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돕는다고 했는데도 강하영이 필요해? 분명 내가 아직 부족해서 주원 씨가 다시 강하영한테 접근하는 거야!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게 할 수는 없어. 반드시 주원 씨가 먼저 나한테 부탁하게 만들고 말 거야!’병원 입구.유준은 하영을 끌고 와 그대로 차 안에 밀어놓고 차 문을 닫은 뒤, 거의 울부짖는 소리로 외쳤다.“허시원! 물티슈 가져 와!”시원은 유준의 고함에 깜짝 놀랐다.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일단 얼른 물티슈를 찾아 유준에게 건넸다.유준은 물티슈를 꺼내 아플 정도로 박박 문질렀고, 하영이 손을 빼내려 하자 유준의 분노에 찬 고함이 들려왔다.“꼼짝 말고 있어!”하영은 미간을 찌푸렸다.“정유준 씨, 미친 거라면 다른 사람한테 가서 화풀이해요!”유준은 물티슈를 창밖에 힘껏 내던졌다.“너랑 소예준 사이 일은 간섭하지 않을게. 그런데 왜 매번 정주원을 만나는 건데?”“소예준도 상관하지 않는데 유준 씨가 무슨 자격으로 내 일에 간섭하는 거죠?”하영도 격분하며 물었다.“기어이 정주원 그놈이랑 만날 거야?”유준의 눈가에 점점 고통스러운 눈빛이 떠올랐다.“그 자식이 어머니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잊었어?”이를 악물고 얘기하는 유준의 목소리마저 떨려왔다.“내 고통은 전부 그 자식 때문이란 말이야! 강하영, 나는 너를 우리 어머니처럼 당하게 하고 싶지 않아. 네가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걸 그냥 두고 볼 수 없다고!”하영의 눈이 점점 커졌고, 유준의 말이 천둥처럼 울리며 끊임없이 심장을 강타했다.‘내가 정유준의 마음에……, 대체 어느 정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걸까? 정주원과 잠깐 손만 잡았을 뿐인데 이 정도로 허둥대다니.’하영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주원이 일부러 그런 행동을 했다는 걸 알고 있지만, 대체 왜 이 정도로 유준을 몰아붙이려 하는지 알 수 없었다.심지어 지금의 하영은 주원에게 끌려다니는 상태였고, 그는 하영을 이용해 계속해서 유준의 아픈 상처를 건드리고 있었다.하영은 상처로 가득 찬 유준의 눈을 똑바로 마주할
“그 자식은 절대 착한 놈이 아니야. 넌 정주원이 얼마나 무서운 놈인지 몰라.”“…….”“강하영, 나 때문에 네가 다치는 일은 없게 하겠다고 약속해 줘.”붉게 충혈된 눈가에는 끊임없이 눈물이 쏟아져 나왔고, 하영은 아랫입술을 꽉 악물고, 소리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한 번도 믿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하던 유준의 말에 숨 막힐 정도로 가슴이 아파왔다.‘왜 이제야 그런 말을 하는 건데? 이제 우리 사이에 더는 미래가 보이지 않을 때에서야 왜 그런 말을 해?’그때 어깨가 축축해지는 느낌에 하영은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지금 우는 거야?’하영의 앞에서 언제나 강한 모습만 보이면서, 그 어떤 일에도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 같던 정유준이 지금, 하영에게 제발 정주원과 만나지 말라고 애원하면서 눈물을 보이고 있었다.하영은 뭐라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목구멍은 마치 솜으로 틀어 막힌 것처럼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다.차 안에는 슬픈 기운이 감돌았고, 잠시 후 유준은 손을 거두었다.“앞으로 다시는 너 귀찮게 하지 않을게.”정유준이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억누르며 입을 열었다.“이제 그만 가.”하영은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고 가느다란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래요.”말을 마친 하영은 차에서 내려 그대로 떠나갔다.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시원은 하영이 벌써 나오는 것을 보고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대표님께서 왜 강하영 씨를 붙잡지 않는 거지?’차 안으로 돌아온 허시원은 백미러를 통해, 유준이 두 눈을 감고 의자에 기대 있는 모습을 보고 뭔가 알 것 같았다.시원은 이번에는 두 사람이 완전히 끝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아크로빌.캐리는 식탁에 앉아 주희가 만들어준 야식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하루 종일 바삐 보낸 캐리는 그릇째로 아예 삼켜버리고 싶을 정도로 배가 많이 고팠다.“주희 씨.”캐리는 입 안에 음식을 가득 넣고 우물거리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정말 너무 맛있어요! 다음에 나한테도 만드는 법 가르쳐 줘요.”그러자 주희가 장난스럽게
