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하여 세희는 다급히 백지영의 혼을 찾기 시작했다.그러나 향을 두 번이나 태웠지만 세희는 백지영을 보지 못했고, 앞에 있는 귀신들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저기, 혹시 백지영이라는 귀신 여기에 있나요?”“백지영?” 갑자기 한 할머니가 세희를 바라보며 되물었다.세희는 볼이 움푹 들어갈 정도로 여윈 할머니를 바라보며 말했다. “맞아요, 할머니, 백지영이요.”“그 사람 나도 알아.” 할머니가 말했다. “관람차에서 떨어져 죽었지?”세희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네, 하얀 옷에 검은 긴 생머리, 그리고 엄청 예쁘게 생겼어요. 할머니, 이 귀신을 본 적이 있으신 거예요?”“그 아이는 그날 바로 저승사자에게 끌려갔는데.”할머니가 대답했다.세희는 멈칫했다.“그날 바로 끌려갔다고요?!”“그래, 우리도 왜 그렇게 빨리 저승으로 가려는 건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럴 엄두가 안 나더군. 그때 엄청 조급해하던데, 머물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는 것 같았어.”“할머니.” 세희는 다시 물었다. “저승사자랑 떠난 거 확실해요?”“그래, 내가 왜 널 속이겠어? 다 사실대로 말하는 거지.”이 말을 듣고 세희는 말없이 주진우를 바라보았다.주진우는 의혹을 느꼈다.“왜 그래?”세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여기에 있는 귀신들을 위해 가방에 남은 향과 촛불을 모두 태웠다.모든 일을 마친 후, 세희는 하영과 주진우를 끌고 차에 올라탔다.세 사람이 앉자 주진우는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세희야, 너 방금 귀신을 본 거지?”세희는 부인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네, 많은 귀신을 보았지만 유독 지영 할머니를 보지 못했어요.”주진우는 멍해졌다.“왜??”세희는 하는 수 없이 귀신 할머니가 한 말을 주진우에게 전했다.주진우는 어딘가를 한참이나 뚫어지게 바라보며 표정도 점차 슬퍼졌다.세희를 안고 있던 하영은 한동안 주진우를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히 갈라진 일은 본래 지극히 슬픈 것이었다.게다가 주진우는 이번에 겨우 백지영
세희는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그럴 리가 없잖아요! 사탕이 얼마나 많은데, 어떻게 이렇게 쉽게 떨어지겠어요!”“그럼, 너도 생각을 한 번 바꿔봐. 만약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주 선생에게 사람을 찾을 수 없다고 말한다면, 주 선생이 믿을 거 같아?”노지철의 말을 듣고 세희는 그제야 깨달았다.주진우는 이런 것들을 볼 수 없기 때문에 그를 데리고 모든 절차를 경험해 봐야 그는 이 사실을 철저히 믿을 수 있었다.세희는 노지철에게 사과했다.“할아버지, 죄송해요. 제가 너무 경솔했네요.”“괜찮다.”노지철이 말했다.“앞으로 넌 계속 이런 일들에 부닥칠 거야. 한 번 겪어본 이상, 다음에는 쉽게 해결할 수 있지.”노지철과 잠깐 얘기를 나눈 후에야 세희는 전화를 끊었다.하영은 그녀를 데리고 씻은 후, 두 사람은 함께 침대에 누웠다.하영은 세희의 말랑말랑한 작은 몸을 안으며 그녀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세희야, 이번에는 집에 며칠 머물 수 있는 거야?”“모르겠어요, 엄마.” 세희는 하영의 품에 안겨 얼굴을 비볐다.“할아버지가 전화로 재촉하시지 않으면 난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그럼 못 써.”하영이 거절했다.“며칠 더 머물고 싶다면 할아버지께 분명히 말씀드려. 그렇지 않으면 할아버지도 줄곧 널 기다리실 거야. 할아버지가 너에게 얼마나 잘해 주는데, 우리도 당연히 할아버지를 존중해야 하지.”세희는 잠시 생각했다.“알았어요, 엄마, 내일 아침에 할아버지께 전화해서 상의해 볼게요.”하영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엄마도 이제 엄청 바쁠 거라서 계속 너와 함께 놀아줄 수 없을 것 같아.”“왜요?!” 세희는 고개를 번쩍 들더니 하영을 바라보며 물었다.“연중 총결산을 해야 하거든. 그리고 새 분기의 의상 디자인 원고도 그려야 하고. 엄마는 바빠서 몸을 뺄 수가 없을 거야.”세희는 입술을 삐죽거리더니 눈을 살짝 감았다.“아빠가 있었다면, 엄마도 이렇게 바쁘지 않을 텐데...”하영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세희야, 엄마와 아빠는
