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합니다."서현우의 말이 끝나자 젓가락을 든 진아람의 손은 부들부들 떨렸다. 한입 베어 문 딤섬이 앞접시에 떨어졌다.옆에 있던 솔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눈을 깜박였다.진 노마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진 씨 일가족은 마음이 복잡했다."그럼 이렇게 하지. 개산아 가서 계약서 작성해오거라." 진 노마님이 말했다."어머니!" 진개산은 가슴이 타는 것만 같았다.진 노마님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어서 계약서 작성해!""예..."진개산은 마지못해 몸을 돌려 나갔다.진 씨 일가족은 여전히 눈을 부릅뜨고 서현우를 주시했다.그들은 서현우가 뼈에 사무치도록 미웠다.서현우는 담담하게 웃으며 고개를 숙이고 죽을 마셨다. "다 보셨으면 각자 볼일들 보시죠. 제가 밥 먹는 것도 지켜보다니 정말 황송하네요."진 노마님은 얼떨떨한 진아람을 보고 말을 하려는 듯 입을 벙긋하더니 아무 말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퉤!"진 씨 일가족은 매섭게 침을 뱉고 우르르 자리를 떴다.그들은 서현우를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다. 너무 미워서 잘근잘근 씹어 먹어도 시원치 않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억울한 느낌마저 들었다."현우 아저씨."다이닝 룸이 조용해졌다. 그제야 솔이는 고개를 들고 입을 삐죽거리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솔이 버릴꺼예요?"서현우가 머리를 숙이자 눈에 눈물이 고인 솔이가 보였다. 그는 몸을 숙여 솔이를 꼬옥 껴안고 사랑이 담긴 목소리로 나긋하게 말했다. "솔이를 어떻게 버려? 전에 아저씨가 솔이와 약속했지. 평생 솔이가 무서운 일 당하지 않게 나쁜 놈들로부터 잘 지킬 거라고.""그런데……""솔이야."진아람이 무덤덤하게 말했다. "빨리 밥 먹어, 밥 다 먹으면 어린이집 가야지.""나 유치원 안 가! 현우 아저씨랑 같이 있을 거야!"눈물을 머금은 솔이는 작은 손에 쥔 만두를 내려놓고 서현우의 옷소매를 꼭 잡았다. "나 현우 아저씨와 헤어지지 않을거야!""솔이야!"미간을 찌푸린 진아람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솔이를 안고 2층으로 올라갔
얼마 지나지 않아 진개산은 굳은 표정으로 계약서 한뭉치를 바닥에 던지고 차갑게 말했다. "봐 봐, 다른 문제없으면 사인해."서현우는 다리를 꼬고 움직이지 않았다."주워서 내 앞에 놔. 아니면 보지도 않을 거니까.""너!" 진개산의 눈에는 독기가 가득했다.서현우는 표정 변화도 없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럼 내가 후회돼서 안 간다고 진 노마님에게 말할까.""이놈의 자식!"진개산은 명치끝까지 치밀어 오른 분노와 억울함을 참으며 허리를 굽혀 바닥에서 계약서를 주웠다. 그의 얼굴은 울그락불그락 달아올랐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것이 마치 가파른 낭떠러지를 걷는 것 같다.마침내 서현우 앞 테이블에 계약서를 올려놓았다.그는 자신이 화를 참지 못하고 서현우에게 손찌검을 할 것 같아 입을 열지 않았다.손찌검을 해도 서현우의 솜씨로는 결국 자신이 얻어맞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손을 대면 안 된다.어엿한 진 씨 집안 장남이 자기 집에서 두들겨 맞았다는 일이 알려지면 앞으로 어떻게 얼굴 들고 돌아다닐 수 있겠는가?서현우는 여유롭게 계약서를 자세히 보기 시작했다.계약서를 다 본 그는 사인하지 않고 진개산에게 건네 주었다. "세 글자 추가해야 돼. 진 씨는 ‘반드시’ 경매에서 쉬 씨의 조택을 구매한다. 당신들이 구매하지 않으면 이 계약서는 무슨 의의가 있는데?""우리 진 씨가 약속을 안 지킨다는 뜻이야? 아니면 우리 진 씨가 네 그 낡은 집을 살 돈이 없다고 생각하니?"진개산은 분노에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아무튼 세 글자 ‘반드시’를 넣어. 아니면 사인 못해." 서현우가 말했다."수!정!할!게!"진개산은 또박또박 고함을 질렀다. 그는 화가 나서 곧 뚜껑이 열릴 것만 같았다. 몸을 돌려 나가는데 온몸이 쥐가 난 듯 부들부들 떨렸다.서현우는 껄껄 웃었다.진 씨가 분노할수록 그는 더욱 기뻤다.감히 킬러를 시켜 자신의 목숨을 노렸다니. 이건 죽어도 용서할 수 없다.진아람의 얼굴을 봐서 진 씨네 목숨은 살려 두지만 더 이상 용서는 없다!수정된 계
