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요!” 인나는 눈물을 글썽였다.“당신은 항상 자신밖에 몰랐죠! 지금 하영이 충격을 받아 기절했으니까 기분이 아주 좋겠네요?! 당신들은 대체 왜 하영을 이렇게 모질게 대하는 거죠?! 그냥 선의의 거짓말을 할 수도 있잖아요?! 하영은 행여나 정유준에 관한 그 어떤 소식이라도 놓칠까 봐 매일 핸드폰을 보며 기사를 확인했어요. 지금 당신들은 오히려 하영의 모든 기대와 기다림을 산산조각 내버렸네요!!”기범이 입을 열었다.“인나 씨, 진정 좀 해요. 이제 우리는 유준의 시체를 데려와야 한다고요. 그리고 이 일은 하영 씨밖에 할 수 없으니 우리가 계속 말하지 않으면 유준의 시체는 줄곧 그 외진 병원에 버려져 있을 거예요.”현욱도 따라서 말했다.“그러니까 그날 인나 씨가 본 사람은 확실히 유준이 아니었어요.”인나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배현욱, 내가 진실이 뭔지 알려줄게요! 난 내 두 눈으로 본 것밖에 믿지 않아요! 그때의 그 사람이 만약 일부러 정유준의 얼굴로 변장하지 않았다면, 난 잘못 보지 않았어요!”기범과 현욱은 서로를 마주 보았다.그들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증거가 앞에서 인나가 이렇게 견지하는 이상, 그들은 또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하영이 깨어났을 때, 시간은 벌써 저녁이 되었다.인나는 하영이 눈을 뜬 것을 보고 얼른 앞으로 다가갔다.“하영아, 목마르지 않니? 어디 불편한 데 없어?”하영의 눈동자는 무척 어두컴컴했는데, 마치 인나가 한 어떤 말도 귀에 들어가지 않는 것 같았다.하영의 이런 모습을 본 인나는 마음이 유난히 아팠다.“하영아, 희망을 포기하지 마. 아직 정유준의 시체를 보지 못했잖아. 그럼 그 사람이 정유준이 아닐 수도 있어, 안 그래?”하영은 여전히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천장을 주시했다.인나는 눈물을 흘렸다.“하영아, 이러지 마... 이러면 나 정말 무섭단 말이야...”하영이 입을 열지 않자, 인나는 다른 방법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병실 밖에 있는 현욱에게 문자를 보냈다.[아
“누가 너더러 네 아버지에게 우리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것을 말하라 했지?!” 세준은 노호했다.수지는 세준의 태도에 깜짝 놀랐다.“세준아, 나, 나도 단지 우리 아빠한테 좀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을 뿐이야...”“우리 집안일에 끼어들지 마!!” 세준은 분노를 금치 못했다.“너와는 아무 상관 없는 일이니까!!”희민은 얼른 세준을 붙잡았다.“세준아, 수지에게 화내지 마.”인나도 황급히 말렸다.“세준아, 수지는 아무것도 모르잖아. 단지 우릴 도와주고 싶을 뿐이니 너도 너무 그러지 마.”세준은 이를 악물었다.“염수지, 너 잘 들어. 네가 우리 집에 있는 건 아무 문제도 없지만! 만약 네가 우리 집안일을 모두 네 아버지한테 털어 놓고 또 나한테 들킨다면 난 바로 널 쫓아낼 거야!!”수지는 눈시울을 붉히며 얼른 사과했다.“미안해... 미안해.”세준은 눈물을 세게 닦았다.“그리고! 우리 아빠는 죽지 않았어! 그 누구도 우리 아빠가 죽었다고 말하지 마!”인나는 세준의 말에 코끝이 찡해지더니 따라서 괴로움을 느꼈다.‘세준이는 비록 겉으로 보기엔 정유준을 싫어하는 것 같지만, 마음속으로는 줄곧 정유준을 그리워하고 있었구나...’새벽 한 시.진석은 이 소식을 듣고 얼른 병원으로 달려갔다.현욱과 기범은 이미 돌아갔고, 이때 오직 경호원만 병실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진석이 문을 밀고 들어가자, 하영은 여전히 침대에 누워 꼼짝도 하지 않았다.그는 묵묵히 하영 곁으로 가서 앉았고,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하영아, 이건 몇 달 전에 이미 결정 난 일이니 아무리 슬퍼도 아이들을 위해 생각해야지.”말을 마친 후. 진석은 조용히 앉아 기다렸지만 하영은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할 수 없는 공포감을 느꼈다.진석은 하영이 지금 당장이라도 일어나서 자신을 때리고 욕할지언정 여자가 이렇게 가만히 누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하영아, 슬프거나 화가 나면 얘기해 봐. 네가 무슨 말을 해도 난 반박하
