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은 고개를 저으며 차 문을 열었다.“여기서 내리자.”인나도 차에서 내려 하영의 뒤를 따라갔고, 곧 기자가 사는 층에 도착했다.하영은 문 앞에 서서 휴대폰을 꺼내 녹음 버튼을 누르자 인나가 낮은 소리로 물었다.“너 지금 녹음하는 습관도 생겼어?”하영은 인나를 한 번 보더니 대답했다.“예전에 그런 일을 당했는데, 그걸 교훈삼아 조심해야지.”인나는 엄지를 척 내밀었다“좋은 자세야! 그럼 문 두드릴게.”“그래.”인나가 문을 두드리자 곧 안에서 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누구시죠?”인나는 바로 연기력을 발휘했다.“안녕하세요, 저희는 새로 온 관리인입니다. 아파트 단지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을 조사하러 나왔어요.”“네, 바로 문 열어드릴게요.”문이 열리자마자 인나가 빠르게 집안으로 들어갔고, 남자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밖에서 얘기하면 안 됩니까?”인나가 웃으며 몸을 돌려 밖을 향해 소리쳤다.“하영아, 들어와.”하영이 걸음을 옮겨 남자 앞에 나타나자, 그녀를 본 남자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다.“얘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 바쁘니까 관리실에서 알아서 하세요!”남자는 말을 하며 인나를 밖으로 쫓아내려 했다.“뭘 겁내는 거죠?”인나가 남자의 손을 피하며 물었다.“우리는 그쪽을 해치러 온 것도 아닌데 그러니까 더 수상하잖아요!”남자가 경계심 가득한 얼굴로 하영과 인나를 바라보았다.“어차피 기사는 이미 발표됐는데 이제와서 저를 찾아와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하영은 싸늘한 눈빛으로 기자를 바라보았다.“양다인이 사주한 일이라는 걸 인정하기만 하면 돼요. 그리고 알고 있는 사실을 전부 얘기해 주세요.”남자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 일을 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 일 때문에 지금 이 꼴로 살고 있잖아요!”남자의 참회에 하영은 기자가 사는 집안을 둘러보니, 지저분하고 열악하기 그지없었다.하영이 앞으로 다가가며 입을 열었다.“사실대로 얘기해 주면, 예전처럼 김제에서 아무 일없이 지내게 해줄게요.”깜짝 놀라던 남자의 눈
인나가 서둘러 전화를 끊자, 하영은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인나야, 너 아직 병원 가서 검사받지 않았지?”인나는 한숨을 내쉬었다.“하영이 너도 왜 엄마랑 똑같이 잔소리야? 나 정말 아무 문제 없어! 임산부라면 임신 반응이 있기 마련인데 나 그런 거 전혀 없어!”“모든 여자가 임신 반응이 있는건 아니잖아. 내 얘기 그냥 흘려듣지 마.”하영이 걱정스러운 어조로 얘기했다.“나 참, 정말 괜찮다니까! 나 예전부터 생리 주기가 일정하지 않았단 말이야!”“어머님이 얘기하신 한의원은 정말 다녀왔어?”하영의 물음에 인나는 머리를 긁적였다.“그동안 바빠서 시간이 없었어.”“시간 날 때 얼른 다녀와.”“설 지나고 갈게.”인나의 말투는 많이 피곤해 보였다.“오늘도 겨우 시간 낸 거야. 년 말이라 회사에 일이 많거든.”MK가 얼마나 바쁜지 잘 알고 있었기에 하영도 더는 뭐라 할 수 없었다. 설이 지나면 어떻게든 인나를 병원에 데려가야겠다고 생각했다.청담 국제학교.쉬는 시간에 세준은 교장이 얘기한 컴퓨터 수업에 참여했고, 세희는 같은 반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놀았다.그때 세희의 등 뒤로 누군가 앳된 목소리로 비웃는 얘기가 들려왔다.“어머, 이게 누구야? 아빠도 없는 세희잖아?”세희가 고개를 홱 돌려, 등 뒤에 서 있던 통통한 남자 아이와, 그의 껌딱지 두 명을 바라보았다.그때 세희의 친구가 다가와 얘기했다.“세희야, 저런 애들은 신경쓰지 마. 남자애들은 일부러 못 된 말만 골라하잖아!”“맞아! 그렇게 대단하면 세희만 괴롭히지 말고 다른 애들이랑 싸우지 그래?”“왜? 나는 얘기도 못 해?”통통한 남자애는 질 수 없다는 듯 말을 이었다.“사생아 맞잖아!”“지금 누구한테 사생아라는 거야?”세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 남자애를 노려보았다.“다시 한번 얘기해 봐!”세희가 반박하자 통통한 남자애도 따라서 난폭하게 굴었다.“얘기하면 어쩔 건데? 사생아 주제에! 너랑 네 오빠도 전부 사생아잖아!”퍽-세희는 주먹을 꽉 쥐고 남자
