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그렇게 처리해 주세요.”말을 마친 유준은 세희를 안고 걸음을 내디뎠다가 갑자기 다시 멈춰 섰다.“허시원!”문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시원은 얼른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네, 대표님.”“지금 막 상장 준비 중인 회사가 주노 그룹이었나?”유준의 물음에 시원은 여자를 힐끗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습니다. 여기 계신 사모님이 바로 주 회장님 따님이십니다.”“사흘 안에 주노 그룹을 김제에서 사라지게 해.”시원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대표님!”여자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창백해지더니 그대로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아크로빌.인나의 손에 이끌려 쇼핑을 마친 하영이 집으로 돌아와 주희가 주방에서 바삐 돌아치는 것을 보고 시간을 확인했다.“주희 씨?”하영이 물었다.“아직 세준이와 세희 데리러 안 갔어요?”주희가 고개를 돌려 하영을 보며 대답했다.“하영 언니, 정 대표님이 아이들을 데려다 준다고 데리러 올 필요 없다고 학교에서 전화 왔었어요. 참, 그리고 담임 선생님이 언니한테 여러번 전화했는데 연락이 안 됐다고 하던데요?”하영이 얼른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확인하니, 담임한테서 부재중 전화가 10통이나 있는 것을 보고 후회하기 시작했다.‘내가 왜 소리를 켜놓는 것을 잊었지?’하영은 얼른 다시 전화를 걸었고, 모든 상황을 전해 들은 하영은 멍하니 전화를 끊었다.세희가 학교에서 사생아라는 소리를 들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애가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을까?’10분도 채 안 되어 유준의 차가 별장 정원에 나타났고, 창문을 통해 지켜보던 하영은 얼른 나가 애들을 맞이했다.차 문이 열리자 유준이 세희를 안고 차에서 내렸고, 세준은 반대편에서 내렸다.하영은 얼른 앞으로 다가가 눈이 퉁퉁 부은 채 유준의 품에서 잠든 세희를 보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괴로움이 밀려왔다.“세희야…….”하영이 입을 떼려던 순간 유준이 입을 열었다.“잠들었으니까 들어가서 얘기해.”세준이 하영의 곁으로 다가와 무거운 표정으로 말을
30분 뒤 유준이 연세 병원에 도착하니, 양다인의 병실 앞에 서 있는 형사들이 유준을 발견하고 다가와 입을 열었다.“정 대표님, 환자가 쓰러지기 전에 대표님한테 이걸 꼭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그 말을 하면서 형사가 흙이 묻은 약초 한 봉지를 건네자, 유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주머니를 열었고, 안에는 쪽지 하나가 들어있었다.쪽지를 펼치자 안에는 약초와 한의원 이름이 적혀있었는데, 그 밑에는 글자 한 줄이 적혀 있었다.[백혈병 환자의 회복에 도움이 됩니다.]유준은 쪽지를 다시 주머니에 넣고 형사를 향해 물었다.“상처가 심각합니까?”“몸에 긁힌 상처가 많이 있었어요. 이 물건을 꼭 전해달라는 얘기만 계속 반복하더군요.”유준의 마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복잡해졌다. 양다인이 가증스러운 건 맞지만, 이번에 희민이가 아팠을 때 많이 애를 써준 건 사실이니까.이렇게 노력하는데 아이를 못 보게 하는 것도 말이 안 됐다.유준은 병실을 바라보며 형사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눈 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유준은 병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누군가 몰래 사진을 찍은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심지어 바로 인터넷에 올려 실검에 오르기까지 했다.저녁 식사 시간에 아크로빌로 돌아온 캐리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와 하영의 눈치를 살폈다.하영은 캐리의 행동에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캐리가 황급히 시선을 피했다.하영은 캐리의 수상한 행동을 보이는 캐리를 잡았다.“나를 보는 눈빛부터 이상하던데,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있어?”캐리는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하게 웃었다.“그럴 리가. 내가 너한테 숨기는 게 뭐가 있겠어? 아하하하.”“지금 얼마나 어색하게 웃는지 모르지?”“정말 아무것도 아니야! 주희 씨 밥 차렸지? 얼른 가서 먹자!”대답을 꺼리는 캐리의 모습에 하영도 더 따지지 않고 식탁으로 향하는데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인나가 전화한 것을 보고 스피커 폰으로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야?”