서현우의 말을 듣고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한 서태훈의 얼굴에는 후회와 고통이 가득했다."오빠..."서나영은 또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서현우가 손을 들어서 막았다."늦은 밤에 다니지 말랬지? 홍성더러 널 학교로 바래다줄게."그러면서 서현우는 휴대폰을 꺼내 홍성에게 전화를 걸었다.서나영의 눈은 잠시 어두워졌지만, 곧 다시 눈빛이 밝아졌다."오빠, 경매회에 왜 왔어? 집을 다시 사려고?""푸..."그 말을 듣고 진개해는 냉소하며 "거지 주제에"라고 한마디 했다.이때 서나영이 반박하려 했지만, 서현우가 손을 들어 그녀를 막았다. 홍성과 간단히 몇 마디 나눈 후, 서현우는 전화를 끊고, 양측 귀밑머리가 희읍스름한,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은 서태훈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곧 홍성이 너희를 데리러 올거야. 장인어른, 가시죠."“닥쳐!”노발대발하며 소리치는 진개해."난 너를 사위로 인정한 적 없어, 그렇게 나를 부르지 마!"말하면서, 극도로 분노한 그는 되려 웃음이 나오는 것 같았고, 서나영을 훑어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그러나 네 여동생은 미인이네? 만약 내 조카 진원에게 시집 가면, 너희들을 경매회 현장에 데려가 줄게. 어때..."하지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현우의 예리하고 맹수 같은 눈을 보고 진개해는 입을 다물었다.그 강력한 압박감 때문에 숨쉬기조차 어려웠기 때문이니까.사현우는 담담하게 진개해를 보며 “여동생을 가지고 장난치지 마세요. 참는 데도 한계가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흥!”하지만 가슴이 떨려도 진개해는 체면을 위해 콧방귀를 뀌며 자리를 떠났다.서현우는 갈망하는 여동생과 넋을 잃은 아버지를 보고, 마음이 약해졌다.“걱정하지 마, 집을 다시 사 올 거야.”이 말은 신비한 힘을 가진 것처럼 서현우를 정신이 번쩍 들게 하였고, 그는 흥분해하며 서현우에게 물었다.“정말? 돈은 어디서 구했어?”서현우는 입을 삐죽거리고 진개해를 따라가며 말했다.“통이 큰 진씨 가문이 사준다고 했어요.”서나영: "???”서태훈:"
"당연히 다시 일어설 거야. 현우 도련님은 이미 윗사람들만 들어올 수 있는 경매장에 나타났잖아? 저는 정말 탄복했고, 한 수 배우려 해요. 현우 도련님께서 무슨 방법으로 남의 집 딸을 강간하고, 복수 당하지 않았을까? 심지어 진씨 가문 사위까지 되다니!"“그래요, 현우 도련님. 방법을 알려주세요! 내가 다른 부잣집 딸을 꼬시면, 제가 한턱 낼게요.”"정말 뻔뻔하네? 그렇게 좋은 방법이 있으면, 너희들은 남을 가르쳐 줄 거야? 몰래 즐기지 않고?""하하하, 맞는 말이야. 우리 잘못이네? 하하하..."그들의 조롱 소리가 경매장 곳곳에 울려 퍼졌다.만약 6년 전의 서현우라면 아마도 지금쯤 창피해서 몸 둘 바를 몰랐고, 분노하며 일어나 이 들과 싸웠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서현우는 그냥 미소만 지을 뿐 별로 마음에 두지 않았다.만약 서현우가 정말 그들과 다툰다면, 6년간의 남강 생활은 시간 낭비와 마찬가지니까.주영훈, 육청, 부청현 세 사람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서현우의 반음만 자세히 관찰하였다.하지만 서현우의 웃음을 보고 그들은 눈살을 찌푸렸다.만약 서현우가 다투려 한다면 그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서현우의 담담한 표정에 그들은 오히려 그를 높이 평가하게 되었다.“보아하니 요 몇 년간 많이 변한 것 같네?”주영훈은 음산한 눈빛을 하며 한마디 더 했다.“어쩐지 윤정 아가씨가 좋아한다고 했어.”서현우는 미소 지으며 그 말에 대답했다.“"영훈 도련님과 비교하면 아직 부족하죠. 자기 능력으로 거대한 천윤 그룹을 세웠는데, 제가 봐도 감탄합니다."주영훈은 그 말을 듣고 안색이 나빠졌다.쳔윤 그룹은 확실히 그의 명예이긴 하지만, 최윤정에게 양도한 후부터 그의 망신거리가 되었다.서현우가 자신의 상처를 들추자, 주영훈은 마음을 안정시키기 어려웠고, 첫 대결에 자신이 졌다는 것을 인식했다.주영훈은 분노를 참으며 물었다."현우 도련님은 서씨 가문의 집을 되찾으려고 하는 겁니까? 들어보니 많은 사람이 그 집에 관심이 있다고 하
