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 똑... 똑...돌에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에 서현우는 점점 정신을 차렸다.눈을 뜬 뒤 두 손으로 땅을 짚고 앉고 나서야 넓은 동굴에 누워 있는 것을 발견했다.사방이 모두 절벽이고, 작은 강 하나가 옆으로 구불구불 흐르고 있었다.머리 위에는 파란 하늘이 있고 햇볕이 어렴풋이 내리쬐고 있었다.꽃은 분홍색에 나무는 녹색이고 개울물은 맑고 깨끗했다.모든 것이 정상적인 세상과 같았다.서현우는 천림곡으로 다시 돌아온 게 아닌가 착각할 뻔했다.‘수라계에서 이런 장면은 극히 보기 어려운데.’‘천림곡만이 정상적인 상태였어. 혈악의 힘에 침식되지 않았기 때문이야.’“여긴 어디야? 설마 여기도 수라계에 종속되어 존재하는 어느 작은 공간으로 혈악의 힘이 없는 곳이란 말이야...”서현우는 갑자기 화들짝 놀랐다.자신이 어떻게 여기에 왔는지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자기가 홍세령과 계속 날고 있었다는 것만 기억할 뿐, 그 뒤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식은땀이 이마에서 흘러내리면서 얼른 마음속으로 크게 외쳤다.“번산! 번산!”한참 후에야 번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왜?”“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아? 내가 왜 여기에 있게 된 거야? 홍세령은?” 서현우가 물었다.번산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한참이 지나서야 비로소 놀라서 대답했다.“모르겠어. 내가 어느 순간 잠든 것 같아. 네가 부르지 않았다면 깨어나지 않았을 거야.”“자고 있었어?”서현우의 눈동자가 움츠러들었다.‘번산은 잠을 자지 않아.’‘여태까지 전혀 잠을 잔 적이 없어!’‘이상하네.’‘더없이 이상해!’서현우는 심호흡을 하고 혈악의 힘을 움직였다.핏기의 기운이 꾸역꾸역 뿜어져 나왔다.혈악의 힘은 막히지 않고 잘 돌아갔다.그런 다음 신념을 펼쳤다.한 지역을 뒤덮을 수 있었던 신념이 뜻밖에도 작은 곳만 볼 수 있었고, 심지어 멀리 보지도 못했다.“여기는 신념을 제한하는 어떤 수단이 있어. 그러나 지금까지는 아직 아무 위험도 없어.”서현우는 생각에 잠겼다.
소녀에게 가까워지자 소녀가 흥얼거리는 흥겨운 노래가 들렸다.소녀가 갑자기 고개를 들어 서현우를 바라보았는데, 예쁜 큰 눈에는 호기심이 반짝였다.“오빠는 어디서 왔어요?”“모르겠어. 꼬마 아가씨, 여기가 어딘지 말해 줄래?” 서현우가 물었다.소녀는 생긋 웃으면서 말했다.“여기는 이름이 없어.”“그럼 너 말고 다른 사람은 있니?”“있어, 우리 집은 저 산 뒤에 있어.” 어린 소녀는 그리 높지 않은 산길을 가리켰다.서현우가 말했다. “그럼 나를 다른 사람한테 데려다 줄래?”“그래, 할아버지는 우리 이곳에 오랫동안 외부인이 오지 않았다고 하셨어. 모두가 오빠를 환영할 거라고 믿어.”어린 소녀는 버섯 한 송이를 가득 찬 바구니에 넣고서 말했다. “오빠, 따라와.”“고마워.”소녀가 앞에서 길을 안내하자, 그 뒤를 따라 가던 서현우는 소녀의 활발한 뒷모습을 보면서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딸을 생각했다.