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 사람의 의도가 도대체 좋은지 나쁜지는 그들도 모른다.하영은 화제를 돌렸다.“오빠, 그때 오빠의 차가 한강에 추락한 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았는데. 대체 어떻게 그들의 시선을 피한 거지?”예준은 눈빛이 약간 어두워졌다.“내가 그들의 시선을 피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나를 구해줬기 때문이야.사실 난 지금까지도 그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겠어. 그는 단지 수하에게 말을 전했는데, 나더러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어. 나의 모든 종적을 대신 숨겨줄 것이고 그에게 문자만 보내기만 하면 돈도 문제가 아니라고.”“이 사람을 조사해볼 생각은 안 해봤어요?”“찾을 수가 없어.”예준이 말했다.“내가 조사를 하고 싶을 때마다, 그 사람에게서 문자가 왔거든. 주의력을 중요한 곳에 두라고.”하영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럼 지금 어디에서 지내는 건데요? 내가 찾아가도 돼요?”“아니.” 예준은 딱 잘라서 말했다.“하영아,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절대로 그 어떤 흔적도 남길 수 없어. 부진석이 눈치챌지도 몰라.”“그럼 난 어떻게 오빠가 무사한지를 알 수 있는 거죠?” 하영은 다급히 물었다.예준은 웃었다.“하영아, 전에 택배를 하나 받은 적이 있지 않니? 위에는 아무런 정보도 없었잖아?”하영은 멍해졌다.“그거 오빠가 보낸 거였어요?”“그래.” 예준이 말했다. “자세히 살펴보면 내 이름으로 된 알파벳이 있을 거야.”하영은 얼른 가방을 열어 그 열쇠를 찾아냈다.한참 동안 관찰한 후에야 그 위에 SYJ이라는 세 글자가 부각된 것을 발견했다.하영은 한동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알고 보니 오빠는 이미 나에게 자신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알려주었구나.’예준은 부드럽게 웃었고, 눈빛은 애정으로 가득 넘쳤다.“역시, 너 발견하지 못했구나... 하지만 하영아, 앞으로 난 수시로 너에게 택배를 부칠 거야. 어떤 물건이든 그 위에 틀림없이 내 이름으로 된 알파벳이 있을 거고. 그럼 내가 안전하다는 것을 의미하지.”하영은 응답했다. “응
“솔직히 말씀드리겠지만, 그 사람은 제가 줄곧 잊을 수 없는 사람입니다.”주진우가 설명했다.“그 사람과는 참 아쉬움이 많은 사이였죠. 안정을 취하면 다시 찾아가려 했지만, 참사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노지철이 말했다.“인생은 원래 유감스러운 일로 가득한 법이지. 두 사람은 이미 다른 세상에 살고 있으니 집념을 버리는 것이 가장 좋을 거야.”“제가 내려놓을 수 있었다면 이렇게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선생님을 찾으러 오지 않았을 것입니다.”노지철은 한숨을 내쉬었다.“혼에게는 음기가 있다. 일단 음기에 닿으면 병이 나는 법이지. 그리고 그 혼이 널 보고 가지 않으려 한다면, 이 일은 번거로워질 거야.”주진우는 진지하게 대답했다.“그녀를 한 번만 보고 또 잠깐 얘기를 나눌 수 있다면, 전 그 어떤 대가를 치르는 것도 두렵지 않습니다.”“이 일은 내가 마음대로 결정을 내릴 수 없다. 난 향을 피워 이 혼이 현재 어떤 상황인지를 물어봐야 하거든. 그리고 만약 선가가 동의하지 않으면, 나도 너를 도울 수 없다.”주진우는 경건하게 대답했다.“선생님의 뜻을 따르겠습니다.”노지철은 잠시 생각해 보았다.“이건 어떤가, 일주일 후에 다시 나를 찾아와라. 요 며칠은 향을 피워 선가들에게 물어볼 좋은 날이 아니다.”“네.” 주진우는 응답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그래, 내가 배웅해 주지.”주진우는 세희를 바라보았고, 몇 초 만에 몸을 돌려 거실을 떠났다.주진우가 떠나자 세희는 고개를 들어 노지철을 바라보았다.“할아버지, 이 사람 말이에요...”노지철은 세희의 머리를 만졌다.“어디에서 본 적이 있는 건가?”“아마도요...”세희가 대답했다.“기억이 나지 않네요. 하지만 이 사람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노지철은 고개를 끄덕였다.“그의 손목에 차고 있는 그 염주는 아주 오래된 것 같구나. 불교에 아주 전념한 사람이야.”“그러면 할아버지, 그 사람을 도와주실 거예요?”“도와줬으면 좋겠
