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리는 그 모습에 잠시 멈칫하며 그 자리에 멈춰 섰다.남자한테 항상 잘 통하던 방법이 이 남자한테는 전혀 통하지 않는다니, 신기한 일이었다.“흥, 네가 뭔데 나보고 나가라고 해? 안 가! 네가 과연 이 방에서 뭘 찾아내는지 한번 보자고. 참고로 말하는 건데, 우리 니혼 사람들 방은 전부 무작위로 배정됐어. 여기에 비밀 장치 같은 건 있을 리 없거든.”소유리는 임지환이 방 안의 가구들을 옮기려는 모습을 보며 비웃으며 귀띔했다.하지만 임지환은 전혀 포기하지 않고 침대 머리맡에 있는 스탠드를 손으로 잡아 돌렸다.찰칵!임지환이 스탠드를 돌리는 순간, 침대가 갑자기 뒤집히며 비밀스러운 입구가 보란 듯이 드러났다.임지환은 그제야 소유리를 바라보며 살짝 웃었다.“아까 뭐라고 했더라?”“이게 말이 돼? 우미가 이 유람선에 온 지 겨우 이틀인데, 어떻게 이런 비밀 통로를 만들 시간이 있었겠어?”소유리는 그 비밀 통로를 바라보며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너도 네 곁에 있던 시녀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잘 모르는 것 같구나.”임지환은 비꼬듯이 말하며 비밀 통로로 들어섰다.“잠깐, 나도 갈래...”소유리는 잠시 망설이다가 임지환의 뒤를 따라 통로로 들어갔다.쿵!두 사람이 통로에 들어서자마자 침대가 원래 위치로 돌아갔고 통로 안은 순식간에 완전히 캄캄해졌다.“임지환!”소유리는 깜짝 놀라며 임지환의 팔을 꽉 잡았다.“긴장하지 마.”임지환은 어둠 속에서도 전혀 당황하지 않은 채 놀란 소유리를 달래며 여유롭게 통로를 따라 걸었다.두 사람이 약 1분쯤 걷자 끝내 통로의 끝에 도달했다.그 앞에는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두꺼운 벽이 두 사람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었다.임지환은 걸음을 멈추고 주저 없이 손을 들어 벽을 향해 손바닥을 내리쳤다.우르르!임지환의 손바닥이 닿자마자 통로에서 천둥소리처럼 둔탁한 소리고 울렸고 산산조각 난 벽에서 부서진 돌 조각들이 튀어나오면서 통로에 다시 빛이 비쳤다.“와, 임지환, 너 정말 대단해! 우리 스승님도 힘으로
슈웅!한 줄기 눈부신 광채가 임지환의 눈앞에 번쩍였다.전혀 예상하지 못한 광경이 순간 펼쳐졌다. 이 상자 안에는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금괴와 황금 조각들이 가득 들어있었다.그 외에도 값비싼 보석과 골동품들이 넘쳐났다.“와, 예상치 못한 수확이구나. 이 상자 안에 있는 것들만 해도 최소 수백억은 될 거야. 용기를 내서 너와 함께 내려온 보람이 있네. 완전 대박이잖아!”소유리는 뜻밖의 횡재에 신나서 눈을 가늘게 뜨고 환하게 웃었다.비록 소유리는 니혼 황실 출신이긴 했지만 왕위를 계승할 사람은 아니었고 본인의 재산도 그다지 많지 않았다.눈앞의 이 보물 상자는 아무리 봐도 가치가 최소 수백억에 달했다.이 비밀 통로로 들어와 이렇게 큰돈을 손에 넣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뭘 멍하니 서 있어? 어서 올라가서 사람들을 불러서 이 상자들을 옮기자고. 네가 찾고 있던 사람들도 찾았으니 서둘러 옮기고 자리를 떠야지.”임지환이 말없이 가만히 서 있는 걸 보며 소유리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연신 재촉했다.“우리가 지금 떠나려고 해도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닐 거야.”임지환은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겼다.“뭐야? 