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인이 높은 화제성을 만드는 데에 강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여자 톱스타 한 명으로 경매의 분위기를 쉽게 달아오르게 만들었다.주목을 끄는 것이든 화제성이든 모두 최고다."나도 송연소의 팬인데, 줄곧 만나지 못했어요. TV로 봤을 때보다 실물이 더 매력적일 줄은 몰랐네요!"진운도 옆에서 감탄했다.안양인은 그 말을 듣고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어때요? 제 안목이 나쁘지 않죠? 섭외하기 위해 많은 관계를 동원했어요."여자를 가까이하지 않는 진운도 이렇게 감탄을 내뱉는 것을 보고 안양인은 더욱 자신이 사람을 잘 섭외해왔다고 느꼈다."안 회장님은 정말 통이 크시네요. 틀림없이 많은 돈을 썼겠죠?"임지환이 고개를 돌려 웃는 듯 마는 듯 안양인을 바라보았다."그런 물론이죠! 섭외비만 해도 거의 3억을 썼어요. 다른 잡다한 비용은 말할 것도 없죠!"안양인은 고개를 쳐들고 아주 흡족해했다.목적에 달성하려면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법!아까운 건 둘째치고 적어도 그가 원하는 효과는 달성했다!진운처럼 눈이 높은 사람조차도 송연소에게 빠져들 정도니 아래층에서 경매에 참여한 사람들은 또 몇이나 국민 여신의 매력을 막아낼 수 있을까?오늘이 지나고 나면 안양인의 승천 경매장은 반드시 명성을 떨칠 것이다!"안 회장님이 이렇게 씀씀이가 시원시원하시면, 10억 원을 더 써서 나를 지지하는 건 어때요?"임지환이 느릿느릿 일어나 기지개를 켰다.‘탁!’득의양양한 표정을 하고 있던 안양인은 순간 임지환의 말에 놀라 몸을 움츠렸고 실수로 핸드폰을 바닥에 떨어뜨렸다.핸드폰 액정이 산산조각 나버렸다!"그냥 농담한 건데 반응이 이렇게 클 필요가 있나요?"임지환이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임 선생님, 저는 정말 돈이 없어요! 10억은커녕 지금 카드에 합쳐서 1억도 없어요!"안양인은 핸드폰을 주워 깨진 액정을 보면서 속으로 비할 데 없이 기뻤다.핸드폰은 당연히 그가 고의로 깨뜨린 것이다.핸드폰만 없으면 임지환의 능력이 아무리 대단해도 그에게서 한 푼도
진운은 임지환의 종사의 신분을 이미 알고 있었고, 그로 인해 당연히 진 씨 집안 어르신이 임지환에게 깍듯한 이유를 알아차렸다.무술 종사는 이미 충분히 무서운데 임지환에게는 신들린 의술까지 있다.이런 사람은 진 씨 가문이 아니라 연경 제일의 재벌가라고 불리는 선우 가문도 건드릴 수 없을 것이다!"진운 씨의 할아버지께서는 정말 훌륭한 분이시네요!"임지환은 웃으며 더 이상 이 화제를 이어가지 않았다.진운도 눈치 빠르게 다시 경매에 집중했다.옆에 서 있던 안양인은 속으로 크게 충격을 먹었다!그는 임지환이 그저 진운이 청한 도우미일 뿐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방금 이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고 보니 그렇지 않았다.진 어르신과 같은 어마어마한 인물조차도 임지환에게 예의를 차려야 하다니!이 임 씨 성을 가진 자는 도대체 무슨 사람인 걸까?‘다행히 소원용의 꼬드김에 넘어가지 않아 그 사냥 계획에 참가하지 않았어. 만약 이 임 씨 성을 가진 자가 죽었으면 진 씨 집안을 감당할 수 없었을 거야!"화를 면한 안양인은 남몰래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경매가 시작되기 전, 소원용은 일찍이 그를 찾아왔다.그와 합작하여 힘을 합쳐 임지환을 제거하고 동생의 복수를 하고 싶다고 했다.안양인은 이익이 없다고 생각해 이유를 찾아 얼버무렸고 지금 생각해 보니 정말 현명한 결정임이 틀림없다.물론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임지환이 반드시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소원용은 비록 미치광이지만 그래도 자신 없는 일은 하지 않는다.임지환은 골동품과 서법, 그림에 대해 흥미가 부족하여 고개를 돌려 물었다."안 회장님, 경매에서 선옥초 외에 그와 비슷한 물건이 더 있나요?""그러고 보니 정말 선옥초처럼 신기한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보물인지 아닌지는 단정하기 어려워요."안양인은 잠시 멈칫했고 조금 머뭇거리며 말했다."그래요? 자세히 말해봐요."임지환이 궁금한 듯 물었다.안양인이 기억을 되짚으며 말했다."아마 보름 전쯤인가? 육우의 후손이라고 자칭하는 젊은이가 나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 그 차판을 본 후에야 결론을 내릴 수 있어요."임지환은 평온한 말투로 말했다.듣기만 한 것은 거짓이고 눈으로 보아야 사실이다.그가 혀가 닳도록 말을 한다고 해도 임지환에게 있어서 조금의 매력도 없었다."