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이 넘는 긴 수술 끝에, 수술실 불이 드디어 꺼졌다.의사가 걸어 나올 때, 유준은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져 한 발짝도 내디딜 수 없었고, 의사는 홀가분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대표님, 작은 도련님 수술은 매우 성공적입니다.”유준은 의사의 말에 이틀 동안 가슴 위를 짓누르던 거대한 바위가 순식간에 떨어져 나간 느낌을 받았다.“최고의 의료팀을 꾸려서 잘 돌보도록 하세요.”의사는 고개를 끄덕였다.“반드시 작은 도련님을 잘 치료해 드릴 것이니 안심하세요. 간호사들도 모두 대기 중이니 작은 도련님도 외로움을 느끼진 않을 겁니다.”곁에 있던 양다인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눈시울을 붉혔다.“유준 씨, 너무 잘 됐어요.”유준은 양다인을 보며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고마워.”그 말에 양다인은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귀가 빨갛게 물들기 시작했다.“우리 사이에 별말을 다 하네요.”“고마움의 표시로 밥 사 줄게.”유준은 의사한테 몇 마디 당부를 남기고, 양다인을 보며 입을 열었다.“가자.”저녁.아크로빌로 돌아온 하영은 저녁 식사할 때도 휴대폰을 식탁 위에 올려놓고 희민의 답장을 기다렸다.세준과 세희는 하영을 주시하며 작은 소리로 의논하기 시작했다.“오빠, 오늘 엄마가 약간 정신이 없어 보이는데, 오빠 혹시 무슨 잘못이라도 저질러서 엄마 화나게 했어?”세준은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젓가락을 들어 세희의 머리를 가볍게 쳤다.“넌 나를 그렇게밖에 생각 안 해?”세희는 혀를 홀랑 내밀었다.“그럼 엄마가 왜 저러시는 거야?”세준은 우유를 한 모금 마셨다.“네가 물어보지 그래?”세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작은 주먹을 입가에 댄 채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조심스럽게 하영을 보며 입을 열었다.“엄마?”하영은 여전히 휴대폰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기계적인 동작으로 입안의 음식을 씹고 있었다.“엄마!”세희와 세준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이구동성으로 하영을 불렀다.깜짝 놀란 하영은 손에 들고 있던 젓가락을 떨어뜨리고, 당황
“산속이라 신호가 안 좋을 수 있으니까, 만약 희민이가 너희한테 물어보면 잘 얘기해줘.”“네!”9시, 난원.현욱은 유준을 찾아갔고, 두 사람은 응접실에서 술을 마셨다.“희민이 수술도 성공적으로 마쳤으니, 너도 이제 안심이지?”술잔을 잡고 있던 유준은 고개를 약간 젖히고 술을 한 모금 마셨다.“무균실에서 한 달 동안 있어야 돼.”“걱정하지 마. 의사들이 잘 치료해 줄 거야. 참, 내일모레 개업식에 너도 가는 거지?”유준은 곁눈질로 현욱을 보며 물었다.“너는 우인나랑 가는 거 아니었어?”“부모님도 다 가시는데 인나 씨는 못 데려갈 것 같아.”현욱은 한숨을 쉬었다.“인나 씨 오늘 우리 어머니랑 크게 싸웠거든.”유준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현욱을 바라보았다.“그래서 너는 누구 편이야?”“당연히 인나 씨 편이지!”현욱은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바로 대답했다.“불효자식이네.”유준의 조롱에 현욱은 상심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나도 알아. 그래도 인나 씨를 너무 사랑하는 걸 어떡해.”