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절대로 네 말 듣지 않을 거야.”인나가 입술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그냥 내가 의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돼. 아무튼 난 너에게 달라붙을 테니까 당분간 내 사무실에 가지 않을 거야!”“그래, 그럼 같이 일하자. 하지만 점심에 나 오픈타운에 다녀올 거야.”인나는 멍하니 하영을 바라보았다.“세준이가 열쇠를 만들어낸 거야?”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오늘 점심에 난 꼭 그 지하실에 도대체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 확인할 거야.”“그래, 네가 자신을 다치게 하지 않는 한, 무엇을 해도 난 응원이야.”하영은 눈을 드리우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점심, 하영은 회사에서 나오자마자 오픈타운으로 달려갔다.하보연은 진석이 요 며칠 출장을 가서 별장에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에 하영은 안심하고 이곳에 올 수 있었다.별장에 들어갔을 때, 마침 경호원이 교대할 시간이었다.하영은 가장 먼저 세준더러 감시 카메라를 해킹하라고 한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지하실에 도착하자, 하영은 그 열쇠를 꺼내 구멍에 꽂았다.두 번 돌리자, 자물쇠에서 ‘철커덕'하는 소리가 들렸다.하영의 심장도 따라서 심하게 떨렸다.그녀는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는데, 짙은 비린내에 구역질이 나올 뻔했다.하영은 입을 막고 메스꺼움을 참으며 어두컴컴한 지하실로 천천히 들어갔다.문을 닫은 후, 하영은 벽에 붙은 채 서 있었고, 휴대전화를 꺼내 플래시를 켜려고 할 때, 갑자기 귓가에 ‘솨악’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순간, 하영은 소름이 쫙 끼쳤다.‘이 소리는... 뱀 같은데?!’하영은 재빨리 플래시를 켰다.그러나 밝아진 지하실에는 하영이 평생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 있었다.크기가 다른 수많은 뱀들이 크고 둥근 구덩이와 비슷한 곳에 빽빽이 얽혀 있었다.그리고 뱀의 가운데에는 아주 뚜렷한 사람 뼈다귀가 몇 개 있었다!!하영은 놀라서 다리에 힘이 풀리더니 곧바로 바닥에 주저앉았다.비명조차 목에 걸려 하영은 소리도 내지 못했다.그리고 뱀들 사이로
시원의 눈에는 감정이라곤 없었다.“아가씨, 저도 두 번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아요. 만약 부 대표님께서 이 일을 아신다면, 아가씨는 이 뱀 더미 속에 버려질 텐데, 그 결과를 감당하실 수 있겠어요? 사진을 삭제하시면 전 여기서 아가씨를 못 본 걸로 하겠어요.”하영은 미간에 노기를 띠었다.“허 비서, 내가 사람을 잘못 봤군요! 당신이 남의 등이나 갉아먹는 놈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는데!”시원은 손목시계를 바라보았다.“아가씨, 4분 뒤에 경호원들이 돌아올 거예요.”하영은 이를 악물고 휴대전화를 꺼내 시원의 면전에서 사진을 삭제했다.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지하실을 나갔다.시원은 하영이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천천히 눈을 드리웠다.‘죄송해요, 아가씨.’