저는 임 선생님께서 모르는 것이 없을 줄 알았는데..."안양인이 가볍게 말했다.말투에는 약간의 의혹의 뜻도 담겨 있었다.임지환은 이 말을 듣고 화를 내긴커녕 오히려 웃으며 궁금한 듯 물었다."설마 어떻게 된 일인지 아는 건가요?""그건 물론이죠!"안양인은 자신감이 넘쳤다."그럼 말해 봐요."임지환이 여유롭게 말했다."선옥초는 영초로서 영성이 있는 것이 틀림없어요. 마찬가지로 영성을 가진 보물을 만나면 자연히 반응이 생기죠."안양인은 임지환의 앞에서 뽐내려는 듯 당당하게 말했다.그는 룸에 들어와서부터 줄곧 임지환과 진운에게 끌려다녔다.지금 모처럼 기회가 찾아왔으니 으쓱대고 싶었다."정말 다시 보게 되네요. 안 회장님이 이렇게 박학다식할 줄은 몰랐어요. 하지만 선옥초가 영초라는 것은 어디서 알았나요?"임지환이 웃으며 물었다."이건 그저 상식에 지나지 않죠. 저만 아는 게 아니라 진 도련님도 알아요!"안양인은 눈치 빠르게 말을 돌렸다."맞아요. 선옥초가 영초라는 소문은 이미 있어서 은밀한 일에 속하지 않아요."진운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내가 생각이 많았나 보네요."임지환은 웃으며 몸을 돌려 제자리에 앉았다.그의 시선은 다시 경매장으로 향했고 차판에 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안양인은 임지환이 더 이상 캐묻지 않자 이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가 이렇게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은 물론 대단한 분의 가르침이 있었기 때문이다.방금 말로 상대를 누르기 위해 몇 마디 더 말했지만 하마터면 임지환에게 허점을 들킬 뻔했다."임 선생님. 그럼 우리는 그 차판을 낙찰할 건가요?"진운이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그는 임지환이 그 차판을 아주 신경 쓰는 것을 알아차렸다.만약 이 차
임지환은 파를 쫓는 것처럼 손을 흔들었다."하지만... 이건 규칙에 맞지 않습니다!"안양인은 깜짝 놀라 발걸음을 옮길 수도 없었다.승천 경매장은 설립 이후 피날레로 올라오는 경매품을 앞당긴 전례가 없었다."규칙?"임지환이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장이영을 도와 나에게 수를 쓸 때에는 규칙 생각을 했나요?"그는 그저 일반적인 수단을 통해 선옥초를 낙찰하려 했다.그러나 안양인과 장 씨 집안 모두 명암리에 그에게 수를 쓰고 있다.그가 여전히 이곳에 앉아 경매에 참석하는 이유는 장 씨 집안이 두렵기 때문이 아니라 게임 룰을 존중하기 때문이다.그러나 누군가 암암리에 음모를 꾸며 태클을 건다면 그도 특별한 수단을 쓰는 것을 개의치 않는다."빨리 안 꺼져요? 정말 임 선생님이 직접 손을 써야겠어요?"진운은 안양인을 노려보았고 눈 안에 담긴 원한은 흘러넘칠 것 같았다.임지환이 이 계략을 알아차리지 않았더라면 그는 틀림없이 임지환에게 차판을 사라고 권했을 것이다.만약 이 일로 인해 임지환이 선옥초를 놓치게 된다면...진운은 그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여기까지 생각하고 나니 그는 너무 두려웠다."저... 바로 시키러 갈게요!"안양인이 어찌 감히 더 머물 수 있을까? 그는 바로 뛰쳐나갔다.맨 끝에 있는 룸을 지날 때 안양인은 잠시 멈칫하고 안을 한 번 보았다.그는 배지수가 경매에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 것을 보고 이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저 계집애 아직 안 갔구나! 좋아! 일을 모두 마친 후 너를 처리할 방법이 다 있지!"안양인은 잠시 멈칫하다 결국 먼저 임지환이 얘기한 일부터 처리하기로 선택했다.그가 아무리 여자를 좋아한다고 해도 목숨이 하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임지환은 소항 제일의 부잣집 도련님인 장이영조차도 건드릴 수 있으니, 그의 경매장을 뒤집어 버리지 않을 것이란 보장도 없다.안양인은 그저 상인일뿐이니 이 일로 목숨까지 걸 필요는 없다.백스테이지에 온 안양인은 즉시 사람들로 하여금 경매품을 바꾸게 했다.이어