주희는 하영을 부축하며 캐리를 향해 입을 열었다.“일단 하영 씨를 쉬게 해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캐리는 길을 내주고 주희가 하영을 부축해 위층으로 올라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제자리에 서서 한참 고민하던 캐리는 휴대폰을 꺼내 인나에게 전화를 걸었고, 다시 식탁으로 돌아가 앉았을 때 통화가 연결됐다.“왜?”인나의 나른한 목소리가 휴대폰에서 흘러나왔다.“인나.”캐리는 그릇에 담긴 면을 휘젓다가 입에 넣었지만, 이제 입맛이 완전히 사라졌다.“G가 또 그 인간 때문에 울었어.”“뭐? 정유준 때문에? 왜?”“나도 모르겠어. 방금 G가 두 사람이 완전히 끝난 것 같다고만 얘기했거든.”인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하영은 사실 완전히 잊지 못한 거야.”“그게 무슨 뜻이야?”“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8년이나 마음에 담고 있던 사람을 한순간에 떠나보내야 한다면, 가족이 죽은 것과 무슨 차이가 있겠어?”“정유준이 죽었어?”캐리는 깜짝 놀라 소리 질렀다.“대박, 그런 기사는 본 적 없는 것 같은데!”인나는 어이가 없어 욕설을 퍼부었다.“정말 닭대가리도 아니고.”“네가 그렇게 얘기했잖아!”인나는 멘붕이 왔다.“내 말은 그러니까 두 사람은 분명 어떤 얘기를 나눴는데, 하영이 생각하기에 두 사람은 이제 완전히 끝나버렸다고 여긴다는 뜻이야.”“그럼 가족이 죽은 거랑 무슨 상관인데?”“나 더 이상 너랑 얘기하고 싶지 않아!”“그래도 설명은 끝까지 해줘야지!”“나 남자 친구랑 함께 있으니까, 설명할 시간 따위 없어!”인나가 전화를 끊어버리자 캐리는 더욱 어리벙벙한 표정을 지었다.그때 인나의 곁에 누워있던 현욱이 어두운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앉더니 입을 열었다.“나는 그 이유를 알 것 같아요.”“이유가 뭔데요?”인나가 휴대폰을 내려놓으며 물었다.“아마 양다인 때문일 거예요.”현욱의 말에 인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또 양다인 때문이라고요? 나 지금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데, 두 사람은 대체 왜 양다
이제 다가올 수술을 위해, 지금 시기에 아빠가 양다인을 쫓아내게 할 수는 없었다.속이 울렁거려 목구멍까지 들끓었지만 희민은 이를 악물고 참다가, 유준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그제야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다.“들어와.”유준이 양다인을 향해 얘기하자, 양다인은 고개를 끄덕이고 뒤를 따라 병실로 들어왔다.희민이 작은 몸을 웅크린 채 누워있는 모습을 본 양다인은 짐짓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희민이 원래 이 시간에 안 일어나요?”유준은 희민의 등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그래.”“저쪽에 가서 희민이 얼굴을 좀 봐도 될까요?”그 말에 희민은 이불을 꽉 움켜쥐었다.“그럴 필요 없어! 그냥 여기 앉아 있다가 볼 일 있으면 가면 돼.”그러자 양다인은 얼른 손을 휘저었다.“나 아무 일도 없어요. 여기서 희민이 깨어날 때까지 기다릴게요.”양다인의 말에 희민의 눈빛이 어두워졌다.‘그냥 왔다가 가는 거 아니었어? 대체 언제까지 자는 척해야 하는 거지? 힘을 내려면 밥도 먹어야 하는데.’희민은 입술을 꾹 깨물고 몸을 돌렸다. 그리고 금방 잠에서 깬 것처럼 눈을 뜨고, 두려움을 애써 참으며 유준을 바라보았다.“아빠.”희민의 부름에 유준의 미간이 부드럽게 펴지며 앞으로 다가왔다.“깼어? 가정부 아줌마가 아침 챙겨왔는데, 지금 일어나서 조금이라도 먹을래?”희민이 고개를 끄덕였다.“먼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희민아, 나랑 같이 갈까?”양다인이 눈시울을 붉히고 희민을 보며 입을 열었다.“어린 나이에 병마랑 싸우느라 고생이 많구나.”희민은 빠르게 양다인을 힐끗 쳐다보고 얼른 고개를 숙였다.“다, 다인 이모.”이모라는 말에 양다인의 입꼬리에 작게 경련이 일었다.‘호칭도 참 빨리 바뀌네!’하지만 얼굴에는 여전히 상냥한 미소를 띠고 말했다.“화장실 갈까?”희민은 거부하지 않았고, 경직된 몸으로 양다인 손에 이끌려 화장실로 향했다.희민이 화장실로 들어가고 양다인도 따라 들어가려 할 때, 유준이 차가운 어조로 그녀를 막았
