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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1화 이름을 설정하지 않았어

눈 깜짝할 새, 캐리의 손에 이끌려 가까운 도매 시장에 도착했다.

다양한 물품으로 가득 찬 시장을 보고 하영은 캐리에게 물었다.

“여기는 어떻게 찾았어?”

“며칠 전에 우연히 발견한 데야.”

캐리는 하영을 한 가게 앞으로 데려갔다.

“이 가게에 네가 원하는 물건들이 있을 거니까, 사장님한테 얘기하면 돼.”

하영은 빠르게 가게 안을 살피며 물었다.

“품질은 어때?”

“내가 보장할 수 있거든!”

캐리가 자신 있게 대답하자, 하영은 고개를 끄덕이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 사장님을 찾았다.

한 시간 동안 하영은 가게 사장님한테 필요한 물품에 대해 얘기하고, 그에 따른 선금을 지불했다.

캐리는 뒤에서 휴대폰으로 열심히 촬영했다. 그리고 캐리를 따라 나온 뒤 하영은 어깨를 주무르며 차에 올라탔다.

“캐리, 잠시 서점도 들렀다 가. 그래도 애들한테 필요한 책이라도 좀 사줘야지.”

캐리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책도 사려고? 방금 비누만 만 개에, 세제는 차 한 대에 전부 싣지도 못할 정도잖아!”

하영은 캐리를 힐끗 쳐다보았다.

“마을에 아이들이 있다면 분명 노인들도 있을 건데, 그 정도 양은 돼야지.”

말로는 하영을 이길 수 없었던 캐리는 어쩔 수 없이 하영을 데리고 책을 사러 갔다.

모든 일을 마치고 나니 이미 점심때가 되었고, 두 사람은 식당에 들어가 라면을 먹었다.

하영은 희민에게 문자를 보내려고 휴대폰을 꺼내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문자를 써 내려갔다.

[희민아, 요즘 공부하는 게 많이 바빠? 동생들도 그렇고 엄마도 우리 희민이가 많이 보고 싶어.]

같은 시각, 병원.

희민은 의사를 따라 수술 전 검사를 받으러 갔고, 하영이 보낸 문자는 희민의 휴대폰을 쥐고 있던 유준이 보게 됐다.

톡에 엄마라고 찍힌 이름을 본 유준은 갑자기 심장이 찌르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어젯밤 하영과 한 대화가 여전히 기억에 생생한데, 포기라는 단어는 유준이 5년을 버티면서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유준은 휴대폰을 꽉 움켜쥐고 문자를 클릭했고, 동생들이란 단어가 더욱 그의 눈을 쓰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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