"설마 임지환?"배지수는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임지환과 결혼한 지 3년이 되었기에 그의 목소리에 대해 비교적 익숙하다."내가 너무 예민했나? 임지환은 로또에 당첨됐다고 해도 이곳에 나타날 자격이 없을 텐데!"이내 배지수는 스스로 비웃듯이 웃었다.자신의 전 남편은 요리를 하고 밥을 짓는 것은 그런대로 괜찮았다.그러나 이런 대형 경매에 참가하는 것도 모자라 최고급 룸에 앉아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절대 불가능하다.그는 전혀 그럴 자격이 없다!"경매가 시작되면 아무도 떠들지 말아 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제가 사정을 봐드리지 않는다고 탓하지 마세요!"무대에 선 안양인은 억지로 두 사람의 말다툼을 막았다.설령 그가 끼어들고 싶지 않아도 이럴 때는 반드시 강경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아무래도 그가 승천 경매장의 얼굴을 대표하기 때문이다."원래 장 씨 집안에서 경매에 참가하는 것이 경매장의 홍보 수단인 줄로만 알았는데, 진짜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장 씨 집안에서 선옥초를 경매하려는 일은 밖에서 이미 떠들썩하게 소문이 나서 별로 놀랄 일도 아니야.""장 씨 집안보다 한 가지 더 궁금한 게 있어요. 감히 장 도련님과 상대하려는 저 임 씨는도대체 무슨 사람이죠?""..."방금까지도 불평하던 경매자들은 갑자기 의논하기 시작했다.오늘 경매석에 앉을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소항에서 이름있는 사람들이다.그러나 아무도 감히 장 씨 집안과 공개적으로 논쟁할 용기가 없다.그래서 임지환의 신분은 순간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가 되었다."젠장! 저 임 씨 정말 한방에 다 쏟아부으려는 건 아니지?"무대 아래에서 고래 싸움을 구경하던 양성의 안색이 갑자기 가라앉았다.옆에 있던 심천명이 그를 흘겨보며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애초에 자네한테 끼어들지 말라고 했는데 기어코 내 말을 듣지 않더니. 이제 와서 후회하려 해봤자 늦었네."양성은 이 말을 듣고 헛웃음을 지었다."미안하네. 괜히 자네까지 엮이게 했어!""괜찮아! 잊지 말게나.
임지환은 손을 흔들고 말했다."방해가 되지 않아요. 여러 사람들이 물을 흐린다고 해서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에요."오히려 어부지리다!판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결국 누가 돈이 가장 많은지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의 인내심이 더 좋고 누구의 담력이 더 강한지를 봐야한다!"안 회장님, 항상 일 년에 100억 원 정도만 소소하게 벌겠다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70억 원은 너무 약과죠. 100억 원으로 회장님과 한 번 놀아볼게요."앉아서 구경을 하던 양성이 천천히 번호를 들어 올리고 도발적인 표정으로 안계인을 바라보았다.소항의 부동산 양대 거두로서 양성과 안계인 두 사람의 원한은 오래되었다.그들은 당연히 오래된 상대와 겨룰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할 것이다!"저 두 늙은이가 지금 무슨 소란이야? 100억이라고 한 건 맞지만 이렇게 나를 궁지로 몰면 안 되지!"이때 장이영이 몰래 이를 악물며 두 사람의 조상들에게까지 모두 욕설을 퍼부었다.장이영의 이번 전체 예산도 300억 원 초반에 불과하다.임지환이 진운의 도움을 받아 짧은 시간 내에 100억을 조달할 수 있는 것이 최대치라 예상했지만 이렇게 갑자기 다른 사람들이 뛰어들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부동산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단번에 경매 가격을 이렇게 높게 올릴 줄이야."독한 걸 보여줘야겠어!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하다가 300억 원에도 멈추지 않을 거야!"장이영은 마음을 굳힌 후 바로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다들 놀고 싶으면 크게 한 판 놀아보죠? 소소하게 200억 원으로 놀아봅시다!"장이영은 줄곧 조용하다 입을 열자마자 200억 원이라는 거액을 제시했다!"헉!"무대 아래에서 순간 냉기를 들이마시는 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200억 원이라니! 이런 신선놀음에 끼어들어 소란을 피우지 않겠어."안계인은 장이영이 제시한 가격을 듣고 순간 서리맞은 호박잎처럼 풀이 죽었다.양성도 판에서 빠져야 할지 말지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왜요? 내가 입을 열자마자 모두 벙어리가 된 겁니까? 놀
