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희는 작은 손으로 유준의 옷자락을 꼭 붙들고, 끊임없이 유준의 품속을 파고들었다.“아빠……, 아빠……, 저 집에 가고 싶어요. 집에 가고 싶어요…….”유준의 가슴은 마치 칼에 베인 것처럼 아팠다. 이유 모를 안타까움에 손을 내밀어 떨고 있는 세희를 꼭 껴안아 줬고, 미간이 부드럽게 펴지기 시작하더니 낮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그래, 집에 데려다줄게.”말이 끝나자마자 시원이 사람들을 데리고 뛰어왔고, 유준의 품에 안겨 있는 세희를 보고 다급하게 앞으로 다가왔다.“대표님, 저희가 늦었습니다!”유준은 싸늘한 눈으로 바닥에서 일어나려는 남자를 응시하며, 날카로운 어조로 얘기했다.저 자식의 더러운 물건을 없애버리고 경찰서에 보내!”“알겠습니다!”하영은 객실에서 수액을 맞고 있었고, 인나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곁을 지키며 노트북 앞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는 세준을 주시했다.막 입을 열어 위로를 건네려던 때 세준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세준히 얼른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받자 유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세희 찾아서 의무실로 데려가는 중이야. 하영은 좀 어때?”세준은 다급한 어조로 물었다.“혹시 세희가…….”세준은 그다음 말을 잇지 못하고 삼켰다.“아무 일 없어.”그제서야 고개를 푹 떨구고 안심하는 세준의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의사 선생님에게 보이고 나면 여기까지 데려다주세요. 엄마는 지금 수액을 맞고 있어요.”“그래.”말을 마친 유준이 전화를 끊었고, 인나도 마찬가지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세준아, 너무 걱정하지 마.”세준은 아무 말도 없이 고개를 푹 숙이고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지만, 인나는 그가 지금 흐느낌으로 떨리는 몸을 꾹 참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녀석…….’나중에 세준도 삼촌이랑 똑같이 동생을 끔찍이 아낄 것 같았다.의무실에 도착한 세준은 품에 안고 있던 세희를 침대에 눕혔고, 의사가 다가오자 몸을 일으켜 얘기하려던 순간 세희가 그의 옷자락을 꽉 움켜잡았다.“싫어요!”세희가 비명을 지르
유준이 싸늘한 눈빛을 던졌다.“궁금한 게 참 많네.”현욱은 머쓱한 표정으로 코를 매만졌다.“그래도 우리 호텔에서 일어난 일이니까 제대로 알아야지.”유준은 눈물이 맺힌 채 품에 안겨 잠든 세희를 내려다봤다. 그리고 손을 내밀어 세희의 이마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면서 모든 상황을 현욱에게 알려줬다.“세상에!”현욱이 화를 내며 입을 열었다.“어떻게 그런 쓰레기 같은 인간이 다 있어?”욕설을 퍼붓던 현욱은 유준의 곁에 앉아 물었다.“그런데 왜 너를 아빠라고 불러?”“착각했겠지.”유준은 뭔가 아쉬운 말투로 대답했다.“소예준에게 연락해 봐.”그 말에 현욱은 유준의 팔을 툭툭 치며 눈썹을 치켜 올렸다.“너 세희가 네 딸이었으면 좋겠지? 너무 귀엽잖아.”유준의 눈빛이 흔들리더니, 고개를 홱 들어 현욱을 쏘아보았다.“좀 닥치지 못해?”현욱은 그래도 포기를 몰랐다.“유준아, 혹시 네 딸일 가능성은 없을까? 세희가 처음에는 착각했을 수 있지만, 나중에 또 착각한다고? 세희 정신 연령은 다섯 살 어린이 수준이 아니라 엄청 똑똑한 애잖아.”현욱은 마지막 한 마디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세희를 처음 보는 것도 아니니, 똑똑하고 철이 든 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유준은 더는 듣고 있을 수 없었다.“그 입 닥치고 얼른 소예준에게 연락이나 해!”“자기 딸을 이대로 다른 사람한테 보내려고?”현욱이 또 은근슬쩍 말을 이었다.“너를 아빠라고 부르잖아.”유준은 당장이라도 현욱을 뚫어버릴 듯이 쏘아보며, 이를 악물고 입을 열었다.“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세희는 소예준 딸이야!”유준이 정말로 화를 내자 현욱도 더는 그를 놀리지 않았고, 밖으로 나가 예준에게 전화를 걸었다.문이 닫기자 유준의 시선은 다시 세희의 작은 얼굴로 향했다.‘나와 강하영의 아이가 살아있었다면, 이렇게 사랑스러운 딸이었을까?’11시.다급하게 의무실로 도착한 예준은 세희를 안고 있는 유준을 향해 입을 열었다.“고맙다.”유준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입을 열었다.“고마울 필
