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나는 참지 못하고 앞으로 다가가서 하영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하영아, 그만 닦아!”하영은 인나를 아랑곳하지 않고 손을 바꾸어 계속 닦았다.“하영아! 이렇게 하면 뭐가 달라지는데?!”인나는 급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이러다 너 쓰러질지도 몰라, 기절할 거라고!”하영은 못 들은 듯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인나는 하영의 손에 든 휴지를 억지로 빼앗더니 바닥에 세게 던졌다.“하영아, 더 이상 자신의 몸을 짓밟지 마!”인나는 분개하여 말했다.“지금 자신의 몸을 돌보고 싶지 않은 거야? 그래, 그럼 아이들은?! 이제 아이들까지 버릴 작정이야?! 희민 그들은 겨우 여섯 살이라고! 그들은 아직 네가 필요해! 아버지를 잃은 일로 그들은 이미 충분히 고통스러운데, 이제 그들로 하여금 어머니까지 잃게 하고 싶은 거야?!”하영은 인나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다시 휴지를 꺼내 계속 묘비를 닦으려 했다.인나는 홧김에 하영의 손에 있는 휴지를 멀리 던져버렸다.하영은 잠시 멍해졌다.시선을 접은 후, 그녀는 천천히 일어섰다.그리고 묘비 위에 있는 유준의 사진을 보면서 하영은 천천히 입술을 구부렸다.‘유준 씨는 그 어두운 곳에서 오랫동안 혼자 있었지.’‘그러니 난 또 어떻게 유준 씨 혼자 저승으로 가게 할 수 있겠어?’‘유준 씨...’‘나 좀 기다려줄래요?’‘내가 찾아갈게요...’하영이 웃는 것을 본 인나는 오히려 등골이 오싹해졌다.‘하영은 이번 고비를 넘길 수 없을 것 같아.’인나는 조심스럽게 하영의 차가운 손을 잡았다.“하영아, 이제 그만 가자.”하영은 말을 하지 않고 인나를 따라 묘지를 떠났다.인나 그들은 하영을 아크로빌로 데려다준 뒤, 아이들과 오미숙은 하영을 별장 안으로 데려갔다.인나는 여전히 불안해서 오미숙에게 당부했다.“아주머니, 꼭 하영을 잘 지켜보고 있어야 해요. 바보 같은 짓이라도 할까 걱정이네요.”오미숙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안심하세요.”위층, 침실에서.세준과 희민, 그리고 수지는 하영과 함께 소파에 앉았다.
그 후 며칠, 하영의 상태는 예전과 다름이 없었다.심지어 얼굴의 미소도 전보다 훨씬 많아졌다.유일하게 이상한 점은 바로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훨씬 많아진 것인데, 하영은 하루도 회사에 가지 않았던 것이다.게다가 누가 찾아오든 하영은 상대방과 정상적인 대화를 할 수 있었다.심지어 진석이 찾아와도 하영은 크게 흥분하지 않았다.이날 밤, 인나는 아크로빌에서 나오자마자 진석을 만났다.그가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인나는 발걸음을 멈추더니 차갑게 남자를 바라보았다.“부진석 씨, 오랜만이에요.”진석은 눈을 들어 인나를 바라보았다.“그러네요.”인나는 진석을 쳐다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당신의 배신은 확실히 나로 하여금 증오를 느끼게 했지만, 지금은 그런 당신에게 한 가지 부탁하고 싶네요.”“말해봐요.” 진석은 조용히 말했다.인나는 은근히 한숨을 쉬며 별장을 쳐다보았다.“최근 하영의 상태는 아주 이상해요. 만약 하영을 신경 쓰고 있다면 아마 알아차렸을 거예요. 난 하영 대신 회사일을 처리해야 하기에 하영을 돌볼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을 거예요. 그래서 당신이 여기에 배치한 경호원들이 하영을 잘 좀 지켜봤으면 좋겠어요. 난 하영이 바보 같은 짓이라도 할까 봐 걱정이네요.”