내가 이 보물을 혼자 독차지할까 봐 겁나는 거야? 난 그렇게 소심한 사람이 아니야. 같이 발견한 거니까 반반으로 나누면 되잖아. 어때? 이러면 문제없겠지?”소유리는 조심스레 자기 생각을 밝혔다.소유리는 이 보물 상자가 엄청나게 무겁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이걸 운반하는 데 임지환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이런 금은보화는 나한테 그리 대단한 게 아니야. 단지... 이 일이 이렇게 간단할 리가 없을 것 같아서 그래.”이럴 때일수록 임지환은 더 냉정해졌다.눈앞에 놓인 보물이 가득한 상자는 임지환을 조금도 흔들지 못했다.“어딘가 이상한데... 분명 뭔가 있어...”짝짝짝...임지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텅 비어있는 밀실 속에서 갑자기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박수 소리는 빠르지 않고 느릿느릿했는데 임지환을 높이 평가하는 박수
“저 남자가 한 번은 우리 아버지를 암살하려다 실패했고 내 스승 김현무 검성에게 무참하게 목숨을 잃었어. 그런데 그때 송평화가 죽은 척한 연기로 우리를 속였을 줄이야.”말을 마치고 소유리는 눈을 부릅뜨고 송평화를 노려봤다.“김현무의 검술로 날 죽이려 했다고? 웃기는 소리야. 그때 내가 꾀를 써 죽은 척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아마 쫓기는 신세로 하루하루 불안에 떨며 살고 있었을 거야.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내가 한국에서 이렇게 20년 넘게 마음껏 살 수 있었겠냐고?”송평화는 지금까지의 삶을 천천히 털어놓고 임지환을 향해 살기가 가득 찬 눈빛을 던졌다.“그런데 네가 내 모든 계획을 망쳐버렸어!”“오호라? 우린 오늘 처음 보는데 말이야. 혹시 이 보물들을 가져가려는 거면 다 가져가도 돼. 난 신경 안 써.”임지환은 어깨를 으쓱하며 무심하게 말했다.“이 보물들은 당연히 내가 다 가져갈 거야. 하지만 그 전에 먼저 널 죽여야 해. 우리 딸의 복수를 위해서 말이야!”송평화는 쌀쌀한 눈빛으로 임지환을 쏘아보며 단호하게 말했다.“네 딸이라고?”임지환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우미가 내 친딸이야. 그 애를 키우기 위해 난 정말 많은 노력을 들였어. 우미를 뛰어난 무술 고수로 배양하기 위해 심지어 탐랑을 스승으로 모셔 피나는 노력까지 들였어. 요 몇 년 동안 우미는 쭉 소유리의 곁에서 은밀히 나와 과거에 원한이 있던 상대들을 처리해 왔어. 이번 일을 마치면 원래 딸과 함께 깔끔하게 은퇴하려고 했는데 네가 나타나면서 모든 게 물거품이 됐어! 그러니 널 죽여야만 내 분이 풀릴 것 같아, 알겠어?”송평화는 점점 격양된 목소리로 외쳤고 얼굴에는 광기 어린 미소까지 번져갔다.“역시 부녀지간이네. 미치면 둘 다 남을 물고 뜯기 바쁘군. 하지만 넌 아직 날 죽일 만한 능력이 안 돼.”임지환은 송평화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임지환, 저 남자를 절대 과소평가하지 마. 독수리의 신은 이미 20년 전에 대사의 절정에 이르렀어. 게다가 저 남자의 어깨에 있는 저