[엄마, 나와 희민은 줄곧 엄마 곁에 있을 거예요. 그리고 세희도 있잖아요. 엄마, 우리를 위해서라도 힘내세요!][우린 엄마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을게요!]이 문자를 보며 인나는 눈가가 촉촉해졌고 얼른 하영에게 전했다.하영은 눈동자를 움직였지만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기나긴 10여 시간 후, 날이 거의 밝아졌고 그들은 마침내 A국에 도착했다.기범의 아버지는 차와 사람을 대기시켜 그들을 마중하며 길을 안내해 주었다.또 세 시간의 여정을 거쳐서야 하영 그들은 유준이 있는 그 작은 병원에 도착했다.차에서 내린 후, 기범과 현욱은 들어가서 상황을 물었고, 인나는 하영과 함께 옆에 서서 기다렸다.인나는 하영이 여전히 무뚝뚝해 보이지만 몸을 약간 떨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인나는 하영의 팔을 가볍게 어루만지며 그녀를 따뜻하게 해줄 수밖에 없었다.곧 기범과 현욱이 돌아왔다.기범은 하영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유준의 시신은 지하실에 있는 영안실에 있어요. 지금 가요.”인나는 하영을 가볍게 부축하며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1층에 도착했다.그들의 눈앞에는 영어로 쓰인 영안실 표시가 있었고, 음산한 기운이 그들의 몸을 단단히 감싸고 있었다.인기척을 들었는지 안에서 한 노인이 걸어 나왔다.그는 앞으로 다가와서 입을 열었다.“방금 전화받았는데, 가족의 시신을 찾으러 왔다고 했나? 날 따라오게.”노인을 따라 한 방앞까지 걸어가자, 그는 문을 열었다.그들을 데리고 들어간 후, 노인은 줄지어 늘어선 시체 냉동고 중 하나를 열었다.그 냉동고가 열리는 순간, 하영의 숨결은 가빠지기 시작했다.인나는 얼른 그녀를 안았다.“하영아, 우리 모두 네 곁에 있잖아. 너무 흥분하지 마...”하영은 두 손을 꼭 쥐고 있었고, 시선은 점점 밀려나오는 그 시신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노인이 뒤로 물러서자, 하영 그들은 그제야 흰 천으로 반쯤 뒤덮인 시신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그 얼굴은 원래의 모습조차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되었다.밖으로
인나는 사진을 보낸 뒤, 한마디 덧붙였다.[희민아, 이게 바로 그 시신의 사진인데, 원래의 모습을 전혀 알아볼 수가 없어!]몇 분 후, 희민이 답장을 보냈다.[이모, 이 시체, 우리 아빠 아닌 것 같아요!]희민은 자신의 생각을 인나에게 말했고, 그가 말한 것은 인나가 생각한 것과 거의 똑같았다!이 시신은 단지 사람들의 눈을 속이기 위해서일 뿐, 유준이 아니었다.인나는 또 자신의 위치를 희민에게 보냈다.[희민아, 이 병원의 주소 보내줄게. 어떻게 조사할 방법은 없을까?][한번 해 볼게요. 하지만 가장 빠르고 편리한 방법은 DNA를 구하는 거죠.]인나는 머리를 돌려 영안실을 바라보았다.‘DNA를 구하는 것도 안 되는 건 아니지.’‘하지만 난 그 시체를 가까이 하지 못하겠어.’특히 그 시체가 유준이 아니라는 것을 느낀 후, 인나는 더욱 공포를 느꼈다.‘그러나 DNA를 가져가도 이게 정유준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까?’‘그 사람들이 이 지경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조사하는 것을 조금도 걱정하지 않는단 얘기잖아?’인나는 또 자신의 생각을 희민에게 말했다.희민은 잠시 생각에 잠긴 뒤, 문자를 보냈다.[맞는 것 같아요. 그럼 이 방법은 통하지 않을 것 같네요.][그럼 난 병원이 DNA를 검사할 때부터 조사할 수밖에 없어요.][참, 이모, 그곳에 있는 사람에게 물어볼 수 있나요? 이 시체가 언제 들어왔는지.]인나는 문 쪽으로 걸어오는 노인을 바라보았다.그녀는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노인이 자신의 곁으로 다가올 때,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안녕하세요, 이 시체는 언제 들어온 거죠?”노인은 영안실을 바라보았다.“무슨 문제가 있는 건가?”“아니요, 그냥 물어보고 싶어서요. 저희는 이 사람을 정말 오랫동안 찾았거든요.”인나는 말하면서 슬픈 척했고 코를 훌쩍였다.“어, 아마도 3개월 전일 거야. 구체적인 시간은 서류를 찾아봐야 해.”인나가 물었다.“그럼 지금 확인해 주실 수 있나요?”노인은 잠시 곰곰이 생각했다