진석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음, 그들에게 지시를 내릴게요.”“그리고.” 인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될수록 하영 앞에 나타나지 마요! 하영은 지금 아무 말 하지 않아도 당신을 볼 때마다 정유준이 비참하게 죽은 모습을 떠올리겠죠!”“그것만은 안 돼요.”진석이 거절했다.인나는 미간을 찌푸렸다.“앞으로도 계속 하영에게 상처를 줄 작정인가요?!”“현실을 도피해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하영의 상처를 치료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도 되지 않겠죠.”“그래서 지금 계속 하영이 당신을 마주하도록 강요하고 또 강제로 그 고통을 삼키게 하려는 거예요?!”인나는 믿을 수가 없었다.“맞아요!” 진석은 솔직하게 대답했다.“고통이 앞에 놓여 있을 때, 그것을 적응하고 받아들
그러나 그 결과, 하영의 휴대전화는 여전히 별장에 있었고 하영은 핸드폰을 들고 나가지 않았다.희민이 말했다.“세준아, 엄마의 다른 핸드폰도 알아봐!”세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수색하기 시작했지만 아쉽게도 그 핸드폰 역시 별장에 있었다.“어떡하지?!” 세준은 초조함에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쳤다.“엄마를 찾을 수가 없어!!”희민이 그를 달랬다.“세준아, 진정해. 분명히 추적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을 거야!”아이들의 대화를 듣고, 옆에 서 있던 인나는 갑자기 무언가를 떠올렸다.“그래!” 인나가 말했다.“하영에게 정유준이 쓰던 핸드폰이 있을 거야! 그 번호를 찾아보면 추적해낼 수 있을지도 몰라.”세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위치를 찾기 시작했다.이번에 나타난 위치는 더 이상 아크로빌이 아니라 난원이었다.세준이 외쳤다.“엄마 지금 난원에 있어요!!”이 말을 들은 인나는 즉시 가방을 들었다.“너희들은 얌전히 집에 있어! 위치가 움직이기만 하면 바로 알려주고! 난 지금 바로 갈게!”이와 동시 난원에서.하영은 문을 열고 별장으로 들어갔다.그녀는 불을 켰고, 안의 유준이 생활한 흔적이 짙은 먼지로 덮여 있는 것을 보고 가슴이 쑤셨다.이곳은 하영과 유준이 시작된 곳이었고, 이제 곧 그들을 완전히 끝내는 곳으로 될 것이다.하영은 주방에 가서 과일 칼을 찾은 다음, 위층 침실로 걸어갔다.멀진 않았지만, 하영은 유난히 천천히 걸었다.그리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하영의 머릿속에는 유준과의 과거가 스쳐 지나갔다.억울하고 쓰라린 기억, 부끄럽고 화가 나는 기억, 고통스러운 기억, 기쁜 기억, 행복한 기억 모두 눈에 선했다.눈물은 하영의 뺨을 타고 흘러내리더니 소리 없이 땅에 떨어졌다.‘유준 씨...’‘저승길에서 나 기다려요...’‘내가 찾으러 갈게요...’침실 앞으로 걸어간 하영이 손을 문 손잡이에 올려 놓자마자, 아래층에서 여러 대의 차 소리가 들려왔다.하영은 눈살을 찌푸리며 옥상으로 통하는 계단을 바라보았고, 결심을
“허...” 하영은 낮은 소리로 웃었다.“당신을 죽이면 그들은 다시 되살아나는 거예요? 난 당신의 피가 나 자신을 더럽힐까 봐 두렵네요. 그리고... 나도 당신의 더러운 피가 묻은 채 유준 씨를 찾아가고 싶지 않아요!!”“그래, 그럼 넌 가만히 있어. 내가 직접 손쓸게. 네가 살 수만 있다면 네가 시키는 대로 다 할게!”“필요 없어요.” 하영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난 유준 씨 혼자서 그 끝없는 어둠 속을 서성이게 할 수 없어요.”말을 마치자 하영은 눈을 떴고, 두 눈은 아무런 빛이 없었다.“부진석 씨... 