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씀드리겠지만, 그 사람은 제가 줄곧 잊을 수 없는 사람입니다.”주진우가 설명했다.“그 사람과는 참 아쉬움이 많은 사이였죠. 안정을 취하면 다시 찾아가려 했지만, 참사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노지철이 말했다.“인생은 원래 유감스러운 일로 가득한 법이지. 두 사람은 이미 다른 세상에 살고 있으니 집념을 버리는 것이 가장 좋을 거야.”“제가 내려놓을 수 있었다면 이렇게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선생님을 찾으러 오지 않았을 것입니다.”노지철은 한숨을 내쉬었다.“혼에게는 음기가 있다. 일단 음기에 닿으면 병이 나는 법이지. 그리고 그 혼이 널 보고 가지 않으려 한다면, 이 일은 번거로워질 거야.”주진우는 진지하게 대답했다.“그녀를 한 번만 보고 또 잠깐 얘기를 나눌 수 있다면, 전 그 어떤 대가를 치르는 것도 두렵지 않습니다.”“이 일은 내가 마음대로 결정을 내릴 수 없다. 난 향을 피워 이 혼이 현재 어떤 상황인지를 물어봐야 하거든. 그리고 만약 선가가 동의하지 않으면, 나도 너를 도울 수 없다.”주진우는 경건하게 대답했다.“선생님의 뜻을 따르겠습니다.”노지철은 잠시 생각해 보았다.“이건 어떤가, 일주일 후에 다시 나를 찾아와라. 요 며칠은 향을 피워 선가들에게 물어볼 좋은 날이 아니다.”“네.” 주진우는 응답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그래, 내가 배웅해 주지.”주진우는 세희를 바라보았고, 몇 초 만에 몸을 돌려 거실을 떠났다.주진우가 떠나자 세희는 고개를 들어 노지철을 바라보았다.“할아버지, 이 사람 말이에요...”노지철은 세희의 머리를 만졌다.“어디에서 본 적이 있는 건가?”“아마도요...”세희가 대답했다.“기억이 나지 않네요. 하지만 이 사람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노지철은 고개를 끄덕였다.“그의 손목에 차고 있는 그 염주는 아주 오래된 것 같구나. 불교에 아주 전념한 사람이야.”“그러면 할아버지, 그 사람을 도와주실 거예요?”“도와줬으면 좋겠
‘설마 내가 오빠 만나러 간 일을 안 거야?’여기까지 생각하자. 하영은 얼른 문을 열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거실에서 그녀는 진석 앞에 약 한 봉지와 서류 봉투가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하영은 다가가서 물었다. “뭐 하러 왔죠?”진석은 앞에 있는 서류를 열어서 하영 앞에 놓았다.“이 계약서에 사인해.”하영은 영문 모른 채 진석을 바라본 다음, 서류를 보았다.눈에 들어오는 것은 계약서의 이름이었다-- 주식 양도 계약서.하영은 그날 주강이 한 말을 떠올렸다. 진석이 자신에게 주식을 양도하겠다고.하영은 진석이 이렇게 빨리 그 일을 추진할 줄은 몰랐다.그래서 하영은 경계에 찬 눈빛으로 진석을 바라보았다.“왜 나에게 주식을 양도하려는 거죠?”진석은 담담하게 말했다.“앞으로 정유준의 물건을 될수록 일일이 너에게 돌려줄 거야.”이 말을 듣고 하영은 서류를 꽉 잡았다.“일일이 돌려줘?” 하영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당신은 유준 씨의 주식이나 돈을 나에게 돌려줄 수 있는 것 외에 또 무엇을 돌려줄 수 있죠?!”진석은 눈을 들어 평온하게 하영을 바라보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줄게. 내 목숨까지 포함해서 말이야.”“난 지난번에 당신의 목숨을 원하지 않았으니 지금도 마찬가지예요!”하영은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더러워!’‘악마의 피를 묻히는 건 정말 더럽다고!’진석은 시선을 거두고 펜을 하영 앞에 놓았다.“그럼 이 계약서에 사인해.”“MK에서 꺼질 수 있어요?” 하영은 진석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물었다.진석은 잠시 침묵했다.“내가 MK에서 물러나도 되지만, 지금은 아니야.”하영은 피식 웃었다.‘이런 사람과 말하는 것은 정말 시간 낭비야!’그러나 지금 하나라도 되찾을 수 있다면 하영은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 ‘계속 부진석의 손에 있는 것보단 낫지!’하영은 계약서를 들고 자세히 읽어보았는데, 진석이 자신이 보유한 대부분의 주식을 양도한 것을 발견했다.그가 남긴 지분은 단지 대표님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 뿐이었다.잘 확인한 후
