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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6화 너도 못 잊었잖아

샘플 채취 수, 시윤은 곧장 병실에 돌아가는 대신 복도 창가에 서서 멍하니 밖을 바라봤다.

확실히 수아의 말대로 해원에는 벌써 꽃들이 피어 있었다.

물론 많은 편은 아니지만 경성보다 일찍 따뜻하져 벌써 봄의 기운이 물씬 느껴졌다.

방금 바삐 뛰어다닐 때는 생각할 여유가 없었지만 조용해지니 이제야 경성을 떠났다는 게 실감이 났다.

시윤은 결국 그 문을 열지 않았고, 운명에 이끌린 듯 해원으로 돌아왔다.

‘이게 우리의 바뀌지 않는 운명인가 보네...’

“윤아.”

시윤은 번쩍 정신을 차리며 돌아섰다. 승우도 어느새 샘플 채취를 마치고 돌아왔다.

“오빠.”

승우는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동생을 한참 동안 바라보더니 마음 아픈 듯 말했다.

“여위었네.”

그 말에 시윤은 오히려 피식 웃었다.

“뚱뚱해지면 쌤이 욕해.”

이윽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승우를 빤히 바라봤다.

“그러는 오빠야말로 멋있어진 것 같네. 혹시 형수는 언제 데려올 거야?”

승우는 눈을 내리깔며 속내를 숨기려 했다.

“급할 거 없어.”

시윤이 떠난 1년 반 동안 승우는 제자들이 점점 많아지자 예전에 바이올린 연습에 기울이던 노력을 모두 학생을 가르치는 데 기울였다. 심지어 전에 사용하던 연습곡도 리뉴얼하고 많은 기법도 새로 추가했다.

그 뿐만 아니라 일전에 천재로 이름이 많이 알려진 덕에 많은 토크쇼에 초대되었고, 그 방송분이 공개되자 수많은 여자 후배들이 시윤에게 승우의 연락처를 물어보기까지 했다.

심지어 수아는 잘생긴 것보다는 바이올린 켜는 남자가 좋다며 다리를 놔줄 걸 제안했지만 승우가 거절했다.

물론 승우가 거절한 사람은 시윤의 후배뿐이 아니다. 그동안 지내오면서 시윤은 심지어 제 오빠가 이성과 가까이 지내는 걸 본 적이 없다.

‘잠깐, 설마 오빠 남자가 취향인가?’

승우는 갑자기 이상야릇해진 시윤의 표정을 보며 우스운 듯 물었다.

“윤아, 너 표정 왜 그래?”

시윤은 승우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오빠, 저기 있잖아. 나 오픈 마인드라 형수는 여자가 아니어도 괜찮아.”

그 말에 승우는 잠깐 멍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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