‘솔이도 이렇게 귀엽지.’“나는 너무 정상적이라고 생각해. 조심해.”번산이 머릿속에서 말했다.“알았어.”서현우가 대답했다.‘어떻게 경계심이 없을 수 있겠어?’‘내가 언제 어떤 것에 영향을 받았는지, 어떻게 여기에 왔는지도 몰라.’‘그리고 이곳은 번산의 말대로 정말 너무 정상적이야.’‘어떤 때는 너무 정상적인 것이 가장 큰 비정상이야.’“오빠는 이름이 뭐예요?”깡충깡충 뛰면서 길을 안내하던 소녀가 웃으며 물었다.“내 이름은 극영이야.” 서현우가 대답했다.자신의 진짜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말해도 괜찮을지 모르지만 좀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나는 만령이라고 해요.”“그래, 만령. 안내해 줘서 고마워.”“당연히 그래야지. 오빠가 우리 집에 놀러 가는데. 내가 버섯을 끓여 줄게. 정말 맛있어.” 소녀가 천진난만하게 말했다.“고마워.” 서현우는 말로는 고맙다고 했지만 소녀의 집에 갈 건지는 말하지 않았다.어린 소녀의 활발한 모습과 즐거운 노랫소리 속에서 서현우는 오솔길을 따라 그 작은 산을 넘었다.눈앞이 갑자기
“만림마을?”서현우가 눈살을 찌푸렸다.어떤 타당하지 않은 점도 발견하지 못했다.이것은 오히려 한동안 누구의 말을 믿어야 좋을지 모르게 만들었다.노인이 말했다.“기왕에 왔으니 마음을 편히 가지게. 나가고 싶으면 스스로 길을 찾아 나가도록 해. 그러나 나간 뒤에는 절대 우리의 이곳을 얘기하지 말게. 우리는 조상 대대로 모두 평온을 누리면서 외부인이 방해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네.”서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그 마을 사람들이 만령에게는 열정적이었지만 나를 볼 때는 호기심 외에도 약간의 적의가 있었어.’“그 전에 집에 우선 머무를 수 있어. 만령이 자네를 좋아하는 것 같네.” 노인은 부엌을 쳐다보았다.“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고맙습니다. 돈은 낼 수 있습니다.” 서현우가 말했다.“돈? 돈은 우리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어. 우리의 일상적인 거래는 모두 물물교환이야. 자네는 안심하고 머무르면 돼.” 노인이 웃으며 말했다.“네, 어르신께 감사드립니다.”노인과 편하게 잡담을 하고 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만령이 점심을 다 만들었다.세 사람은 나무 탁자에 둘러앉아 각자 움직이기 시작했다.만령의 요리 솜씨가 아주 좋아서 오랫동안 음식을 먹지 않은 서현우도 구미가 당기면서 특별한 만족감을 느꼈다.밥을 다 먹자 만령은 서현우를 데리고 마을을 한가로이 거닐기 시작했다.마을이 크지 않아서 한 시간만에 다 돌 수 있었다.서현우도 이 만림마을에 백여 가구가 생활하고 있어고 인구는 5, 6백 명 정도라는 것을 알았다.해가 뜨면 일하고 해가 지면 쉬면서, 사람마다 우애가 돈독해서 밤에도 문을 닫지 않고 길에 떨어진 물건도 줍지 않았다.이렇게 아름다운 풍습과 풍경은 전형적인 무릉도원의 모습이었다.밤에 침대에 누웠지만 너무 정상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조용히 창문을 열고 염탐하러 나갔다.마을은 고요했다. 부드러운 달빛이 쏟아져서, 은색 옷을 걸친 고풍스러운 건물들은 꿈처럼 환상적이다.서현우는 한 지붕 위에 앉아서 조용히 바라보고 있는데, 개 한
