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765화 여정 

권하윤은 주위의 모든 걸 빙 둘러보며 낯선 얼굴들 가운데서 익숙한 그림자를 찾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건 모두 헛수고였다.

끝내 포기한 듯 눈을 감은 하윤은 낮게 중얼거렸다.

“가요.”

케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윤의 뒤를 따라 보안 검사 입구로 향하다가 갑자기 뭔가 발견한 듯 고개를 홱 돌려 한 곳을 뚫어지게응시했다.

그 곳은 인파로 북적거려 사람들이 모였다 헤어지기를 반복했다.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한 케빈은 결국 캐리어를 쥔 손에 힘을 꽉 주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하윤의 뒤를 따랐다.

하지만 케빈이 떠나간 뒤, 인파 속에는 두 남녀의 실루엣이 나타났다.

여자는 세상을 깔보는 듯한 남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왜 가서 배웅해주지 않아?”

“하. 그러는 넌 왜 숨어서 보기만 하는데?”

여자의 눈은 순간 반짝였다.

“봐도 결국은 헤어져야 할 텐데, 차라리 안 보는 게 나아.”

그 말에 남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멀리에 있는 실루엣이 사라질 때까지 시선을 떼지 않았다.

……

비행기가 상공에 날아오르자 하윤은 창문을 통해 점점 멀어지는 경성을 내려다봤다.

점점 멀어져가는 산천의 모습과 함께 그곳에서 만들었던 추억도 멀어져 가는 느낌이었다.

그 순간 남은 건 그저 가슴에서 점점 퍼져가는 고통뿐이었다.

그로부터 약 2시간 뒤, 하윤은 해원에 도착했다.

그곳의 기온은 경성보다 많이 높은 탓에 비행기를 나서자마자 긴 소매가 살에 달라붙은 것처럼 눅눅하고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다행히 하윤은 사람들 속에서 [이시윤]이라는 카드를 들고 있는 사람 한 명을 발견했다.

그나마 전에 던과 연락한 덕분이었다. 물론 던이 해원에 대해 익숙하지 않다며 직접 마중하러 나오지는 않고 기사에게 그 임무를 내팽개쳤지만.

차에 오른 순간 하윤은 그나마 기사라도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가는 길에 하윤은 줄곧 창밖을 내다봤다.

해원을 떠난 뒤 다시 돌아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껏 해원은 크게 변한 게 없었다. 여전히 높은 건물이 우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