똑똑똑!복고 두루마기를 입은 수염 긴 노인이 경매대에 서서 경매 망치를 세 번 두드리며, 경매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리자, 각자 수다를 떨던 상계의 명사들은 모두 제자리에 돌아가 앉았고, 수십 명의 순찰원이 전체 회장에 퍼져 경매 질서를 유지하기 시작했다.노인은 손을 움켜 들며 인사하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안녕하십니까, 제가 이번 경매 주최자로 초대되었습니다. 이번 경매 규칙은 이전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럼 긴 말은 안 하고, 지금부터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첫 번째 경매 품목은......"노인의 입에서 서현우가 익히 들었던 이름들이 계속 나왔다.골동품 서화든 회사 공장이든 심지어 부동산도 모두 한때 서씨 가문의 재산이었다.서태훈이 집에서 쫓겨난 순간부터 이 재산들은 주씨 가문의 것이 되었고, 지금은 또 누구의 것이 될지 모른다.많은 사람이 서현우의 얼굴에서 어떤 단서를 찾으려 했으나, 모두 실패하였다.서현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평온한 상태였고, 마치 이 모든 것들이 그와 전혀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경매는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이 경매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모두 경제력이 강한 부자와 권력자들이었기에, 모든 물건은 거의 높은 가격에 낙찰되었다.이에 서현우는 속으로 매우 만족했다.서태훈이 사람을 보는 눈은 미흡하지만, 물건을 보는 눈은 매우 좋았고, 이 물건들이 낙찰된 가격은 그들의 가치를 뽐냈으니까.어느덧 경매가 막바지에 이르렀다.진개해는 지금까지 한 번도 카드를 들지 않았다.그는 이런 물건들에 관심이 없다.서씨 가문의 집을 사려는 것이 아니라면, 그는 참석하지 않았을 것이다.주위를 둘러보면 4대 가문 중, 진개해 외에 다른 세 가문은 젊은 세대들이 참석했으니까.그리고 주영훈, 육청, 부청현도 계속 진개해를 주시하고 있었다.그가 경매에 참여하지 않는 것을 보자, 그들은 그가 서현우에게 서씨 가문의 집을 사기 위해 왔고, 최윤정과 어떤 거래를 성립시키려는 목적을 이루려 한다는 것임을 확신했다.그리고 암암리에
"1650원... 한 번!""1650원... 두 번..."경매사의 심장이 멈출 것만 같았다.적어도 100억 원 가치의 저택이 정말 1650원에 낙찰되다니? 이것은 반드시 그의 직업 경력에 가장 큰 오점이 될 것이다!늘그막에 지조를 잃다니!이번 경매가 끝나고, 그는 은퇴하여 집으로 돌아가 노후를 보내야 할 것으로예상된다.“1650원... 세...”“10억.”경매사가 쓴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망치를 들었을 때, 진해개의 냉담한 목소리가 울렸다.이때 경매사가 들고 있던 손이 바로 그 자리에 굳어졌고, 그의 늙은 얼굴에는 기쁨이 넘쳐 보였으며, 만약 할 수 있다면, 그는 진개해에게 달려가 키스하고 싶었다.그 냉담한 목소리는 천사의 목소리보다 더 따뜻했고, 그 무표정한 얼굴은 부처님의 웃음보다 더 자상했으니까.“10억... 한 번!”흥분해서 큰 소리로 외치는 경매사.왔어!주영훈, 육청, 부청현 셋은 서로 시선을 주고받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들은 이것이 진씨 가문과 최윤장이 연합한 증거라고 더욱 굳게 믿었다!그렇지 않으면, 서현우가 진아람에게 저지른 일은 진씨 가문에게 막대한 손실을 주어, 진씨 가문이 서현우의 가죽을 벗겨 죽여도 과하지 않을 것인데, 어떻게 그들이 서씨 가문의 집을 사서 그에게 줄까?“진씨 가문이 배신자가 되려 하다니! 진개해! 그럼, 이 후배를 탓하지 마세요!”주영훈은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손을 들었다.“30억!”“30억! 영훈 도련님이 30억을 불렀습니다! 더 높은 가격이 있습니까?”경매사는 진개해를 안고 키스하려는 마음이 더욱 짙어졌다.그가 아니라면, 경매사의 직업 경력은 웃음으로 끝날 수 있으니까!이때 경매사는 걱정을 붙들어 맸다.그 고택은 절대 100억에 이를 테니까!“100억!”경매사가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할 때, 누군가의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고, 그가 옆으로 고개를 돌리자, 손을 높이 든 준수한 청년을 보았다. 육씨 가문 도련님, 육청이었다!“네! 육청 도련님 100억을 불렀습니다! 더 높은