“오빠, 발견했어?”서현우가 어둠에 휩싸인 만령의 집으로 돌아왔을 때, 붉은 치마를 입은 만령이 문 앞에 서서 서현우를 생기발랄하게 바라보고 있었다.“뭐?”서현우는 혈악의 힘을 몰래 굴리며 망연자실한 척했다.“오빠가 발견했지? 마을 사람들은 다 가짜야.”만령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단지 내가 엮은 꿈일 뿐이야.”“꿈...”서현우는 이 소녀가 이렇게 솔직하게 말할 줄은 몰랐다.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큰 소리로 물었다.“너는 도대체 누구야?”“제 이름은 만령이야.”만령은 조용히 말했다.“세상 사람들은 나를 만령광모라고 부른다고 해.”“만령광모!”서현우는 가슴이 떨렸다.만령광모는 바로 환고광맥에서 가장 신비한 존재로, 모든 신급 강자들이 꿈꾸는 보물이라고 했다.‘그것은 갱도 세계의 11층이나 12층에 나타나야 하지 않아? 어떻게 8층에 있지?’“오빠도 날 아는 모양이야.”만령은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오빠하고 언니가 여기에 들어올 수 있었던 건 모두 내가 조치했기 때문이야.”“그 여자는 어디에 있어?” 서현우는 경계하면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자신이 탐구하고자 하는 비밀이 뜻밖에도 환고광맥에서 가장 신비로운 존재라는 건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비록 지금의 만령광모는 전혀 무해해 보였지만, 서현우는 감히 조금도 소홀히 하지 못했다.상대방의 실력은 전혀 자신과 비교할 수가 없었다.“안심해, 그 언니는 안전해. 다만 정신력이 너무 약해서 계속 깊은 잠에 빠진 채 깨어나지 않았어. 오빠의 정신력은 오히려 대단해. 그리고 나는 오빠의 몸에 원래 매우 강한 영혼이 있다는 걸 느꼈어. 그 영혼은 부상을 입었어.”서현우의 눈빛이 더 무거워졌다.‘만령광모가 번산의 존재를 발견하다니!’‘이것은 극무 같은 그 신급의 강자들도 할 수 없는 일이야!’“오빠, 긴장하지 마, 나는 오빠에게 적의가 없어.”몸을 돌려 정원에 가서 앉은 만령광모는 머리를 들고 휘영청 밝은 달을 그윽이 바라보며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나는 여기 있으면서 너
“나는 여기를 떠나고 싶어...”만령광모는 기대에 찬 눈으로 서현우를 바라보았다.“새로운 나도 이 허무한 세계에 갇혀서 고독하게 비현실적인 꿈을 꾸게 하고 싶지 않아, 그렇게 해 줄래?”서현우는 침묵했다.감히 쉽게 승낙할 수가 없었다.‘이런 존재가 수라계에 나타나면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누가 알 수 있겠어.’‘만령광모가 나를 이용하고 있다면?’“오빠가 내 말을 믿지 않으면, 내가 오빠와 영혼의 계약을 맺을 수 있어.”“영혼의 계약!”서현우의 머릿속에서 번산이 놀라서 소리쳤다.영혼의 계약은 오래된 계약의 일종으로 이미 실전되었다.“믿을 만해?” 서현우가 번산에게 물었다.“만약 진실한 영혼 계약이라면, 믿을 수 있어! 그러나 너를 위주로 해야 해. 일단 계약을 체결하면, 만령광모의 영혼의 역량은 바로 너의 통제를 받게 돼. 