송평화의 공격은 그의 이름과는 정반대였다.조금의 평화로운 느낌도 없이 처음부터 상대의 목숨을 노리는 살벌한 기술이었다. 게다가 옆에서 지원하는 흰 발톱의 송골매 덕분에 그야말로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준 셈이었다.“이봐, 넌 엄청 영광으로 생각해야 할 걸? 내 손에 죽은 자들은 전부 황족과 귀족들이었어. 너 같은 무명 인사가 내 손에 죽는 건 운이 참 좋다는 뜻이지.”송평화는 맹렬한 공격을 퍼붓는 동시에 임지환을 끊임없이 비웃으며 심리전을 펼쳤다.뼈 때리는 공격보다 마음을 울리는 공격이 더 효율이 높은 공격이었다.'“재밌네, 나도 똑같이 생각하고 있었어.”절체절명의 순간, 임지환은 손으로 땅을 짚고 반동을 이용해 오른발을 강하게 차올렸다.그러고는 지면에 갇힌 용이 하늘로 솟구치는 듯한 강력한 발차기로 송평화의 가슴을 강타했다.“이 정도면 송평화는 임지환의 상대가 안 되겠네.”옆에서 지켜보던 소유리는 임지환의 반격에 안도의 숨을 내쉬며 중얼댔다.쾅!하지만 소유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예상치 못한 변화가 일어났다.임지환의 발차기가 송평화의 가슴에 정확히 적중했음에도 송평화는 아무런 타격도 받지 않은 듯 보였다.더 놀라운 건 송평화의 마른 몸에서 희미한 청색 빛이 흐르고 있다는 것이었다.“이건... 선천강기잖아. 설마 너 죽은 척 연기로 20년 동안 숨어서 지내며 대종사 경지에까지 올랐단 말이야?”소유리는 이 기이한 장면을 보고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외쳤다.“역시 황실 자손이군. 보는 눈은 있네. 하지만... 아쉽게도 너무 늦었어.”송평화는 섬뜩하게 웃으며 손을 뻗어 임지환의 오른쪽 다리를 부러뜨리려 했다.“너 참 웃기네. 너무 일찍 기뻐하는 거 아니야?”임지환의 목소리는 죽음을 예고하는 사신처럼 서늘한 기운이 담겨 있었다.“이 정도 힘으론 아무것도 할 수 없거든. 내 선천강기를 뚫지도 못하면서 허풍을 떨긴 뭘 떨어...”송평화 역시 임지환을 조롱하듯 웃으며 매서운 손을 뻗어 사나운 기세로 임지환의 오른쪽 다리를 낚아채려 했다
“뭔가 더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얼른 해 봐. 안 그러면 너도 네 딸처럼 죽어서도 눈 감지 못할 테니까.”임지환은 뒷짐을 지고 냉담한 표정으로 송평화를 바라보며 재촉했다.“삐익...”하지만 임지환의 예상과 달리, 송평화는 더 이상 공격을 시도하지 않았고 대신 갑자기 휘파람을 불며 동물의 울음소리를 흉내 냈다.“삐익...”다음 순간, 하늘을 맴돌던 흰 발톱의 송골매가 그 소리에 반응했다.임지환은 송골매가 자기를 향해 공격해 올 것으로 추측했지만 생각 밖으로 송골매는 송평화를 향해 돌진했다.쫙...송평화는 옷을 찢고 날카로운 손톱으로 자기 팔에 상처를 냈다.뚝...뚝...순간 시뻘건 피가 상처에서 멈추지 않고 뿜어져 나왔다.송골매는 피 냄새를 맡는 순간 갈색 눈동자가 피처럼 붉게 변했다.임지환과 소유리 두 사람의 의아한 눈빛 속에서 송골매는 송평화의 피를 마구 삼키기 시작했다.“죽여라!”송평화는 천천히 나지막한 목소리로 한마디를 내뱉었다.그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진한 붉은색 눈동자로 변한 송골매는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듯 날개를 퍼덕이며 임지환을 향해 돌진했다.“설마 이게 독수리의 신이 남겨둔 마지막 카드인가? 아까랑 별반 다를 게 없는 것 같은데?”소유리는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송평화는 그 말을 듣고 오만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이 송골매는 내 피를 흡수했어. 이제 나와 완전히 하나가 된 거야. 그 힘은 인간을 훨씬 뛰어넘어. 저 녀석을 죽이는 건 순식간이야.”“그래?”임지환은 가볍게 웃으며 허리춤에서 은침 하나를 꺼내 휙 던졌다.슝!은침은 차가운 빛을 내며 빠른 속도로 송골매를 향해 날아갔다.하지만 송골매는 임지환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반응했다.탁!은침이 날아가 박히는 순간, 송골매는 날개를 휘둘러 은침을 막아냈다.임지환의 은침이 처음으로 빗나가는 순간이었다.이전에 상대가 대사급 고수라 할지라도 은침은 한 번도 빗나간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이 송골매 앞에서 처음으로 실패를 경험한 것이다.“흥미롭네