진개해의 무시무시한 눈빛, 제어할 수 없는 표정 관리, 그리고 발광하는 모습에 경매사는 테이블 밑으로 숨기자는 마음마저 생겼다.왜냐하면 그는 자신이 망치를 두드리는 순간, 진씨 가문이 자신을 갈기갈기찢어버릴까 봐 겁이 났기 때문이다.“1001억!”진개해는 이미 이성을 잃었다.그는 이미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단지 3대 가문이 손을 잡고 진씨 가문을 저격하는 순간 가문은 멸망할 위치에 처할 수 있다는 생각만 했다!지금 손량은 진씨 가문의 유일한 희망이다!그래서 돈을 얼마든지 써서 서현우를 떠나게 하고, 아람을 손량에게 시집보내야 한다.그때가 되면 다시 일어난 진씨 가문이 오늘 치른 대가를 다시 돌려받을 수 있을 테니까!경매장 안에 있는 다른 사람은 모두 보조 역이 되었다.주영훈, 육청, 부청현은 눈살을 찌푸렸고, 진개해의 히스테리한 모습에 더 이상 가격을 부르러 하지 않았다.1000억은 비록 진씨 가문에게 치명적이지 않지만, 상당한 액수의 유동자금이고, 그들이 만약 계속 값을 부르면, 진씨 가문이 따를 거라고 장담할 수 없으니까.만약 진개해가 따르지 않으면, 저격전에서 참패한 사람은 틀림없이 마지막에 가격을 부르는 사람이다.그러나 동시에, 그들도 매우 긴장했다.진개해가 이렇게 큰 대가로 집을 사려고 한다면, 최윤정 분명 거절할 수가 없는 제안을 제시했을 것이다.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3대 가문은 긴급회의를 열어, 대처할 준비를 해야 해!이렇게 생각한 후 그들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경매회는 다시 정적에 잠겼다.“경매사! 뭐해?”진개해는 노호하며 “내가 1001억을 불렀어! 그리고 아무도 따르지 않았잖아? 못 들었어?”라고 말했다.“아... 네... 들었어요...”경매사는 흰 수염을 떨며 말을 더듬었다.“1000억... 아니 1001억, 한 번... 두 번... 세 번... 낙찰되었습니다!”경매사가 망치를 두드리자, 진개해는 땅에 풀썩 주저앉아 눈이 시뻘건 사람을 잡아먹으려는 맹수처럼 서현우를 노려보았다.그리고 그와
시끄러운 벌레 울음소리가 자자한 여름밤.서현우는 창가에 앉아 다리를 찻상에 얹고, 담배를 피우며 느긋하게 쉬고 있는 모습이 거리의 불량배와도 같았다.문밖에는 진아람이 서 있어고, 그녀는 서현우를 향해 눈살을 찌푸렸지만, 방에 들어오지 않았다."벌써 거의 한 시가 됐는데, 왜 아직도 자지 않았어?"서현우는 담배를 끄고 차 물로 헹군 후, 창문을 열고 손을 휘저으며 방 안의 담배 연기를 쫓아냈다.진아름은 여전히 방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고, 그녀의 하얀 긴 드레스는 달빛 아래 물결치듯 아름답게 번쩍였다.이때 서현우가 또 물었다.“솔이는 잠들었어?”“잠들었어.”대답하는 진아람의 목소리는 매우 평온했다."내가 왜 너희 집안과의 거래를 받아들였는지 물어보고 싶어?"서현우는 진아람을 향해 웃었고, 깊고 빛나는 눈동자에 반짝이는 불빛이 반영되어 있었다.진아람은 갑자기 서현우의 눈을 마주치기가 어려워져 먼 곳의 어둠을 바라보며 말했다."아니, 그저 주영훈 그들이 고의로 가격을 올리는 건, 당신 때문이지 않았을까 생각해 봤어."“나?”서남은 호기심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너는 내가 그들을 조종할 수 있다고 생각해?"“없죠.”진아람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하지만 나는 어떻게든 당신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요. 내 가족을 보복하기 위해 그들에게 손을 대지 않고, 내 감정을 고려해서 이런 방식으로 그들에게 대가를 치르게 했을 거예요.”서현우는 그 말에 환하게 웃었다.진이람은 정말 아름다우면서도 지혜로운 여자였기 때문이다.만약 6년 전 일이 없었다면, 그녀는 이미 중연시에 이름을 떨쳤을 것이고,수많은 사람의 흠모와 숭배를 받았을 것이다.하지만 운명은 서현우에게 이 고상한 여신을 인간 세상으로 끌어내려 그에게 딸을 낳게 했다.생각만 해도 자랑스럽네?“진씨 가문이 봉변당할거야.”서현우가 갑자기 “손량이 돌아온 후부터 말이야”라고 다시 말을 이었다.그 말을 듣고, 진아람은 놀라 했다.“손량의 일을 알고 있어요?”"그것은 비밀이 아니야.
