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이놈들이 떠날 때, 이 배에 살아남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 거야.”임지환은 눈앞에서 비겁한 본모습을 드러낸 사람들이 그저 겉만 번지르르한 악당들이란 걸 눈치챘다.“임지환, 아까 죽어가는 사람을 구하지 않은 건 둘째 치고 이제 와서 아픈 상처에 소금이나 뿌려?”“너 같은 인간은 대사라는 단어를 더럽히는 존재야!”“넌 다른 사람들도 다 너처럼 냉혈한이라고 생각해? 사람은 양심이란 게 있어. 다 너처럼 배은망덕한 놈이라고 생각하지 마!”임지환의 도발에 다들 화나서 참지 못하고 임지환에게 비난을 퍼부었다.“임 대사, 넌 참 똑똑한 사람이야. 저놈들이 그냥 강에 던져 물고기 밥이나 될 놈들이란 걸 어떻게 알았지?”행크는 미소를 지으며 떠들썩한 사람들에게 사형을 선고한 듯 말했다.그 말을 듣자 대부들은 공포에 질려 그 자리에서 오줌을 지릴 뻔했다.“난 죽기 싫어!”“임 대사님, 이제 당신만이 우리를 구할 수 있어요.”“아까는 제가 정신이 나갔었어요. 제발 우리를 버리지 말아 주세요!”“임 대사님이 절 구해준다면 저는 100억을 내고 제 목숨을 살게요.”“100억이 뭐냐, 난 200억을 내겠어!”“임 대사님... 아니, 임 신선님! 제발 우리를 구해주세요!”강한시 대부들은 당장 죽을 것 같자 다들 임지환에게 도움을 청하느라 여념이 없었다.심지어 니혼 사람들조차도 체면을 내려놓고 임지환에게 목숨을 구걸했다.“임 선생님, 제발 우리를 살려 주세요!”“보시다시피 저는 이렇게 젊어요. 전 정말 죽기 싫어요!”“임 선생님이 저를 구해주신다면 평생 당신을 위해 뭐든 하겠어요!”목숨을 구걸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울려 퍼졌고 휴게실 전체에 메아리쳤다.조금 전까지 임지환에게 쌀쌀하게 명령하던 소유리조차도 고통을 참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제발 날 살려 주세요...”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이제 임지환만을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임 대사, 지금 보니 네가 모두의 희망이 됐군. 내가 지금 총을 쏴서 널 죽여버린다면 이 사람들이 내 발밑에 기
임지환의 온몸에서 살기가 뿜어나오고 있었다.그 살기는 너무나 짙어서 수많은 생명을 무자비하게 앗아간 행크조차도 순간적으로 오싹함을 느꼈다.“1년 동안 내가 납치한 사람들은 수없이 많지. 그중에 한국인들도 꽤 되고. 하지만 성이 배 씨인 사람은 없었던 것 같아... 뭐, 네가 원한다면 내가 그걸 도와줄 수도 있어. 단, 네가 나와 협력한다는 조건에서지. 그렇지 않다면...”행크는 소유리를 바닥에 던지며 임지환을 향해 목을 긋는 제스처를 했다.“지금 내 기분이 상당히 안 좋거든. 방금 너 때문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했는지 알기나 해? 현명하다면 당장 내 눈앞에서 사라져. 그렇지 않으면 이따가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난 걸 후회하게 될 거야.”임지환은 쌀쌀한 말투로 행크에게 경고했다.“임 대사님, 자신감이 있는 건 좋은데 지금 이 상황에서 그런 말을 하는 건 자폭과 다름없어요.”강진수는 참지 못하고 임지환에게 귀띔했다.“임 선생님, 아무리 강해도 눈앞의 총알을 피할 수는 없잖아요.”진태양도 맞장구쳤다.“저 사람이 협력하자고 했으면 일단 받아들이면 될 텐데 왜 괜히 저 사람을 자극하는 겁니까?”“죽고 싶다면 그냥 내버려둬!”“어차피 우리도 다 죽을 거야. 저 녀석이 먼저 가서 지옥으로 가는 길이나 닦게 해줘!”니혼에서 온 한중오 제자들은 임지환이 자신들을 구할 생각이 없다는 걸 알고 얼굴빛이 싹 변했다.“임 대사는 너무 젊어서 저러는 거야.”“일단 협력하는 척이라도 했으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을 텐데.”“이제 임 대사는 죽음을 피할 수 없게 되었어.”강한의 대부들도 모두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고 한숨을 내쉬었다.“죽고 싶어 안달 난 것 같으니 내가 그 소원을 이루어줄게. 네가 저지른 가장 큰 실수는 너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한 거야.”행크는 총을 들어 임지환의 머리에 겨누고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임 선생님, 피하세요!”그 모습을 목격한 유란은 소리를 지르며 끄떡도 하지 않고 서 있는 임지환에게 빠른 속도로 달
