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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2화 어두움 

이미 예상은 했지만 도준의 축객령에 하윤의 마음은 찢어질 것만 같았다.

손을 들어 차 문을 열려고 시도했지만 마치 천근이나 되는 쇳덩이를 손에 매단 것처럼 손이 들리지 않았다.

이윽고 눈앞이 희미해졌다.

예전에는 이렇게 말한 적도, 더욱이 내쫓은 적도 없었는데.

심지어는 하윤이 삐져서 가려고 하면 도준은 이내 하윤을 붙잡아 두고 장난치면서 달래곤 했다.

예전에 했던 행동과 비교해 보니 지금의 냉대는 사람을 더 아프게 했다.

도준이 담배 한 대를 다 피울 때까지 그에게 등만 보이던 여자가 꿈쩍도 하지 않고 떨고만 있자 도준은 결국 담배를 눌러 껐다.

“왜? 이제는 버티고 안 가는 거야?”

눈시울과 코끝이 시큰거렸지만 하윤은 끝내 눈물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

“저 비행기 티켓 끊었어요. 내일 해원으로 떠나요.”

“아하, 축하해.”

도준은 하윤이 가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다는 듯 가벼운 말투로 말했다.

이에 하윤은 참지 못하고 말을 보탰다.

“조사를 끝내면 다시 돌아 올게요.”

한참이 지났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끝내 눈물을 참지 못한 하윤은 눈물을 닦고 다시 고개를 돌려 도준을 바라봤다.

“내일 저 배웅하러 올 거죠?”

“배웅?”

도준은 마치 우스갯소리라도 들은 것처럼 어이없어 했다.

“내 곁에서 도망치려고 자살로 위협까지 하는 사람을 내가 무가 아쉽다고 뒤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면서까지 배웅해야 하지?”

“그런 거 아니에요.”

하윤은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

“그날 제가 했던 말은 홧김에…….”

“그만해.”

도준은 다시 세상 만사 귀찮다는 듯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맞든 아니든 듣고 싶지 않아. 스스로 내릴래? 아니면 내가 밖으로 던져줄까?”

하윤 스스로도 눈치가 있으면 지금 당장 차 문을 열고 나가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야 본인의 체면도 살 거고.

하지만 그날 자기가 내 뱉었던 그 말, 도준과 있는 매일이 숨막혀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 같다던 말만 생각하면 꿈쩍도 할 수 없었다.

아버지의 일만 제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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