“앞으로 어쩔 생각인데?”유준이 현욱에게 물었다.“너의 어머니 그렇게 만만하신 분 아니잖아.”현욱이 불쌍한 눈빛으로 바라보자, 유준은 못 볼 꼴을 본 것마냥 시선을 피했다.“그렇게 역겨운 눈빛으로 쳐다보지 마.”“친구로서 도와줄 생각도 없어?”현욱이 다급하게 물었다.“딱 이번 한 번만 도와줘!”유준은 술잔을 내려놓았다.“대체 얼마나 좋아하는데 그래?”유준의 말에 현욱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헤어져 있는 동안 잠도 안 오고 밥도 넘어가지 않았다면 이해하겠어?”그러자 유준은 눈을 내리깔았다.“네 어머니가 꼭 내 의견을 들을 거란 보장은 없어.”“하지만 우리 아버진 다르잖아!”현욱이 확신하듯 대답했다.“아버지는 언제나 네 말이라면 귀담아들으시잖아!”“한 번 얘기는 해볼게.”유준은 사실 다른 사람의 집안일에 관여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하지만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현욱이 느끼는 고통을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하영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웃었다.“모두가 그렇게 차려입은 건 아니잖아. 저기 보면 일반 손님도 있어.”세준도 옆에서 피식 웃었다.“이모, 안경 하나 맞추는 건 어때요?”그 말에 인나는 고개를 숙여 세준을 째려보았다.“너 이 자식, 네 입에서 좋은 말이 나오는 걸 못 봤다.”세준이 눈썹을 치켜 올리며 물었다.“이모, 제가 저기 가서 화려한 의상 하나 얻어 드릴까요?”“내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화려한 풍경이 될 수 있거든? 그러니까 그런 것들은 필요없어!”인나의 도도한 말에 세희가 그녀를 덥석 안았다.“이모가 제일 예뻐요. 오빠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인나는 활짝 웃으며 세희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역시 우리 세희는 언제나 말을 이쁘게 한다니까! 가자, 이모가 뭐든 해줄게!”그들이 로비로 들어가려고 할 때, 갑자기 누가 부르는 외침 소리가 들려왔다.“현욱 오빠!”인나와 하영이 발길을 멈추고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자, 우아한 파티 드레스를 입은 주민이 어딘가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그곳에는 현욱이 정장을 차려입고 차 옆에 서 있었는데, 검은색 귀걸이가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고 있었다.현욱은 주민을 향해 웃으며 말을 걸었다.“뚱민이, 너도 왔어?”주민은 앞으로 다가가 현욱에게 팔짱을 끼며 입을 열었다.“현욱 오빠는 역시 정장 차림이 멋있다니까! 어릴 때와는 확실히 달라!”현욱은 자연스레 팔을 빼내며 대답했다.“당연하지. 내가 누군데!”친해 보이는 두 사람의 대화에 하영은 순간 마음이 조마조마하여, 어색하게 고개를 돌려 인나를 바라보았다.믿을 수 없는 눈빛으로 현욱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인나의 모습에, 하영은 오늘 재밌게 놀기엔 글렀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때 세희가 머리를 갸웃하며 입을 열었다.“현욱 아저씨 옆에 있는 저 여자는…….”말이 채 끝나기 전에 세준이 얼른 세희의 입을 틀어막았다.“조용히 해!”세희가 미처 고개를 끄덕이기 전에 인나는 이미 세희의 손을 놓고, 분노에 찬 모습