“임지환, 너 진짜 바보야? 저 자식을 바로 죽이면 될걸, 굳이 짐승이랑 육탄전을 벌여야 하겠어? 그건 자살과 다름없는 짓이잖아.”바닥에 쓰러져 있던 소유리가 다급한 표정으로 전혀 숙녀답지 않게 목소리를 높여 고래고래 외쳤다.지금 둘은 한배를 탄 처지에 있어 소유리의 다급한 마음도 이해할 수 있었다.여기서 임지환이 죽으면 소유리는 송평화의 손에 떨어질 게 분명했다.송평화는 잔인하기로 유명해서 소유리를 죽이지는 않는다고 해도 절대 좋은 꼴을 보지 못할 것이다.“걱정 마, 저 짐승 따위는 나를 어쩌지 못해.”임지환의 목소리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자신감이 담겨 있었고 소유리에게 대화를 나누면서 대수롭지 않게 주먹을 휘둘렀다.임지환의 위력이 없어 보이는 공격에 송골매의 붉은 눈동자에는 인간적인 경멸이 비쳤다.송평화의 피로 길들인 후, 송골매는 이미 어느 정도 지성을 갖춘 상태였다.“이건 그냥 짐승이 아니야. 내가 직접 훈련한 이변이 일어난 맹수야. 네가 송골매와 겨루는 건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야. 네가 송골매에게 당하고 나면 반드시 널 갈기갈기 찢어서 우미의 혼을 달래줄 거야.”송평화는 임지환을 보며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삐익!”송골매가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내며 방패처럼 튼튼한 방어력을 자랑하는 깃털을 휘저어 소름이 끼치는 바람을 불러일으켰다.날카로운 송골매의 부리는 칼보다도 날카롭게 빛나며 임지환을 향해 돌진했다.“하찮은 깃털 짐승이 감히 내 앞에서 미쳐 날뛴다고?”임지환이 호통을 치자 그의 목소리는 천둥처럼 비밀 통로에 울려 퍼졌고 주먹도 더욱 빠르게 나갔다.그 순간 송평화는 온몸의 피가 거꾸로 흐르는 듯했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한편, 무술을 배운 적이 없는 소유리는 더욱 버티기 힘들어 임지환의 목소리에 겁을 잔뜩 먹고 그대로 주저앉았다.지금 소유리의 귀에는 수백 마리의 벌이 윙윙대는 소리가 울렸고 그 소리 때문에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꽥!”갑자기 처참한 비명이 밀실을 가득 메웠다.임지환과의 접전에서 무적일 것만
“이게 뭐지? 왜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는 거야? 설마 이 밀실의 산소가 부족해진 건가?”옆에서 두 사람의 교전을 지켜보던 소유리조차 임지환의 기운에 영향을 받아 불편함을 느꼈다.‘이 녀석 도대체 뭐 하는 놈이지? 겨우 서른 초반으로 보이는데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어떻게 날 완전히 짓누를 수 있지? 설마 저 녀석 실력이 대종사 이상이라는 건가? 아니, 그럴 리가 없어. 내가 이 자식에게 겁먹어 이렇게 쫄 순 없어. 목숨을 걸고 싸운다면 혹시나 살길이 있을지도 몰라.’임지환의 압도적인 기운을 받자 송평화의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그리고 마침내 송평화의 눈에 뜨거운 전투 의지가 불타올랐고 얼굴에는 결연한 표정이 떠올랐다.“죽더라도 너를 끌고 같이 갈 거야!”송평화는 고삐 풀린 야수처럼 임지환에게 돌진하며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이제야 조금은 대종사의 풍모가 있군. 