"네!"양성은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살면서 체면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그는 자신의 체면이 다른 사람에게 마음대로 짓밟는 것을 내버려 둘 수 없었다."양 회장님이 그 100억 원을 임 선생님에게 빌려주면, 임 선생님이 양 회장님을 대신해서 한 방 날릴 겁니다!"천막 앞에 선 진운은 높은 곳에서 양성을 바라보며 서두르지 않고 말했다."맞네요. 임 선생님을 잊고 있었네요!"풀이 죽어있던 양성은 순식간에 기운을 되찾았다.그러나 이내 망설이는 표정이 떠올랐다."임 선생님에게 정말 장 씨 집안을 이길 만한 능력이 있습니까?""만약 장 씨 가문의 주인인 장도행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우여곡절이 필요하겠지만 지금 상대는 장이영 뿐이에요. 이 일은 충분히 가능성 있습니다!"전화 속 진운의 말투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양성은 잠시 망설이다 곧 이를 악물고 말했다."그래요, 도박하는 셈 치죠! 임 씨가 나를 위해 장이영에게 본때를 보여줄 수만 있다면 앞으로 임 선생이 하라는 대로 할게요!"양성과 같은 부동산 업계의 큰손에게 있어 돈은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장이영에게 제대로 본때를 보여줄 수만 있다면 임지환에게 100억 원을 빌려주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임 선생님, 일은 잘 처리되었습니다. 양성의 100억이 있으니 이 일은 거의 확실해진듯 하네요!"진운은 기쁜 표정을 하고 임지환에게 보고했다."이익만 노리면 후과를 보지 못하죠. 너무 조급해 하지 말고 조용히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어요."임지환은 천막을 통해 진열장 안의 선옥초를 주시하며 얼굴에는 있는 듯 없는 듯한 웃음을 띠고 있었다."임 선생님은 조금도 조급해 보이지 않네요. 설마 다른 카드가 있으신가요?"진운은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임지환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의혹으로 가득 찼다."200억 원에 한 번!""200억 원에 두 번!""만약 아무도 가격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이 선옥초는 1번 구매자에게 속합니다!"무대에 선 안양인은 애써 조금 질질 끌었다.그는
그가 깊이 빠져든 것처럼 눈을 붉히고 계속 경매를 하려는 순간 임지환이 입을 열어 그가 계속 가격을 제시하려는 것을 막았다."됐어요. 그만해요!""임 선생님, 이건 마지막 기회입니다. 임 선생님은 아무런 걱정도 할 필요가 없어요. 돈 문제는 제가 해결할 방법이 있습니다. 정말 방법이 없다면 연경의 한옥집이라도 팔면 그만입니다!"말을 마치고 그는 마이크를 들어 300억 원의 거액을 제시하려 했다.진운도 이번에는 갈 데까지 가려 했다.그는 부동산을 팔아서라도 임지환을 도와 이기게 하려 마음먹었다!‘슉...’은침 하나가 임지환의 손에서 날아 나와 차가운 억새로 변하여 진운의 목덜미에 있는 아문혈에 찔러 들어갔다.그리고 다음 순간, 진운이 아무리 소리를 쳐도 어떠한 소리도 낼 수 없었다.그는 몸을 돌려 당황한 표정으로 임지환을 주시했다."나는 단지 은침으로 진운 씨의 혈을 막아 잠시 말을 할 수 없게 했을 뿐이에요. 눈앞의 일에 현혹되지 말아요. 조금 있으면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될 겁니다."임지환은 말을 마치고 가볍게 웃으며 경매장을 바라보았다.이때 사람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 정신을 집중하여 진운의 반격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러나 무려 1분이 지나도록 6번 룸 밖의 스피커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포기했나 보네! 하긴... 260억 원은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니!"심천명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농담조로 말했다."자네의 100억은 지켜낸 셈이지!"양성은 낙심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사실 그것보다 장이영을 이길 수 있기를 바랐네!""하하, 그럴 줄 알았어... 결국 재주가 없나 보군! 고작 260억 원도 감당하지 못하는 거야? 난 300억 원을 준비했는데 쓸데없는 짓을 한 것 같아!"자신이 260억 원을 제시한 후 진운과 임지환이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자 장이영은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비록 그가 예상했던 것보다 100억 원을 더 썼지만 그래도 선옥초를 얻을 수만 있다면 이 모든 것은 값진 일이다."260억 원 한 번!"