행크는 갑자기 하늘에서 우르르 내려온 용수 전사들을 보며 본능적으로 욕설을 내뱉고 부하들에게 총을 쏘라고 재촉했다.따다다다...총알이 죽음을 재촉하는 사신의 비명처럼 마구 날아다니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하지만 예상치 못한 이상한 장면이 벌어졌다.원래 유리도 쉽게 뚫을 수 있는 수십 발의 총알이 임지환 근처에 닿자 모두 기이하게 튕겨 나갔다.푸슉!푸슉!미처 방어할 겨를도 없이 행크의 부하들은 자기가 직접 쏜 총알에 맞아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임지환과 용수의 사람들이 손을 대기도 전에 행크의 부하들은 이미 대부분이 이렇게 죽어 나갔다.“이런 젠장! 저놈이 설마 마법이라도 쓰는 거야?”“이건 마법이 아니야! 이건 동양의 신비한 선술이야!”“오, 신이시여, 당신의 충실한 신자를 구해주소서!”이 정장을 입은 폭도들은 사람 죽이는 데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지만 이 기괴한 장면을 보고는 자기 눈을 믿을 수 없어 나름대로 추측하기 시작했다.“선생님,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조금 전의 공포에서 겨우 벗어난 소유리가 무심코 한중오에게 물었다.“이건 무도 대종사들만이 펼칠 수 있는 선천강기입니다. 아쉽게도 저는 검도를 통해 경지에 올랐기에 선천에 들어서지는 못했습니다. 나도 선천 경지에 올랐더라면 저 정도는 할 수 있었을 겁니다.”한중오는 이 기묘한 장면을 보며 임지환이 어떻게 총알을 튕겨냈는지 대뜸 알아챘다.하지만 한중오는 임지환의 영기 방패가 자기가 알고 있는 선천강기보다 훨씬 강력한 술법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임 선생님, 이놈들을 어떻게 처리할까요?”허청열이 전투 의지를 상실한 정장 폭도들을 바라보며 임지환에게 의견을 물었다.“안 죽은 놈들은 다 체포해. 오늘은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어.”“알겠습니다.”허청열은 고개를 끄덕이며 용수 전사들에게 명령을 내려 살아남은 자들을 전부 체포했다.“너... 도대체 누구냐?”눈 깜빡하지도 않고 수많은 생명을 빼앗은 악마 행크도 임지환의 신묘한 수법을 본 뒤 처음으로 공포를 느
죽인다고 하면 진짜 죽였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임 대사가 너무 과감한 거 아니야?”주변 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고 저마다 등골이 서늘해졌다.이런 상황에서도 임지환이 감히 나서서 사람을 죽이다니, 니혼 공주인 소유리의 체면을 전혀 세워주지 않았다.“임 선생님, 저 남자를 죽일 필요까지 있었습니까? 너무 감정적인 거 아닙니까?”한중오는 죽은 행크를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이봐요 영감, 영감이 보건대 임 선생님이 단순히 감정에 휩싸였다고 생각한다면 영감의 경지는 정말 형편없는 거야.”유란이 비웃으며 말했다.“그럼 감정적이 아니면 뭡니까?”한중오가 차갑게 물었다.유란은 고개를 저으며 목소리를 높여 반박했다.“당연히 아니지. 임 선생님이 저 남자를 죽인 건 모두의 안전을 위한 거야. 만약 행크를 너희 손에 넘겨준다면 너희는 배후의 주모자를 추궁해 낼 가능성이 높아. 하지만 그 이후엔... 또 다른 피바람이 불어올 게 분명하다고! 알겠어?”유란은 조리 있게 자기 추측을 털어놨다.“나를 노리는 자들에게 난 자비를 베풀 필요가 없어.”소유리는 패닉 상태에서 점차 침착해졌고 목소리에도 살기가 묻어났다.“그게 바로 결정적인 문제야. 너희가 이기면 당연히 상황이 평화롭게 흘러가겠지. 하지만 너희가 진다면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은 너희 때문에 죽게 될 거야. 이 조직이 그렇게 만만하게 보여?”유란은 쌀쌀한 목소리로 소유리의 말을 끊고 말을 이었다.“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듣겠어? 아직도 임 선생님이 행크를 죽인 것이 단순한 감정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해?”“그건...”유란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소유리와 한중오, 그리고 주변에서 지켜보던 이들의 가슴에 꽂혔고 다들 말문이 막혔다.“유란 씨 말이 맞네. 우리는 너희 두 집단 사이 모순의 희생물이 되고 싶지 않아!”“임 대사님은 우리를 구했을 뿐만 아니라 더 큰 재앙을 막아준 거야. 감사해야 할 일이야.”“임 대사님, 정말 현세의 보살이세요!”순식간에 강한시 대부들이 임지환을 구세주처럼