다음 날 아침.한 실검이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새로 오픈한 메리어트 온천 호텔에서 변태가 검거되었는데, 해당 남성의 신상정보와 주소가 전부 공개되고 말았다.이 소식이 전해지자, 메리어트 호텔은 순식간에 명성을 얻었고, 많은 손님들이 온라인으로 예약하면서 단기간에 예약이 꽉 찰 정도였다.인나는 그 기사를 보고 어이없는 표정으로 예준을 바라보았다.“예준 오빠, 세준에게 부탁한 게 하영과 세희를 위해서인가요, 아니면 배현욱 호텔 홍보를 위한 거예요?”“일거양득인 셈이지.”예준이 책상 옆에 기대며 말을 이었다.“여기 호텔엔 유준의 지분도 있거든.”인나는 그제야 알 것 같았다.“정유준 대표님한테 보답하고 싶은 거군요.”고개를 끄덕이는 예준은 약간 무력한 표정을 내비쳤다.“그래도 세희를 구해줬는데, 이 빚은 다 갚을 수 없을 거야.”인나는 예준과 아직 잠들어 있는 하영을 번갈아 쳐다보았다.‘역시 피는 속일 수 없다니까.’두 사람은 정유준과 다소 갈등을 빚고 있더라도, 은혜와 원한만큼은 항상 확실하게 구분했다.예준의 말이 끝나자마자 침대에 누워있던 하영은 천천히 눈을 떴고, 멍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다가 갑자기 뭔가를 떠올린 듯이 벌떡 일어났다.“세희야!”예준과 인나, 그리고 아직 자고 있던 세준까지 소리를 듣고 하영을 바라보았다.“하영아.”예준이 항영의 곁으로 빠르게 다가갔다.“세희 괜찮으니까 흥분하지 마.”하영은 서둘러 예준의 뒤를 확인했다. 그리고 세희의 작은 얼굴에 상처가 난 모습을 보자 급히 이불을 걷어 올리고 달려가려는데, 인나가 그녀를 막았다.“하영아, 세희 아직 자고 있으니까, 깨우지 마.”하영은 인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어젯밤 그 남자가…….”“잡았어.”인나가 설명하기 시작했다.“세희 괜찮아. 정유준이 제때 세희를 구해줬거든.”“정유준?”하영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그 사람이 세희를 구했다고?”인나는 어젯밤에 일어난 일들을 하영에게 설명했고, 그 얘기를 들을 수록 하영의 얼굴이 하얗게 질
어릴 때부터 건강했던 세희는 감기나 고열에 시달린 적도 거의 없었다.그런 세희가 어젯밤 일로 고욜에 시달리고 있자, 어제 대체 얼마나 놀랐을지 하영은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아빠……, 가지 마세요……. 저를 두고 가지 마세요…….”갑자기 세희가 잠꼬대를 하기 시작했고, 하영은 얼른 세희의 가슴을 다독여주며 위로했다.“세희야, 엄마 여기 있으니까 겁내지 마.”하영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세희는 점점 안정을 되찾았다.세희의 안정된 모습에 하영은 한숨을 내쉬며 유준의 연락처를 찾아, 잠시 고민에 빠졌다가 문자를 보냈다.[어제 일은 나중에 꼭 보답할게요.]잠시 후 유준한테서 답장이 날아왔다.[괜찮으니까 아이나 잘 보살피면 돼.][그건 별개의 일이죠.][이번에 세희한테 일어난 일은 사소한 일도 아닌데, 어떻게 보답할 생각이야?]솔직히 말해서 아직 어떻게 감사를 전할지 생각해 본 적이 없던 하영은 유준의 답장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만약 정유준이 아니었다면 세희의 인생은 망가졌을지도 모른다.‘이렇게 큰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하지?’하영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아이를 바라보았다.‘정말 정유준에게 아이의 출생 비밀을 솔직하게 고백해야 할까?’깊은 생각에 잠겨있을 때, 정유준이 또 문자를 보내왔다.[아직 어떻게 보답할지 모르면, 더는 이 일을 언급하지 마.]휴대폰을 꽉 쥐고 있던 하영은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결정을 내렸다.‘비록 양육권을 빼앗기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내 옆에 있는 것보다 아이를 위해 정유준 곁에 있는 게 더 안전할지도 몰라.’[정유준 씨, 세희는 사실 당신…….]달칵.문자를 쓰고 있던 중 인나가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왔다.“하영아.”하영은 깜짝 놀라 얼른 휴대폰을 내려놓았다.“왜?”인나가 하영의 곁으로 다가오며 말했다.“주희 씨가 음식을 좀 만들었는데 내려가서 먹어. 세희는 내가 지켜볼게.”하영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알았어.”방에서 나온 하영은 문을 닫고 다시 휴대폰을 꺼냈다.