자리에 앉은 후, 양쪽은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마쳤다.“민수 씨, 보아하니 이 지역 사람은 아닌 것 같네요?”임지환은 아무렇지 않은 척 슬쩍 물었다.육민수는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목을 적시고 말했다.“저는 백운산에서 내려왔습니다. 이번에 내려온 건 여행을 통해 자신을 단련하기 위해서입니다.”“여행이라고요?”임지환은 순박한 표정을 짓고 있는 육민수를 보며 살짝 놀란 듯 물었다.“맞습니다, 이번이 산에서 처음 내려오는 겁니다.”육민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스승님께서 배울 건 거의 다 배웠으니 나머지는 여행을 통해서만 성장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그래요? 그렇다면 민수 씨는 은둔한 검수란 말이군요. 근데 민수 씨 등에 멘 그 상자 속에는 대체 어떤 절세 명검이 숨겨져 있는 겁니까?”임지환은 차를 든 채로 무심하게 말했다.윙!임지환의 말이 끝나는 순간, 맞은편에 앉아 있던 육민수의 표정이 돌연 엄숙해졌다.육민수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임지환을 노려보며 물었다.“당신은 대체 누구입니까?”“왜 그러죠?”임지환이 담담하게 되물었다.“어떻게 내 상자 속에 검이 들어 있는 걸 알았습니까? 설마 날 계속 미행해 온 겁니까?”육민수는 칼집에서 칼날이 뽑혀 나온 듯한 기세를 뿜어내며 사람을 압도하는 무시무시한 위압감을 발산했다.“진정해요, 난 당신에게 악의는 없어요.”임지환은 아무렇지 않은 듯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느긋하게 말했다.“왜 내가 상자 속에 있는 게 명검이란 걸 아는지 궁금한가요? 내가 그냥 추측한 거라면 믿을 수 있나요?”“믿습니다.”몇 초 동안 고민하던 육민수는 고개를 끄덕였다.임지환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민수 씨, 당신은 생각보다 훨씬 똑똑하군요.”육민수는 임지환을 지긋이 바라보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당신도 생각보다 훨씬 더 속이 깊은 사람이군요.”“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자세히 들어보고 싶군요.”임지환은 육민수에게 차를 따라주며 말했다.“세속의 일반인들은 그렇게 쉽게 검수의 존재를 알아채지
“넌 누구야? 이 녀석을 감싸려는 거야? 내 신발은 200만 원짜리 신발이야. 네 몸에 걸친 그 싼 구제 옷이랑은 비교도 안 된다고.”장해수는 임지환을 힐끔 보며 코웃음을 쳤다.비록 임지환은 육민수보다 훨씬 더 정상적인 사람 같아 보였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걸친 걸 다 합쳐도 10만 원이 넘지 않을 것 같았다.장해수는 이런 사람은 신경 쓸 필요도 없다고 여긴 것이다.“겨우 200만 원 갖고 이렇게 화내? 큰돈도 아니잖아.”이때 이청월이 뒤따라와 말했다.그러고는 손에 들고 있던 샤넬 가방에서 돈뭉치를 꺼내어 바로 옆 빈 테이블에 올려놓았다.이청월의 행동은 아주 자연스럽고 매끄러웠다.“헉... 이렇게 예쁜 여자가 있었나?”장해수는 임지환이 가리고 있던 시야에서 벗어난 이청월을 보자마자 시선을 이청월 몸에서 뗄 수 없었다.식당 안에 있던 다른 남자 손님들도 이청월의 뛰어난 외모를 보며 잠시 넋을 잃었다.이렇게 아무런 성형 수술 흔적도 없이도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여성은 요즘 시대에 참 보기 드물었다.사람들의 시선은 곧 임지환의 저렴한 옷차림으로 옮겨졌고 속으로는 질투가 활활 타올라 임지환을 모욕하기 시작했다.“또 여자 등쳐먹는 기생오라비야? 저렇게 예쁜 여자가 왜 저런 녀석이랑...”“아가씨 체면을 봐서 이 돈은 받아둘게. 근데 이건 만 원이 안 되잖아.”장해수는 순식간에 돈을 세어보곤 다시 빈정거렸다.그 돈뭉치는 60만이었고 장해수가 요구한 금액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었다.“네가 신은 신발이 진품이라 해도 최대 40만 원 정도일 거야. 더군다나 너 그거 짝퉁이잖아.”이청월은 냉정하게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60만 원이면 충분하고도 남아.”“밥은 아무렇게나 먹어도 말은 함부로 하면 안 돼. 무슨 증거라도 있어? 내가 신은 신발이 짝퉁이라는 걸 입증할 증거 말이야.”장해수는 이청월의 정곡을 찌르는 말을 듣고 내심 당황했다.사실 이 신발은 장해수가 8만 원 주고 산 고퀄리티 짝퉁이었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절대 그걸 인정할 수 없었다.