‘설마 내가 오빠 만나러 간 일을 안 거야?’여기까지 생각하자. 하영은 얼른 문을 열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거실에서 그녀는 진석 앞에 약 한 봉지와 서류 봉투가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하영은 다가가서 물었다. “뭐 하러 왔죠?”진석은 앞에 있는 서류를 열어서 하영 앞에 놓았다.“이 계약서에 사인해.”하영은 영문 모른 채 진석을 바라본 다음, 서류를 보았다.눈에 들어오는 것은 계약서의 이름이었다-- 주식 양도 계약서.하영은 그날 주강이 한 말을 떠올렸다. 진석이 자신에게 주식을 양도하겠다고.하영은 진석이 이렇게 빨리 그 일을 추진할 줄은 몰랐다.그래서 하영은 경계에 찬 눈빛으로 진석을 바라보았다.“왜 나에게 주식을 양도하려는 거죠?”진석은 담담하게 말했다.“앞으로 정유준의 물건을 될수록 일일이 너에게 돌려줄 거야.”이 말을 듣고 하영은 서류를 꽉 잡았다.“일일이 돌려줘?” 하영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당신은 유준 씨의 주식이나 돈을 나에게 돌려줄 수 있는 것 외에 또 무엇을 돌려줄 수 있죠?!”진석은 눈을 들어 평온하게 하영을 바라보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줄게. 내 목숨까지 포함해서 말이야.”“난 지난번에 당신의 목숨을 원하지 않았으니 지금도 마찬가지예요!”하영은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더러워!’‘악마의 피를 묻히는 건 정말 더럽다고!’진석은 시선을 거두고 펜을 하영 앞에 놓았다.“그럼 이 계약서에 사인해.”“MK에서 꺼질 수 있어요?” 하영은 진석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물었다.진석은 잠시 침묵했다.“내가 MK에서 물러나도 되지만, 지금은 아니야.”하영은 피식 웃었다.‘이런 사람과 말하는 것은 정말 시간 낭비야!’그러나 지금 하나라도 되찾을 수 있다면 하영은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 ‘계속 부진석의 손에 있는 것보단 낫지!’하영은 계약서를 들고 자세히 읽어보았는데, 진석이 자신이 보유한 대부분의 주식을 양도한 것을 발견했다.그가 남긴 지분은 단지 대표님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 뿐이었다.잘 확인한 후
하영의 설명을 듣고, 진석은 그녀가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결코 ‘주강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게 아니란 것을 잘 알고 있었다.더 이상 잔인하게 그녀의 곁에 있는 그 어떤 사람도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이었다.진석은 씁쓸하게 입술을 구부렸다.“좋아, 네 곁에 있는 사람을 더 이상 건드리지 않을게, 약속해.”“그럼 약속한 대로 움직였으면 좋겠네요.” 하영은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위층으로 올라갔다.“이제 또 무엇을 원하는 거야?” 진석은 하영의 뒷모습을 보고 물었다.듣자니 하영은 그저 웃기기만 했다.그녀는 발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려 물었다.“내가 무엇을 원하냐고요? 주식은 당신이 스스로 나에게 양도한 것인데, 내가 언제 원한다고 했죠? 난 당신이 감옥에 가기를 원해요, 그럼 순순히 들어갈 거예요? 다신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요, 이렇게 말하면 정말 할 수 있겠어요?!”진석은 입을 오므리고 고개를 숙이더니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영은 차갑게 웃었다.“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상 그런 웃긴 말을 하지 마요!”말이 끝나자, 하영은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었다.그러나 진석은 계속 아래층에 앉아 떠나지 않았다.오미숙은 몇 번이나 위층에 올라가 하영에게 진석이 아직 아래층에 있다고 말했지만, 하영은 상대조차 하지 않았다.이튿날 아침. 하영이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줄 때, 진석은 이미 아래층에 없었다.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회사에 도착할 때, 하영은 이 일을 인나에게 알려주었다.계약서를 본 순간, 인나는 충격을 받았다.“하영아, 너 지금 대박 난 거 아니야?!”인나는 계속해서 말했다.“너도 전에 비서를 한 적이 있으니 MK 1년의 수익이 얼마나 높은지 잘 알 거 아니야? Tyc의 몇 배야 이게! 야, 이제 회사를 왜 차려? 집에 누워서 그들이 벌어다 주는 돈을 쓰면 될 텐데! 부진석이 이렇게 선뜻 주식을 양도할 줄이야!”하영은 어이없어하며 인나를 쳐다보았다.“지금 이 얘기가 아니잖아.”“뭐가 아니야!”