세준은 두 손을 펴 보이며 어깨를 으쓱했다.“사실을 말했을 뿐이야.”하영은 못 말린다는 표정으로 두 아이를 보며 입을 열었다.“너희들은 얌전히 차 옆에서 기다리고 있어. 엄마 금방 다녀올 테니까.”두 녀석은 고분고분 머리를 끄덕였고, 하영은 아이들의 손을 놓은 뒤 인나의 곁으로 다가갔다.“인나야, 일단 들어가자.”인나는 당장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것 같았다.“하영아, 나 이딴 더러운 곳에 있고 싶지 않아!”하영은 현욱을 힐끗 쳐다보고 입을 열었다.“인나야, 지금 속상한 건 네가 아니라 현욱 씨인 것 같아.”말을 마친 하영은 유준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인나를 끌고 자리에서 떠났고, 유준과 현욱은 각자 하영과 인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동시에 슬픔에 빠졌다.하영과 인나는 체크인을 하고 방으로 올라갔다.아래층에서는 호텔 개업식이 시작됐는지 폭죽 소리가 들려왔고, 인나는 침대에 엎드려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거짓말쟁이! 배현욱은 거짓말쟁이야!”하영은 곁에 앉아 인나의 등을 다독여줬다.“우리가 오해하고 있는지도 모르잖아.”“오해라니?”인나는 벌떡 일어나 앉았는데, 공들여서 한 화장은 이미 전부 번져있어 침대에 앉아 인나를 보고 있던 두 녀석은 깜짝 놀랐다.“너무 못생겼잖아요!”세준이 표정을 구기며 인나를 쳐다보자, 세희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세준을 바라보았다.“오빠, 어떻게 이 상황에도 이모를 놀릴 수 있어?”세준이 조용히 세희의 손을 잡아 꼬집자, 세희도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다.‘오빠는 지금 이런 식으로 이모 기분을 풀어주려는 거구나!’“너 이 자식 지금 누구를 얘기하는 거야?”인나가 날카롭게 소리 지르자, 세준은 여전히 놀리듯 입을 열었다.“울고 있는 사람을 얘기하는 거죠.”인나는 하영을 돌아보며 눈물과 콧물을 쓱 닦았다.“하영아, 나 오늘은 네 아들을 가만히 놔둘 수 없을 것 같아!”말을 마친 인나는 세준에게 달려들었다.셋이서 침대에 엉켜 치고받고 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하영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어떻게
“저 확실히 현욱 오빠를 좋아해요. 며칠 전에 속인 건 사과할게요. 하지만 지금 제가 얘기하고 싶은 건, 현욱 오빠를 두고 인나 씨가 저랑 겨룬다면 질 수밖에 없을걸요?”그 말에 세준과 세희는 큰 충격을 받았다.‘용기가 정말 대단하네, 지금 혼자서 선전포고하러 온 거야?’주민의 말에 인나는 비웃듯 얘기했다.“난 너랑 겨룰 생각도 없어. 그런 바람둥이 남자는 내가 그냥 양보할게!”‘멋있어!’두 녀석은 속으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양보해요?”그때 문 앞에서 현욱의 목소리가 들려와 모두가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언제 왔는지 현욱과 유준이 문 앞에 서 있었다.하영과 유준도 서로 시선이 마주쳤지만, 하영은 금방 시선을 돌렸다. 마치 낯선 사람을 대하는 것마냥 어떠한 감정 변화도 없었고, 그에 유준의 눈빛도 순식간에 어두워지면서 손을 움찔했다.인나는 현욱을 바라보며 차분한 어조로 물었다.“무슨 문제라도 있어요?”현욱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인나를 향해 한 발 한 발 다가갔다.“정말 나를 다른사람한테 양보할 생각이에요?”현욱이 앞으로 다가가 물었고, 인나가 막 입을 떼려던 순간 주민이 먼저 입을 열었다.“현욱 오빠, 나 먼저 갈게.”현욱이 거들떠보지 않자 주민은 그대로 방을 떠났고, 인나는 피식 웃었다.“봤어요? 현욱 씨 소꿉친구가 나를 찾아와 선전포고하는 거. 대체 얼마나 여지를 줬으면 저러겠어요?”