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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9화 발판을 마련하다 

권하윤은 선물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더니 남자에게 쑥 밀었다.

“종서 선배 고마워요. 저녁에도 수고 좀 해 줘요.”

김종서는 좋아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유, 뭘 이런 걸 다. 내가 후배한테서 선물을 어떻게 받아?”

김종서는 입으로는 이렇게 말했지만 어느새 W사 시계를 손목에 차보기까지 하며 소시민 같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김종서가 이런 사람이 아니라면 하윤은 아마 김종서에게 이런 일을 부탁하러 찾아오지도 않았을 거다.

김종서도 예전에는 이성호의 학생이었는데, 돈을 너무 밝히는 탓에 음악을 조금 배우는가 싶더니 몇 달도 견지하지 않고 장사한다며 도망쳐 버렸다.

하지만 그나마 머리가 좋아 문화예술에 관한 사업을 하다 보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중간에서 이익을 잘 챙 부를 축적했고, 동창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다 보니 김종서를 찾아오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이다.

물론 이건 하윤의 계획 중 첫 번째 단계일 뿐이지만.

“시윤아, 너 그동안 어디서 지냈어? 왜 2년 동안 소식이 없었어?”

김종서는 전복 죽을 홀짝이며 대화를 이어갔다.

하지만 어중간한 때라 그런지 하윤은 입맛이 없어 물만 마셨다.

“저 계속 경성에 있었어요.”

“경성 좋지. 나도 이제 시간 되면 가보려고 하는데. 그곳에 유명한 재벌이 엄청 많다며? 우리 여기 공씨 가문처럼. 성이 뭐였더라? 민 씨였나?”

성만 들었지만 하윤의 가슴은 순간 뜨거워졌다.

하윤과 도준의 일은 경성 명문가에서 떠들썩했지만 일반 사람들의 귀에까지는 전해지지 않았다.

더욱이 두 사람은 공개적인 결혼식도 올린 적이 없으니 해원에 있는 평민은 더더욱 두 사람을 연상시킬 리 없다.

하윤은 답답했지만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가방을 쥐고 일어섰다.

“저 오후에 일이 좀 있어서 우리 저녁에 만나요.”

김종서는 테이블 위에 놓인 비싼 요리들을 훑어보더니 지갑을 찾는 척 연기하기 시작했다.

“그러면 이건 내가 계산할 게. 카드가…….”

하지만 김종서의 꿍꿍이를 바로 파악한 하윤은 싱긋 미소 지으며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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