“네.”진연월이 설명했다.“이번에 축제에 참가하러 오신 분들은 모두 전 세계에서 유명한 상업계 거물들이잖아요. 대부분 얼굴을 내밀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셔서요.”“네, 알겠어요. 가면 준비할게요.” 하영이 대답했다.“그럼 강 사장님 방해하지 않을게요. 1일에 봬요.”“네, 그때 봬요.”전화를 끊자 인나가 물었다.“방금 네가 가면을 말하던데, 어떻게 된 일이야? 가면무도회가 된 거야?”하영은 고개를 저었다.“아니, 여전히 축제야...” 하영은 진연월이 한 말을 인나에게 전했다.“이렇게 신비롭다니...”하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치대로 말하면, 이렇게 성대한 축제에서 많은 사람들은 이 기회를 타서 상대방과 협력하려 할 것이다.그러나 가면을 쓴다면 상대방이 누구인지 전혀 알아볼 수 없을 것이다.‘그렇다면 이 상업 축제의 의미는 또 무엇일까?’하영은 잠시 생각하다 의문을 뒤로했다.‘요 며칠 예복부터 골라서 미리 준비하자.’9월 30일, 퇴근하고 집에 돌아온 하영은 아이들과 밥을 먹으려고 했지만 휴대전화가 울렸다.하영은 휴대전화를 꺼내 확인했는데, 주강의 전화인 것을 보고 얼른 받았다.“주강 오빠.” 하영이 인사했다.주강은 전화로 물었다.“예복은 골랐어요?”하영은 주방을 힐끗 바라보았다.“마침 저녁 먹고 난 다음 나가서 고르려던 참이었어요.”“그럼 이렇게 해요, 내가 의상팀 사람들 시켜 하영 씨 집으로 예복을 보내라고 할게요. 하영 씨는 그냥 집에서 골라요. 마침 헤어스타일도 정할 수 있잖아요.”주강의 안배를 들으며 하영도 거절하기 어려웠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이렇게 신경 써 줘서 고마워요.”“고맙긴요.”주강이 말했다.“내가 8시 전에 도착하라고 할게요.”“좋아요.”전화를 끊은 후에야 하영은 세희가 줄곧 자신의 곁에 서서 고개를 들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웃으며 물었다.“세희야, 왜 엄마를 그렇게 쳐다보는 거야?”“엄마, 그 염주강 아
세희는 입을 삐죽 내밀더니 두 눈을 드리웠다.“아니... 난 단지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네가 받아들일 수 없다면, 그건 엄마를 난처하게 하는 거야!” 세준은 인정사정없이 세희를 훈계했다.세희는 세준의 훈계에 말을 잇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히며 어느새 눈물을 흘렸다.하영은 마음이 아파서 얼른 입을 열었다.“자, 세희야, 엄마는 다른 아저씨와 함께 하지 않을 테니까 울지 마.”“엄마!” 세준은 눈살을 찌푸렸다.“세희 편 너무 들어주지 마요, 그러다 습관 돼요! 앞으로 좋은 사람을 만난다면, 엄마는 세희 때문에 자신의 미래조차 고려해 보지 않을 건가요?”하영은 어쩔 수 없이 말했다.“세준아, 이 일은...”“엄마, 세준의 말이 맞아요.”하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희민의 목소리가 멀지 않은 곳에서 울렸다.하영은 고개를 들어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희민을 바라보며 의문을 느꼈다.희민은 휴지를 가져와 세희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세희야, 우리가 크면 매일 엄마와 함께 있을 수가 없잖아. 넌 너의 이기심 때문에 엄마 혼자 이렇게 텅 빈 집에서 살았으면 좋겠어? 아프면 돌봐줄 사람이 없고 또 말동무해줄 사람도 없길 바라는 거야? 이런 미래가 보고 싶은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울먹였다.“싫어... 그럼 엄만 너무 외롭잖아.”“그래.”희민이 계속 말했다.“염주강 아저씨가 만약 엄마에게 고백한다면, 엄마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 모두 그 아저씨와 접촉해 봤는데, 꽤 괜찮은 사람이니까요.”하영은 어쩔 수 없이 다시 한번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나 아직 다른 사람과 결혼할 생각 없어...”“엄마, 마음을 열고 다른 남자를 한 번 받아들여 봐요.”세준이 입을 열었다.희민도 잇달아 말했다.“우리를 생각할 필요도, 아빠를 고려할 필요도 없어요. 엄마, 앞으로 엄마의 인생은 아직 길잖아요.”하영은 그들을 설득할 수 없어서 화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그 뭐지... 먼저 밥부터 먹자, 음식 다 식겠다.”세준과 희민 두