“됐어,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자.” 인나는 하영의 어깨를 두드렸다.“이것도 좋은 소식인 셈이지. 참, 네 오빠가 나선 이상, 염 대표님에게 변 시장 찾을 필요 없다고 말해야 하는 거 아니야?”하영은 그제야 반응하며 급히 휴대전화를 꺼내 주강에게 문자를 보냈다.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주강이 답장했다.[무슨 일 일어났어요? 아니면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을 찾은 건가요?]하영은 잠시 생각한 다음 답장을 보냈다.[그런 셈이에요, 미안해요, 주강 오빠, 괜히 수고하게 했네요.][수고는 무슨.]일주일 후, 마을에서.세희는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주진우와 노지철이 거실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았다.세희는 거실로 들어가서 그들에게 인사를 했다.노지철은 세희를 보며 손을 흔들었다.“세희야, 이리 와.”세희는 노지철의 곁으로 다가갔다.“할아버지, 무슨 일이세요? 저 숙제 써야 하거든요.”“세희야, 이 사람을 따라 김제에 한 번 다녀오거라.”세희는 눈을 천천히 크게 떴다. “저 혼자서요??”“그래.” 노지철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 일은 너 혼자서도 할 수 있어. 내가 네 엄마한테 연락해서 네가 돌아간다는 걸 말하마.”세희는 주진우를 바라보았다.“할아버지, 두 분 무슨 얘기 나누셨어요? 제가 이 아저씨와 떠나는 걸 또 어떻게 안심하시고요?”노지철은 웃으며 대답했다.“앞으로 다 알게 될 거다. 다만 지금은 아직 때가 아니야.”세희는 주진우에게 의혹의 시선을 던졌다.‘할아버지는 내가 어딜 가도 같이 가주셨는데, 설령 내가 놀러 나간다 하더라도 할아버지는 이웃에게 나 좀 잘 지켜봐 달라고 부탁을 하셨지.’‘그런데 지금 이 아저씨더러 날 데려가라고 하다니, 너무 이상하잖아!!’주진우는 웃으며 세희를 바라보았는데, 아이의 두 눈에는 그를 향한 경계심이 넘쳤다.주진우는 입을 열어 인사했다.“세희야, 걱정하지 마. 난 너한테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야.”세희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나쁜 사람들이 어린이를 유괴할
하영은 깜짝 놀랐다.[세희야, 이 사람은 어떻게 널 찾은 거야?][날 찾은 게 아니라 할아버지를 찾은 거예요. 어떻게 찾아왔는지는 나도 모르겠어요...]세희는 노지철이 그녀더러 주진우를 따라 김제로 돌아가라고 한 것을 대충 설명했다.그러나 이 일은 하영에게 있어 너무나도 이상했다!‘S국에 있는 주진우가 어떻게 노지철 선생님을 안 거지?’‘그리고 또 무슨 일로 노지철 선생님을 찾은 거지?’‘왜 혼자 세희를 데리고 돌아온 거지?’‘주진우는 몰래 날 조사한 것일까?’하영은 은근히 주진우에게서 뜻밖의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다.그러나 그 정보가 무엇인지는 더 조사해 봐야 알 것이다.하영은 단톡방에서 세준에게 물었다.[세준아, 너 이 사람의 정보 알아낼 수 있어?][엄마, 나 아직 수업 중이에요. 알아보려면 집에 돌아가서 조사해야 해요.][그래. 세희야, 이따가 비행기 번호 엄마한테 찍어줘. 엄마가 데리러 갈게.]다른 한편, 세희는 비행기에 오른 후, 주진우의 면전에서 하영에게 비행기표를 찍어보냈다.주진우는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날 이렇게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데.”세희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었다.“그럼 제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 하나 말해줘요.”주진우는 잠시 생각해 보았다.“진연월, 진 사장을 알고 있지 않나?”세희의 작은 얼굴에는 즉시 놀라운 기색이 드러났다.“연월 이모가 아저씨 와이프예요?!”생수를 들고 있던 주진우는 멈칫했다.그는 경악한 눈빛으로 세희를 바라보았다.“왜 이렇게 말하는 거지?”주진우와 진연월이 아는 사이인 이상, 세희는 경비를 내려놓고 진지하게 대답했다.“그 이모랑 잘 어울려서요!” 세희가 말했다.“아저씨는 보기만 해도 젊으시고, 그 이모도 젊고 예쁘시잖아요.”주진우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세희야, 나 올해 이미 쉰 살이 넘었어.”“그게 뭐가 어때서요?” 세희가 대답했다.“젊은 아가씨와 사랑하는 건 죄가 아니잖아요.”주진우는 물을 한 모금 마