하영의 설명을 듣고, 진석은 그녀가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결코 ‘주강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게 아니란 것을 잘 알고 있었다.더 이상 잔인하게 그녀의 곁에 있는 그 어떤 사람도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이었다.진석은 씁쓸하게 입술을 구부렸다.“좋아, 네 곁에 있는 사람을 더 이상 건드리지 않을게, 약속해.”“그럼 약속한 대로 움직였으면 좋겠네요.” 하영은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위층으로 올라갔다.“이제 또 무엇을 원하는 거야?” 진석은 하영의 뒷모습을 보고 물었다.듣자니 하영은 그저 웃기기만 했다.그녀는 발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려 물었다.“내가 무엇을 원하냐고요? 주식은 당신이 스스로 나에게 양도한 것인데, 내가 언제 원한다고 했죠? 난 당신이 감옥에 가기를 원해요, 그럼 순순히 들어갈 거예요? 다신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요, 이렇게 말하면 정말 할 수 있겠어요?!”진석은 입을 오므리고 고개를 숙이더니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영은 차갑게 웃었다.“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상 그런 웃긴 말을 하지 마요!”말이 끝나자, 하영은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었다.그러나 진석은 계속 아래층에 앉아 떠나지 않았다.오미숙은 몇 번이나 위층에 올라가 하영에게 진석이 아직 아래층에 있다고 말했지만, 하영은 상대조차 하지 않았다.이튿날 아침. 하영이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줄 때, 진석은 이미 아래층에 없었다.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회사에 도착할 때, 하영은 이 일을 인나에게 알려주었다.계약서를 본 순간, 인나는 충격을 받았다.“하영아, 너 지금 대박 난 거 아니야?!”인나는 계속해서 말했다.“너도 전에 비서를 한 적이 있으니 MK 1년의 수익이 얼마나 높은지 잘 알 거 아니야? Tyc의 몇 배야 이게! 야, 이제 회사를 왜 차려? 집에 누워서 그들이 벌어다 주는 돈을 쓰면 될 텐데! 부진석이 이렇게 선뜻 주식을 양도할 줄이야!”하영은 어이없어하며 인나를 쳐다보았다.“지금 이 얘기가 아니잖아.”“뭐가 아니야!”
“됐어,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자.” 인나는 하영의 어깨를 두드렸다.“이것도 좋은 소식인 셈이지. 참, 네 오빠가 나선 이상, 염 대표님에게 변 시장 찾을 필요 없다고 말해야 하는 거 아니야?”하영은 그제야 반응하며 급히 휴대전화를 꺼내 주강에게 문자를 보냈다.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주강이 답장했다.[무슨 일 일어났어요? 아니면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을 찾은 건가요?]하영은 잠시 생각한 다음 답장을 보냈다.[그런 셈이에요, 미안해요, 주강 오빠, 괜히 수고하게 했네요.][수고는 무슨.]일주일 후, 마을에서.세희는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주진우와 노지철이 거실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았다.세희는 거실로 들어가서 그들에게 인사를 했다.노지철은 세희를 보며 손을 흔들었다.“세희야, 이리 와.”세희는 노지철의 곁으로 다가갔다.“할아버지, 무슨 일이세요? 저 숙제 써야 하거든요.”“세희야, 이 사람을 따라 김제에 한 번 다녀오거라.”세희는 눈을 천천히 크게 떴다. “저 혼자서요??”“그래.” 노지철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 일은 너 혼자서도 할 수 있어. 내가 네 엄마한테 연락해서 네가 돌아간다는 걸 말하마.”세희는 주진우를 바라보았다.“할아버지, 두 분 무슨 얘기 나누셨어요? 제가 이 아저씨와 떠나는 걸 또 어떻게 안심하시고요?”노지철은 웃으며 대답했다.“앞으로 다 알게 될 거다. 다만 지금은 아직 때가 아니야.”세희는 주진우에게 의혹의 시선을 던졌다.‘할아버지는 내가 어딜 가도 같이 가주셨는데, 설령 내가 놀러 나간다 하더라도 할아버지는 이웃에게 나 좀 잘 지켜봐 달라고 부탁을 하셨지.’‘그런데 지금 이 아저씨더러 날 데려가라고 하다니, 너무 이상하잖아!!’주진우는 웃으며 세희를 바라보았는데, 아이의 두 눈에는 그를 향한 경계심이 넘쳤다.주진우는 입을 열어 인사했다.“세희야, 걱정하지 마. 난 너한테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야.”세희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나쁜 사람들이 어린이를 유괴할
