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준이 대답했다.“인나 이모요.”유준은 발걸음을 멈추었다.“우인나 씨의 목소리를 들었다고?”말이 떨어지자마자 하영의 희미한 목소리가 유준의 귀에 들려왔다.“캐리를 보러 가려고?”‘캐리...’유준은 갑자기 눈살을 찌푸렸다. 어젯밤에 본 그 슬리퍼에 바로 캐리라는 두 글자가 수놓아져 있었다.‘지금 또 캐리를 언급하다니.’인나가 말했다.“그래, 만약 만날 수 있다면 너도 캐리를 꼭 만나고 싶어 할 거 아니야?”“당연하지, 우리 사이의 아쉬움은 이미 메울 수 없잖아. 만약 캐리를 만날 수 있다면, 나도 그와 얘기를 나누고 싶어.”“좀 더 기다려 보자. 만약 세희가 또 캐리를 본다면, 그때 우리도 얼른 가서 만나러 가자.”“좋아.”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유준은 두 손을 꼭 쥐었다.‘이 남자는 도대체 누구지?’‘강하영으로 하여금 아쉬움을 느끼게 하다니??’“아빠.” 희민은 입을 열어 유준의 생각을 끊었다.“엄마도 안에 있는 것 같은데. 우리 들어가서 엄마 찾고 싶어요.”유준은 입을 벌리며 대답을 하려 했지만, 세준이 오히려 먼저 입을 열었다.“어차피 밥 먹을 거니까 엄마와 이모랑 함께 먹어도 되잖아요.”말이 끝나자 세준은 유준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직접 하영 그들이 있는 룸으로 걸어갔다.문은 살짝 열려 있었기에 세준이 문을 밀고 들어왔을 때, 인나와 하영은 모두 깜짝 놀랐다.“세준아?? 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하영은 얼른 일어섰고, 아직 세준을 향해 걸어가기도 전에 뒤에 희민과 유준이 따라들어온 것을 보았다.그녀는 발걸음을 멈추더니 눈빛은 놀라움에서 차가움으로 변했다.유준은 하영을 바라보았다.“아이들이 너와 함께 밥 먹으려고 해서. 내가 살게.”하영은 유준을 별로 상대하고 싶지 않았지만, 아들이 남아서 밥을 먹겠다고 하니 그녀는 또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는가.하영은 유준을 무시하며 두 아이에게 손을 내밀었다.“자, 엄마 옆에 앉아.”두 아이는 하영의 손을 잡았고, 싱글벙글 웃으며 하영의 양쪽에 앉았다.인나
특히 캐리를 언급할 때, 인나는 유준의 안색이 점차 팽팽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고, 그 두 눈동자에서 넘쳐흐르는 불쾌함은 더욱 선명했다.인나는 눈썹을 치켜들었다.‘아무리 둔한 사람이라도 정유준이 지금 캐리 때문에 질투하고 있다는 것을 보아낼 수 있을걸!’‘대박이네!’‘산 사람이 죽은 사람을 질투하다니!’‘하영과 아이들이 캐리가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드러내게 해선 절대 안 돼!’식사 도중 유준은 화장실에 갔고 인나는 아이들 데리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간다며 그들을 데리고 나갔다.세 사람이 냉장고 앞으로 걸어가자, 인나는 아이스크림을 파면서 물었다.“너희들은 엄마와 아빠가 재결합했으면 좋겠어?”세준과 희민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그들은 모두 인나가 다른 뜻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이모, 하고 싶은 말 있으면 그냥 하세요.”희민이 말했다.인나는 의아해하며 희민을 바라보았다.“야, 내가 다른 뜻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고?”이때 세준이 말했다.“우리가 무슨 바보도 아니고.”인나는 입가가 실룩거렸다.“넌 말을 꼭 듣기 싫게 하더라! 