현욱은 계속해서 인나를 응시하며 진지하게 물었다.“하나만 물을게요. 정말 나 양보할 생각이에요?”“그렇다면 어쩔 건데요? 나는 현욱 씨랑 만날 때, 이런 식으로 지저분한 남자관계도 없었잖아요. 그런데 현욱 씨는요? 맞선을 보질 않나, 이제는 소꿉친구까지! 미안하지만 나는 이렇게 못 살아요!”현욱은 허탈하게 웃었다.“인나 씨가 화낼 때마다 나는 떠나지 말라고 비굴하게 매달리고, 우리 어머니랑 싸웠을 때도 고민도 하지 않고 인나 씨 편에 섰어요! 그런데 나를 양보한다고? 내 노력은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인나 씨는 그냥 나한테 마음이
유준은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너희 두 사람은 애초에 신분 차이도 크고, 우인나 성격이 털털하다고는 하지만 결국엔 여자잖아.”현욱은 입술을 삐죽였다.“여자를 잘 아는 것처럼 말하네…….”“지금 나 비웃는 거야?”유준이 눈을 가늘게 뜨고 묻자, 현욱이 어색하게 웃으며 답했다.“아니, 너도 결국 하영 씨를 네 여자로 만들지 못했잖아!”유준의 잘생긴 얼굴이 순식간에 구겨지기 시작하면서, 눈에서는 서늘한 한기를 뿜었다.“배현욱, 죽고 싶냐?”안 좋은 상황을 감지한 현욱은 바로 몸을 돌려 도망갔다.저녁.끝내 방을 나가지 않으려던 인나는 결국 베개를 안고 잠들었고, 하영은 할 수 없이 두 아이를 데리고 아래층에 있는 온천으로 향했다.아이들을 데리고 수영복을 갈아입은 하영은 두 녀석에게 목욕 가운을 둘러주고 탈의실을 나왔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애들이랑 얘기하고 있던 중에 어떤 사람과 부딪치고 말았다.비틀거리며 두 걸음 정도 뒤로 물러난 하영이 고개를 들자, 눈앞에는 안경을 쓴 남자가 있었다.“죄송합니다! 방금 제가 앞을 못 봤어요.”남자는 하영을 한 번 보고 세희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 순간 남자의 눈이 빛나더니 얼른 고개를 저었다.“저는 괜찮습니다, 어디 다친 덴 없으시죠?”“네, 괜찮아요.”하영의 대답에 남자는 미소를 보였다.“아이들이 참 귀엽네요.”두 아이의 손을 잡고 있던 하영은 애들을 뒤로 숨기며 입을 열었다.“고마워요. 별일 없으시면 이만 가볼게요.”말을 마친 하영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온천으로 향했고, 남자의 시선은 여전히 세희를 뒤쫓으며 음침한 빛을 내비쳤다.뒤에서 이상한 시선을 느낀 세준이 뒤를 돌아 남자를 쳐다봤고, 남자는 세준이 갑자기 고개를 돌리자 급히 웃어 보였다.“…….”세준은 왠지 불길한 느낌이 들었지만, 남자는 꽤 정직해 보였다.‘내가 괜한 생각을 하는 거겠지?’온천에 들어가자 세희는 신나서 물놀이를 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싫은 표정을 짓고 있는 세준을 끌고 수영장으로 들어갔다.놀다가 피곤
세준은 고개를 들어 여직원을 보며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누나, 엄마 찾으러 가고 싶은데 화장실까지 데려다 줄 수 있어요?”여직원은 세준의 부탁에 못 이겨 얼른 고개를 끄덕이고, 세준을 데리고 화장실로 향했다.입구에 도착하자 세준이 또 직원에게 부탁했다.“누나, 혹시 들어가서 엄마 좀 불러줄 수 있어요?”“그래.”세준이 문 앞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여직원이 파랗게 질린 얼굴로 뛰어나와 세준을 한 번 보더니, 무전기를 꺼냈다.“매니저님, 남쪽에 있는 온천 화장실에서 사람이 쓰러졌습니다!”세준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고, 급히 여자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화장실에 쓰러져 있는 하영을 발견한 세준은 손에 들고 있던 음료수를 내려놓고 곁으로 달려갔다.