“난 상관없어. 모든 건 임 대사님의 뜻에 따를 거야.”강진수가 차분하게 송진국의 말에 반응했다.“됐어? 또 다른 문제라도 있어?”임지환은 담담하게 송진국을 쳐다보며 물었다.“됐어... 더 이상 볼일 없어.”송진국은 강진수가 임지환 편에 선 것을 보고 감히 뭐라고 할 수 없었다. 임지환의 눈치를 살피며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용수 병사들의 안내대로 헬리콥터에 올라 자리를 떠났다.“임지환, 우리도 이만 가볼게. 몸조심해!”오랜 망설임 끝에 소유리는 임지환에게 작별 인사를 건네기로 결심했다.“잠깐, 뭘 그렇게 서둘러? 나랑 함께 네 방으로 가자.”임지환은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고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갑자기 소유리의 자그마한 손을 덥석 잡았다.“너 지금 뭐 하는 거야?”소유리는 임지환의 행동을 전혀 예상하지 못해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군말 말고 그냥 따라와!”임지환은 소유리의 저항을 무시하고 바로 소유리를 끌고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이게... 무슨 일이지?”주변 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설마 임 대사가 신사인 척하면서 사실은 엉큼한 짐승이었나?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여자를 끌고 간다고?어이없는 장면을 목격한 한중오는 직접 임지환에게 달려가서 따지려고 했다.“어르신, 거기 서세요!”하지만 한중오가 움직이기 전에 허청열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유리 씨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당신이 책임질 수 있겠습니까?”한중오는 허청열에게 화난 목소리로 외쳤지만 허청열의 차분한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임 선생님이 유리 씨를 데려간 이상, 그럴 만한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겁니다.”“이봐...”한중오의 화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청년, 뭔가 모르는 모양인데 유리 씨는 니혼 황실 일원이야. 난 이번에 유리 씨의 호위를 전적으로 책임지고 여기까지 왔는데 무슨 일이 생기게 놔둘 순 없어!”“그만 해. 그런 얘긴 관심 없어. 여기서 난 임 선생님의 명령만 따를 뿐이니까 방해하려
임지환의 능력을 목격한 후, 유란은 임지환에 대해 무한한 경외심을 가지게 되었고 거의 맹목적인 신뢰를 보였다.유란에게 있어서 임지환은 전지전능한 신 그 자체였다.“그럼 내가 사람들을 다 보내고 나서 바로 돌아와서 유란 씨와 임 선생님을 데리고 떠날게요.”허청열은 말을 마치고 한쪽에 가만히 서 있는 한중오에게 힐끔 눈길을 주며 물었다.“이봐 영감, 왜 아직도 안 가? 여기서 죽을 생각인가?”“유리 씨가 나오지 않으면 난 절대 떠나지 않을 거야.”한중오는 단호하게 자기 생각을 밝혔다.“좋아, 죽을 때까지 기다리고 싶다면 마음대로 해.”그 말을 끝으로 허청열은 더 이상 한중오를 신경 쓰지 않고 바로 헬리콥터에 올랐다. 헬리콥터는 손님들을 태우고 빠르게 유람선을 떠나갔다.“아가씨, 진짜 여기서 죽을 생각이야?”사람들이 다 떠난 후, 한중오는 유란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죽을 생각?” 유란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네가 임 선생님께 희망을 두지 않았다면 왜 여기 남아 있는 거지?”“임지환의 능력은 인정해. 하지만 내가 남아 있는 이유는 유리 씨의 안전이 걱정돼서야. 그 자식이 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틈타 유리 씨에게 뭐라도 할까 봐 이러는 거야.”한중오는 유란이 자기 속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한 말을 하자 순간 얼굴이 붉어졌다.“마음 좀 더 곱게 먹어. 그 여자애를 소중하게 여기는 건 너희들뿐이지, 임 선생님은 그런 걸로 시간 낭비하지 않아.”유란은 한중오가 억지로 강하게 나오는 모습을 보며 웃음을 겨우 참았다.“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게 사람 마음을 간파하는 일이야. 네가 임지환 속을 완벽하게 잘 안다고 장담할 수 있겠어? 난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해야만 안심할 수 있어.”한중오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갑판에서 떠나려고 했다.하지만 유란이 한발 먼저 한중오의 길을 막으며 엄숙하게 말했다.“임 선생님이 나올 때까지는 누구도 임 선생님을 방해할 수 없어. 할 수 있으면 어디 한번 해 봐.”“너...”한중오는 버럭 화를 내려다가 갑자기