201분 뒤, 청담 국제학교 교무실.유준이 사무실 문 앞에 다가갔을 때, 세희의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왜 저만 탓해요? 분명 저 남자애가 먼저 저를 아빠 없는 사생아라고 놀렸단 말이에요! 저도 아빠 있어요!”“어린 나이에 벌써부터 싸움질이야? 역시 아빠 없는 자식들이라 그런지 교양이 없어! 또 내 아들을 때렸으니 너는 이제 퇴학이야!”그 말에 유준의 미간이 찌푸려지며 표정이 어두워졌다.그리고 교무실로 성큼성큼 들어서며 차가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누가 감히 내 딸을 퇴학시키는지 두고 볼 겁니다!”그 말에 교무실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고, 유준을 발견하고 충격받은 표정을 지었다.세희의 눈빛이 변하더니 얼른 유준을 향해 뛰어갔다.“아빠! 저 아빠 없는 사생아 아니에요! 아니란 말이에요!”“어디서 계속 거짓말이야?”코에 휴지를 꽂은 남자애가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아무나 끌고 오면 다 네 아빠야?”유준의 서늘한 기운에 겁을 먹은 남자애 엄마가 얼른 손을 들어 입을 틀어막고, 자리에서 일어나 벌벌 떨며 유준을 향해 입을 열었다.“정, 정 대표님, 대표님 자제분인 줄 몰랐습니다.”유준은 코웃음을 쳤다.“이런 저속한 가정 교육을 받으면서 무슨 자격으로 이 학교에 다니는 겁니까?”여자의 얼굴에 공포가 떠올랐다.“정 대표님, 저희가 눈이 삔 것이니, 제발 한 번만 봐주세요!”유준은 그 여인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고개를 숙여 눈이 퉁퉁 부은 세희를 살피더니, 얼른 몸을 숙여 세희를 안아 들었다.“아빠가 왔으니까 겁먹을 필요 없어.”세희는 유준이 목을 꼭 껴안고 흐느꼈다.“저도 아빠 있어요. 아빠 없는 아이가 아니란 말이에요.”유준은 커다란 손으로 세희의 등을 다독여줬다.“그래, 아빠도 알아.”어쩌면 지금 이 순간만 세희가 유준을 아빠로 인정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쓰렸다.유준은 눈을 들어 오만방자하게 굴던 모자를 쳐다봤다.“주씨라고 했습니까?”여자는 마름침을 꿀꺽 삼켰다.“정 대표님, 이번 일은
“그럼 그렇게 처리해 주세요.”말을 마친 유준은 세희를 안고 걸음을 내디뎠다가 갑자기 다시 멈춰 섰다.“허시원!”문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시원은 얼른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네, 대표님.”“지금 막 상장 준비 중인 회사가 주노 그룹이었나?”유준의 물음에 시원은 여자를 힐끗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습니다. 여기 계신 사모님이 바로 주 회장님 따님이십니다.”“사흘 안에 주노 그룹을 김제에서 사라지게 해.”시원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대표님!”여자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창백해지더니 그대로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아크로빌.인나의 손에 이끌려 쇼핑을 마친 하영이 집으로 돌아와 주희가 주방에서 바삐 돌아치는 것을 보고 시간을 확인했다.“주희 씨?”하영이 물었다.“아직 세준이와 세희 데리러 안 갔어요?”주희가 고개를 돌려 하영을 보며 대답했다.“하영 언니, 정 대표님이 아이들을 데려다 준다고 데리러 올 필요 없다고 학교에서 전화 왔었어요. 참, 그리고 담임 선생님이 언니한테 여러번 전화했는데 연락이 안 됐다고 하던데요?”하영이 얼른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확인하니, 담임한테서 부재중 전화가 10통이나 있는 것을 보고 후회하기 시작했다.‘내가 왜 소리를 켜놓는 것을 잊었지?’하영은 얼른 다시 전화를 걸었고, 모든 상황을 전해 들은 하영은 멍하니 전화를 끊었다.세희가 학교에서 사생아라는 소리를 들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애가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을까?’10분도 채 안 되어 유준의 차가 별장 정원에 나타났고, 창문을 통해 지켜보던 하영은 얼른 나가 애들을 맞이했다.차 문이 열리자 유준이 세희를 안고 차에서 내렸고, 세준은 반대편에서 내렸다.하영은 얼른 앞으로 다가가 눈이 퉁퉁 부은 채 유준의 품에서 잠든 세희를 보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괴로움이 밀려왔다.“세희야…….”하영이 입을 떼려던 순간 유준이 입을 열었다.“잠들었으니까 들어가서 얘기해.”세준이 하영의 곁으로 다가와 무거운 표정으로 말을
