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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3화 선택할 이유가 없다

‘그 편지만 꺼내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는 게 없을 거야.’

순간, 승우의 마음속 어두운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

‘그래, 나 빼고 편지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없어.’

‘내가 다시 오빠로 돌아가면, 시윤의 실망하는 표정도 볼 필요 없고 계속 만날 수 있어.’

승우에게는 이거면 충분했다.

그렇게 마음속 생각을 천천히 찍어 누를 때, 시윤이 갑자기 승우의 팔을 잡아 들었다.

“오빠? 나 때문에 팔 다친 건 아니지? 아프면 꼭 나한테 말해야 해.”

시윤의 말투에는 미안함이 가득 담겨 있었고, 맑고 깨끗한 두 눈은 마치 한 줄기 빛처럼 승우를 비추었다.

시윤은 그가 어릴 때부터 아끼던 동생이며, 그 누구보다 더 소중히 여겨왔다. 그런데 사리사욕 때문에 시윤이 고통을 겪게 할 수 없었다.

승우는 눈을 내리깔더니 뭔가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시윤아, 모레 내 생일이야.”

승우가 갑자기 생일 얘기를 꺼내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지 시윤은 얼떨떨해하더니 이내 긴장을 풀었다.

‘내가 친동생이 아니라는 사실이 너무 충격적이라 갑자기 혼란을 느꼈나 보네.’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면 더 바랄 것도 없었다.

“응, 알아. 내가 오빠 주려고 선물도 준비했어. 이번엔 진짜 선물이야.”

승우는 한시름 놓은 듯한 시윤의 표정을 보며 애써 괜찮은 척했다.

“그래, 나도 너한테 주고 싶은 게 있어.”

“뭔데?”

“나중에 알게 될 거야.”

승우는 끝내 편지를 내놓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이기적이고 싶었다. 적어도 시윤의 마지막 생일이 지날 때까지는.

나중에 시윤이 알게 되고 관계를 끊자고 하든, 아니면 죽으라고 하든, 모두 응당 받아야 할 벌이라고 생각했다.

...

늦은 밤, 시윤이 해원의 거리를 지나 병원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그때.

자동차의 헤드라이트가 밤길을 환히 비춰주며 도시의 네온사인과 함께 칠흑 같은 통유리창 안쪽을 비추고 있고

경성에서 민혁은 유리창 옆에 선 남자에게 조심스럽게 설명하고 있다.

“도준 형, 시윤 씨 어머니가 갑자기 쓰러졌대, 그래서 떠난 거야. 사실 떠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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