서현우와 진아람은 빛줄기가 되어 먼 곳을 향해 날아갔다.번산은 미간을 찌푸린 채 종적을 감췄다.다음 순간, 번산이 서현우의 머리로 돌아왔다.“무슨 일이 일어났어?”“내 여동생이 잡혔어.”“누구한테?”“몰라, 하지만 상대방이 단서를 남겼어...”반나절이 지난 후 번산이 갑자기 말했다.“이 방향은... 큰일이야, 수라곡이야!”“수라곡?”“그곳은 진정한 수라가 존재하는 곳이야, 수라 선조가 뼈를 묻은 땅이지!”“나는 수라 혈맥이고, 극락도 수라 혈맥인데, 설마 우리가 진정한 수라가 아닌 거야?”“우리 모두가 수라 선조의 혈맥을 전승하고 있잖아!”“설마 수라 선조가 죽지 않았단 말이야?”“죽었어, 하지만...”번산의 표정이 변화무쌍하게 바뀌면서 말했다.“알겠다. 너는 제물이야.”“제물?”서현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자신이 노복의 힘에 침식된 후에 느꼈던 그 모든 것을 생각했다.“네 여동생은 너를 대신해서 제물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너는 지금 정말 가려는 거야? 아마도 우리 모두는 그곳에서 죽어야 할 거야!”“당연히 네가 수라계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여야 하지 않아?”“하지만 그건 수라 선조야... 수라 선조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수단을 남겼는지는 아무도 몰라. 나는 고사하고 역사상의 모든 수라를 포함해서 진짜 극락조차도, 수라곡에 접근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현우의 마음속에는 자신도 모르게 절망감이 생겨났다.‘설마 해결할 방법이 없단 말이야?’‘나영이나 내가 반드시 제물이 되야 하는 건가?’쾅!바로 그때, 멀리서 귀청이 터질 듯한 폭발 소리가 울렸다.하늘에는 핏빛 빛줄기가 미친 듯이 퍼져나갔다.끝없는 핏빛은 하늘을 찌를 듯한 거인의 모습을 구축했다.몹시 화가 난 듯이 손을 뻗어서 전방의 허공을 움켜쥐었다.그리고 그 방향에서 핏빛의 형상이 허공을 갈랐다.눈 깜짝할 사이에 서현우 등과는 이미 백 리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나영아!”핏빛의 형상이 혼수상태에 빠진 나영이를 바로 품에 안는 모습을 보았다.
“누구야!”혈하신존의 부릅뜬 눈이 터질 듯했다.‘이렇게 많은 중견 역량들이 뜻밖에도 동시에 죽다니!’‘누가 이렇게 할 수 있어?’그리고 그 허황된 모습을 정확하게 보았을 때, 혈하신존은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극락 선조?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극락 선조?”수많은 눈빛이 번산의 몸에 집중되었다.싸움도 멈추었다.몇 초가 지난 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수많은 사람들이 노도 같은 기세로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이 장면은 너무나 충격적이다!극락이라는 이름은 수만 년 동안 더없이 놀라운 이름으로, 전대미문의 인물이다!그와 같은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극도 등 세 사람은 흥분해서 미친 듯이 날뛰었다.“위풍당당하신 선조님이시여!”이미 혈하신존 앞에 나타난 번산이 입을 열었다.“혈하성궁은 제명됐어.”“아니야!”혈하신존은 미친 듯이 소리쳤다.“네가 극락 선조일 리가 없어! 어떻게 천지의 규칙을 피할 수 있어? 그럴 리 없어!”“중요하지 않아.”번산이 큰 손으로 잡았다.혈하신존은 피하려고 했지만, 온 천지가 억지로 벗겨져서 피할 공간이 전혀 없다는 걸 발견했다.“안 돼!”혈하신존은 다시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며 털썩 무릎을 꿇었다.“극락 선조님,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람을 내놓겠습니다!”“너무 늦었어.”번산이 뻗었던 손을 꽉 쥐었다.피식...신의 경지 중기로 최강 전력으로 일컬어지던 혈하신존은 이렇게 허무하게 핏빛 안개로 사라졌다.모든 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멍하니 이 장면을 보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듯이 느꼈다.혈도는 그 자리에 선 채 벌벌 떨면서, 도망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천수 랭킹 1위?’‘이런 강자 앞에서는 여전히 한낱 벌레와 다르지 않아!’“노부는 살육을 많이 하고 싶지 않다. 항복한 사람은 죽이지 않겠다.”번산이 입을 열었다.응답하는 사람이 없었다.그러나 아무도 감히 반대하지 않았다.곧이어 혈하성궁 소속 무자들이 무릎을 꿇고 투항했다.남은 네 명의
“싸우면 싸우는 거야. 극락산은 분수도 모르고 날뛰는데, 마침 이 기회를 틈타 일거에 극락산을 멸망시켜야겠어. 극락이 수만 년의 신화를 이어왔는데, 오늘 끝내는 거야!”“그래, 싸우자! 극락산을 멸망시키면 마침 자원을 좀 더 차지할 수 있어!”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분분히 전쟁 준비를 했다.경사스러운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멀찌감치 달아난 손님들은 긴장한 채 주목했다.‘이 싸움은 정말 시작될까?’‘극락산은 도대체 무슨 미친 짓이야?’“왔다, 왔어! 극락산이 진짜 왔어!”“맙소사... 정말 전쟁 보루야! 극락산 저 자들이 혈하성궁과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게 분명해!”