만약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신 당신을 만나고 싶지 않아요. 만약 당신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난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로운 이 1분 1초를 겪지 않았을 거예요... 우리 다신 만나지 마요...”하영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더니 힘을 풀며 몸을 뒤로 젖혔다.그러나 이 순간, 인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하영아!! 세희의 눈앞에서 죽고 싶지 않으면 더 이상 움직이지 마!!”하영은 갑자기 멈칫했다.인나는 휴대전화를 들고 하영 앞으로 달려가더니 영상통화 중인 세희를 보여주었다.세희는 눈물투성이로 된 얼굴로 하영을 불렀다.“엄마, 자신을 다치게 하지 마세요. 자살은 더더욱 안 돼요. 자살한 사람들은 환생할 수 없어요. 심지어 매일 자신이 자살할 때의 장면을 끊임없이 연출하며 영원히 고통 속에서 배회할 거예요. 엄마, 아빠는 엄마의 이런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을 거예요... 세희가 이렇게 부탁할게요, 엄마, 제발 나와 오빠들을 버리지 마요...”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우는 세희를 보자, 가까스로 결정을 내린 하영은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자살한 사람은 환생할 수 없구나...’‘그럼 내가 뛰어내려도 유준 씨를 만날 수 없다는 얘기네...’하영이 멍 때리는 것을 본 인나는 즉시 앞으로 달려가 하영의 손목을 잡더니 바로 그녀를 가장자리에서 끌어내렸다.땅에 떨어진 순간, 진석은 급히 다가가서 하영을 일으켜 세웠다.“하영아...”진석은 두
“우리 어머니는 매일 이런 고통에 시달리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병으로 세상을 떠나셨어. 그 전에, 우리 어머니도 너처럼 수없이 자살을 하려 했지만, 난 제때에 나서서 제지했어.”말을 하다 말고 진석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어머니만 있으면 난 아무리 힘들어도 꿋꿋이 살아갈 수 있었어. 그러나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난 진정한 지옥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어. 부모님을 잃었기 때문에, 난 남들의 비웃음을 당했고 매일 얻어맞았어!”“매일 날 모욕하는 것은 점차 그들의 습관이 되었고, 10년이란 시간 동안 난 줄곧 이런 고통 속에서 살았어. 그러던 어느 날, 난 반항했고, 미친 듯이 상대방을 때리며 그를 식물인간으로 만들었어. 그리고 난 상대방의 부모님에 의해 강제로 소년원에 보내져 2년이란 시간을 보냈지.”“밖으로 나온 후, 난 바로 증오로 가득 찬 그곳을 떠났어. 동시에 나도 사실을 하나 깨달았어. 나약한 사람은 영원히 괴롭힘을 당할 뿐이란 것을. 내가 하루라도 강해지지 않으면, 영원히 개미처럼 남에게 짓밟힐 거야.”“그리고 내가 겪은 이 모든 것은 전부 나와 어머니를 버린 정창만이 가져다준 것이지! 난 속으로 맹세했어. 그 남자를 찾아 그에게 모든 것을 잃은 느낌을 안겨다 주겠다고.”“그러던 어느 날, 난 뉴스에서 그 남자를 보았고 김제까지 찾아왔어. 그들이 궁궐과 같은 곳에서 지내는 것을 보며, 난 심지어 그들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어! 하지만 난 꾹 참았고, 원래의 이름인 정형욱 대신 부진석으로 개명을 했어. 그때부터 복수의 계획도 완전히 시작된 셈이야.”진석의 처참한 과거에 대해 하영은 듣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진석은 그녀의 곁에 앉아 있었고, 그의 모든 말은 한 글자도 빠짐없이 그녀의 귀에 들어갔다.하영은 즉시 일어나더니 차갑게 진석을 바라보았다.“이렇게 말하면 내가 당신을 동정할 수 있을 것 같아요?!”진석은 고개를 저었다.“난 그 누구의 동정도 받을 생각한 적이 없어. 특히 너에게서 말이야. 이 모든 것을 알려준 것