“엄마!”겁에 질린 표정으로 하영을 불렀지만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고, 세준은 떨리는 손을 내밀어 하영의 코끝에 대보았다.하영의 숨결을 느끼고 그제야 한숨을 돌린 세준은 곧 다시 몸이 굳어져 버렸다.‘잠깐……, 세희는 어디 갔지?’세준은 빠르게 다른 칸 화장실도 전부 확인해 봤지만 세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그때 여직원이 화장실로 달려 들어왔다.“꼬마야, 매니저님이 사람들을 데리고 찾으러 갔으니까 너무 다급해하지 마.”여직원을 바라보던 세준의 머릿속에 갑자기 안경을 쓴 남자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순간 그 남자의 눈빛이 무슨 뜻인지 깨달았다.‘변태였어!’등골이 오싹하게 만드는 변태의 모습에 세준은 한기를 느꼈다.세준은 서둘러 휴대폰을 들어 유준의 연락처를 찾아 전화를 걸면서, 여직원을 쳐다보며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엄마한테 구급차 좀 불러주세요.”말을 마친 세준은 화장실 밖으로 뛰쳐나갔다.‘노트북! 지금 당장 노트북이 필요해!’곧 유준이 전화를 받았고, 세준은 그가 입을 떼기도 전에 먼저 입을 열었다.“세희를 구해주세요!”유준은 전화기 너머로 몇 초간 침묵을 지키다가 물었다.“무슨 뜻이지?”세준은 로비로 달려가면서 방금 일어난 상황을 얘기했고, 그 말에 유준의 목
그때 갑자기 노트북 화면에 몇 개의 CCTV 화면이 나타났고, 세준은 빠른 속도로 남쪽 화장실을 찾아 물을 사러 갔던 시간대로 설정했다.세준이 자리를 비우고 얼마 안 되어, 하영이 세희를 안고 화장실로 향했다.그리고 화장실에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수건을 머리에 뒤집어쓴 마른 몸매의 사람이 화장실로 들어갔다.CCTV 화면을 주시하던 인나는 그 사람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체형을 보니 남자 같아!”세준은 인나의 말을 무시하고 계속 화면을 주시했다.3분 쯤 지났을 때, 수건을 머리에 뒤집어쓴 남성이 세희의 입을 틀어막고 화장실에서 성큼성큼 걸어 나오더니, 마치 미리 길이라도 확인해논 것처럼 차분하게 한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세준은 두 손으로 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리자, 남자가 하영을 안고 떠나는 화면이 다시 나타났다.세준은 주변의 환경과 안내판을 살피고, 바로 유준에게 전화를 걸었다.같은 시각, 남쪽 온천.유준이 급히 현장에 도착하니, 많은 직원들과 호텔 전문 의료진이 화장실 입구에 모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리고 들것에 누워 나오는 하영을 발견하고 앞으로 다가가려던 순간 휴대폰이 울렸고, 발신자가 세준인 것을 확인하고는 얼른 전화를 받았다.“그 남자를 찾았어요! 제가 길을 알려드릴 테니 세희를 찾아주세요!”유준의 눈빛이 무서울 정도로 어둡게 가라앉았다.“거기가 어디야!”“화장실에서 나온 뒤 동남쪽으로 200미터쯤 직진하다가 왼쪽으로 가면 숲이 있는 산소 카페가 있는 곳이에요! 제발 빨리요! 세희를 데려간 지 벌써 40분이 넘었어요!”‘40분…….’유준의 눈빛이 흔들렸다.‘지금 시간이면 세희의 상황이 많이 안 좋을지도 몰라!’세희가 나쁜 놈 손에 두려움에 울면서 떨고 있다는 생각에, 유준의 심장이 이상하게 아파오기 시작했다.무의식이 끊임없이 유준에게 반드시 빨리 세희를 찾아야 한다고 재촉하고 있었다.“알았어!”유준은 세준이 알려준 길을 따라가며 경호원들에게도 찾아보라고 명령했다.숲에 있는 산소 카페는 산책을 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