결혼식에 참석했는데 전쟁을 목격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긴장과 격동 속에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존재한다.‘도대체 왜?’사람들이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도무지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그리고 이 스산한 긴장 속에서, 극락산의 전쟁 보루가 혈하성궁 밖에 도착했다.혈하성궁은 이미 방어진법으로 뒤덮여 있었다.혈하신존을 비롯한 혈하성궁의 고수들은 모두 대진 밖에 선 채 음산하고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극도! 오늘 네가 극락산에서 우리 혈하성궁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끝장을 보겠어. 나 혈하가 너희 극락산을 멸망시킬 것을 맹세하겠어!” 혈하신존이 크게 외쳤다.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설명? 무슨 설명을 해? 우리 극락산 직계 후손의 아내를 빼앗은 너희 혈하성궁에서 해명을 해야지!” 극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와...”떠들썩한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었다.모두가 경악했다.‘혈도의 신부가 뜻밖에도 극락산 직계 후계자의 아내야? 이건 너무 엄청난데?’“X자식! 극도 네가 감히 이렇게 우리 혈하성궁을 욕보이다니, 정말 끝장을 보겠다는 거야?”혈하신존은 크게 노했다.혈도의 안색도 아주 좋지 않았다.자신은 영문도 모른 채 남의 아내를 뺏은 간악한 도적이 된 것이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사람을 내놓든지 전쟁을 시작하든지 결정해!”“그럼 싸우자! 혈
모든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명령은 이미 하달되었으니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사람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모두 돌아가서 전쟁 준비를 했다.극락산의 분위기는 금세 무거워졌다.그리고 극락산에서 영혼의 수정석을 고가로 사들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혈도의 혼례는 큰 행사다.56개 구역의 무수한 사람들이 이 성대한 혼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전송진을 타고 왔다. 그 중에는 영혼의 수정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비싼 값에 팔기 위해서든 극락산에 아부하기 위해서든 영혼의 수정석을 잇달아 보냈다.하나씩 잇달아 들어왔다.날이 밝기 전까지 모두 800여 개의 영혼의 수정석을 수집했다.성과는 만족스러웠다.물론 극락산에서 지불한 대가도 만만치 않았다.앞으로 5년간의 자원을 모두 썼다고 할 수 있다.하나라도 잘못된다면, 극락산은 무너질 것이다.그러나 극도 등 세 신존은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신의 경지 후기인 극락 선조님이 계셔.’‘모든 노력은 가치가 있어.’이 영혼의 수정석이라면 번산이 4, 5 번 손을 쓰기에 충분했다.신의 경지에 이르면, 전기 경지의 10명이 반드시 중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중기 경지 10명이 후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도 아니다.‘혈하성궁이 아무리 강해도, 신의 경지 후기 한 명과 중기 3사람을 동시에 대처할 수는 없어!’‘이 실력이면 모든 걸 깔아뭉갤 수 있어!’해가 떴다.극락산에 모든 사람이 모이자 스산한 기운이 가득했다.호기심이 가득한 사람들을 향해서 극도가 손을 휘저었다.“오늘 이후, 더 이상 혈하성궁은 없다! 우리 극락산이 수라계 1위가 되는 거야! 극락 선조님의 눈부신 무적의 영광을 이어가자!”“무적! 무적!”많은 사람들이 분분히 맞장구를 쳤다.비록 이 늙은이가 술을 마시고 정신이 나갔는지 뭘 잘못 먹고 갑자기 이렇게 자신감이 생겼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자신들은 이미 극락산과 생사를 같이 하는 처지이기에 전혀 관여
세 사람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그리고 급히 대전 뒤쪽의 벽에 걸려 있는 한 폭의 그림을 보았다.그림 속에는 천하를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독보적인 패자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그... 극... 극락 선조님?”세 사람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자신에게 환각이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그게 어떻게 가능해?’‘극락 선조는 수만 년의 인물이야. 그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규칙의 제한을 벗어날 수는 없어. 절대 지금까지 살 수 없어!’“노부는 바로 극락이다. 육신을 버리고 영혼체로 존재하지. 시간의 규칙이 없는 곳에서 수만 년 동안 잠들어 있다가 이 아이에 의해 깨어나게 되었다.”위엄 있게 입을 연 번산의 모습은 완전히 극락과 똑같았다.그 자체가 극락의 악념의 화신이니, 이 세상에 번산보다 극락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삼대 신존이 잇달아 무릎을 꿇었다.“너희들이 아직도 나를 조상으로 여기는 거야?”“선조님, 화를 가라앉히시지요. 