“난 절대로 네 말 듣지 않을 거야.”인나가 입술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그냥 내가 의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돼. 아무튼 난 너에게 달라붙을 테니까 당분간 내 사무실에 가지 않을 거야!”“그래, 그럼 같이 일하자. 하지만 점심에 나 오픈타운에 다녀올 거야.”인나는 멍하니 하영을 바라보았다.“세준이가 열쇠를 만들어낸 거야?”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오늘 점심에 난 꼭 그 지하실에 도대체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 확인할 거야.”“그래, 네가 자신을 다치게 하지 않는 한, 무엇을 해도 난 응원이야.”하영은 눈을 드리우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점심, 하영은 회사에서 나오자마자 오픈타운으로 달려갔다.하보연은 진석이 요 며칠 출장을 가서 별장에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에 하영은 안심하고 이곳에 올 수 있었다.별장에 들어갔을 때, 마침 경호원이 교대할 시간이었다.하영은 가장 먼저 세준더러 감시 카메라를 해킹하라고 한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지하실에 도착하자, 하영은 그 열쇠를 꺼내 구멍에 꽂았다.두 번 돌리자, 자물쇠에서 ‘철커덕'하는 소리가 들렸다.하영의 심장도 따라서 심하게 떨렸다.그녀는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는데, 짙은 비린내에 구역질이 나올 뻔했다.하영은 입을 막고 메스꺼움을 참으며 어두컴컴한 지하실로 천천히 들어갔다.문을 닫은 후, 하영은 벽에 붙은 채 서 있었고, 휴대전화를 꺼내 플래시를 켜려고 할 때, 갑자기 귓가에 ‘솨악’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순간, 하영은 소름이 쫙 끼쳤다.‘이 소리는... 뱀 같은데?!’하영은 재빨리 플래시를 켰다.그러나 밝아진 지하실에는 하영이 평생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 있었다.크기가 다른 수많은 뱀들이 크고 둥근 구덩이와 비슷한 곳에 빽빽이 얽혀 있었다.그리고 뱀의 가운데에는 아주 뚜렷한 사람 뼈다귀가 몇 개 있었다!!하영은 놀라서 다리에 힘이 풀리더니 곧바로 바닥에 주저앉았다.비명조차 목에 걸려 하영은 소리도 내지 못했다.그리고 뱀들 사이로
시원의 눈에는 감정이라곤 없었다.“아가씨, 저도 두 번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아요. 만약 부 대표님께서 이 일을 아신다면, 아가씨는 이 뱀 더미 속에 버려질 텐데, 그 결과를 감당하실 수 있겠어요? 사진을 삭제하시면 전 여기서 아가씨를 못 본 걸로 하겠어요.”하영은 미간에 노기를 띠었다.“허 비서, 내가 사람을 잘못 봤군요! 당신이 남의 등이나 갉아먹는 놈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는데!”시원은 손목시계를 바라보았다.“아가씨, 4분 뒤에 경호원들이 돌아올 거예요.”하영은 이를 악물고 휴대전화를 꺼내 시원의 면전에서 사진을 삭제했다.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지하실을 나갔다.