시원은 지하실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위층에서, 하영은 억지로 30분이나 머물렀다.하보연이 식사하겠냐고 묻자, 하영은 바로 거절했다.지금 하영의 머릿속에는 그 수량을 헤아릴 수 없는 뱀과 인골 이외, 전혀 다른 것을 담을 수가 없었다.오픈타운을 떠난 후, 하영은 가장 먼저 회사로 돌아왔다.하영이 돌아온 것을 보고, 사무실에서 패스트푸드를 먹고 있던 인나는 깜짝 놀랐다.그녀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물었다.“하영아, 너 안색이 왜 그래? 왜 이렇게 빨리 돌아왔어? 들킨 거야?!”하영은 멍하니 의자에 앉아 한참 동안 자신을 진정시킨 후에야 인나에게 자신이 본 그 장면을 말했다.인나는 이 말을 듣고 참지 못하고 몸을 떨었다.“왜, 왜 이렇게 많은 뱀을 지하실에 두었을까?! 그리고 허 비서는 왜 또 지하실에 찾아간 거지?!”하영은 고개를 저었다.“나도 모르겠어. 하지만 인나야, 난 그 인골이 앨리의 것이라고 생각해.”“그건 너무 뻔하잖아?!”인나는 흥분해하며 분석했다.“틀림없이 앨리일 거야! 전에 나한테 말한 거 기억나? 부진석이 너한테 앨리의 연락처조차 주지 않았다며! 그저 앨리를 해고했다고만 말하면서!”하영은 두 팔을 껴안으며 자신도 모르게 팔을 비볐다.“부진석이 사람을 죽이는 수단
‘그렇다면 예전의 내 추측도 전부 맞았던 거야!’‘앨리가 그날 밤 부상을 입고 돌아온 이유가 바로 정창만을 죽였기 때문이야!’“세준아, 이 영상 꼭 잘 저장해둬. 내가 증거를 좀 더 얻으면 그 사람을 감옥에 보낼 거야!”“알았어요, 엄마.”인나는 영문을 몰랐다.“세준이 뭐라고 했어?”하영은 세준이 말한 일을 인나에게 알렸다.인나는 듣고 나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러나 곧 그녀는 진정을 되찾았다.“그건 정상이지. 정창만을 그렇게 미워했으니 당연히 죽이고 싶었겠지. 만약 부진석이 이런 일을 하지 않았다면, 불쌍하긴 해. 10년 동안 그런 굴욕을 당하면서 살았다면, 죽고 싶지 않은 사람이 또 있을까? 하지만 부진석은 그런 상황에서도 꿋꿋이 버텨가며 지금까지 왔잖아.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난 그 사람이 대단하다고 생각해.”“맞아.” 하영은 말을 이어받았다.“그러나 부진석은 잘못된 길에 들어서서 자신의 손에 피를 가득 묻혔지.”인나는 감탄했다.“만약 부진석이 이러는 사람인 걸 좀 더 일찍 알았다면, 우린 그를 설득할 수 있었을까?”“모르겠어.”하영은 책상 위의 컵을 돌리며 잠시 침묵했다.“우린 그 남자가 아니잖아.”이튿날, 오픈타운에서.하보연은 엘리베이터를 청소할 때, 시원이 하얗게 질린 안색으로 안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그의 몸에서 이따금 비린내가 났지만 옷은 여전히 깨끗했다.하보연은 놀란 눈빛으로 시원을 쳐다보았다.“허 비서, 지금 방금 지하실에서 나오신 거예요??”“네, 선생님이 물건을 좀 지켜보라고 하셔서요.”말이 끝나자, 시원은 빠른 걸음으로 별장을 떠났다.하보연은 물끄러미 시원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하룻밤 내내 지켜볼 물건이 어딨다고?’‘심지어 몸에서 수상한 비린내까지 나는데?’하보연은 대걸레를 들고 화장실에 들어가 하영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아가씨, 허 비서가 좀 이상해요. 어제 점심에 지하실에 들어갔다가 이제야 나왔거든요.]하보연의 문자를 본 하영은 눈살을 찌푸렸다.‘이제 금