하영은 깜짝 놀랐다.[세희야, 이 사람은 어떻게 널 찾은 거야?][날 찾은 게 아니라 할아버지를 찾은 거예요. 어떻게 찾아왔는지는 나도 모르겠어요...]세희는 노지철이 그녀더러 주진우를 따라 김제로 돌아가라고 한 것을 대충 설명했다.그러나 이 일은 하영에게 있어 너무나도 이상했다!‘S국에 있는 주진우가 어떻게 노지철 선생님을 안 거지?’‘그리고 또 무슨 일로 노지철 선생님을 찾은 거지?’‘왜 혼자 세희를 데리고 돌아온 거지?’‘주진우는 몰래 날 조사한 것일까?’하영은 은근히 주진우에게서 뜻밖의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다.그러나 그 정보가 무엇인지는 더 조사해 봐야 알 것이다.하영은 단톡방에서 세준에게 물었다.[세준아, 너 이 사람의 정보 알아낼 수 있어?][엄마, 나 아직 수업 중이에요. 알아보려면 집에 돌아가서 조사해야 해요.][그래. 세희야, 이따가 비행기 번호 엄마한테 찍어줘. 엄마가 데리러 갈게.]다른 한편, 세희는 비행기에 오른 후, 주진우의 면전에서 하영에게 비행기표를 찍어보냈다.주진우는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날 이렇게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데.”세희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었다.“그럼 제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 하나 말해줘요.”주진우는 잠시 생각해 보았다.“진연월, 진 사장을 알고 있지 않나?”세희의 작은 얼굴에는 즉시 놀라운 기색이 드러났다.“연월 이모가 아저씨 와이프예요?!”생수를 들고 있던 주진우는 멈칫했다.그는 경악한 눈빛으로 세희를 바라보았다.“왜 이렇게 말하는 거지?”주진우와 진연월이 아는 사이인 이상, 세희는 경비를 내려놓고 진지하게 대답했다.“그 이모랑 잘 어울려서요!” 세희가 말했다.“아저씨는 보기만 해도 젊으시고, 그 이모도 젊고 예쁘시잖아요.”주진우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세희야, 나 올해 이미 쉰 살이 넘었어.”“그게 뭐가 어때서요?” 세희가 대답했다.“젊은 아가씨와 사랑하는 건 죄가 아니잖아요.”주진우는 물을 한 모금 마
“내 약혼녀였어.” 주진우는 눈빛이 어두워졌다.“이런저런 이유로 나와 그녀는 강제로 갈라졌지. 그리고 작년에 난 그 사람을 만나러 가려고 했지만, 그녀가 뜻밖의 사고로 죽었단 소식을 들었어. 만약 그 사람을 일찍 찾았다면, 적어도 일찍 연락을 했다면 일이 달라질 수도 있었는데. 지금 그게 너무 후회돼.”하영은 잠시 침묵했다.“제 처지도 주 선생님과 많이 비슷하네요. 제 약혼자도 이 세상을 떠났거든요.”주진우는 그윽한 눈빛으로 하영을 쳐다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옆에 있던 세희가 입을 열었다.“아저씨, 그 약혼녀라는 분은 어디서 사고가 난 거죠?”주진우가 대답했다. “놀이공원.”“놀이공원이요?!”세희는 멈칫하더니 하영과 눈을 마주쳤다.그녀들의 머릿속에는 자기도 모르게 백지영이 떠올랐다.주진우는 단호하게 말했다.“응, 놀이공원 관람차에서.”하영은 마음이 덜컹 내려앉았다.‘관람차라고...’‘설마 지영 이모를 말하는 건가?’하영은 다급히 물었다.“그 약혼녀의 이름은 혹시... 백지영인가요?!”주진우는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한참 뒤에야 대답했다.“음.”하영과 세희는 어안이 벙벙해진 채 주진우를 바라보았다.두 사람은 주진우가 백지영과 관계가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이건 절대 우연이 아니야!’‘주 선생님은 줄곧 우리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심지어 조사까지 했어!’하영의 말투는 점차 엄숙해졌다.“주 선생님, 이건 우연이 아니죠?”“그래.”주진우는 숨길 뜻이 아예 없었다.“인정하지. 난 확실히 너희들의 신분 및 네 아이들의 능력을 조사했었어.”하영은 계속 추궁했다.“언제부터 조사하신 거죠?”“지영이 세상을 떠난 후에.” 주진우는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럼 유준 씨는요?!”“난 줄곧 그 아이의 존재를 알고 있었어.”주진우가 말했다.“지영이의 아들이니 나도 자연히 관심을 가졌지.”하영은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주 선생님은 유준 씨에 대해 더 많이 알고 계실 거야!’그러나 하영이