저희 못난 후손들 어떤 점 때문에 선조님께서 이렇게 화가 나셨는지 모르겠습니다.”세 사람은 안절부절 못하면서 물으면서, 마음속으로는 또 미친 듯이 기뻐했다.‘극락 선조님이 여전히 계신다면, 육신이 없더라도 신의 경지 후기인 영혼체는 현재 수라계의 모든 신의 경지 강자들을 쉽게 이길 수 있어.’‘혈하성궁은 개뿔!’‘극락산이 당연히 1위야!’“예전에 노부는 천하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천하무적이었어. 너희 못난 후손들은 오히려 극락산을 이렇게 쇠락한 모습으로 만들었고, 혈하성궁을 두려워하고 있지. 노부가 어떻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어?”“선조님, 노여움을 푸세요!” 세 사람은 얼른 머리를 조아렸다.자신들은 억울했지만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필경 예전의 극락 선조는 정말 무적의 존재였다.한 시대를 짓눌러 버린 것이다그러나 후손들은 극락 선조의 휘황찬란했던 업적을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이 아이는 우리 극락산 사람이야. 이 아이의 아내 역시 우리 극락
계속해서 전송진을 통과하면서 반나절도 안 돼 수라계의 핵심 구역인 수라역에 도착했다.다른 곳과 다를 바 없이 핏빛이 천지를 뒤덮고 있었다.하지만 다른 곳에 비하면 번화한 지역이 한두 곳이 아니다.어떤 도시에도 큰 짐승이 대지 위에 포복하는 것과 같다. 왕래하는 무자는 가장 약한 자도 모두 생사경의 경지였다.생사경 이하의 사람들은 거의 볼 수가 없었다.서현우는 깊은 시름에 빠진 채 극무 등을 따라 극락산으로 돌아왔다.극락산은 하나의 산맥으로, 주위의 네 개의 약간 낮은 산봉우리가 중간에 있는 아주 높은 산봉우리를 둘러싸고 있다.네 개의 낮은 산은 극락산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제자, 내외문 제자들, 고위 지도층과 장로들, 그리고 극락산과 관계가 있거나 종속된 크고 작은 가문의 거주지이다.중간의 아주 높은 산봉우리는 직계 후계자만 거주할 수 있다.극락노조의 혈맥을 품고 있는 적통만 극락산에 장기 거주할 수 있는 것이다.다른 사람들도 극락산에 올라갈 수는 있지만 오래 머무를 수는 없다.서현우의 출현은 극락산을 들끓게 했다.거의 모든 직계 자제들이 서현우를 보러 달려왔고, 궁금해하거나 불만을 내비치면서 서현우와 겨루면서 실력을 한 번 보고 싶어했다.특히 극상 등이 서현우에게 한 수만에 졌다는 소식을 듣자, 손이 근질거리면서 서현우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넘치게 되었다.그러나 극무는 서현우를 데리고 다른 두 신급 강자들을 만나러 갔다.하얀 수염을 기른 노인은 극도라고 하고, 또 체구가 크고 우람한 남자는, 극전이라고 한다.서현우를 훑어보는 두 사람의 시선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극락노조의 혈맥은 밖에서는 거의 전해지지 않았는데, 네가 혈맥을 이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구나. 앞으로 극락산에서 편히 살면서 잘 수련하도록 해라.” 두 사람은 서현우에게 매우 친절했다.아무래도 직계 혈맥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서현우는 예를 갖추면서 물었다.“감히 두 신존에게 여쭙겠습니다. 혈도가 곧 결혼할 상대의 이름은 어떻게 됩니까?”극무는 갑자기 흥미를 느꼈
“일이 좀 늦어졌어요. 수확은 그런대로 괜찮았어요.”서현우가 얼버무리며 말했다.“그럼 됐어요.”홍세령은 고개를 끄덕였다.“곧 나갈 거예요. 준비하세요.”서현우도 알았다고 말했다.홍세령이 말한 준비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지금은 갱도 세계의 통로가 닫히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이 시점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걸 바라지 않았다. 만약 나가는 시간이 지체되어 이 안에서 말살된다면 너무 가치가 없는 일이다.하지만, 나간 뒤에는 확실하지가 않았다.아주 혼란스러운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예로부터 이처럼 재물 때문에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였다.윙...곧 문이 열렸다.거의 백만 명에 가까운 무자들이 몰려나왔다.서현우가 뒤를 돌아보니 빛줄기들이 잇달아 스쳐 지나갔다.그것은 신급의 강자들이다.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어쩔 수 없다는 기색이 드러났다.11층과 12층을 왔다갔다하면서 찾았다.거의 물샐틈없는 수색이었다.그러나 결국 만령광모의 흔적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어떻게 그들이 실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서현우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핥았다.‘만령광모가 내게 있다는 이 비밀을 끝까지 지켜야 해.’이번 갱도 세계로의 여정에서 최대 승자가 된 서현우가 환고광맥의 중심부로 돌아왔다.짧은 침묵 끝에 싸움이 시작되었다.신급의 강자들은 이에 대해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최고 세력의 대열에서도 감히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주화입마된 자들이 예외적으로 이들을 건드렸지만, 모두 빨리 죽게 되었다.모두들 공중으로 솟아올라서 전쟁처럼 미친 듯이 싸우는 지면을 바라보며 무표정한 표정을 지었다.“가자, 이제 떠나야지.”극무가 담담하게 말했다.홍세령은 서현우를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시간이 있으면 다시 함께 탐험하도록 해요.”“그래요.” 서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 지내세요.”“잘 지내세요, 아마도 곧 극락산에 갈 거예요. 그때 다시 이야기하죠.”“안녕히 계세요.”서현우를 보고 또 홍세령을 보