생각만으로 말살할 수도 있어.”만약 공생계약이 계약 쌍방에 대해 모두 공평한 평등 조약이라면, 영혼의 계약은 상위자가 하위자에 대한 가장 절대적인 통제를 할 수 있다.이 세상의 구속 역량도 강력하다.설령 전설 속의 초탈자라 할지라도 영혼의 계약을 맺는다면 절대 벗어날 수 없다!“그냥 나가기 위해서? 그럴 가치가 있어?”서현우가 물었다.만령광모는 웃으며 말했다.“이곳에 갇혀 있으면 생명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 나는 나가서 진정한 세계를 보고 싶어. 그것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바칠 수 있어.”번산은 침묵했다.수만 년 동안 극락에 갇혀 있었기에, 그런 심정에 완전히 공감했다.“좋아, 약속할게.” 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평온해 보이지만 마음은 미칠 듯이 기뻤다.‘진짜 호박이 넝쿨째 굴러 들어왔어.’“오래된 존재여, 내 부름에 귀를 기울여라. 나는 영혼의 힘으로 눈앞의 사람과 계약을 맺으며 영원히 배신하지 않기를 원한다.”만령광모가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자 광풍이 일어나면서 느닷없이 진법이 나타났다.그리고 마을과 주변의 푸른 산천이 마치 물거품처럼 사라졌다.모두 허무로 돌아간 것이다.만령광모는 진
서현우는 갑자기 참을 수가 없어서 침묵한 채 만령광모를 꼭 안았다.서현우의 품에 안긴 만령광모의 눈에서 영롱한 눈물 방울이 굴러 떨어졌다.“이것이 살아있는 생명이구나...”말이 끝나자 만령광모는 천천히 사라졌다.허무 속에서 평범한 돌이 하나 나오더니 일곱 가지 색깔의 빛이 피어났다.서현우가 실의에 빠져 있는 동안에 새로운 모습이 천천히 돌에서 응집되어 나왔다.여전히 땋은 머리에 빨간 치마를 입은 아홉 살 정도의 소녀로, 여전히 만령의 모습이었다.유일하게 다른 것은 소녀의 두 눈이 순수하고 전혀 때묻지 않았다는 것이다.마치 갓난아기와 같았다.“만령아.” 서현우가 입을 열고 소리쳤다.만령광모는 눈을 깜박거리며 서현우를 쳐다보았다. 영혼의 계약 때문인지 서현우가 아주 친근하게 느껴져서 활짝 웃으며 말했다.“아빠.”서현우는 벼락을 맞은 것처럼 뻣뻣하게 굳어졌다.머릿속에서 번산은 미친 듯이 웃으면서 뒹굴었다.“내가 왜 아빠가 됐지?”서현우는 코를 더듬었다.“만령아, 나를 오빠라고 불러야 해.”“내 이름이 만령이야? 아빠가 지어준 이름이야? 만령은 아주 맘에 들어!”만령광모가 기뻐하며 말했다.“오빠라고 불러.”“아빠!”“오빠.”“아빠!”결국 서현우의 기가 꺾였다.실컷 웃은 번산이 말했다.“고민하지 마. 이렇게 귀여운 딸이 하나 더 있다고 뭐가 나빠? 게다가, 만령광모가 존재하는 시간은 추산할 수가 없어. 다만 만년마다 새로운 만령광모가 다시 나올 뿐이야. 진정한 나이를 논하자면, 너는 손자의 앞에 증자를 수백 개는 더 붙여야 해.”서현우는 말없이 멍한 상태였다“오빠라고 부르든 아빠라고 부르든 모두 네가 이득을 보는 거야. 저 아이가 너를 아빠라고 부르는 걸 좋아하는 이상 네가 받아들여. 네 나이면 저 아이가 너를 아빠라고 부르는 것도 맞아. 만약 나중에 지구로 돌아가서 네 딸이 만령을 만나면 고모라고 불러야 하지 않겠어?”“호칭일 뿐이야...”서현우는 고개를 젓고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았다.그러나 곧 미간을 찌푸렸다.