세희는 세준 그들을 보자마자 재빨리 뛰어갔다.그녀는 두 사람 앞으로 달려가서 그들을 와락 끌어안았다.세희는 두 사람의 목을 비비며 말했다.“엉엉, 오빠들 보고 싶었어.”희민은 웃으며 세희의 등을 두드렸다.“세희는 아직도 애교 부리기를 좋아하는구나?”세준은 웃으며 일부러 비아냥거렸다.“헤어진 지 한 달밖에 안 됐는데 벌써 우리가 그리운 거야? 너 설마 아무 말 막 하는 거 아니지?”세희는 몸이 굳어지더니 그들을 놓아주며 세준을 노려보았다.“흥, 테이프로 네 입 막아버릴 줄 알아!”“너도 참 유치해.” 세준은 가볍게 비웃었다.세희는 화가 나서 세준 앞으로 달려들더니 바로 입을 벌려 그를 깨물려 했다.희민은 얼른 앞으로 가서 싸움을 말렸다.앞의 이 떠들썩한 장면을 보면서 하영 입가의 미소는 줄곧 가시지 않았다.‘만약 유준 씨도 이 장면을 보고 있다면, 틀림없이 매우 기뻐하겠지?’11시 30분, 세희는 준비한 물건을 들고 하영과 함께 놀이공원으로 향했다.30분 후, 그녀들은 원래의 놀이공원 입구에 도착했다.안에 있던 놀이 기구는 모두 비워져 지금은 황량한 공터로 변했다.두 사람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주진우도 뒤따라 입구에 도착했다.세 사람은 만난 뒤, 경호원더러 손전등을 켜라고 하며 원래 관람차가 있던 자리로 걸어갔다.도착한 후, 주진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세희야, 이제 뭘 해야 하는 거지?”“잠깐만요, 지금 준비할게요.”세희는 대답하며 몸에 있던 가방을 벗었다.그녀는 그릇 하나와 쌀 한 봉지를 꺼냈고, 그릇에 쌀을 부은 다음 또 향과 초를 꺼냈다.불을 붙이기 전에 세희는 또 몇 장의 부적을 꺼내 하영과 주진우에게 건네주었다.“엄마, 진우 할아버지, 이 두 장의 부적을 몸에 붙여요.”하영은 영문을 몰랐다.“이건 무슨 부적이야?”“귀신을 쫓는 부적이에요.” 세희가 설명했다.“초혼하는 과정에 다른 귀신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것을 붙이면 많이 안전할 거예요.”말이 끝나자, 세희는 또 가방을 뒤지더니
그리하여 세희는 다급히 백지영의 혼을 찾기 시작했다.그러나 향을 두 번이나 태웠지만 세희는 백지영을 보지 못했고, 앞에 있는 귀신들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저기, 혹시 백지영이라는 귀신 여기에 있나요?”“백지영?” 갑자기 한 할머니가 세희를 바라보며 되물었다.세희는 볼이 움푹 들어갈 정도로 여윈 할머니를 바라보며 말했다. “맞아요, 할머니, 백지영이요.”“그 사람 나도 알아.” 할머니가 말했다. “관람차에서 떨어져 죽었지?”세희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네, 하얀 옷에 검은 긴 생머리, 그리고 엄청 예쁘게 생겼어요. 할머니, 이 귀신을 본 적이 있으신 거예요?”“그 아이는 그날 바로 저승사자에게 끌려갔는데.”할머니가 대답했다.세희는 멈칫했다.“그날 바로 끌려갔다고요?!”“그래, 우리도 왜 그렇게 빨리 저승으로 가려는 건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럴 엄두가 안 나더군. 그때 엄청 조급해하던데, 머물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는 것 같았어.”“할머니.” 세희는 다시 물었다. “저승사자랑 떠난 거 확실해요?”“그래, 내가 왜 널 속이겠어? 다 사실대로 말하는 거지.”이 말을 듣고 세희는 말없이 주진우를 바라보았다.주진우는 의혹을 느꼈다.“왜 그래?”세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여기에 있는 귀신들을 위해 가방에 남은 향과 촛불을 모두 태웠다.모든 일을 마친 후, 세희는 하영과 주진우를 끌고 차에 올라탔다.세 사람이 앉자 주진우는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세희야, 너 방금 귀신을 본 거지?”세희는 부인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네, 많은 귀신을 보았지만 유독 지영 할머니를 보지 못했어요.”주진우는 멍해졌다.“왜??”세희는 하는 수 없이 귀신 할머니가 한 말을 주진우에게 전했다.주진우는 어딘가를 한참이나 뚫어지게 바라보며 표정도 점차 슬퍼졌다.세희를 안고 있던 하영은 한동안 주진우를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히 갈라진 일은 본래 지극히 슬픈 것이었다.게다가 주진우는 이번에 겨우 백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