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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3화 두 사람의 종점 

어둠 속에서 바닥에 주저앉은 채 한참을 흐느끼던 권하윤의 위로 그림자가 드리우자 하윤은 그제야 눈치 챈 듯 고개를 들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도준의 얼굴은 어둠과 어우러져 있었지만 하윤의 눈에는 밝게만 느껴졌다.

이에 하윤은 도준의 손을 잡으려는 듯 손을 뻗었다.

“저 다리 아파요. 손목도 아프고요.”

너무 급하게 달린 탓에 하윤은 아직도 숨이 차 있었고 얼굴에 붙어있던 머리카락이 고개를 젖히는 동작에 따라 뒤로 흘러 넘어갔다.

비단결 같은 머리카락이 어깨 라인을 따라 뒤로 흘러내렸다가 도준의 손에 감기는 동안, 하윤은 불쌍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저 좀 일으켜 주면 안 돼요?”

하윤은 일부러 다리의 상처를 드러냈다. 새하얀 다리 위에 뻘건 피가 흐르자 더욱 선명하고 자극적이었지만 도준은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은 채 하윤을 내려다볼 뿐이었다.

“뭐 하려는 거야?”

하윤은 흠칫했다.

“저는…….”

“죽네 사네 하면서 떠나려고 할 때는 언제고 내가 가라고 하니 이제는 대꾸 좀 해달라고? 사람 갖고 노니깐 재밌어?”

낮게 깔린 목소리가 밤바람을 따라 하윤의 귀에 냉기만 남기고 갔다.

‘그랬지. 떠나겠다고 한 건 분명 나였는데 놓아주겠다고 하니까 이제 와서 당황해하는 나도 웃겨. 나 참 이기적인 사람인가 봐.’

하윤은 가족한테 미안한 짓을 하고 싶지 않았고 동시에 도준을 잃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가운데서 평형을 유지하며 가장 좋은 선택을 하려고만 했다.

하지만 그건 결국 도준을 고려하지 않은 행동이었다.

도준이 붙잡을 때는 떠나려 했다가 놓아주려 하니 이제야 매달리는 꼴이라니.

‘내가 이렇게 계속 우유부단하게 행동했는데 도준 씨 성격에 어떻게 지금까지 참아온 거지?’

겨우 냉정을 되찾은 하윤은 고개를 푹 숙였다.

“미안해요.”

가벼운 한 마디는 여전히 변함없었다.

‘진심이 담기지도 않은 사과로 모든 걸 없는 일로 만들려 하다니 참 꿈도 야무지네.’

도준은 진심도 아니면서 후회하는 척하는 하윤의 태도에 이제는 이골이 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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