“내 약혼녀였어.” 주진우는 눈빛이 어두워졌다.“이런저런 이유로 나와 그녀는 강제로 갈라졌지. 그리고 작년에 난 그 사람을 만나러 가려고 했지만, 그녀가 뜻밖의 사고로 죽었단 소식을 들었어. 만약 그 사람을 일찍 찾았다면, 적어도 일찍 연락을 했다면 일이 달라질 수도 있었는데. 지금 그게 너무 후회돼.”하영은 잠시 침묵했다.“제 처지도 주 선생님과 많이 비슷하네요. 제 약혼자도 이 세상을 떠났거든요.”주진우는 그윽한 눈빛으로 하영을 쳐다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옆에 있던 세희가 입을 열었다.“아저씨, 그 약혼녀라는 분은 어디서 사고가 난 거죠?”주진우가 대답했다. “놀이공원.”“놀이공원이요?!”세희는 멈칫하더니 하영과 눈을 마주쳤다.그녀들의 머릿속에는 자기도 모르게 백지영이 떠올랐다.주진우는 단호하게 말했다.“응, 놀이공원 관람차에서.”하영은 마음이 덜컹 내려앉았다.‘관람차라고...’‘설마 지영 이모를 말하는 건가?’하영은 다급히 물었다.“그 약혼녀의 이름은 혹시... 백지영인가요?!”주진우는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한참 뒤에야 대답했다.“음.”하영과 세희는 어안이 벙벙해진 채 주진우를 바라보았다.두 사람은 주진우가 백지영과 관계가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이건 절대 우연이 아니야!’‘주 선생님은 줄곧 우리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심지어 조사까지 했어!’하영의 말투는 점차 엄숙해졌다.“주 선생님, 이건 우연이 아니죠?”“그래.”주진우는 숨길 뜻이 아예 없었다.“인정하지. 난 확실히 너희들의 신분 및 네 아이들의 능력을 조사했었어.”하영은 계속 추궁했다.“언제부터 조사하신 거죠?”“지영이 세상을 떠난 후에.” 주진우는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럼 유준 씨는요?!”“난 줄곧 그 아이의 존재를 알고 있었어.”주진우가 말했다.“지영이의 아들이니 나도 자연히 관심을 가졌지.”하영은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주 선생님은 유준 씨에 대해 더 많이 알고 계실 거야!’그러나 하영이
세희는 세준 그들을 보자마자 재빨리 뛰어갔다.그녀는 두 사람 앞으로 달려가서 그들을 와락 끌어안았다.세희는 두 사람의 목을 비비며 말했다.“엉엉, 오빠들 보고 싶었어.”희민은 웃으며 세희의 등을 두드렸다.“세희는 아직도 애교 부리기를 좋아하는구나?”세준은 웃으며 일부러 비아냥거렸다.“헤어진 지 한 달밖에 안 됐는데 벌써 우리가 그리운 거야? 너 설마 아무 말 막 하는 거 아니지?”세희는 몸이 굳어지더니 그들을 놓아주며 세준을 노려보았다.“흥, 테이프로 네 입 막아버릴 줄 알아!”“너도 참 유치해.” 세준은 가볍게 비웃었다.세희는 화가 나서 세준 앞으로 달려들더니 바로 입을 벌려 그를 깨물려 했다.희민은 얼른 앞으로 가서 싸움을 말렸다.앞의 이 떠들썩한 장면을 보면서 하영 입가의 미소는 줄곧 가시지 않았다.‘만약 유준 씨도 이 장면을 보고 있다면, 틀림없이 매우 기뻐하겠지?’11시 30분, 세희는 준비한 물건을 들고 하영과 함께 놀이공원으로 향했다.30분 후, 그녀들은 원래의 놀이공원 입구에 도착했다.안에 있던 놀이 기구는 모두 비워져 지금은 황량한 공터로 변했다.두 사람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주진우도 뒤따라 입구에 도착했다.세 사람은 만난 뒤, 경호원더러 손전등을 켜라고 하며 원래 관람차가 있던 자리로 걸어갔다.도착한 후, 주진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세희야, 이제 뭘 해야 하는 거지?”“잠깐만요, 지금 준비할게요.”세희는 대답하며 몸에 있던 가방을 벗었다.그녀는 그릇 하나와 쌀 한 봉지를 꺼냈고, 그릇에 쌀을 부은 다음 또 향과 초를 꺼냈다.불을 붙이기 전에 세희는 또 몇 장의 부적을 꺼내 하영과 주진우에게 건네주었다.“엄마, 진우 할아버지, 이 두 장의 부적을 몸에 붙여요.”하영은 영문을 몰랐다.“이건 무슨 부적이야?”“귀신을 쫓는 부적이에요.” 세희가 설명했다.“초혼하는 과정에 다른 귀신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것을 붙이면 많이 안전할 거예요.”말이 끝나자, 세희는 또 가방을 뒤지더니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