“아가씨, 낙담하지 마세요. 앞으로 정 대표님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스타일리스트가 위로했다.하영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그랬으면 좋겠군.”스타일리스트는 잠시 침묵했다.“아가씨, 그래도 여전히 앞을 바라보셔야죠. 정 대표님은 지금 비록 아가씨의 곁에 안 계시지만, 아가씨는 염 대표님과 정말 잘 어울리시거든요.”하영은 가볍게 눈썹을 찌푸렸다.그러나 스타일리스트는 하영의 표정을 눈치채지 못했다.그녀는 계속했다.“MK의 직원들도 모두 염 대표님을 엄청 좋아하거든요. 돈 있지 성격 좋지, 누구를 대해도 상냥하지.아마 얼마 지나지 않아 염 대표님은 전 김제 여자들의 이상형이 될 거예요.”하영은 이 화제에 흥미가 없어 얼버무리며 말했다.“아, 그래?”“네!” 스타일리스트는 재빨리 대답했다.“아가씨, 이런 남자가 지금 아가씨 앞에 있는데, 설레지 않아요?”스타일리스트가 이 말을 할 때, 침실 문 앞에 갑자기 한 사람이 나타났다.그가 문 손잡이에 손을 얹는 순간 하영의 대답이 들려왔다.“염 대표님은 확실히 좋은 사람이지만, 우리 두 사람은 어울리지 않아.”“왜요??”“난 아직 그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에 우리는 아무런 가능성도 없어.”“하지만 아가씨, 인생은 무척 길잖아요.”하영은 웃으며 말했다.“내가 너무 일편단심해서 그래.”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침실 밖에 서 있던 남자는 말없이 손을 거두었다.남자는 하영이 줄곧 유준을 내려놓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이후의 생활에도 전혀 생각이 없을 줄은 몰랐다.심지어 자신에 대해 아무런 감정도 없다니.주강은 눈을 드리우며 잠시 하영의 말을 소화한 후에야 문을 두드렸다.소리를 듣고 하영이 대답했다.“들어와. 문 안 닫았어.”주강은 문을 밀고 들어갔고, 그가 양복 차림으로 나타나는 것을 보자, 하영은 자신도 모르게 멍해졌다.스타일리스트는 주강을 보자마자 두 눈에서 빛나기 시작했다.그녀는 감격에 겨워 인사를 했다.“염 대표님, 안녕하세요!”주강은 담담하게
진석은 핸들을 꽉 잡으며 액셀러레이터를 밟고 그들 두 사람을 따라갔다.한강 호텔까지 따라간 진석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끊임없이 호텔을 향해 달려오는 고급차들을 바라보았다.‘오늘 저녁에 이곳에서 무슨 연회를 거행하는 건가?’진석은 아무런 소식도 받지 못했다.시선을 돌리자, 진석은 하영과 주강 두 사람이 함께 차에서 내려 호텔로 걸어가는 것을 보았다.진석은 안전벨트를 풀고 호텔로 들어갈 준비를 했다.그러나 옆에서 갑자기 한 벨보이가 걸어왔다.“선생님, 선생님의 차 번호는 연회 참가 등록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어서 떠나주세요.”진석은 눈썹을 찡그리며 물었다.‘오늘 밤 여기서 무슨 연회가 열리는 거지?”벨보이가 말했다.“죄송합니다만, 저희는 외부에 누설할 권리가 없습니다.”진석은 의혹을 느꼈지만 더 이상 묻지 않았다.차에 탄 후에야 그는 핸드폰을 꺼내 부하들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저녁 한강 호텔에서 거행한 연회가 도대체 어떤 연회인지 조사하게 했다.다른 한편, 하영과 주강이 홀에 들어간 후, 그 속에는 이미 적지 않은 손님들이 도착했다.두 사람은 조금 구석진 자리를 찾아 앉았고 웨이터에게서 주스 두 잔을 가져온 다음 천천히 마셨다.주강이 말했다.“며칠 전에 진 사장님에게 물어봤는데, 오늘 저녁은 단순한 연회일 뿐만 아니라 경매까지 있어요.”“경매요?” 하영은 영문을 몰랐다.“무슨 경매죠?”“거의 접할 수 없는 물건들인데, 그 가격은 매우 높고요. 만약 하영 씨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내가 찍어서 선물로 줄게요.”하영은 얼른 손을 흔들었다.“그럴 필요 없어요, 주강 오빠. 난 이런 물건에 아무런 흥미도 없거든요.”주강은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시간은 20분이 지났고, 손님들도 이미 모두 도착했다.하영은 자세히 한 바퀴 둘러보았는데, 이번 축제에 참가한 사람은 겨우 20여 명밖에 되지 않았다.시선을 거두자 하영은 갑자기 진연월이 검은색 타이트한 이브닝 드레스를 입고 연회장 입구에서 나타나는 것을