30분 뒤 유준이 연세 병원에 도착하니, 양다인의 병실 앞에 서 있는 형사들이 유준을 발견하고 다가와 입을 열었다.“정 대표님, 환자가 쓰러지기 전에 대표님한테 이걸 꼭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그 말을 하면서 형사가 흙이 묻은 약초 한 봉지를 건네자, 유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주머니를 열었고, 안에는 쪽지 하나가 들어있었다.쪽지를 펼치자 안에는 약초와 한의원 이름이 적혀있었는데, 그 밑에는 글자 한 줄이 적혀 있었다.[백혈병 환자의 회복에 도움이 됩니다.]유준은 쪽지를 다시 주머니에 넣고 형사를 향해 물었다.“상처가 심각합니까?”“몸에 긁힌 상처가 많이 있었어요. 이 물건을 꼭 전해달라는 얘기만 계속 반복하더군요.”유준의 마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복잡해졌다. 양다인이 가증스러운 건 맞지만, 이번에 희민이가 아팠을 때 많이 애를 써준 건 사실이니까.이렇게 노력하는데 아이를 못 보게 하는 것도 말이 안 됐다.유준은 병실을 바라보며 형사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눈 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유준은 병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누군가 몰래 사진을 찍은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심지어 바로 인터넷에 올려 실검에 오르기까지 했다.저녁 식사 시간에 아크로빌로 돌아온 캐리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와 하영의 눈치를 살폈다.하영은 캐리의 행동에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캐리가 황급히 시선을 피했다.하영은 캐리의 수상한 행동을 보이는 캐리를 잡았다.“나를 보는 눈빛부터 이상하던데,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있어?”캐리는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하게 웃었다.“그럴 리가. 내가 너한테 숨기는 게 뭐가 있겠어? 아하하하.”“지금 얼마나 어색하게 웃는지 모르지?”“정말 아무것도 아니야! 주희 씨 밥 차렸지? 얼른 가서 먹자!”대답을 꺼리는 캐리의 모습에 하영도 더 따지지 않고 식탁으로 향하는데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인나가 전화한 것을 보고 스피커 폰으로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야?”그때 인나의 비명에 가까운 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영을 찾으러 왔으니까 비켜요!”유준이 크게 화를 내며 밀어내려고 했지만, 캐리는 꿋꿋이 문 앞을 지키며 똑같이 화를 냈다.“대체 무슨 낯으로 하영을 만나러 온 겁니까?”“우리 두 사람 사이 일이니 그쪽 하고는 상관없는 일입니다!”유준은 서늘한 눈빛으로 얘기했다.“친구라면 당연히 상관있죠! 양다인을 지키기로 했으면서 왜 또 여길 찾아온 거죠? 몇 번이나 기회를 줬는데 항상 실망만 안겨줬잖아요!”유준의 인내심이 바닥을 보였다.“비켜요!”“그 태도를 보니 저를 쓰러뜨리기 전엔 절대 하영을 만나게 할 수 없습니다!”유준은 두 눈을 가늘게 뜨더니 주먹을 꽉 쥐기 시작했고, 그 주먹을 본 캐리는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그래도 물러서지 않았다.“먼저 들어가 있어.”갑자기 등 뒤로 하영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캐리는 고개를 홱 돌렸다.“여긴 왜 나갔어? 설마 아직도 단념하지 않은 거야?”하여은 침착한 얼굴로 캐리를 보며 얘기했다.“내가 잘 얘기할 테니까 먼저 들어가 있어.”캐리는 불쾌한 눈빛으로 유준을 힐끗 쳐다보고 하영을 향해 입을 열었다.“이번엔 절대 마음 약해지면 안 돼.”“그래.”하영은 캐리의 말에 응하고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는 유준을 봤다.문앞까지 걸어 나온 하영은 대문을 닫고 유준의 앞에 마주섰다.“할 말이 있으면 한 번에 다 해요.”“전화는 왜 끊었어?”“양다인 걱정으로 그렇게 급히 뛰쳐나갈 정도인데 방해하고 싶지 않았어요.”“희민의 약초를 구하기 위해 산에서 굴렀다고 형사한테서 전화가 왔었어.”“그 다음은요?”유준은 마른침을 삼켰다.“그 다음은 없어.”“그럼 이번엔 내가 얘기할게요.”유준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유준 씨도 정주원을 싫어하면서, 마찬가지로 내가 양다인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몰라요? 유준 씨를 다시 받아줄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니에요. 하지만 유준 씨가 내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 사이에서 흔들리는 건 받아들일 수 없어요…….”“흔들린 적 없어!”유준이 무거운 어조로 대답했다.“유준 씨는 흔들린
