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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6화 네 그 낯짝 더는 보고 싶지 않아

“민도준!”

슬픔에 잠긴 혜정의 목소리는 가늘고도 위태로워 보였다. 그동안 잘 쓰고 있던 가면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었다.

분명 본인이 어부라고 생각했는데. 수진을 미끼로 삼아 제가 원하는 모든 걸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미끼는 알고 보니 민재혁이었다.

도준은 사실 재혁을 바로 죽여버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재혁에게 살아갈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을 주어 혜정이 남편을 위해 제 가문까지 내걸게 만들었다. 그 결과 혜정은 아무것도 남지 않고 완전히 패했다.

얼마 전 혜정이 몰래 재혁을 보러 갔을 때만 해도, 재혁은 초췌해진 얼굴과 달리 여전히 희망을 잃지 않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었다.

그런데 이 순간 남편의 사망 소식을 접할 줄이야.

부부가 돼서 남편의 마지막 모습도 보지 못했다는 사실에 혜정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러면서 민도준에게 반드시 소중한 것을 잃는 아픔을 똑같이 느끼게 해주리라 다짐했다.

...

YM그룹을 나와서부터 민혁은 도준의 뒤를 쫄래쫄래 쫓아가며 쫑알댔다.

“도준 형, 이런 계획이 있었으면서 왜 나한테 미리 말 안 했어?”

도준은 민혁에게 한심하다는 눈빛을 쏘아댔다.

“네 연기력을 어떻게 믿고?”

“나 요즘 가을 씨한테서 연기 배워, 지금...”

그때, 민혁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뒤쪽에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민 사장님!”

그 목소리의 주인은 이제 막 회의실에서 달려 나온 수진이었다. 아무리 어리다고 해도 아까의 대화에서 대충 뭔가 눈치챈 수진은 나오기 바쁘게 도준에게 따져 물었다.

“진작에 YM을 인수할 계획이었다면 전 뭐였어요? 그냥 바둑알이었어요?”

“아니면? 그렇지 않으면 네가 지금까지 왜 살아있다고 생각하지?”

수진은 도준이 그동안 저를 ‘총애’하던 게 모두 가짜인 것도 모자라, 원씨 가문을 먹으려는 수단에 불과했다는 말에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도준의 매정한 대답에 이성의 끈을 놓아버린 수진은 이를 악물었다.

“아하, 이시윤이 민 사장님 떠난 것도 이래서... 아!”

채 끝나지 못한 말은 외마디 비명으로 대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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