인나는 참지 못하고 앞으로 다가가서 하영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하영아, 그만 닦아!”하영은 인나를 아랑곳하지 않고 손을 바꾸어 계속 닦았다.“하영아! 이렇게 하면 뭐가 달라지는데?!”인나는 급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이러다 너 쓰러질지도 몰라, 기절할 거라고!”하영은 못 들은 듯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인나는 하영의 손에 든 휴지를 억지로 빼앗더니 바닥에 세게 던졌다.“하영아, 더 이상 자신의 몸을 짓밟지 마!”인나는 분개하여 말했다.“지금 자신의 몸을 돌보고 싶지 않은 거야? 그래, 그럼 아이들은?! 이제 아이들까지 버릴 작정이야?! 희민 그들은 겨우 여섯 살이라고! 그들은 아직 네가 필요해! 아버지를 잃은 일로 그들은 이미 충분히 고통스러운데, 이제 그들로 하여금 어머니까지 잃게 하고 싶은 거야?!”하영은 인나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다시 휴지를 꺼내 계속 묘비를 닦으려 했다.인나는 홧김에 하영의 손에 있는 휴지를 멀리 던져버렸다.하영은 잠시 멍해졌다.시선을 접은 후, 그녀는 천천히 일어섰다.그리고 묘비 위에 있는 유준의 사진을 보면서 하영은 천천히 입술을 구부렸다.‘유준 씨는 그 어두운 곳에서 오랫동안 혼자 있었지.’‘그러니 난 또 어떻게 유준 씨 혼자 저승으로 가게 할 수 있겠어?’‘유준 씨...’‘나 좀 기다려줄래요?’‘내가 찾아갈게요...’하영이 웃는 것을 본 인나는 오히려 등골이 오싹해졌다.‘하영은 이번 고비를 넘길 수 없을 것 같아.’인나는 조심스럽게 하영의 차가운 손을 잡았다.“하영아, 이제 그만 가자.”하영은 말을 하지 않고 인나를 따라 묘지를 떠났다.인나 그들은 하영을 아크로빌로 데려다준 뒤, 아이들과 오미숙은 하영을 별장 안으로 데려갔다.인나는 여전히 불안해서 오미숙에게 당부했다.“아주머니, 꼭 하영을 잘 지켜보고 있어야 해요. 바보 같은 짓이라도 할까 걱정이네요.”오미숙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안심하세요.”위층, 침실에서.세준과 희민, 그리고 수지는 하영과 함께 소파에 앉았다.
그 후 며칠, 하영의 상태는 예전과 다름이 없었다.심지어 얼굴의 미소도 전보다 훨씬 많아졌다.유일하게 이상한 점은 바로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훨씬 많아진 것인데, 하영은 하루도 회사에 가지 않았던 것이다.게다가 누가 찾아오든 하영은 상대방과 정상적인 대화를 할 수 있었다.심지어 진석이 찾아와도 하영은 크게 흥분하지 않았다.이날 밤, 인나는 아크로빌에서 나오자마자 진석을 만났다.그가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인나는 발걸음을 멈추더니 차갑게 남자를 바라보았다.“부진석 씨, 오랜만이에요.”진석은 눈을 들어 인나를 바라보았다.“그러네요.”인나는 진석을 쳐다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당신의 배신은 확실히 나로 하여금 증오를 느끼게 했지만, 지금은 그런 당신에게 한 가지 부탁하고 싶네요.”“말해봐요.” 진석은 조용히 말했다.인나는 은근히 한숨을 쉬며 별장을 쳐다보았다.“최근 하영의 상태는 아주 이상해요. 만약 하영을 신경 쓰고 있다면 아마 알아차렸을 거예요. 난 하영 대신 회사일을 처리해야 하기에 하영을 돌볼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을 거예요. 그래서 당신이 여기에 배치한 경호원들이 하영을 잘 좀 지켜봤으면 좋겠어요. 난 하영이 바보 같은 짓이라도 할까 봐 걱정이네요.”진석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음, 그들에게 지시를 내릴게요.”“그리고.” 인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될수록 하영 앞에 나타나지 마요! 하영은 지금 아무 말 하지 않아도 당신을 볼 때마다 정유준이 비참하게 죽은 모습을 떠올리겠죠!”“그것만은 안 돼요.”진석이 거절했다.인나는 미간을 찌푸렸다.“앞으로도 계속 하영에게 상처를 줄 작정인가요?!”“현실을 도피해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하영의 상처를 치료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도 되지 않겠죠.”“그래서 지금 계속 하영이 당신을 마주하도록 강요하고 또 강제로 그 고통을 삼키게 하려는 거예요?!”인나는 믿을 수가 없었다.“맞아요!” 진석은 솔직하게 대답했다.“고통이 앞에 놓여 있을 때, 그것을 적응하고 받아들