인나는 두 사람 모두 올라온 것을 보고 입을 열었다.“나 오후에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하영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배웅나가진 않을게.”“조심해서 가.”진석의 부드러운 어조에 인나는 손을 흔들고 방을 떠났다.인나가 떠난 후, 진석은 세희의 체온을 측정했는데, 체온계에 여전히 40도가 나타나자 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해열 주사를 놔주어야겠어.”주사를 놓은 뒤 하영은 진석에게 물었다.“언제쯤이면 열이 내릴 수 있을까?”“체내에 염증이 없다면 열은 금방 내릴 거야.”그 말에 하영은 고개를 끄덕였고, 진석이 물건을 정리한 후, 두 사람은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진석은 하영을 보며 부드러운 어조로 물었다.“이제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 줄 수 있어?”하영은 앞에 놓인 주스를 한 모금 마시고, 인나한테서 들은 그대로 진석에게 얘기해 줬다.진석의 미간이 점점 좁혀지더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하영을 바라보았다.“그런 일이 일어났으니, 나중에 세희한테 트라우마로 남을까 봐 걱정이네.”“진석 씨가 곁에 있으면 괜찮지 않을까? 세희가 계속 진석 씨만 찾고 있잖아.”진석은 어두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방금 네 얘기를 들어보면 세희가 찾는 건 내가 아닐지도 몰라.”하영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진석 씨 뜻은 세희가 지금 정유준을 찾고 있다는 얘기야?”“맞아.”진석은 소파에 등을 기대며 말을 이었다.“세희는 원래부터 아빠를 원했잖아. 그런데 그런 일까지 당했으니, 분명 정유준에게 더욱 의지하게 됐을 거야.”하영은 침묵을 지키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진석은 그런 하영을 응시했다.“만약 세희가 아빠가 필요하다고 하면 어떻게 할 거야?”“그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어.”하영은 시선을 피했고, 진석은 하영의 머리를 돌려 억지로 자신을 쳐다보게 했다.“하영아, 지금은 피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하영은 흔들리는 눈빛으로 진석의 손을 떼어냈다.“나 정말 모르겠어. 하지만 세희한테 직접 선택하게 할 거야.”진석은 하영의
“아빠는 어디 있어요?”세희가 눈을 깜빡이며 묻자, 하영의 몸이 순식간에 굳어버렸다.‘진석 씨 예상이 맞았던 걸까?’하영은 굳은 표정으로 떠보듯 물었다.“혹시 진석 아빠 찾는 거야?”“아니요!”세희가 확고한 어조로 대답하더니, 순간 자기가 말실수를 했다는 걸 느꼈는지 얼른 말을 바꿨다.“제가 잘못 얘기했어요.”세희의 표정을 본 하영은 마음이 아팠다.‘혹시 내 기분을 고려하느라 그러는 걸까? 내 이기심 때문에 아이들한테서 아빠 사랑을 박탈한 것일까?’“세희야, 너 잘못 얘기한 거 없어.”하영은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세희는 지금 진짜 아빠가 보고 싶은 거지?”“네…….”세희가 조심스레 하영을 쳐다보며 얘기하자, 하영의 마음이 복잡해졌다.“만약 아빠가 보고 싶은 거라면 아빠한테 데려다줄게.”엄마랑 떨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세희는 얼른 고개를 저었다.“엄마, 그런 게 아니라…….”세희의 눈가가 빨갛게 물들기 시작했다.“저는 엄마랑 떨어져 있기 싫어요. 그런데…….”“왜?”“아빠가 저를 구해주셨잖아요. 저는…….”세희는 뒤에 말을 잇지 못했다.“엄마 아빠가 모두 세희 곁에 있었으면 좋겠어?”하영이 대신 얘기하자 세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아빠는 저를 구해주신 영웅이잖아요, 저 아빠가 그렇게 싫지 않아요. 그래도 저한테는 엄마가 훨씬 중요해요.”말을 마친 세희는 입술을 핥으며 물었다.“엄마는 왜 아빠가 싫어요?”“아빠를 싫어한 적 없어.”하영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일었다.“오히려 그 반대로 아빠를 무척 좋아한단다.”그러자 세희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그럼 아빠랑 함께 살 수 있어요?”“좋아한다고 꼭 함께 있는 건 아니야. 엄마랑 아빠 사이에 많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 이야기 때문에 함께 있을 수 없는 거야.”“제가 아빠 딸이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도 그 이야기 때문인가요?”세희의 물음에 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엄마 때문에 아빠 사랑을 잃게 돼서 세희는 엄마를 원망 안 해?”세희는