“손대지 마!”남자가 황급히 소리쳤지만 이미 한발 늦었다. 하얀 머리 청년은 손으로 검은 천을 살짝 벗겨냈다.윙!임지환은 갑자기 오싹한 냉기가 식당을 감도는 기묘한 기운을 느꼈다.다시 집중해서 감지하자 그건 다름 아닌 예리한 검기였다.남자는 하얀 머리 청년의 손목을 꽉 잡았고 아까와 달리 부드럽던 눈빛이 확 차갑고 날카로워졌다.“내 물건에 손대지 마. 안 그러면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남자는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고 하얀 머리 청년의 손을 밀어내고는 다시 조심스럽게 검은 천을 덮으며 소중한 물건을 다루듯 정성스럽게 접었다.그 과정을 마친 후, 남자의 차가웠던 눈빛은 다시 온화하고 순박한 모습으로 돌아왔고 조그마한 살기도 없는 사람처럼 무난해 보였다.“겨우 너덜너덜한 상자 하나 가지고 뭘 그렇게 유난이야?”하얀 머리 청년은 비웃으며 말을 이었다.“날 이렇게 툭 쳐놓았으면 적어도 사과는 해야 하는 거 아니야?”“어떻게 사과하면 되겠어?”남자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내 이 신발은 한정판이야. 200만 원이 넘는다고. 근데 네가 이렇게 더럽게 만들었으니 내가 어떻게 신고 다니겠냐고?”하얀 머리 청년은 뻔뻔하게 말했다.“그럼... 내가 어떻게 하길 원해?”남자는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자기가 잘못한 게 맞다고 인정하는 듯했다.하얀 머리 청년 장해수는 흡족한 표정으로 웃으며 남자를 내려다봤다. 이 남자가 마을에서 처음으로 시내로 올라온 촌스럽고 순진한 사람이라 살짝 겁주기만 하면 쩔쩔맨다는 걸 알아차렸다.“간단하지. 신발값 물어내.”장해수는 의자를 하나 끌어다 앉아 다리를 꼬았다.“난... 돈 없어.”남자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이제야 남자는 돈이 없으면 영웅도 꼼짝 못 한다는 말이 실감 나는 것 같았다.“돈 없다고? 돈도 없으면서 음식점에 들어와? 난 네가 진짜 돈이 있든, 없든 하나도 상관없어. 오늘 신발값 물어내지 않으면 경찰 불러서 널 잡아넣을 거야.”장해수는 계속 몰아붙였다.“이 사람
“안 돼, 꼭 한 입 먹어봐. 안 그러면 내가 직접 먹여줄 거야.”이청월은 고귀한 신분을 자랑하는 여왕처럼 임지환에게 명령하듯 말했다.“그럼... 알았어.”이청월의 기대에 찬 눈빛을 보며 임지환은 마지못해 한 입 떼어먹었다.“어때? 너무 맛있지?”이청월은 기대에 가득 차서 물었다.“괜찮네...”임지환은 대충 웃어넘기고는 이내 물었다.“얼마나 더 걸을 거야?”“왜? 벌써 지친 거야?”이청월은 앞을 내다보고는 웃으며 말했다.“저 앞에 괜찮아 보이는 식당이 있는데 저기서 저녁 먹고 호텔로 가는 게 어때?”“그러자!”임지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세 번 절하고 아홉 번 꿇는 것까지 견뎠는데 이 정도는 문제도 아니었다.두 사람은 함께 운우 골목에 위치한 “천향 식당”에 들어갔다.식당 내부는 고풍스럽게 꾸며져 있었고 값비싼 홍목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었다. 심지어 최고급 백단향이 타오르고 있었다.아마도 이 과시적인 분위기에 관광객들이 약간 눌린 것인지 레스토랑 내부는 손님이 많지 않아 비교적 조용했다.임지환과 이청월은 2층에 올라가 자리를 잡고 음식을 주문했다.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심심한 이청월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놀고 있었다.임지환은 본능적으로 주위를 둘러보다가 곧 시선을 한 사람에게 고정했다.임지환의 시선을 잡은 사람은 식당 입구에 서 있던 한 남자였다.임지환이 특별한 취향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그 남자가 너무 독특했기 때문이었다.남자는 우람진 체형에 날카로운 눈매와 눈동자를 가졌고 온몸에서 강렬한 고수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하지만 그 남자는 딱 봐도 특이한 헝겊으로 된 긴 상의와 긴 바지를 입고 있었고 발에는 헝겊신을 신고 있었다.남자의 등에는 길쭉한 상자를 검은 천으로 싸서 메고 있었는데,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었다.그 기묘한 차림 덕분에 임지환은 물론, 주위 사람들의 시선도 당연히 한 몸에 받았다.하지만 남자는 부끄러운 듯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고 식당 안쪽을 향해 바라
“나더러 제자를 받으라고?”임지환의 표정이 묘해졌다.전에 소태진이 제자 타령하더니 이번엔 이민재가 이러네...임지환은 이 노인들이 그렇게도 할 일이 없는 건지 궁금해졌다.“안 받아!”임지환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거절했다.이민재는 임지환이 이렇게 단칼에 거절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해 잠시 멍해졌다.이래 봬도 명의라 불릴 만큼 명성이 자자한 자기가 어디를 가든 분명 환영받고 존중받을 정도인데 임지환에게 이토록 매정하게 거절당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거절하는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이민재는 조심스럽게 이유를 물었다.“넌 너무 늙었고 못생겼잖아. 내가 원하는 건 미인이란 말이야. 그런데 내가 어떻게 너한테 관심이 생기겠어?”임지환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네?”이민재는 입이 떡 벌어져 말을 잇지 못했다.설마 자기가 단호하게 거절당한 이유가 늙고 못생긴 데다 미인이 아니기 때문일 줄이라니, 놀라울 따름이었다.이청월이 옆에서 웃으며 입을 열었다.“영감, 내가 좋은 방법 하나 알려줄까?”“무슨 방법인데요?”