하영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실소를 터트렸다.“세희야, 너 지금 엄마 곤란하게 하려고 이러는 거야?”세희는 양손으로 허리를 짚고 입을 열었다.“저는 세준이 누나가 되고 싶어요. 제가 크면 마음껏 괴롭힐 수 있잖아요!”세준은 눈을 반쯤 내리깔고 어이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나보다 한 살이 많아도 너는 날 이길 수 없어.”말을 마친 세준은 하영을 보며 입을 열었다.“엄마, 저 할 얘기가 있어요.”“응? 무슨 얘긴데 표정이 그렇게 심각해?”세준이 진지하게 얘기했다.“저랑 세희, 희민이 찾으러 가고 싶어요.”세희도 따라서 머리를 끄덕였다.“엄마, 저도 희민 오빠 보고 싶어요. 희민이네 집으로 가도 돼요?”하영은 유준을 떠올렸다. 만약 아이들이 놀러 간다면 어쩔 수 없이 유준과 마주칠 수도 있다.마주치지 않기 위해서, 또한 이제 그만 유준을 놓아주기 위해서라도 하영은 눈을 아래로 드리우고 미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그건 허락할 수 없을 것 같아. 조금만 더 기다리면 희민이도 곧 학교로 돌아올 거야.”“왜요?”세희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희민 오빠는 벌써 며칠째 학교에 오지 않았는데, 다시 돌아올까요?”하영은 유준과 있었던 일을 아이들에게 얘기하고 싶지 않아, 어떻게든 아이들을 설득해야 했다.“꼭 돌아올 거야. 희민이가 보고 싶으면 집에 가는 대신 전화라도 해 봐.”그러고 보니 희민은 며칠 동안 하영에게 문자도, 전화도 없었다.‘그동안 잘 지내고 있었을까? 공부가 많이 바쁜가? 문자라도 해볼까? 다음 달 말이면 설인데, 희민이와 함께 연말을 보낼 수 있을까?’세준은 하영이 곤란해하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저희는 엄마 말대로 할게요.”그러자 세준이 눈을 크게 뜨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오빠…….”“그만 얘기해.”세준이 세희의 말을 끊었다.“괜히 엄마 귀찮게 하지 마.”세희는 실망했는지 고개를 푹 숙였다.“알았어, 나도 말 잘 들을게.”하영은 철이 든 아이들의 모습을 보자, 어느새 우울한 기분도 싹 가시고 말
눈 깜짝할 새, 캐리의 손에 이끌려 가까운 도매 시장에 도착했다.다양한 물품으로 가득 찬 시장을 보고 하영은 캐리에게 물었다.“여기는 어떻게 찾았어?”“며칠 전에 우연히 발견한 데야.”캐리는 하영을 한 가게 앞으로 데려갔다.“이 가게에 네가 원하는 물건들이 있을 거니까, 사장님한테 얘기하면 돼.”하영은 빠르게 가게 안을 살피며 물었다.“품질은 어때?”“내가 보장할 수 있거든!”캐리가 자신 있게 대답하자, 하영은 고개를 끄덕이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 사장님을 찾았다.한 시간 동안 하영은 가게 사장님한테 필요한 물품에 대해 얘기하고, 그에 따른 선금을 지불했다.캐리는 뒤에서 휴대폰으로 열심히 촬영했다. 그리고 캐리를 따라 나온 뒤 하영은 어깨를 주무르며 차에 올라탔다.“캐리, 잠시 서점도 들렀다 가. 그래도 애들한테 필요한 책이라도 좀 사줘야지.”캐리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책도 사려고? 방금 비누만 만 개에, 세제는 차 한 대에 전부 싣지도 못할 정도잖아!”하영은 캐리를 힐끗 쳐다보았다.“마을에 아이들이 있다면 분명 노인들도 있을 건데, 그 정도 양은 돼야지.”말로는 하영을 이길 수 없었던 캐리는 어쩔 수 없이 하영을 데리고 책을 사러 갔다.모든 일을 마치고 나니 이미 점심때가 되었고, 두 사람은 식당에 들어가 라면을 먹었다.하영은 희민에게 문자를 보내려고 휴대폰을 꺼내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문자를 써 내려갔다.[희민아, 요즘 공부하는 게 많이 바빠? 동생들도 그렇고 엄마도 우리 희민이가 많이 보고 싶어.]같은 시각, 병원.희민은 의사를 따라 수술 전 검사를 받으러 갔고, 하영이 보낸 문자는 희민의 휴대폰을 쥐고 있던 유준이 보게 됐다.톡에 엄마라고 찍힌 이름을 본 유준은 갑자기 심장이 찌르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어젯밤 하영과 한 대화가 여전히 기억에 생생한데, 포기라는 단어는 유준이 5년을 버티면서도 할 수 없었던 것이다.유준은 휴대폰을 꽉 움켜쥐고 문자를 클릭했고, 동생들이란 단어가 더욱 그의 눈을 쓰리게 했다.