그래, 너희들 모두 알아차린 이상, 나도 솔직하게 말할게. 난 너희들이 아빠 앞에서 캐리가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일을 언급하지 않았으면 좋겠어.”희민은 잠시 생각했다.“아빠가 캐리 아저씨를 질투하게 만들려고요?”“이모 정말 비열하네요. 세상 떠난 캐리 아저씨까지 이용하다니.” 세준도 참지 못하고 인나를 비아냥거렸다.인나는 아이스크림을 그들에게 건네주었다.“나 지금 선행을 하고 있는 거지 이용은 무슨! 너희들 정유준의 표정을 보지 못해서 그래! 하영의 이성 친구만 얘기하면 눈에서 불이 날 것 같다니깐!”세준은 아이스크림을 한 입 먹었다.“아마 이런 방법으로 아빠를 자극하고 싶은 사람은 이모밖에 없을 거예요.”인나는 화가 나서 흥얼거렸다.“나 정말 그런 유치한 사람이 아니라고!”“아무튼 이건 이모가 생각해 낸 거 맞잖아요?” 세준이 받아치자 인나는 말문이 막혔다.그게 사실이었기에 인
그러나 이번에는 빈손으로 찾아왔다.하영은 펜을 내려놓고 일어섰다.“알았어요, 이따 내려갈게요.”아래층으로 내려간 하영은 거실로 들어서자 진석이 휴대전화를 보며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고, 앞으로 다가가서 물었다.“뭐 하러 왔어요?”진석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눈을 들더니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하영아, 저녁에 시간 있어?”하영은 생각지도 않고 즉시 거절했다.“없어요!”“일단 너무 급하게 대답하지 마.”진석이 말했다.“너 데리고 갈 데가 있거든.”하영은 반감을 느끼며 눈살을 찌푸렸다.“내가 당신과 그 어디도 가지 않을 거란 것을 뻔히 알면서도 왜 굳이 이런 말을 하려는 거죠?”“만약 나와 함께 간다면 일부 사실을 알게 될 텐데, 그래도 거절할 거야?”진석이 웃으며 물었다.하영은 의심을 하며 진석을 바라보았다.“무슨 사실인데요? 당신이 직접 말하는 게 더 낫지 않나요?”“네가 직접 가봐야 알 수 있어. 내가 말하면 의미가 없거든.”진석이 대답했다.“하지만 이건 틀림없이 네 관심을 사로잡을 수 있을 거야. 나도 이로 인해 네 요구를 하나 들어줄 수 있지. 만약 네가 나와 함께 간다면, 난 염주강을 풀어주겠어. 어때?”하영은 동공이 갑자기 움츠러들었다.“주강 오빠에게 무슨 짓을 한 거죠?!”진석은 가볍게 웃었다.“걱정하지 마. 그 사람 지금 별일 없으니까. 단지 밥을 몇 끼 먹지 않았을 뿐이야.”하영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부진석, 당신 도대체 왜 계속 이런 비겁한 짓을 하는 거죠?! 주강 오빠는 당신을 다치게 하지 않았는데, 왜 억울한 사람을 잡아간 거냐고요?”진석은 미소를 점차 거두었다.“이곳에서 술을 마시던 그날 밤, 염주강은 후에 날 그의 별장으로 불렀어. 만약 중요한 일이 있었다면 상관없겠지만 아쉽게도 염주강은 단지 핑계를 대고 나를 네 집에서 쫓아내고 싶었을 뿐이었어. 그 이유는 심지어 너와 정유준에게 공간을 남겨주기 위해서였고. 하영아, 이건 내가 화를 낼만 하지 않아?”“이까짓 일 가지고 주강
주강은 눈썹이 살짝 떨리더니 눈을 번쩍 뜨고 진석의 시선을 마주했다.그는 따가울 정도로 말라터진 입술을 움직이며 허약한 목소리로 물었다.“하영 씨를 데리고 어디로 가려는 거죠?”진석은 담담하게 주강을 바라보았다.“이건 염 대표님이 알 바가 아니에요. 내가 저녁에 하영과 함께 나가면, 그때 가서 경호원더러 당신을 내보내라고 분부할 거예요. 요 며칠 당신도 확실히 많은 고생을 했지만, 그것도 다 염 대표님이 거짓말을 잘 하지 못해서 그런 거잖아요? 이제 내가 어떻게 복수하는지도 봤겠다, 다음에는 더 이상 이런 심심한 짓거리하지 마요.”“정말 비겁하네요.” 