하영은 눈살을 찌푸렸다.세준이 전화를 받고서야 하영이 물었다.“세준아, 너 수지를 향한 태도가 너무 나쁜 거 아니야?”“엄마, 난 다른 사람이 내 물건 건드리는 게 딱 질색이에요. 이건 나만의 원칙이고요.”하영은 한숨을 쉬었다.“그럼 좀 좋게 말하지.”“좋게 말할 수가 없어요.” 세준은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무슨 일 있어요?”“너 허 비서에게 메시지를 하나 보내주면 안 돼? 그 사람이 읽으면 자동으로 삭제되는 그런 문자 말이야.”“알겠어요.”세준이 말했다.“이따가 희민이더러 보내라고 할게요. 구체적인 내용은 뭐예요?”“오늘 저녁 7시에 MK 옆에 있는 커피숍에서 만나자고 하면 돼.”“네, 그럼 먼저 끊을게요.”전화를 끊은 후, 세준은 옆에 서서 눈시울을 붉힌 수지를 바라보았다.그는 짜증이 나더니 저도 모르게 수지를 밖으로 내쫓으려고 했다.그러나 하영이 한 말을 생각하니, 세준은 또 억지로 참으로 수밖에 없었다.“방금 내 태도는 확실히 좀 좋지 않았어, 이건 인정해. 하지만 너도 남의 물건을 함부로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수지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내 잘못이야. 미안.”“사과할 필요 없어! 가서 네 일이나 해!”수지는 서서 치맛자락을 꼭 쥐더니 입술을 오므렸다.“세준아, 넌 내가 싫은 거지?”“싫진 않아.” 세준은 소파에 앉았다.수지는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정말?”“넌 나를 해친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너의 어떤 행동들은 날 불편하게 하고 있어.”세준은 얼버무리며 설명했다.“미안해, 다음에는 안 그럴게.”세준은 수지의 끊임없는 사과에 인내심을 잃었다.“염수지, 너도 재벌 집안 아가씨잖아! 그러니 매번 이렇게 비굴하게 굴지 말아줄래? 넌 자존심도 없니? 굳이 남의 눈치를 보면서 살고 싶은 거야?”“다른 사람들이 날 싫어할까 봐 그래.”“하지만 너의 이런 모습이 더 짜증나.”세준은 인정사정 없이 말했다.수지는 멍해졌다.‘예의를 지키는 것도 남의 미움을 살 수 있는 거야?’처음으로 이를
세준은 하영의 요구를 희민에게 말했다.희민은 컴퓨터 앞에 앉아 시원에게 그 문자를 보냈다.이와 동시 MK에서.시원은 사무실에 앉아 업무를 보고 있었는데, 핸드폰에 문자가 들어온 것을 보고 클릭해서 확인했다.그것은 낯선 번호로 보낸 문자였는데, 문자 내용을 본 시원은 점차 눈썹을 찌푸렸다.‘아가씨가 날 만나려는 거야??’‘이유가 뭐지?’‘지하실에서 날 본 것 때문에?’시원은 답장하려고 했지만 그 문자는 10초 후에 자동으로 삭제되었다.시원은 바로 이 일이 세준과 희민이 한 것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깊이 생각한 끝에 결국 하영과 만나기로 결정했다.저녁, 시원은 캐주얼한 운동복으로 갈아입었고, 캡모자와 마스크를 쓴 뒤에야 카페로 향했다.도착한 후, 시원은 하영이 가장 구석진 자리에 앉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시원은 하영의 맞은편에 앉은 다음, 눈을 들어 하영을 바라보았다.“아가씨, 무슨 일로 저를 찾으셨는지 모르겠네요.”하영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시원을 바라보았다.“허 비서, 난 허 비서가 나에게 사실을 말해줬으면 좋겠네요.”시원은 차갑게 말했다.“아가씨, 저는 저와 아가씨 사이에 사실이나 거짓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나에게 이런 말 할 필요 없어요. 그냥 이것만 말해주면 돼요. 당신은 부진석의 협박을 받은 건가요?”“아니요.”시원이 망설이지 않고 대답하자, 하영은 웃으며 물었다.“그래요, 그럼 나도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게요. 