그때 인나의 비명에 가까운 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영을 찾으러 왔으니까 비켜요!”유준이 크게 화를 내며 밀어내려고 했지만, 캐리는 꿋꿋이 문 앞을 지키며 똑같이 화를 냈다.“대체 무슨 낯으로 하영을 만나러 온 겁니까?”“우리 두 사람 사이 일이니 그쪽 하고는 상관없는 일입니다!”유준은 서늘한 눈빛으로 얘기했다.“친구라면 당연히 상관있죠! 양다인을 지키기로 했으면서 왜 또 여길 찾아온 거죠? 몇 번이나 기회를 줬는데 항상 실망만 안겨줬잖아요!”유준의 인내심이 바닥을 보였다.“비켜요!”“그 태도를 보니 저를 쓰러뜨리기 전엔 절대 하영을 만나게 할 수 없습니다!”유준은 두 눈을 가늘게 뜨더니 주먹을 꽉 쥐기 시작했고, 그 주먹을 본 캐리는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그래도 물러서지 않았다.“먼저 들어가 있어.”갑자기 등 뒤로 하영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캐리는 고개를 홱 돌렸다.“여긴 왜 나갔어? 설마 아직도 단념하지 않은 거야?”하여은 침착한 얼굴로 캐리를 보며 얘기했다.“내가 잘 얘기할 테니까 먼저 들어가 있어.”캐리는 불쾌한 눈빛으로 유준을 힐끗 쳐다보고 하영을 향해 입을 열었다.“이번엔 절대 마음 약해지면 안 돼.”“그래.”하영은 캐리의 말에 응하고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는 유준을 봤다.문앞까지 걸어 나온 하영은 대문을 닫고 유준의 앞에 마주섰다.“할 말이 있으면 한 번에 다 해요.”“전화는 왜 끊었어?”“양다인 걱정으로 그렇게 급히 뛰쳐나갈 정도인데 방해하고 싶지 않았어요.”“희민의 약초를 구하기 위해 산에서 굴렀다고 형사한테서 전화가 왔었어.”“그 다음은요?”유준은 마른침을 삼켰다.“그 다음은 없어.”“그럼 이번엔 내가 얘기할게요.”유준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유준 씨도 정주원을 싫어하면서, 마찬가지로 내가 양다인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몰라요? 유준 씨를 다시 받아줄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니에요. 하지만 유준 씨가 내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 사이에서 흔들리는 건 받아들일 수 없어요…….”“흔들린 적 없어!”유준이 무거운 어조로 대답했다.“유준 씨는 흔들린
“세희야, 엄마가 아프던 날 네가 알려줬지?”세희는 순간 멈칫했다.“그건…….”“거짓말하면 안 돼.”세준의 진지한 말투에 세희는 고개를 푹 숙였다.“내가 말한 거 맞아. 엄마한텐 비밀로 해줘.”세준은 한숨을 내쉬었다.“네 마음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너도 봤지?”“봤어.”세희는 대충 대답은 했지만, 그래도 속으로는 분명 다른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다음에 얘기하기 전에 먼저 나랑 상의하는 게 어때?”세희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세준이 다정하게 물었다. 만약 강하게 나간다면 분명 밤새 잠 못 자게 울어댈 게 뻔했으니까.“알았어.”세희는 입을 삐죽이며 대답했다.다음날 MK.유준은 굳은 표정으로 사무실에 들어섰고, 그걸 본 비서들은 겁을 먹고 숨소리도 크게 내지 못한 채 서류를 전해준 다음, 거의 도망치듯 사무실을 빠져나왔다.혹시라도 유준의 화를 사게 될까 걱정됐던 것이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낯선 실루엣이 비서 앞에 나타났고, 한참 얼굴을 뜯어보던 어떤 비서가 낮게 소리쳤다.“저 남자 대표님 형님 아니에요?”“맞는 것 같아! 전에 우리 대표님한테 맞아대던 영상이 실검에 오른 적 있잖아요.”“대표님 어머님 사건이 바로 저 사람이랑 관련 있는 거죠?”“헐, 저런 역겨운 인간이 우리 부사장님이라니!”“난 절대 저 사람 비서는 되고 싶지 않아요.”“나도!”비서들이 수군대는 소리를 듣지 못한 주원은 바로 유준의 사무실로 향했고, 문 앞에서 문을 두드리자 유준의 낮게 깔린 대답이 들려왔다.“들어오세요.”주원이 문을 열고 들어가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유준의 얼굴은 구겨질대로 구겨졌다.주원은 옅은 미소를 띈 채 천천히 문을 닫고 자연스레 소파에 안자 유준의 사무실을 둘러봤다.“역시 너의 스타일답게 사무실도 칙칙하네.”주원의 피식 웃으며 하는 말에 주원은 싸늘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네놈 사무실은 아래층에 있는데 여긴 왜 올라왔어?”“출근 첫날이라 당연히 너한테 보고하러