줄곧 겸손하고 매너 있던 주강은 진석의 수단에 분노를 느끼며 야비한 말을 했다.“핑계를 찾아 당신을 떠나게 만든 사람은 나인데, 왜 하영 씨를 찾는 거죠?!”“처음부터 내가 상대하고 싶은 사람은 당신이 아니었으니까요. 오늘 밤, 난 나만의 계획이 있어요.”말이 끝나자, 진석은 몸을 숙이며 옅은 갈색의 눈동자로 조용히 주강을 바라보았다.“하마터면 깜박할 뻔했네요. 난 당신을 집으로 보내는 게 아니라 재밌는 연극에 초대하는 거예요.”주강은 진석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도대체 뭘 하려는 거죠?!”“급하긴, 오늘 밤에 다 알게 될 거예요. 일단은 기대해 봐도 좋아요. 비록 당신은 단지 방관자일 뿐이지만, 내 마음에 드는 사람은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다는 것만 꼭 기억해요.”이 말을 한 뒤, 진석은 일어나 다락방을 떠났다.주강도 자신의 몸에 묶인 밧줄에서 필사적으로 벗어나는 쓸데없는 발버둥을 치지 않았다.그는 냉정을 되찾고 마음을 가라앉히며 진석이 방금 한 말을 되풀이했다.마음속으로 하영에게 미안함을 느끼는 동시에 주강은 갑자기 진석이 떠나기 전에 한 마지막 말을 떠올렸다.‘그 남자가 좋아하는 사람은 아마도 하영 씨일 거야.’그리고 지금 하영 곁에는 그를 제외하면 오직 유준밖에 없었다.주강의 눈빛은 점차 엄숙해졌다.‘부진석은 지금 정유준에게 손을 대려 하고 있는 것 같군!’핸드폰은
하영을 자신의 다리에 올려놓은 후, 진석은 휴대전화를 꺼내 하영의 깊이 잠든 모습을 찍어 유준에게 보냈다.그는 주소를 입력하며 또 한 줄의 문자를 보냈다.[오늘 밤 12시, 당신이 오지 않으면 난 하영을 데리고 김제를 떠날 거예요.]이 문자를 받았을 때, 유준은 마침 회사 일 마치고 별장으로 돌아왔다.진석이 하영의 사진을 보낸 것을 보고 유준은 즉시 이 일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이 여자는 절대로 잠들 리가 없어. 그럼 부진석이 약을 타서 쓰러뜨린 것일지도 몰라!’유준은 가슴에서 분노가 솟구쳤다.‘부진석, 지금 죽음을 자초하고 있군!!’그는 진석에게 전화를 하려 했지만, 오히려 상대방의 전원이 꺼져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유준은 주먹을 꽉 쥐었다.‘이 사람 도대체 무엇을 원하는 거지?!’지금 유준이 가면 결코 좋은 일이 없을 것이다. 이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고 심지어 그는 목숨까지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그러나 만약 가지 않는다면, 진석은 정말 하영을 데리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유준은 음침한 눈빛으로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그는 망설일 엄두가 나지 않았고 즉시 몸을 돌려 그곳에 가서 하영을 찾으려 했다.문을 여는 순간, 뒤에서 갑자기 세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빠?”유준은 발걸음을 문득 멈추며 감정을 억지로 억제했고 잠시 한숨을 돌린 다음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았다.“무슨 일 있어?”“이렇게 늦은 시간에 나가려고요?” 세준이 우유를 들고 물었다.유준은 설명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세준이 눈살을 찌푸렸다.“눈시울은 또 왜 그렇게 빨간 거예요?”유준은 세준에게 이 일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 않으면 두 아이는 밤새 잠을 설칠 것이다.그는 숨을 깊게 들이쉬며 차분하게 말했다.“회사에 일이 좀 생겨서. 지금 가서 상황을 좀 확인해야 하거든.”“정말 별일 없는 거예요?” 세준은 의심의 눈초리로 유준을 훑어보았다.“먼저 나갈 테니까 넌 일찍 자.”말을 마친 후, 세준의 대답을 기다