소유리는 그 모습에 잠시 멈칫하며 그 자리에 멈춰 섰다.남자한테 항상 잘 통하던 방법이 이 남자한테는 전혀 통하지 않는다니, 신기한 일이었다.“흥, 네가 뭔데 나보고 나가라고 해? 안 가! 네가 과연 이 방에서 뭘 찾아내는지 한번 보자고. 참고로 말하는 건데, 우리 니혼 사람들 방은 전부 무작위로 배정됐어. 여기에 비밀 장치 같은 건 있을 리 없거든.”소유리는 임지환이 방 안의 가구들을 옮기려는 모습을 보며 비웃으며 귀띔했다.하지만 임지환은 전혀 포기하지 않고 침대 머리맡에 있는 스탠드를 손으로 잡아 돌렸다.찰칵!임지환이 스탠드를 돌리는 순간, 침대가 갑자기 뒤집히며 비밀스러운 입구가 보란 듯이 드러났다.임지환은 그제야 소유리를 바라보며 살짝 웃었다.“아까 뭐라고 했더라?”“이게 말이 돼? 우미가 이 유람선에 온 지 겨우 이틀인데, 어떻게 이런 비밀 통로를 만들 시간이 있었겠어?”소유리는 그 비밀 통로를 바라보며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너도 네 곁에 있던 시녀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잘 모르는 것 같구나.”임지환은 비꼬듯이 말하며 비밀 통로로 들어섰다.“잠깐, 나도 갈래...”소유리는 잠시 망설이다가 임지환의 뒤를 따라 통로로 들어갔다.쿵!두 사람이 통로에 들어서자마자 침대가 원래 위치로 돌아갔고 통로 안은 순식간에 완전히 캄캄해졌다.“임지환!”소유리는 깜짝 놀라며 임지환의 팔을 꽉 잡았다.“긴장하지 마.”임지환은 어둠 속에서도 전혀 당황하지 않은 채 놀란 소유리를 달래며 여유롭게 통로를 따라 걸었다.두 사람이 약 1분쯤 걷자 끝내 통로의 끝에 도달했다.그 앞에는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두꺼운 벽이 두 사람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었다.임지환은 걸음을 멈추고 주저 없이 손을 들어 벽을 향해 손바닥을 내리쳤다.우르르!임지환의 손바닥이 닿자마자 통로에서 천둥소리처럼 둔탁한 소리고 울렸고 산산조각 난 벽에서 부서진 돌 조각들이 튀어나오면서 통로에 다시 빛이 비쳤다.“와, 임지환, 너 정말 대단해! 우리 스승님도 힘으로
슈웅!한 줄기 눈부신 광채가 임지환의 눈앞에 번쩍였다.전혀 예상하지 못한 광경이 순간 펼쳐졌다. 이 상자 안에는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금괴와 황금 조각들이 가득 들어있었다.그 외에도 값비싼 보석과 골동품들이 넘쳐났다.“와, 예상치 못한 수확이구나. 이 상자 안에 있는 것들만 해도 최소 수백억은 될 거야. 용기를 내서 너와 함께 내려온 보람이 있네. 완전 대박이잖아!”소유리는 뜻밖의 횡재에 신나서 눈을 가늘게 뜨고 환하게 웃었다.비록 소유리는 니혼 황실 출신이긴 했지만 왕위를 계승할 사람은 아니었고 본인의 재산도 그다지 많지 않았다.눈앞의 이 보물 상자는 아무리 봐도 가치가 최소 수백억에 달했다.이 비밀 통로로 들어와 이렇게 큰돈을 손에 넣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뭘 멍하니 서 있어? 어서 올라가서 사람들을 불러서 이 상자들을 옮기자고. 네가 찾고 있던 사람들도 찾았으니 서둘러 옮기고 자리를 떠야지.”임지환이 말없이 가만히 서 있는 걸 보며 소유리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연신 재촉했다.“우리가 지금 떠나려고 해도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닐 거야.”임지환은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겼다.“뭐야? 내가 이 보물을 혼자 독차지할까 봐 겁나는 거야? 난 그렇게 소심한 사람이 아니야. 같이 발견한 거니까 반반으로 나누면 되잖아. 어때? 이러면 문제없겠지?”소유리는 조심스레 자기 생각을 밝혔다.소유리는 이 보물 상자가 엄청나게 무겁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이걸 운반하는 데 임지환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이런 금은보화는 나한테 그리 대단한 게 아니야. 단지... 이 일이 이렇게 간단할 리가 없을 것 같아서 그래.”이럴 때일수록 임지환은 더 냉정해졌다.눈앞에 놓인 보물이 가득한 상자는 임지환을 조금도 흔들지 못했다.“어딘가 이상한데... 분명 뭔가 있어...”짝짝짝...임지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텅 비어있는 밀실 속에서 갑자기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박수 소리는 빠르지 않고 느릿느릿했는데 임지환을 높이 평가하는 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