왜 지하실에서 오늘 점심 경호원이 교대할 때까지 있다 나온 거죠?”시원은 잠시 침묵했다.“아가씨, 이 일은 아가씨와 아무런 관계가 없어요.”“허 비서, 난 당신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요.”하영은 말하는 방식을 바꾸었다.“난 당신이 유준 씨를 배신할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만약 지금 무슨 어려움이 있다면, 나에게 말해봐요. 나도 당신에게 도움을 줄 거예요.” 그리고 지금, 나도 허 비서의 도움이 필요해요...”“아가씨!” 시원은 바로
하영은 수지의 방으로 가지 않고 먼저 두 아이의 방으로 갔다.문을 두드리고 또 아이들의 대답을 듣고서야 하영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그리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세준에게 다가가서 물었다.“세준아, 엄마랑 잠깐 얘기 좀 할래?”세준은 일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하영에게 물었다.“엄마, 염수지에 관한 일인가요?”“응.”세준은 잠시 침묵하다 의자에서 뛰어내려 소파에 앉았다.하영도 세준과 함께 앉았다.“세준아, 다른 사람이 네 물건을 함부로 건드리는 건 확실히 옳지 않기 때문에 네가 화를 내는 것도 당연해. 하지만 넌 이렇게 남을 몰아붙이는 아이가 아니었잖아? 너희들 예전에 다른 갈등이라도 있었던 거야?”“네.” 세준은 솔직하게 말했다.“하지만 더 이상 설명하고 싶지 않아요. 그러나 엄마, 나도 직접 말씀드릴게요. 난 염수지를 좋아하지 않아요.”“이유는?” 하영이 물었다.“염수지는 엄청 가식적인 사람인 것 같아요.”하영은 미간을 찌푸렸다.“철이 들고 예의를 잘 지켜서?”세준은 입을 오므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세준아.” 하영이 말했다.“사람마다 성격이 다 다른 법이야. 어쩌면 수지에게 말 못할 사연이 있을지도 몰라. 생활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세희처럼 솔직하게 행동하라고 한다면, 수지는 분명히 할 수 없을 거야. 주강 아저씨를 봐, 그도 겸손하고 예의 바른 사람이잖아?”“나도 알아요. 왜인지 모르겠지만 난 염수지의 그런 모습이 너무 싫어요.”하영은 한숨을 쉬었다.“세준아, 편견을 버리고 수지와 잘 지내보는 건 어때? 사실 수지는 정말 좋은 아이야. 성격도 착하고.”세준은 소파에 틀어박혀 작은 미간을 찌푸렸다.“알았어요, 엄마.” “얼버무리려 하지 마.” 하영은 엄숙한 말투로 말했다.“난 너희들이 잘 지내기를 바라거든.”“만약 그렇게 할 수 없다면요?” 세준은 일부러 말했다.“그럼 엄마는 날 탓할 거예요?”하영은 고개를 저었다.“너도 네 생각이 있으니 엄만 널 강요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사람과 일을 대할
“우리 아빠가 내 편 들어주시면, 엄마는 아빠랑 싸우셨고, 결국 나 때문에 두 분이 이혼하신 거야. 엄마가 떠나기 전에 그러셨는데, 만약 내가 성격을 고치지 않는다면, 앞으로 모든 사람들이 날 싫어할 거라고. 난 고치겠다고 엄마에게 약속했지만 엄마는 여전히 날 버리고 가셨어.”수지는 목이 멨다.“세준아, 나도 세희처럼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싶어. 하지만 내 성격 때문에 다들 날 버리고 떠날까 봐 너무 무서워...”세준은 멍하니 수지를 바라보았다.그는 수지에게 이런 과거가 있을 줄은 몰랐다...세준은 작은 입술을 오므렸다.“네 엄마의 말이 맞는 건 아니잖아.”수지는 눈물을 닦았다.“나도 몰라. 그러나 내가 이렇게 하면 엄마가 돌아올 거 같아서...”“그럼 네 엄마는 돌아왔어?” 세준이 되물었다.