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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9화 나 때문에 죽을 거라고 생각해?

뚝- 뚝-

텅 빈 페공장 안, 하수관 아래로 물이 떨어지고, 구석에 모인 쥐들은 탐욕스럽게 바닥의 더러운 구정물을 핥고 있다.

시윤이 눈을 떴을 때, 손발은 이미 꽁꽁 묶여 있는 상태였다.

밧줄은 발목부터 무릎까지 칭칭 휘감고 있었고, 팔도 똑같이 손목부터 팔꿈치까지 감고 있었다.

게다가 온몸이 도관에 묶여 도망치고 싶어도 도저히 도망이 아니라 움직이고 싶어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깼어?”

그때 옆에서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밧줄을 어찌나 꽁꽁 묶었는지 고개를 들기조차 어려웠다.

“원혜정?”

혜정은 마치 아량이라도 베푸는 듯 시윤의 앞에 다가와 대답했다.

“그래. 오랜만이야, 다섯째 동서. 아, 아니지. 이제는 둘째 동서라고 해야지? 세상일 참 모른다니까.”

혜정의 진짜 모습을 진작 알고 있던 시윤은 능청스럽게 연기하는 혜정의 모습이 꼴 보기 싫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회포를 풀려고 나 납치한 거 아니잖아?”

혜정은 가볍게 웃었다.

“회포는 당연히 풀어야지. 그런데 네 사람 모두 한데 모이면 그때 하자고.”

시윤은 눈살을 찌푸렸다.

“네 사람?”

“응. 재혁 씨가 먼저 갔거든, 나도 따라가려고. 재혁 씨가 평생 민도준을 놓지 못했으니 민도준도 같이 데리고 내려갈 생각이야.”

줄줄 읊어 내리던 혜정의 얼굴에는 옅은 수심이 서려 있었다.

“사실 동서는 어찌 보면 억울할 텐데, 민도준을 끌어들이려면 어쩔 수 없었어.”

“민재혁도 도준 씨를 이기지 못했는데, 본인이 가능하다고 생각해?”

“모략으로 승부를 보면 당연히 안 되지.”

시윤을 응시하는 혜정의 눈에는 일순 광기가 어렸다.

“그런데 감정을 내세우면 한번 해볼 만한 싸움일지 누가 알아?”

혜정이 저를 미끼로 삼았다는 걸 알아챈 시윤은 마음이 조급해져 일부러 비아냥거렸다.

“우리 벌써 헤어진 지 1년이 넘었는데, 도준 씨가 나 때문에 죽을 거라고 생각해?”

“안 될 것도 없지.”

혜정은 시윤을 빤히 바라봤다.

“동서가 얼마나 예쁜데. 민도준이 동서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동서를 위해 죽으라고 하면 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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