“그곳의 CCTV를 한 번 돌파해 볼게. 그럼 아무것도 모른 채 조마조마하게 기다릴 필요가 없잖아.”세준이 대답했다.“응, 알겠어!”다른 한편.유준은 액셀을 세게 밟으며 심지어 빨간불도 기다리지 않고 줄곧 항구로 달려갔다.도착한 후, 유준은 차에서 눈앞의 크고 등불이 환한 유람선을 보며 눈빛이 약간 어두워졌다.승선구를 지키는 경호원을 제외하고는 사방에 그 어떤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이것은 진석이 이 유람선을 빌려 일부러 유준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게 분명했다.서늘한 강가의 바람이 불어오자, 유준의 검은 트렌치코트는 바람에 미친 듯이 흩날리기 시작했다.유준은 고개를 살짝 돌려 사방을 바라보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핸드폰을 확인하자, 몰래 그를 따라오던 경호원이 이미 도착했다는 문자를 보냈고, 유준은 그제야 승선구를 향해 걸어갔다.몇 명의 경호원 앞으로 걸어가며 그중 한 경호원이 유준을 향해 입을 열었다.“수색에 협조하셨으면 좋겠습니다.”유준의 검은 눈동자는 차가워졌지만, 매우 협조적이게 두 손을 들어 상대방더러 몸수색을 하게 했다.휴대전화 외에 다른 위험한 물건이 없자, 경호원은 유준에게 길을 비켜주었다.이때, 유람선에서.소파에 누운 하영은 갑자기 눈살을 찌푸렸다.그리고 그녀의 옆에 앉은 진석은 이를 보고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하영아?”진석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하영의 어지러운 머릿속이 갑자기 맑아졌다.그녀는 뭔가 생각난 듯 눈을 번쩍 떴다.그리고 눈에 들어온 것은 아주 낯선 환경이었고 장식품으로 보아 어느 카지노인 것 같았다.사방에는 10여 명의 경호원이 서 있었는데 인수가 너무 많아 하영은 은근히 불안해졌다.그녀는 손을 들어 머리를 받치며 미간을 찌푸리고 열심히 몸을 지탱했다.이를 본 진석은 얼른 손을 내밀어 하영을 부축하려고 했다.팔에서 따뜻한 느낌이 전해오자, 하영은 눈을 돌려 바라보았는데 진석의 손인 것을 보고 마치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재빨리 그와 거리
소리를 듣고, 하영은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리고 포악한 표정을 하고 문 앞에 나타난 남자를 바라보자, 하영은 마음이 덜컹 내려앉았다.유준의 시선은 가장 먼저 하영에게 떨어졌는데, 그녀가 무사한 것을 보고,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이것 좀 봐, 하영아.” 진석은 가볍게 웃으며 일어섰다. “이 사람 결국 이렇게 찾아왔잖아? 네 추측이 맞았어.”하영은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진석의 말을 아랑곳하지 않았고 감정이 격해진 채로 유준을 향해 소리쳤다.“정유준, 누가 당신더러 여기로 오라고 했죠?!”유준은 말을 하지 않고 성큼성큼 하영을 향해 걸어갔다.그녀 앞에 이르자, 남자는 손을 들어 하영의 손목을 잡으며 그녀를 데리고 떠나려 했다.그러나 유준이 몸을 돌려 문을 향한 순간, 주위의 경호원들은 순식간에 벌떼처럼 몰려들어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차가운 기운은 끊임없이 유준의 몸에서 넘쳐났고, 하영은 남자가 손에 점차 힘을 주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하영은 고개를 돌려 진석을 바라보았다.