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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8화 보고 싶은 마음 

권하윤은 문을 닫은 뒤에도 여전히 케빈의 말을 생각했다.

‘케빈 씨 말은 내가 뭘 하려는지, 어디를 가려는지 말할 필요가 없다는 뜻인가?’

그 순간 민시영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케빈은 자유로울 자격이 없다던 말.

‘보아하니 시영 언니뿐만 아니라 케빈 씨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네.’

어느새 조용한 방은 차가운 에어컨 바람으로 가득 찼고, 하윤은 책상 앞에 앉아 집중해서 자료를 펼쳐 보고 있었다. 하지만 보다 보니 눈앞에 자꾸만 익숙한 남자가 아른거렸다.

‘케빈 씨가 갑자기 나타난 게 혹시 도준 씨랑 관련 있나?’

‘내가 혼자 길을 떠나는 게 걱정돼서 도준 씨가 일부러 케빈 씨를 보낸 건가?’

이런 가능성만 생각하면 하윤은 코끝이 시큰거렸다.

‘나를 버리기로 했어도 여전히 내 안전을 위해 모든 걸 준비해 뒀나 보네.’

먼 거리 때문에 사랑과 증오가 사라지고 그 대신 그리움만 남은 모양이다.

이제 떨어져 있은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보고싶은 걸 보면.

‘도준 씨는 뭘 하고 있을까? 설마 벌써 나를 잊은 건 아니겠지?’

이 시각 하윤의 가슴에 쌓인 감정은 미친듯이 부풀어 올라 출구가 필요했고, 잘 프린트 된 글자는 아무리 애써도 눈에 들어오지 않은 채 생각조차 방해했다.

결국 하윤은 핸드폰을 집어 들고 도준과 주고받은 문자를 확인했다.

그러다가 고심 끝에 하고 싶은 말을 적었다가 다시 지우는 바람에 그렇게 많던 글자가 고작 몇 글자로 요약됐다.

그 문자를 보내자 불편한 감정이 어느 정도 사그라 들어 하윤은 다시 자료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윽고 리스트를 한 페이지씩 확인하면서 기억에 따라 이름을 추가했다.

그리고 그 시각, 하윤의 마음을 담은 문자메시지는 도준에게 도착했다.

[저 해원에 도착했어요. 여기 날씨가 너무 더워서 손목 상처가 간지러워요. 그런데 흉터 질까 봐 긁지도 못해 지금 기분이 안 좋아요.]

문자만 봐도 하윤의 투덜거리는 말투와 잔뜩 찌푸린 표정을 듣고 볼 수 있는 것만 같았다.

순간 투정 부리며 애교 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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