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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2화 절체절명의 순간

혜정은 태연한 눈빛을 한 채 아예 몸부림도 치지 않았다. 그저 싱긋 웃으며 눈빛으로 도관 쪽을 가리키며 더듬더듬 말을 이어나갈 뿐.

“저기...”

도준은 답을 듣기 바쁘게 혜정을 옆으로 밀쳐버리고는 시윤이 있는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걸 본 시윤은 다급하게 소리쳤다.

“얼른 가요! 여기 곧 있으면 폭발해요.”

소리를 치는 와중에 깜빡이는 숫자를 확인하니, 시간은 어느새 01:30를 가리켰다.

도준이 몸을 쪼그리고 앉아 밧줄을 풀기 시작하자 시윤은 미친 듯 소리 질렀다.

“안 돼요. 얼른 가요. 안 그러면 우리 둘 다 죽는다고요! 이거 안에 와이어가 있어 풀 수 없어요!”

분명 절체절명의 순간이었지만 도준은 오히려 웃고 있었다.

“왜? 나랑 같이 죽는 것도 싫어?”

시윤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어, 말없이 점점 줄어드는 숫자를 바라봤다. 그때, 도준이 칼 한자루를 꺼내 들었다. 그 칼은 몇 년 전 도준이 시윤의 혀를 잘라버리겠다고 겁줄 때 꺼냈던 칼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무슨 재질로 되어 있는지 와이어는 쉽게 끊어졌다.

그 순간 어두웠던 시윤은 얼굴이 환해졌다.

도준도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깔끔하게 밧줄을 모두 잘라냈다.

00:55.

손과 발에 묶여 있던 밧줄이 모두 끊어졌다는 기쁨을 미처 누릴 새도 없이, 시윤은 다시 절망으로 빠져버렸다.

전에 두꺼운 밧줄로 꽁꽁 묶여 있어 미처 눈치채지 못했었는데, 밧줄 아래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절망보다 더 고통스러운 게 희망 뒤에 다가온 절망이라고 했던가? 이 순간, 시윤이 딱 그랬다.

그때 구석에서 혜정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하하.”

“내가 준비한 서프라이즈 어때? 마음에 들어?”

이 모든 건 혜정이 일부러 꾸민 짓이다. 도준에게 제가 느꼈던 절망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

00:29.

시간을 확인한 시윤은 힘껏 도준을 밀어냈다.

“얼른 도망쳐요!”

하지만 도준은 꿈쩍도 하지 않고 칼과 힘을 이용해 억지로 수갑을 끊이려 했다.

남의 생사를 쥐고 주무르던 두 손은 날카로운 수갑의 모서리에 베어 피가 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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