이민재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물었다.“외국에 가서 성전환 수술하고 얼굴 리프팅까지 하고 오면 돼. 그러면 내가 임지환에게 널 제자 삼으라고 말해볼게.”이청월은 말을 마치자마자 배를 잡고 웃음을 터트렸다.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허청열과 화도윤도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고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체면을 생각해서 억지로 웃음을 참았다.“당신들... 이건 너무하잖아요! 제자를 안 받는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사람을 모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이민재는 눈을 부라리며 씩씩댔고 분노가 가득 찬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다.평생 힘들게 쌓아온 명성이 오늘 하루 만에 모두 날아가는 기분이었다.“아직도 모르겠어? 내가 널 제자로 안 받는 이유는 네가 미인이 아니거나 늙어서도 아니야.”임지환은 조금 모자란 바보를 보는 듯한 눈빛을 보이며 고개를 저었다.“그럼 도대체 왜 안 받는 겁니까?”이민재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임 대사, 정말 고맙습니다. 도윤아, 날 대신해서 임 대사를 정성껏 대접해라!”화연평은 그제야 임지환의 말을 따라 침대에 편안하게 누우며 화도윤에게 조용히 당부했다.임지환과 이청월도 더 이상 화연평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고 방을 나섰다.“임 선생님, 제가 자인 호텔에 방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지금 당장 사람을 보내 안내해 드리겠습니다.”화도윤이 싱글벙글 웃으며 얼른 쫓아 나와 임지환에게 말했다.“필요 없어. 우리가 직접 거기로 갈 테니 넌 여기서 화 장군님을 잘 돌봐.”임지환은 손을 흔들며 거절했다.“임지환, 우리가 간만에 금릉에 왔잖아. 제대로 한 번 쇼핑도 하고 맛있는 것도 사 먹자.”이청월은 지금 상황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그래, 네 말대로 하자.”임지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잠깐! 두 분, 멈춰주세요!”두 사람이 막 떠나려 할 때 이민재가 허겁지겁 뒤쫓아왔다.“이 침왕, 아직도 볼 일이 남았나요?”화도윤의 이마에 주름이 잡히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아까 이민재가 저지른 실수 때문에 아버지가 자칫 죽을 뻔했으니 화도윤의 마음속엔 여전히 이민재에 대한 불만이 남아 있었다.이민재가 의술로 유명하지 않았다면 이미 저택에서 쫓아냈을 것이다.“임 선생님께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이민재는 아까와는 다르게 공손한 태도로 존댓말까지 써가며 말했다.“부디 가르침을 부탁드리겠습니다.”“뭘 묻고 싶은 거야?”임지환은 귀찮다는 듯이 물었다.“화 장군님 체내의 사악한 기운을 도대체 어떻게 제거하셨는지 궁금합니다.”이민재는 진심으로 지식에 굶주린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제가 침을 놓을 때 장군님 체내의 생기를 운용해 분명 어느 정도 효과를 보였는데 왜 결국엔...”“내가 왜 너에게 말해줘야 하지?”임지환이 이민재의 말을 끊었다.“그건...”이민재는 그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임지환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굳이 자기에게 말해줄 필요가 없다는 걸 이민재는 알고 있었다.“저는 의사로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
“아악!”비명이 또 방에서 들려왔고 이번엔 더 고통스럽고 무시무시했다.“날 들여보내 주세요!”화도윤은 방 안에서 들려오는 처절한 비명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화 회장님, 죄송합니다만, 그럴 순 없습니다.”허청열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화도윤을 막아섰다.“허 교관! 넌 정말 이대로 우리 아버지를 죽게 내버려두겠다는 건가?”화도윤의 눈은 핏발이 서서 당장이라도 누군가를 물어뜯을 것 같은 야수 같았다.“저도 물론 장군님이 돌아가시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임 선생님 외에는 누구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임 선생님이 허락하기 전까지는 누구도 들어가게 놔둘 순 없습니다.”허청열은 이를 악물고 단호하게 말했다.옆에 있던 이청월의 얼굴도 창백해졌다. 방 안에서 들려오는 비명이 너무나도 끔찍했기 때문이었다.“이대로 가다간 나조차도 장군님의 생명을 지탱하기 어려울 겁니다.”이민재는 침착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내 생각엔 먼저...”“끄악!”다시 한번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고 방 안은 곧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고 더 이상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화도윤과 허청열은 그대로 굳어버렸고 할 말을 잃었다.“어휴... 이젠 무슨 말을 해도 늦었습니다.. 당신들, 사람을 잘못 믿은 겁니다.” 이민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끼익...”바로 그때, 임지환이 문을 열고 나와 태연한 표정으로 물었다.“방금 뭐가 늦었다고 했어?”“넌 실력도 부족하면서 괜히 잘난 척하다가 화 장군님을 네 손으로 죽인 거야. 이제 어떻게 수습할지 지켜보겠어.”이민재는 냉랭하게 비웃으며 재밌는 구경이라도 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임 선생님...”허청열이 조심스럽게 앞으로 다가와 조급한 얼굴로 물었다.“걱정 마, 장군님 체내의 사악한 기운은 내가 이미 완전히 제거했어. 이제 장군님 생명에는 더 이상 지장이 없을 거야.”임지환은 표정 변화도 없이 차분하게 대답했다.“정말입니까?”“임 선생님, 그 말씀, 정말입니까?”화도윤과 허청열은
