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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9화

똑... 똑... 똑...

돌에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에 서현우는 점점 정신을 차렸다.

눈을 뜬 뒤 두 손으로 땅을 짚고 앉고 나서야 넓은 동굴에 누워 있는 것을 발견했다.

사방이 모두 절벽이고, 작은 강 하나가 옆으로 구불구불 흐르고 있었다.

머리 위에는 파란 하늘이 있고 햇볕이 어렴풋이 내리쬐고 있었다.

꽃은 분홍색에 나무는 녹색이고 개울물은 맑고 깨끗했다.

모든 것이 정상적인 세상과 같았다.

서현우는 천림곡으로 다시 돌아온 게 아닌가 착각할 뻔했다.

‘수라계에서 이런 장면은 극히 보기 어려운데.’

‘천림곡만이 정상적인 상태였어. 혈악의 힘에 침식되지 않았기 때문이야.’

“여긴 어디야? 설마 여기도 수라계에 종속되어 존재하는 어느 작은 공간으로 혈악의 힘이 없는 곳이란 말이야...”

서현우는 갑자기 화들짝 놀랐다.

자신이 어떻게 여기에 왔는지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기가 홍세령과 계속 날고 있었다는 것만 기억할 뿐, 그 뒤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식은땀이 이마에서 흘러내리면서 얼른 마음속으로 크게 외쳤다.

“번산! 번산!”

한참 후에야 번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아? 내가 왜 여기에 있게 된 거야? 홍세령은?”

서현우가 물었다.

번산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한참이 지나서야 비로소 놀라서 대답했다.

“모르겠어. 내가 어느 순간 잠든 것 같아. 네가 부르지 않았다면 깨어나지 않았을 거야.”

“자고 있었어?”

서현우의 눈동자가 움츠러들었다.

‘번산은 잠을 자지 않아.’

‘여태까지 전혀 잠을 잔 적이 없어!’

‘이상하네.’

‘더없이 이상해!’

서현우는 심호흡을 하고 혈악의 힘을 움직였다.

핏기의 기운이 꾸역꾸역 뿜어져 나왔다.

혈악의 힘은 막히지 않고 잘 돌아갔다.

그런 다음 신념을 펼쳤다.

한 지역을 뒤덮을 수 있었던 신념이 뜻밖에도 작은 곳만 볼 수 있었고, 심지어 멀리 보지도 못했다.

“여기는 신념을 제한하는 어떤 수단이 있어. 그러나 지금까지는 아직 아무 위험도 없어.”

서현우는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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