네가 왜 이 자식이랑 같이 있어?”하영이 막 얘기하려 했지만, 주원이 먼저 입을 열었다.“유준아, 왜 다른 사람의 자유를 그렇게 이기적으로 통제하려 들어?”“너한테 물어본 거 아니니까 좀 닥쳐!”유준은 온몸에 분노에 찬 모습으로 주원을 향해 버럭 소리 질렀고, 뒤에 서 있던 양다인은 처음으로 유준이 이렇게까지 화내는 모습을 보고 겁에 질렸다.‘대체 정유준한테 강하영이 얼마나 중요해서 이렇게까지 화내는 건데? 그리고 왜 또 정주원이랑 함께 있는 건데? 왜 두 남자 모두 강하영 곁에 있지 못해서 안달이야?’양다인의 눈빛은 질투로 이글거렸다.“내가 뭘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하죠?”하영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고, 유준도 마찬가지로 싸늘한 표정으로 치를 떨었다.“하나만 묻고 싶어. 대체 왜 정주원 이 자식이랑 만나는 건데? 아직도 그가 얼마나 소름 끼치는 놈인지 몰라서 그래?”“그게 정유준 씨랑 무슨 상관이죠?”하영은 양다인을 힐끗 쳐다보고 비웃듯 얘기했다.“정유준 씨도 마찬가지로 소름 끼치는 여자를 곁에 두고 있잖아요.”그때 정주원이 중재를 나섰다.“유준아, 잠시 진정 좀 하는 게 어때?”“너 죽고 싶어?”유준이 크게 분노하며 주원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려 했는데, 하영이 얼른 앞을 막아섰다.유준은 하영의 얼굴을 거의 내리칠 뻔한 주먹을 멈췄고, 온몸으로 뿜어져 나오는 서늘한 기운이 주위를 압도했다.“너 지금 이 자식을 감싸는 거냐?”하영은 자칫 주먹에 맞을 뻔한 두려움을 꾹 참고 입을 열었다.“이기적인 것도 정도가 있는 법이에요. 왜 정유준 씨는 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은 안 된다는 거죠?”“저 자식이 어떤 놈인지 너도 분명 잘 알잖아!”유준의 분노에 찬 얼굴에 실망한 표정을 내비치며 주먹을 꽉 쥐고 물었다.“왜 내 말을 안 들어?”“나도 분명하게 얘기했죠?”하영도 참을 수 없어 반박했다.“양다인이랑 다시 만날 거면 내 아들 다시 돌려달라고! 그런데 당
‘내가 돕는다고 했는데도 강하영이 필요해? 분명 내가 아직 부족해서 주원 씨가 다시 강하영한테 접근하는 거야!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게 할 수는 없어. 반드시 주원 씨가 먼저 나한테 부탁하게 만들고 말 거야!’병원 입구.유준은 하영을 끌고 와 그대로 차 안에 밀어놓고 차 문을 닫은 뒤, 거의 울부짖는 소리로 외쳤다.“허시원! 물티슈 가져 와!”시원은 유준의 고함에 깜짝 놀랐다.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일단 얼른 물티슈를 찾아 유준에게 건넸다.유준은 물티슈를 꺼내 아플 정도로 박박 문질렀고, 하영이 손을 빼내려 하자 유준의 분노에 찬 고함이 들려왔다.“꼼짝 말고 있어!”하영은 미간을 찌푸렸다.“정유준 씨, 미친 거라면 다른 사람한테 가서 화풀이해요!”유준은 물티슈를 창밖에 힘껏 내던졌다.“너랑 소예준 사이 일은 간섭하지 않을게. 그런데 왜 매번 정주원을 만나는 건데?”“소예준도 상관하지 않는데 유준 씨가 무슨 자격으로 내 일에 간섭하는 거죠?”하영도 격분하며 물었다.“기어이 정주원 그놈이랑 만날 거야?”유준의 눈가에 점점 고통스러운 눈빛이 떠올랐다.“그 자식이 어머니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잊었어?”이를 악물고 얘기하는 유준의 목소리마저 떨려왔다.“내 고통은 전부 그 자식 때문이란 말이야! 강하영, 나는 너를 우리 어머니처럼 당하게 하고 싶지 않아. 네가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걸 그냥 두고 볼 수 없다고!”하영의 눈이 점점 커졌고, 유준의 말이 천둥처럼 울리며 끊임없이 심장을 강타했다.‘내가 정유준의 마음에……, 대체 어느 정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걸까? 정주원과 잠깐 손만 잡았을 뿐인데 이 정도로 허둥대다니.’하영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주원이 일부러 그런 행동을 했다는 걸 알고 있지만, 대체 왜 이 정도로 유준을 몰아붙이려 하는지 알 수 없었다.심지어 지금의 하영은 주원에게 끌려다니는 상태였고, 그는 하영을 이용해 계속해서 유준의 아픈 상처를 건드리고 있었다.하영은 상처로 가득 찬 유준의 눈을 똑바로 마주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