웨이터는 가장 먼저 마이크를 진연월에게 건네주었다.진연월은 받으면서 앞에 있는 손님들을 향해 붉은 입술을 구부렸다.“한강 호텔에서 열리는 상업 축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말이 끝나자, 사방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진연월은 우아하게 사람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오늘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이제 여러분에게 저희의 대표님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바로 지금 제 곁에 계신 유 선생님이죠.”말이 끝나자, 진연월의 시선은 담담하게 이미 눈시울이 붉어진 하영을 쓸었다.그리고 그녀는 마이크를 옆에 있는 남자에게 건네주었다.남자는 마이크를 받고 앞에 있는 손님들을 바라보았다.“대접에 소홀히 한 점이 있다면 많은 양해 부탁드립니다.”남자의 간단한 말 한마디에 무대 아래에 있던 하영은 더 이상 가만히 앉을 수 없었다.남자가 내려가고 연회가 시작되는 순간, 하영은 직접 군중으로 뛰어들어 남자를 향해 달려갔다.그리고 남자 앞으로 달려간 순간, 경호원들은 직접 그녀를 가로막았다.하영은 다급하게 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입을 열기도 전에 진연월이 말했다.“강 사장님을 난처하게 하지 마.”이 말을 듣자, 경호원들은 길을 비켰다.진연월이 앞으로 나아갔다.“만약 우리 대표님을 찾아 볼일이 있다면 다른 장소에 가서 얘기하시죠.”하영은 고개를 연신 끄덕였지만, 시선은 오히려 줄곧 낯선 사람을 보는 듯한 유준에게 떨어졌다.진연월이 하영을 데리고 연회장을 나서는 모습이 주강의 시선에 떨어졌다.그는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오므리며 마음속으로 이미 사실을 깨달았다.시선을 거두자, 주강은 주스를 들고 가볍게 마셨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차분한 표정을 지었다.진연월은 하영을 데리고 다른 방으로 갔다.몇 사람이 소파에 앉은 후, 하영은 유준에게 말을 걸고 싶었다.그러나 진연월이 먼저 입을 열었다.“강 사장님, 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 일단 차 한 모금 마시고나서 이야기하시죠.”“안 마실래요.” 하영은 진연월의 말을 끊으며 눈빛이 차가
하영은 감정을 억제하며 물었다.“유준 씨인 걸 알면서도 왜 처음부터 나한테 말하지 않았죠? 유준 씨와 나의 관계를 뻔히 알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니.”진연월이 대답했다.“이건 우리 보스에게 물어봐야 해요. 나도 단지 보스의 명령에 복종했을 뿐이니까요.”“보스요?” 하영은 영문을 몰랐다.“보스는 또 누구죠?”“보스가 명령을 내리지 않으셨기에 나도 강 사장님에게 알려줄 수 없네요. 미안해요.”하영은 가슴이 답답해서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진연월과 그녀 배후에 있는 그 사람이 사실을 숨겼다는 일에 대해 하영은 자신의 분노를 전혀 발산할 곳이 없었다.결국 그들이 유준을 구했을 수도 있으니까.만약 그렇다면, 하영은 또 무슨 자격으로 그들이 자신을 속였다고 책망할 자격이 있겠는가?“그래서 내가 이번 축제에 참가하는 것을 동의한 것도 바로 내가 유준 씨를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인가요?”“맞아요.”진연월은 솔직하게 말했다.“난 보스의 의견을 따르거든요.”“당신들이 이렇게 하는 것도 분명히 그 목적이 있을 텐데.”하영이 물었다.“목적은 대체 뭐죠?”“아주 간단해요. 무슨 방법을 쓰든 대표님을 도와 기억을 회복하는 거예요. 그러나 그 전제는 대표님의 신분을 말해서는 안 된다는 거죠. 그리고 대표님이 만약 강 사장님이 다가가는 걸 거부한다면 그것도 우리와 아무 상관이 없어요. 사람은 이미 당신 앞으로 데려왔으니 어떻게 할지는 강 사장님에게 달렸어요.”“이렇게 된 이상 차라리 나와 유준 씨의 관계를 알려주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이렇게 하면 더 빨리 기억을 회복할 수 있으니까.”“사실을 말하면 쓸모가 있을 것 같아요? 당신들의 관계를 직접 증명할 수 있는 그 어떤 증거도 없으니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죠.”하영은 한동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결국 진연월의 말에 일리가 있었기 때문이다.설사 두 사람 사이에 아이가 있다 하더라도, 유준처럼 생각이 치밀한 사람은 그것이 가짜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유준 씨의 연락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