“도대체 뭘 하려는 거예요?!”진석은 천천히 걸음을 들어 다가왔다.“하영아, 난 단지 정유준을 초대해서 게임을 하고 싶었을 뿐이야. 긴장하지 마, 응? 넌 소파에 앉아서 지켜봐. 이 남자가 도대체 자신을 더 사랑하는지, 아니면 너를 더 사랑하는지.”이 말을 듣자, 하영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그녀는 이제야 깨달았다! 진석은 유준이 그 자신을 죽여 그녀에 대한 감정을 증명하게 하려고 했던 것이다!!이렇게 되면 진석은 그때 유준에게 손을 대지 않겠다고 승낙한 약속을 어길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이 기회를 틈타 유준을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할 수 있었다!하영은 마치 얼음물에 빠진 것처럼 온몸이 싸늘해졌다.그녀는 고개를 홱 돌리더니 유준을 쳐다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정유준, 당신 빨리 가요!!”말이 끝나자, 하영은 힘껏 자신의 손을 뽑으며 유준을 밀어냈다.“내 말 들어요, 얼른 가요!!”유준은 움직이지 않았고 차
유준은 총을 힐끗 보더니 차갑게 웃었다.“나 혼자만 이 게임에 참여하는 건 아니겠지?”“물론 아니죠.”진석이 말했다.“나도 당신과 똑같이 방아쇠를 당길 거예요. 결국 나도 하영에게 난 그녀를 위해 내 목숨까지 바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거든요.”“난 당신의 그딴 고백을 듣고 싶지 않아요!”하영이 소리쳤다.“이런 시시한 게임 좀 집어치우라고요! 정유준, 당신 이 남자의 말 듣지 마요. 날 데려가지 않기만 하면 당신은 혼자 떠날 수 있다고 했으니 빨리 가요!”유준은 얇은 입술을 오므렸다.‘부진석이 강하영을 데리고 떠나는 것을 눈 뜨고 지켜보라고? 그건 절대로 불가능해!’‘그러나 지금 강하영을 데리고 떠나려면 확실히 큰 대가를 치러야 하지.’‘부진석이 탄창을 돌렸으니 난 그 총알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전혀 몰라!’‘심지어 첫 발에 바로 명중될 가능성이 있어.’이렇게 되면 하영은 그대로 진석에게 끌려갈 것이다.‘이 내기는 충분히 독하고 또 계산까지 충분히 한 것 같군!’그러나 유준은 이 게임이 매우 공평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유준은 하영의 말을 무시했다.“만약 너도 총알을 맞지 않았다면, 게임은 어떻게 되는 거지?”“그건 당신이 상관할 필요가 없어요. 당신이 총알에 맞지 않는 한, 하영을 데려가기만 하면 되니까. 나도 당신을 막지 않을 거예요. 내가 오늘 이 게임을 하자고 하는 이유가 바로 하영에게 똑똑히 보여주고 싶거든요. 당신은 자기 자신만을 사랑하는 남자인지, 아니면 하영을 자신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인지.”유준의 잘생긴 얼굴에는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고 시선은 천천히 리볼버에 떨어졌다.‘난...’‘강하영을 위해 내 목숨을 바쳐야 할까?’‘만약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부진석은 아마 여러 가지 방법을 써 가면서 나로 하여금 더 이상 강하영을 볼 수 없게 할 거야.’‘강하영도 이로 인해 철저히 나에게 실망을 느끼겠지.’‘그러나 기억을 되찾기도 전에 이 여자를 위해 목숨을 걸라고 하다니. 난 또 어찌 지금 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