하영은 몸을 돌려 입을 열었다.“일어났어.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하영의 뜻을 알지 못했던 세준은 의아한 표정으로 침대로 다가갔고, 커다란 눈망울을 깜빡이며 자신을 쳐다보는 세희의 모습에 세준의 머릿속에는 겁에 질려 벌벌 떨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세준은 긴장한 마음으로 손을 내밀어 세희의 눈앞에서 흔들어 보였다.“세희야? 정말 괜찮아?”세준의 물음에 세희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쳐다봤다.“나 완전 괜찮아! 그 나쁜 놈은 내가 너무 예뻐서 납치한 거잖아!”세준은 손을 거두었다.“그래. 자아도취에 빠진 모습을 보니 정말 괜찮아 보이네.”“자아도취?”세준은 벌떡 일어나 침대에 앉았다.“오빠, 그게 무슨 말이야?”세준은 비웃듯 혀를 찼다.“스스로 본인을 예쁘다고 얘기하는 사람은 처음 봐서 그래.”“내 미모를 질투하는 거지?”세희는 화가 나는지 작은 주먹으로 이불을 마구 때렸고, 세준은 몸을 돌렸다.“미안, 나 잠깐 토하고 올게.”“아아악! 오빠 거기 서!”세희는 침대에서 폴짝 뛰어내려 세준을 쫓아갔다.“…….”하영은 할 말을 잃었다.‘내가 괴짜들만 낳은 건가? 애들의 멘탈은 대체 누구를 닮은 거야?’두 녀석은 자신들의 방으로 돌아갔고, 세준이 갑자기 몸을 돌려 세희를 응시하며 물었다.“세희야, 지금 어떤 기분인지 나한테 솔직하게 얘기해 봐.”그 말에 세희의 눈빛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입술을 달싹이며 눈물을 뚝뚝 흘렀다.“오빠, 나 무서워…….”“그럴 줄 알았어.”세준은 한숨을 내쉬며 세희의 손을 꼭 잡고 카펫 위에 앉았다.“엄마 앞에서 괜히 강한 척할 필요는 없어.”세희는 작은 손으로 연신 눈물을 닦아냈다.“엄마가 걱정하는 건 싫어. 일하느라 고생도 많으신데 엄마한테 얘기하지 마…….”세준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세희를 안아줬다.“괜찮아, 내가 꼭 지켜줄 테니까 앞으로 아무 일도 없을 거야.”세희는 세준의 옷자락을 꼭 잡은 채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오후, 난원.부리나케 별장으로 별장으로 뛰어 들어온 현욱은 문이
문자를 보낸 뒤 확인해 보니 대화 상대가 이미 방을 나갔다는 알림만 있었고, 현욱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인나 씨가 나 차단했나 봐.”유준은 손에 든 잡지를 내려 놓으며 얘기했다.“첫 번째 일부터 해결하지 못했으니, 내 도움은 바라지도 마.”“전화 연길이 안 되니 MK로 찾으러 가는 수밖에 없겠네.”현욱이 실망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내려놓자, 유준은 그에게 경고를 날렸다.“근무 시간에 괜히 우리 직원을 방해하지 마.”“방해라니!”현욱은 유준의 말을 시정했다.“이건 내 미래를 잡으러 가는 거지! 나는 분명 하영 씨를 마음에 두고 있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너랑은 달라.”현욱은 하필이면 아픈 곳을 찔렀고, 유준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네 발로 직접 걸어 나갈래? 아니면 사람을 불러서 끌어내라고 할까?”현욱은 소파에 거의 눕다시피 기대고 입을 열었다.“난 안 가. 어차피 너도 인나 씨 찾으러 못 가게 하는데 안 갈 거야!”유준이 이마에 핏줄을 세우고 뭐라 얘기하려 할 때, 현욱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하영 씨가 다음 주에 자양산으로 간다고 하던데 알고 있었어?”현욱의 물음에 유준은 미간을 찌푸렸다.“내가 왜 알아야 하는데?”“자양산이잖아!”현욱이 몸을 일으키고 말을 이었다.“그 산길이 얼마나 험한지 몰라? 도로 공사도 거의 안 한 곳이잖아!”정유준의 미간에 짜증이 밀려왔다.“지금 나랑은 아무 사이도 아니니까, 나한테 얘기할 필요 없어!”말을 마친 유준은 위층에 있는 서재로 돌아가 노트북을 켜고, 저도 모르게 사이트에 자양산이라는 세 글자를 입력했다.사진을 확인하던 유준의 양미간이 점점 좁혀가기 시작했다.‘좁은 길에 옆에 난간도 없어? 그런데 갑자기 이런 곳엔 왜 가는 거지?’사흘 뒤.하영이 디자인 원고 수정을 마쳤을 때 캐리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여보세요.”하영은 연필은 내려놓고 부은 눈을 비비며 전화를 받았다.“G, 양자산에 있는 아이들한테 보낼 의상을 전부 제작을 마쳤는데, 언제 출발할 거야?”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