“세희야, 엄마가 아프던 날 네가 알려줬지?”세희는 순간 멈칫했다.“그건…….”“거짓말하면 안 돼.”세준의 진지한 말투에 세희는 고개를 푹 숙였다.“내가 말한 거 맞아. 엄마한텐 비밀로 해줘.”세준은 한숨을 내쉬었다.“네 마음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너도 봤지?”“봤어.”세희는 대충 대답은 했지만, 그래도 속으로는 분명 다른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다음에 얘기하기 전에 먼저 나랑 상의하는 게 어때?”세희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세준이 다정하게 물었다. 만약 강하게 나간다면 분명 밤새 잠 못 자게 울어댈 게 뻔했으니까.“알았어.”세희는 입을 삐죽이며 대답했다.다음날 MK.유준은 굳은 표정으로 사무실에 들어섰고, 그걸 본 비서들은 겁을 먹고 숨소리도 크게 내지 못한 채 서류를 전해준 다음, 거의 도망치듯 사무실을 빠져나왔다.혹시라도 유준의 화를 사게 될까 걱정됐던 것이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낯선 실루엣이 비서 앞에 나타났고, 한참 얼굴을 뜯어보던 어떤 비서가 낮게 소리쳤다.“저 남자 대표님 형님 아니에요?”“맞는 것 같아! 전에 우리 대표님한테 맞아대던 영상이 실검에 오른 적 있잖아요.”“대표님 어머님 사건이 바로 저 사람이랑 관련 있는 거죠?”“헐, 저런 역겨운 인간이 우리 부사장님이라니!”“난 절대 저 사람 비서는 되고 싶지 않아요.”“나도!”비서들이 수군대는 소리를 듣지 못한 주원은 바로 유준의 사무실로 향했고, 문 앞에서 문을 두드리자 유준의 낮게 깔린 대답이 들려왔다.“들어오세요.”주원이 문을 열고 들어가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유준의 얼굴은 구겨질대로 구겨졌다.주원은 옅은 미소를 띈 채 천천히 문을 닫고 자연스레 소파에 안자 유준의 사무실을 둘러봤다.“역시 너의 스타일답게 사무실도 칙칙하네.”주원의 피식 웃으며 하는 말에 주원은 싸늘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네놈 사무실은 아래층에 있는데 여긴 왜 올라왔어?”“출근 첫날이라 당연히 너한테 보고하러
잠시 뒤 유준은 허시원에게 전화를 걸어 싸늘한 어조로 분부했다.“정주원 잘 지켜봐!”“네, 대표님.”TYC.오늘은 다음 시즌 신제품 발표날이라 회의실에서 회의 중인 하영은 각 부서 직원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시선은 샘필을 세심하게 살펴보고 있었다.그대 영업팀 부팀장이 입을 열었다.“대표님, 샘플에 문제 없으시면 오늘 바로 출시 발표 준비를 하겠습니다.”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생산 중에 그 어떤 부분에서도 실수는 용납할 수 없어요. 패션 팀은 매일 공장과 검수 작업을 철저히 진행해 주세요.”“네, 대표님!”하영은 눈을 들어 대형 스크린을 보며 입을 열었다.“12시 정각에 발표하세요.”“알겠습니다, 대표님.”손목시계를 확인하니 12시까지 아직 3분이 남았다. 그 3분 동안 모든 사람은 숨을 죽이고 기다리고 있었다.12시가 되자마자 영업팀 부팀장은 바로 예약 버튼을 눌렀고, 몇 분 만에 예약 수가 급증하는 수치를 보고 하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현재 추세를 보면 그들의 성과가 MK보다 뒤처지진 않을 것 같았다.하영은 직원들의 긴장을 풀어주려고 얼른 화제를 돌렸다.“곧 송년회 준비를 해야 하는데, 다들 좋은 생각 있어요?”“추첨이요!”“가면파티는 어때요?”“케케묵은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송년회를 열어요!”“…….”점심시간.하영이 점심 먹으러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을 때,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마자 휴대폰이 울렸다. 예준에게서 걸려 온 전화인 것을 보고 얼른 받았다.“오빠.”전화기 너머로 예준의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오늘 신제품 발표회 봤어. 추세가 대단하던데?”그 말에 하영의 얼굴에도 편안한 미소가 떠올랐다.“왜? 나 밥이라도 사 주려고?”“어떻게 알았어? 마침 너 회사 아래서 기다리고 있는 중인데.”예준의 말에 하영은 깜짝 놀랐다.“미리 얘기하지, 나한테 다른 일이 있었으면 어쩌려고?”“오빠가 동생을 기다리는 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이따가 봐.”“그래.”3분 뒤, 하영은 예준의 차에 탔고,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