서현우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탐구할 생각은 없었다.만령의 손을 잡고 한 걸음 내디뎠다.천지가 급변했다.끝없이 펼쳐진 핏빛 숲이 눈앞에 나타났다.서현우는 숨을 내쉬었다.‘광산 세계 8층으로 돌아왔어.’하지만...서현우의 눈에는 이상한 기색이 드러났다.‘신급의 강자들이 11층과 12층에서 모험하는 것은 바로 만령광모를 얻으려는 거야. 그런데 만령광모가 뜻밖에도 가장 척박한 8층에 있고, 나와 영혼계약을 체결하고 내 딸이 되었다는 걸 누가 알겠어...’‘이 일이 알려지면 틀림없이 온 세상의 표적이 될 거야!’“만령아, 지금부터는 누구 앞에서도 내가 만령광모라고 말하면 안 돼, 알았지?” 서현우는 정중히 주의를 주었다.“알았어, 아빠 말을 들을게.” 만령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비록 새로 태어났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노릴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아빠랑 헤어지기 싫어.’“착하지, 잠시 본체가 될 수 있어?” 서현우가 물었다.만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몸이 사라지고 평범한 광석으로 변해서 서현우의 눈앞에 떠 있었다.서현우가 만령을 저장반지에 넣으려고 했지만 전혀 반응이 없었다.억지로 밀어 넣자 저장반지가 붕괴되는 것을 느꼈다.그래서 만령광모를 몸에 잘 붙여 놓았다.멀지 않은 잔디밭에서 홍세령이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앞으로 나간 서현우가 홍세령을 끌어당기면서 외쳤다.“홍세령, 정신 차려요! 정신 차려!”곧 천천히 눈을 뜬 홍세령은 서현우를 보자, 잠시 망연자실한 눈빛이었다. 맑은 정신을 회복한 뒤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내가 왜 잠들었지요?”“모르겠어요, 나도 방금 깼어요. 시간을 한 번 체크해 봐요.” 서현우가 얼른 재촉했다.홍세령은 흠칫 놀라면서 얼른 손가락을 꼽아보고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일주일밖에 안 됐어요, 아직 일주일은 더 있어야 갱도 세계의 문이 닫힐 거예요.”“우리가 여기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했어요!”서현우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홍세령도 그랬지만 여전히 의문이 들었다.“나는 왜
드넓은 천지 사이를 걸으면서, 서현우는 만령을 풀어주었다.광동 세계 앞의 몇 개 층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서현우의 머릿속에는 광동 세계의 전모가 구축되었다.‘아마 피라미드와 같은 형태일 거야.’‘맨 위의 1층이 제일 작겠지.’‘맨 아래의 12층이 제일 클 거야.’‘9층 세계도 아주 넓어서, 계산하면 수라계 5, 6개 구역의 크기 정도일 거야.’“아빠, 광석이 필요해?” 만령이 물었다.“특별히 필요한 것도 아니지만, 가지고 가서 팔면 돈을 좀 벌 수 있어.”서현우가 대답했다.만령은 생각에 잠긴 듯 눈을 감았다.잠시 후 눈을 뜨고 말했다.“아빠, 이따가 내가 광석을 주워줄게.”“아니야, 이따가 너는 옆에서 보고 있으면 돼.”서현우가 거절했다.‘만령광모는 시간이 지날수록 실력을 이어받아 강해져.’‘그러나 지금 만령은 갓 태어나서 불쌍할 정도로 약해.’서현우는 만령에게 어떤 문제도 생기는 걸 원하지 않았다.만령도 반박하지 않았지만, 생글생글 웃으면서 서현우를 보는 눈에는 미련이 가득했다.서현우는 계속 출발했다.그러나 몇 걸음 가지 못하고 안색이 갑자기 가라앉았다.의식의 감응에서 빽빽하게 지하에서 튀어나온 광석의 허상들이 사방에서 자신을 포위했다.너무 무서울 정도로 숫자가 많아서, 겹겹이 둘러싼 허상들은 셀 수 없이 많았다!“만령, 돌로 돌아가 있어, 위험해.”서현우가 바로 말했다.“아빠, 위험하지 않아.” 만령은 고개를 저었다.서현우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수많은 광석의 허상들이 마치 홍수처럼 밀려들었다.핏빛 장도가 서현우의 손에 꼭 쥐어졌다.혈악의 힘이 용솟음치면서 붉은 안개가 하늘을 덮었고, 힘든 싸움을 벌일 준비를 마쳤다.숫자가 너무 많은 데다가, 게다가 이들 속에는 지존경의 실력도 적지 않았다!이런 상황에 부딪치자 서현우 자신도 무사히 도망갈 자신이 없었다.그러나 곧이어 서현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그 끝없는 광석의 허상들이 자신으로부터 100미터도 안 되는 범위에서 잇달아 흩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