수지는 또다시 눈물을 쏟았다.“아니...”세준은 차갑게 웃었다.“네 엄마는 단지 떠나고 싶어서 아무 핑계나 댄 것일 뿐이야. 네가 예의 없어서 그런 게 아니라고!”수지는 멍해졌다. 그녀는 여태껏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하영은 안쓰러워하며 수지의 작은 손을 잡았다.“수지야, 네 엄마가 도대체 왜 떠났는지는 우리도 말할 자격이 없어. 그러나 난 네가 너 자신을 되찾았으면 좋겠어. 있어야 할 예의만 있다면 다른 건 문제가 없거든. 너도 겨우 여섯 살인데 왜 마음대로 할 수 없겠니?”수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저 정말 세희처럼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거예요?”하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왜 안 되겠어? 수지도 자신만의 생각이 있잖아?”수지는 고개를 세게 끄덕였다.“네, 세준과 세희 그리고 희민이가 너무 부러워요.”세준은 수지를 바라보았다.“그럼 오늘부터 너 자신을 되찾아. 넌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것만 기억해.”세준의 말투가 누그러진 것을 듣고 수지는 밝게 웃었다.“좋아.”두 아이의 갈등을 해결한 다음, 하영은 수지를 데리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밥을 먹었다.그리고 국수를 그릇에 담자마자 핸드폰이
하영은 웃으며 말했다.“주강 오빠는 확실히 좋은 아버지네요.”주강은 화제를 돌렸다.“하영 씨 말투 들어보니 기분이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하영은 입술을 오므렸다.“전에는 내가 너무 충동적이었어요.”“하영 씨가 충동적인 게 아니라 그 타격을 감당하기 어려웠던 거죠. 이것 말고, 본론부터 얘기할게요. 오늘 소식을 하나 들었는데, 10월에 김제에서 아주 성대한 상업 축제가 있다고 해요, 하영 씨는 참가하고 싶나요?”하영은 멍해졌다.“상업 축제요? 난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네요.”“네, 이번 축제는 아주 특수해서 일정한 자질을 지니고 있어야 예약할 수 있어요. 이번에 참석할 사람들도 전국에서 손꼽히는 기업가들이거든요.”“호스트는 누구죠?”“그건 잘 모르겠어요.”주강이 말했다.“이 사람의 실력이 헤아릴 수 없이 깊다는 말만 들었을 뿐, 조금의 정보도 알아낼 수가 없었어요.”하영은 아쉬움을 느꼈다.“Tyc는 이런 축제에 참가할 자격이 없을 것 같네요.”“내가 미리 알아봤는데, 마침 표준에 도달할 수 있어요.”주강이 말했다.“하영 씨가 참가하면 믿을 만한 인맥을 많이 쌓을 수 있어요, 회사 발전에도 도움이 될 거고요.”“알았어요. 그럼 예약은 어디서 하는 거죠? 뭐 챙겨야 하나요?”“한강 호텔에서요, 그리고 회사 자질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만 챙기면 돼요, 거긴 들어가기가 쉽지 않은데, 내일 시간 있어요?”“있어요.” 하영이 대답했다.“마침 토요일이라 별일 없거든요.”“그래, 그럼 내가 내일 데리러 갈게요. 우리 같이 예약하러 가요. 그럼 오늘은 일찍 쉬고 내일 만나서 다시 이야기해요.”하영은 작별 인사를 한 다음, 전화를 끊었다.그녀는 한강 호텔을 알고 있었지만, 김제에 이렇게 오랫동안 있으면서 여태껏 가 본 적이 없었다.‘듣자니 그곳은 철두철미한 금굴이라 하던데. 돈 있고 권세 있어도 꼭 들어갈 순 없다고 했지.’예약에 성공한다고 해도 그곳에서 한 끼를 먹으려면 몇 달이나 기다려야 했다.‘한강 호텔에 가서 예약한다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