“만약은 절대 없습니다!”화도윤의 눈빛이 갑자기 날카로워지며 은은하게 살기가 서렸다.“이 영감탱이가 아직도 제정신이 아니네. 말을 왜 이 따위로 해? 네가 실력이 바닥을 친다고 해서 임지환 실력도 바닥을 친다는 도리는 없잖아!”이청월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임지환을 깎아내리는 말이라 곧바로 받아쳤다.“이 버릇없는 계집, 닥치지 못해? 난 아직 네 죗값도 묻지 않았어!”이민재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번 손을 들었다.“이 침왕, 자중하십시오.”둘을 지켜보던 허청열이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이청월 앞을 막아섰다.허청열의 몸에서 칼날이 칼집에서 막 빠져나오기 직전인 듯 날카로운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좋아요, 저 녀석이 진짜 화 장군님을 살려낸다면 이 부러진 손은 그냥 넘어가 주겠습니다. 하지만 살려내지 못한다면 화 선생은 더 이상 이 일에 관여하지 않길 바랍니다.”이민재는 속으로는 불만이 가득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이민재도 바보는 아니었기에 허청열과 싸워봤자 손쉽게 당할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콜록콜록...”방 안에서 갑자기 거친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그 기침 속에는 피를 토하는 소리까지 섞여 있는 듯했다.화도윤의 얼굴이 굳어지며 안으로 뛰어들 듯이 몸을 움찔했다.그러나 허청열이 화도윤을 막아섰고 고개를 저으며 냉정하게 말했다.“화 회장님, 임 선생님의 허락 없이는 우리가 밖에서 기다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알겠네.”화도윤은 어쩔 수 없이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지금, 화도윤은 임지환에게 모든 희망을 걸 수밖에 없었다.한편, 방 안에서 오랜 시간 거친 숨을 몰아쉬던 화연평이 마침내 힘겹게 피곤이 가득한 눈을 떴다.화연평은 희미하게 보이는 임지환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임... 임 대사, 고... 고맙습니다.”“화 장군님, 아직 고마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치료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제부터는 조금 고통스러울 수도 있으니 꾹 참고 견뎌주시길
“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난 의사로서 수십 년간 수많은 생명을 구했고 의학계에서 꾸준히 명성을 쌓아왔어. 오늘 너 같은 풋내기에게 내 명예를 더럽히게 둘 수는 없어!”이민재는 수염을 부들부들 떨며 분노로 눈이 뒤집혀 거의 쌍욕이라도 할 듯한 기세였다.“이 영감탱이가 어쩜 이렇게 말이 안 통하지? 환자가 너 때문에 병이 더 악화했는데도 뭐라 하지 말라는 거야?”이청월은 눈을 부릅뜨고 이민재에게 쏘아붙였다.이민재가 일반 사람들에게는 오랜 명성을 자랑하는 침술의 대가일지 몰라도 이청월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중요한 건 단 하나, 임지환을 건드리는 건 절대 안 된다는 것뿐이었다.“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이민재는 이청월을 가리키며 화가 치밀어 올라 말을 잇지 못했다.“지금 화 장군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인데 넌 환자를 살릴 방법을 찾기보다 네 명성 걱정부터 앞서는구나. 내 생각엔 넌 그냥 명예에만 집착하는 돌팔이야!”이청월의 말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고 말 한마디 한마디가 이민재의 급소를 정확히 찔렀다.“어디서 나타난 계집이 감히 어르신에게 말대꾸를 해? 오늘 내가 네 부모를 대신해 제대로 교육해 주마!”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이민재는 더 이상 체면 따위는 개의치 않고 손을 뻗어 이청월을 때리려 했다.하지만 이민재의 손이 이청월에게 닿기도 전에 임지환이 그의 팔을 단단히 붙잡았고 가볍게 힘을 주었다.딱!뭔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민재의 팔이 임지환의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대로 부러지는 소리였다.“아악!”이민재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팔을 부여잡았고 그의 얼굴은 분노와 고통으로 붉게 달아올랐다.허청열과 화도윤은 이 광경에 놀라서 숨을 들이쉬며 얼굴이 창백해졌다.임지환의 행동은 너무나 대담했다. 침술의 왕이라 불리는 이민재의 팔을 부러뜨리다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이 일이 의학계에 널리 퍼지기라도 하면 임지환은 의학계 전체의 적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허 교관, 지금부터 난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