하지만 아쉽게도 넌 길을 잘못 들었어. 내가 진정한 선천 경지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마.”임지환은 날카로운 시선을 보이며 느릿느릿 말했다.임지환의 여유로운 자태는 생사를 다투는 싸움이 아닌 스승님이 제자에게 전도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고 말투에는 태연함과 무심함이 배어 있었다.“헛소리 집어치워! 오늘은 네가 죽든지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야!”송평화는 여전히 고래고래 외치며 주먹을 뻗어 임지환의 가슴을 향해 강하게 내리쳤다.어떠한 화려한 기술도 없이 단순한 주먹과 발차기로 공격했지만 그 동작은 공기를 가르며 강력한 위력을 발휘했다.쾅!폭발력이 엄청난 주먹이 임지환의 가슴을 정통으로 강타했다.“됐어! 이 녀석이 방금 방출한 기운은 단순한 허세였어. 이 녀석이 죽으면 저 계집을 인질로 삼아야겠어. 설령 폭탄을 터뜨리지 않아도 이 보물을 가지고 무사히 탈출할 수 있겠어.”임지환을 강타한 순간, 송평화는 이미 앞으로 펼쳐질 달콤한 미래를 상상하고 있었다.“네 힘이 겨우 이 정도야? 가슴이 간지러운데? 실력이 형편없구나.”하지만 임지환의 조롱 섞인 목소리가 송평화를
펑펑...조금 전까지 멀쩡히 서 있던 송평화가 갑자기 불붙은 폭죽처럼 야윈 몸에서 지속적으로 강렬한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폭발음이 한 번 울릴 때마다 또한 끔찍한 핏줄기가 몸에서 치솟았다.“피야! 피가 엄청 많아...”시뻘건 피가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송평화의 몸에서 미친 듯이 쏟아져 나왔다.비록 생사를 넘나드는 참혹한 현장을 여러 번 본 소유리였지만 이 처참한 광경 앞에서 그녀의 얼굴은 창백해졌고 구역질을 억누르지 못한 채 고개를 숙여 헛구역질하기 시작했다.“난... 너무 억울해!”송평화는 마지막 힘을 짜내며 목소리를 높여 외치고는 그 절망적인 외침 속에서 바닥에 쓰러져 숨을 거뒀다.“네 실력은 괜찮긴 하지만 머리는 잘 안 돌아가는구나.”송평화가 눈을 감지 못한 채 죽은 비참한 모습을 보며 임지환은 가볍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한편, 간신히 구역질을 참아낸 소유리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무슨 뜻이야? 설마 방금 다친 척한 거야?”말하는 동안 소유리의 손이 서서히 임지환의 복부 쪽으로 다가갔다.탁!임지환은 손을 뻗어 소유리의 손등을 가볍게 쳐내며 담담하게 말했다.“이상한 데 만지지 마, 나 멀쩡하니까.”“뭘 만지려던 게 아니야. 그냥 네가 걱정스러워 그런 것뿐이야. 아까는 네가 내게 다쳤다고 말했잖아. 그런데 이제 와서 왜 괜찮다고 그래?”임지환이 소유리의 속셈을 간파하자 소유리는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붉히며 변명했다.“사실 내 지금 능력으로는 그 주먹 한 방을 막는 게 한계였어.”임지환은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저 녀석이 이것저것 신경 쓰지 않고 계속 공격을 들이댔다면 내가 이렇게 쉽게 저 녀석을 죽일 수 없었을 거야.”임지환의 옛 상처는 아직 치유되지 않았고 체내의 영기도 사실 많지 않았다.하지만 송평화는 그 사실을 간파하지 못했다.임지환에게 겁을 먹고 나서 선수를 놓쳤고 결국 임지환의 일격에 치명상을 입고 말았다.“송평화가 아직 살아 있다면 네가 한 말에 피 토하며 죽을지도 몰라.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