시원은 하영이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천천히 눈을 드리웠다.‘죄송해요, 아가씨.’시원은 지하실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위층에서, 하영은 억지로 30분이나 머물렀다.하보연이 식사하겠냐고 묻자, 하영은 바로 거절했다.지금 하영의 머릿속에는 그 수량을 헤아릴 수 없는 뱀과 인골 이외, 전혀 다른 것을 담을 수가 없었다.오픈타운을 떠난 후, 하영은 가장 먼저 회사로 돌아왔다.하영이 돌아온 것을 보고, 사무실에서 패스트푸드를 먹고 있던 인나는 깜짝 놀랐다.그녀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물었다.“하영아, 너 안색이 왜 그래? 왜 이렇게 빨리 돌아왔어? 들킨 거야?!”하영은 멍하니 의자에 앉아 한참 동안 자신을 진정시킨 후에야 인나에게 자신이 본 그 장면을 말했다.인나는 이 말을 듣고 참지 못하고 몸을 떨었다.“왜, 왜 이렇게 많은 뱀을 지하실에 두었을까?! 그리고 허 비서는 왜 또 지하실에 찾아간 거지?!”하영은 고개를 저었다.“나도 모르겠어. 하지만 인나야, 난 그 인골이 앨리의 것이라고 생각해.”“그건 너무 뻔하잖아?!”인나는 흥분해하며 분석했다.“틀림없이 앨리일 거야! 전에 나한테 말한 거 기억나? 부진석이 너한테 앨리의 연락처조차 주지 않았다며! 그저 앨리를 해고했다고만 말하면서!”하영은 두 팔을 껴안으며 자신도 모르게 팔을 비볐다.“부진석이 사람을 죽이는 수단
‘그렇다면 예전의 내 추측도 전부 맞았던 거야!’‘앨리가 그날 밤 부상을 입고 돌아온 이유가 바로 정창만을 죽였기 때문이야!’“세준아, 이 영상 꼭 잘 저장해둬. 내가 증거를 좀 더 얻으면 그 사람을 감옥에 보낼 거야!”“알았어요, 엄마.”인나는 영문을 몰랐다.“세준이 뭐라고 했어?”하영은 세준이 말한 일을 인나에게 알렸다.인나는 듣고 나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러나 곧 그녀는 진정을 되찾았다.“그건 정상이지. 정창만을 그렇게 미워했으니 당연히 죽이고 싶었겠지. 만약 부진석이 이런 일을 하지 않았다면, 불쌍하긴 해. 10년 동안 그런 굴욕을 당하면서 살았다면, 죽고 싶지 않은 사람이 또 있을까? 하지만 부진석은 그런 상황에서도 꿋꿋이 버텨가며 지금까지 왔잖아.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난 그 사람이 대단하다고 생각해.”“맞아.” 하영은 말을 이어받았다.“그러나 부진석은 잘못된 길에 들어서서 자신의 손에 피를 가득 묻혔지.”인나는 감탄했다.“만약 부진석이 이러는 사람인 걸 좀 더 일찍 알았다면, 우린 그를 설득할 수 있었을까?”“모르겠어.”하영은 책상 위의 컵을 돌리며 잠시 침묵했다.“우린 그 남자가 아니잖아.”이튿날, 오픈타운에서.하보연은 엘리베이터를 청소할 때, 시원이 하얗게 질린 안색으로 안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그의 몸에서 이따금 비린내가 났지만 옷은 여전히 깨끗했다.하보연은 놀란 눈빛으로 시원을 쳐다보았다.“허 비서, 지금 방금 지하실에서 나오신 거예요??”“네, 선생님이 물건을 좀 지켜보라고 하셔서요.”말이 끝나자, 시원은 빠른 걸음으로 별장을 떠났다.하보연은 물끄러미 시원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하룻밤 내내 지켜볼 물건이 어딨다고?’‘심지어 몸에서 수상한 비린내까지 나는데?’하보연은 대걸레를 들고 화장실에 들어가 하영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아가씨, 허 비서가 좀 이상해요. 어제 점심에 지하실에 들어갔다가 이제야 나왔거든요.]하보연의 문자를 본 하영은 눈살을 찌푸렸다.‘이제 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