“무슨 뜻이야?” 서현우의 안색이 변했다.“흥분하지 말고 내 말을 들어.”번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육신이 없어. 일단 손을 써서 공간의 장벽을 열면 령혼체는 순식간에 공간의 역량에 의해 없어지게 돼.”“나한테 빙의하면 안 돼? 그때 극무를 속인 것처럼?” 서현우가 다급하게 말했다.번산이 말했다.“그때는 내 영혼의 힘이 약해서 너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안 돼. 너의 육신의 강도가 이미 내 영혼의 부착을 지탱하기에 부족해.”서현우의 얼굴은 더없이 일그러졌다.“설마 다른 방법이 없단 말이야?”“내가 한 신급의 강자에게 공간의 장벽을 열도록 강요할 수는 있어. 그러나 지구의 좌표를 확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야. 게다가 그 신급 강자가 너에게 열어준 것이 바로 지구의 공간 장벽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없어. 만약 어떤 험악한 곳으로 전송되면, 다시 지구의 좌표점을 찾는 것이 더없이 어려워질 거야.”‘사실 번산은 아주 보수적으로 말한 거야.’‘완전히 낯선 세상에서 길을 잃는다면, 지구의 좌표를 알아내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야.’‘게다가 그곳에 신급의 강자가 있는지, 수라계의 공간 장벽을 다시 뚫을 수 있는지도 확실치 않아.’‘불확실한 요소가 너무 많아.’‘억지로 강행한다면 목숨을 가지고 농담을 하는 거야.’“방법이 또 있어?” 침묵하던 서현우가 물었다.“그리고.”번산이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강제로 내가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은 깨달음을 너에게 주입할 수 있지만, 반드시 네가 나의 깨달음을 복제해서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야. 너는 사람마다 길이 다르고 깨달음이 다르며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는 방향도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해.”“게다가, 너의 바탕과 축적된 실력은 신급 경지와 비교해서, 아직 일정한 차이가 있어. 일단 실패하면, 결과는 네가 잘 알 거야.”서현우는 이를 악물었다.비록 가슴이 설렜지만,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나도 내 영혼의 힘을 없애
만령에게 감격한 번산이 웃었다.“고마워, 만령. 만약 네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오래 걸려야 이 정도로 회복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어.”“아빠 말을 들은 거예요.” 서현우의 곁으로 달려간 만령은 한 손을 안고서 의지하는 표정을 지었다.서현우는 만령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면서, 이 새로 얻은 딸에 대해서도 보호의 정이 더 많아졌다.번산은 활짝 웃으면서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얼마나 남았어?” 서현우가 번산에게 물었다.번산과 공생 계약이 있기에 서현우도 번산의 영혼체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이 사실에 서현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영혼의 수정석은 아주 드물고 얻기 어려워. 정말 밖에서 찾는다면 수라계 전체를 다 찾아도 천 개를 찾을 수 없을 거야.’‘이렇게 많은 양으로도 번산의 영혼체를 완전히 회복시키지 못했으니 정말 엄청난 거야.’‘그리고 신경 후기인 강자의 영혼체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어.’“지금 내 실력은 신의 경지에 막 들어갔다고 할 수 있어. 2천 개만 더 있으면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 것 같아.”번산이 기대하는 말투로 말했다.서현우는 혀를 내둘렀다.‘말은 편하게 하네.’‘만약 만령이라는 만령광모의 존재가 없었다면, 번산은 평생 영혼체를 복구할 수 없었을 거야.’“완전히 복구되면 신의 경지 후기에 도달할 수 있어?”서현우가 물었다.“그래.”번산은 아주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그러나 내가 손을 대면 영혼의 힘을 소모하게 돼. 영혼의 수정석만 이를 보충할 수 있어.”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음을 표시했다.‘육신을 가지고 있는 무자는, 흡수하는 것이 정기든 혈악의 힘이든 모두 천지 사이에서 보충할 수 있어.’‘육신이 그릇과 같은 역할을 하는 거지.‘그러나 번산은 영혼체야. 그에게 가장 적합한 악의 몸은 이미 부패하고 소멸되었어. 이 세상에는 아마도 누구의 몸도 지금의 번산을 수용할 수 없을 거야.’‘번산은 영혼체의 상태로만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야.’‘육신이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