[내 아들이 너희들을 따라 낯선 남자를 삼촌이라고 부르는데, 아빠로서 물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그럼 알아서 생각해 보세요.]문자를 보낸 세준은 휴대폰을 내려놓았다.‘나를 시험하려고? 꿈 깨시죠!’유준이 계속해서 답장을 보내려 할 때, 문밖에서 갑자기 양다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유준 씨, 희민이 검사 끝났어요. 검사 결과가 나와 수치만 정상범위에 도달하면 수술받을 수 있다고 하네요.”유준은 휴대폰을 넣고 일어나서 양다인을 쫓아냈다.“이제 그만 돌아가도 좋아.”“네?”양다인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희민이 오후에 약물 치료도 받아야 하잖아요. 바쁘면 먼저 가 봐요.”유준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확실히 회사와 현장에 한 번은 다녀와야 했다.요즘 희민이가 아프다 보니 회사에도 못 나갔고, 게다가 오늘 프로젝트에 관해 거래처와 회의가 있다고 비서한테서 문자가 왔었다.“그럼 여기 남아 있어.”양다인은 기쁜 표정을 지었다.“내가 꼭 희민을 잘 보살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유준은 침대 옆으로 다가가 희민의 휴대폰을 베개 아래에 넣은 뒤, 다시 병실 문 앞으로 가서 김호진에게 당부했다.“한 발자국도 떠나지 말고 양다인을 잘 지켜봐. 절대 희민이랑 단둘이 있는 기회를 주지 말고.”김호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대표님!”검사를 마친 희민이 병실로 돌아왔고, 유준은 희민이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누고 병실을 떠났다.오후.하영이 회사로 돌아와 사무실에 앉자마자 정주원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화면을 한참 뚫어져라 쳐다보던 하영은 결국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죠?”하영이 싸늘한 어조로 묻자, 주원이 가볍게 웃었다.“강하영 씨, 양다인 씨와 있었던 일을 듣고 싶은 게 아니라면 이만 끊을게요.”하영은 주원에 대한 짜증스러운 감정을 억누르고 입을 열었다.“얘기하세요.”“맞아요. 제가 양다인 씨한테 유준의 어머니에 대해 얘기해 줬어요.”정주원이 솔직하게 털어놨다.“그러니까 이번 일은 정주원 씨가 일부러 양다인을 통해 의도적
저녁.양다인이 집으로 돌아오자 소백중이 그녀를 보고 물었다.“다인아, 오늘 회사도 안 나갔으면서 아침 일찍 일어나서 어딜 간 거야?”집으로 오는 길에 양다인은 이미 핑계를 생각해 놓았다.“할아버지, 저는 의류 회사를 운영하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같이 일할 공장도 둘러보고 그래야죠.”소백중은 그제야 활짝 웃었다.“거래처에 다녀오는 길이었어? 피곤하지 않아?”양다인은 입을 삐죽 내밀고 목을 주물렀다.“오늘 너무 힘들었어요. 할아버지, 저 먼저 올라가서 쉴게요.”“그래, 얼른 올라가.”방으로 돌아온 양다인은 샤워를 마치고, 소백중이 침실로 들어간 뒤에야 다시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정유준이 보낸 사람들의 미행을 피하고자 양다인은 자신을 꽁꽁 숨기기 위해 옷도 수수하게 차려입었다.그리고 택시를 잡아타고 명품 그랜드 캐슬로 향했다.30분 뒤에 양다인은 정주원의 집 앞에서 내려서, 안으로 들어가려 할 때 경호원이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양다인은 의아한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렸다.“주원 씨를 찾아왔는데 왜 막아서는 거죠?”“큰 도련님은 오늘 외부인을 만나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경호원이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외부인?”양다인은 눈을 부릅뜨고 경호원에게 쏘아붙였다.“내가 누군지 잘 봐요, 내가 외부인이에요?”“그럼 직접 도련님께 말씀드려 보시죠.”계속 이렇게 실랑이를 벌일 수 없다고 생각한 양다인은 휴대폰을 꺼내 주원에게 전화를 걸었고, 한참 뒤에야 그가 전화를 받았다.“다인 씨?”주원이 부드러운 어조로 양다인의 이름을 불렀다.“이렇게 늦게 무슨 일이에요?”양다인은 주원에게 투정을 부렸다.“주원 씨, 경호원이 왜 저를 못 들어가게 막는 거죠?”주원의 눈빛에 섬뜩함이 스치더니, 피투성이가 된 채 곁에 누워있는 여자를 힐끗 쳐다보고 입을 열었다.“지금 씻는 중이라 이따가 내가 직접 열어줄게요.”양다인은 비록 의문스러운 점이 많았지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네, 기다릴게요.”전화를 끊은 후, 주원은 자리에서 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