그러나 그 결과, 하영의 휴대전화는 여전히 별장에 있었고 하영은 핸드폰을 들고 나가지 않았다.희민이 말했다.“세준아, 엄마의 다른 핸드폰도 알아봐!”세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수색하기 시작했지만 아쉽게도 그 핸드폰 역시 별장에 있었다.“어떡하지?!” 세준은 초조함에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쳤다.“엄마를 찾을 수가 없어!!”희민이 그를 달랬다.“세준아, 진정해. 분명히 추적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을 거야!”아이들의 대화를 듣고, 옆에 서 있던 인나는 갑자기 무언가를 떠올렸다.“그래!” 인나가 말했다.“하영에게 정유준이 쓰던 핸드폰이 있을 거야! 그 번호를 찾아보면 추적해낼 수 있을지도 몰라.”세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위치를 찾기 시작했다.이번에 나타난 위치는 더 이상 아크로빌이 아니라 난원이었다.세준이 외쳤다.“엄마 지금 난원에 있어요!!”이 말을 들은 인나는 즉시 가방을 들었다.“너희들은 얌전히 집에 있어! 위치가 움직이기만 하면 바로 알려주고! 난 지금 바로 갈게!”이와 동시 난원에서.하영은 문을 열고 별장으로 들어갔다.그녀는 불을 켰고, 안의 유준이 생활한 흔적이 짙은 먼지로 덮여 있는 것을 보고 가슴이 쑤셨다.이곳은 하영과 유준이 시작된 곳이었고, 이제 곧 그들을 완전히 끝내는 곳으로 될 것이다.하영은 주방에 가서 과일 칼을 찾은 다음, 위층 침실로 걸어갔다.멀진 않았지만, 하영은 유난히 천천히 걸었다.그리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하영의 머릿속에는 유준과의 과거가 스쳐 지나갔다.억울하고 쓰라린 기억, 부끄럽고 화가 나는 기억, 고통스러운 기억, 기쁜 기억, 행복한 기억 모두 눈에 선했다.눈물은 하영의 뺨을 타고 흘러내리더니 소리 없이 땅에 떨어졌다.‘유준 씨...’‘저승길에서 나 기다려요...’‘내가 찾으러 갈게요...’침실 앞으로 걸어간 하영이 손을 문 손잡이에 올려 놓자마자, 아래층에서 여러 대의 차 소리가 들려왔다.하영은 눈살을 찌푸리며 옥상으로 통하는 계단을 바라보았고, 결심을
“허...” 하영은 낮은 소리로 웃었다.“당신을 죽이면 그들은 다시 되살아나는 거예요? 난 당신의 피가 나 자신을 더럽힐까 봐 두렵네요. 그리고... 나도 당신의 더러운 피가 묻은 채 유준 씨를 찾아가고 싶지 않아요!!”“그래, 그럼 넌 가만히 있어. 내가 직접 손쓸게. 네가 살 수만 있다면 네가 시키는 대로 다 할게!”“필요 없어요.” 하영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난 유준 씨 혼자서 그 끝없는 어둠 속을 서성이게 할 수 없어요.”말을 마치자 하영은 눈을 떴고, 두 눈은 아무런 빛이 없었다.“부진석 씨... 만약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신 당신을 만나고 싶지 않아요. 만약 당신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난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로운 이 1분 1초를 겪지 않았을 거예요... 우리 다신 만나지 마요...”하영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더니 힘을 풀며 몸을 뒤로 젖혔다.그러나 이 순간, 인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하영아!! 세희의 눈앞에서 죽고 싶지 않으면 더 이상 움직이지 마!!”하영은 갑자기 멈칫했다.인나는 휴대전화를 들고 하영 앞으로 달려가더니 영상통화 중인 세희를 보여주었다.세희는 눈물투성이로 된 얼굴로 하영을 불렀다.“엄마, 자신을 다치게 하지 마세요. 자살은 더더욱 안 돼요. 자살한 사람들은 환생할 수 없어요. 심지어 매일 자신이 자살할 때의 장면을 끊임없이 연출하며 영원히 고통 속에서 배회할 거예요. 엄마, 아빠는 엄마의 이런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을 거예요... 세희가 이렇게 부탁할게요, 엄마, 제발 나와 오빠들을 버리지 마요...”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우는 세희를 보자, 가까스로 결정을 내린 하영은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자살한 사람은 환생할 수 없구나...’‘그럼 내가 뛰어내려도 유준 씨를 만날 수 없다는 얘기네...’하영이 멍 때리는 것을 본 인나는 즉시 앞으로 달려가 하영의 손목을 잡더니 바로 그녀를 가장자리에서 끌어내렸다.땅에 떨어진 순간, 진석은 급히 다가가서 하영을 일으켜 세웠다.“하영아...”진석은 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