잠시 뒤 유준은 허시원에게 전화를 걸어 싸늘한 어조로 분부했다.“정주원 잘 지켜봐!”“네, 대표님.”TYC.오늘은 다음 시즌 신제품 발표날이라 회의실에서 회의 중인 하영은 각 부서 직원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시선은 샘필을 세심하게 살펴보고 있었다.그대 영업팀 부팀장이 입을 열었다.“대표님, 샘플에 문제 없으시면 오늘 바로 출시 발표 준비를 하겠습니다.”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생산 중에 그 어떤 부분에서도 실수는 용납할 수 없어요. 패션 팀은 매일 공장과 검수 작업을 철저히 진행해 주세요.”“네, 대표님!”하영은 눈을 들어 대형 스크린을 보며 입을 열었다.“12시 정각에 발표하세요.”“알겠습니다, 대표님.”손목시계를 확인하니 12시까지 아직 3분이 남았다. 그 3분 동안 모든 사람은 숨을 죽이고 기다리고 있었다.12시가 되자마자 영업팀 부팀장은 바로 예약 버튼을 눌렀고, 몇 분 만에 예약 수가 급증하는 수치를 보고 하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현재 추세를 보면 그들의 성과가 MK보다 뒤처지진 않을 것 같았다.하영은 직원들의 긴장을 풀어주려고 얼른 화제를 돌렸다.“곧 송년회 준비를 해야 하는데, 다들 좋은 생각 있어요?”“추첨이요!”“가면파티는 어때요?”“케케묵은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송년회를 열어요!”“…….”점심시간.하영이 점심 먹으러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을 때,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마자 휴대폰이 울렸다. 예준에게서 걸려 온 전화인 것을 보고 얼른 받았다.“오빠.”전화기 너머로 예준의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오늘 신제품 발표회 봤어. 추세가 대단하던데?”그 말에 하영의 얼굴에도 편안한 미소가 떠올랐다.“왜? 나 밥이라도 사 주려고?”“어떻게 알았어? 마침 너 회사 아래서 기다리고 있는 중인데.”예준의 말에 하영은 깜짝 놀랐다.“미리 얘기하지, 나한테 다른 일이 있었으면 어쩌려고?”“오빠가 동생을 기다리는 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이따가 봐.”“그래.”3분 뒤, 하영은 예준의 차에 탔고, 예
“사업에 실패하고 다들 고향에 내려갔는데, 다들 괜찮게 지내고 있대.”“그 사람들 주소와 연락처 줄 수 있어?”“안 돼!”예준이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위험하니까 너는 이 일에 끼어들지 마!”예준의 확고한 태도에 하영도 더 얘기하지 않았다. 아이들도 있으니 애들의 안전도 고려해야 하니까.“대신 유용한 정보를 얻으면 제일 먼저 나한테 알려줘.”예준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 그나저나 정유준은…….”예준이 말을 하다 멈추자, 하영의 눈빛이 어두워지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그 사람이 왜?”예준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무것도 아니야. 정유준 얘긴 안 할게.”사실 정유준도 이번 일을 도와서 조사하고 있다고 얘기해 주고 싶었는데, 하영이 그의 얘기를 꺼낼 때마다 기분이 안 좋아 보여 그만두기로 했다.1시 30분에 회사에 도착한 하영은 점심에 확인한 자료 때문에 아직도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만약 아버지가 진짜 정씨 집안 때문에 돌아가셨다면, 앞으로 무슨 얼굴로 무덤을 찾아 가지? 원수 집안 아들을 위해 자식 셋이나 낳고, 복수는 어떻게 해?’김제에서 정씨 집안은 막강한 세력을 갖고 있으니, 그런 집안과 대항한다는 건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것과 다름없었다.지친 몸을 의자에 기댄 하영의 머릿속은 너무 혼란스러웠다.얼마 동안 앉아 있었는지 어느새 잠든 하영은 휴대폰 벨소리에 잠에서 깼고, 우인나한테서 걸려 온 전화인 것을 확인하고 얼른 전화를 받았다.그러자 인나의 흥분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하영아! 지금 실검에 난리 났어!”아직 찌라시를 확인할 기분이 아닌 하영은 그저 무심하게 물었다.“뭐라고 하는데?”“뭐라고 하긴, 네가 G의 신분으로 존슨 언니랑 겨룬다고, 네티즌들이 스승과 제자가 서로 대립하하고 있다고 난리야!”하영은 미간을 찌푸렸다.“댓글이 왜 다 그 모양이야?”그러자 인나가 웃음을 터뜨렸다.“두 사람이 그러니까 당연히 오해하지! 그나저나 지금 다들 여전히 G가 누군지 추측하고 있어!”“추측하라고 그래.
그래도 참지 못하고 물었다.“대표님, 결과 검사는 어떻게 나왔습니까?”유준은 눈시울을 붉히면서 입술을 깨물었다.“역시 지금까지 나를 속이고 있었어!”“네?”자료를 내려 놓은 유준은 기쁘기도 하도 감격스럽기도 하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세준이와 세희는 내 자식이 맞았어! 그런데 강하영은 왜 지금까지 그 사실을 숨긴 거지?’시원은 궁금한 마음에 슬쩍 곁눈질했다가, 검사 결과에 충격 받은 표정으로 격동하며 입을 열었다.“축하드립니다, 대표님! 드디어 작은 도련님과 아가씨를 찾으셨네요!”유준의 눈빛이 어두워졌다.“강하영은 왜 이 사실을 숨겼을까?”시원도 그 사실이 궁금했는지 미간을 찌푸리고 한참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혹시 대표님께서 애들을 빼앗아갈까 봐 그런 것 아닐까요?”유준의 표정이 굳어졌다.“내가 그럴 사람으로 보여?”유준의 말에 시원은 묵묵히 유준을 응시했다.‘그럼 아닌가?’시원은 감히 그 말은 입밖으로 내 뱉지 못하고 말을 돌렸다.“혹시 회장님께서 그 사실을 아시면 작은 도련님과 아가씨를 데려갈까 봐 두려우신 게 아닐까요?”유준은 예전에 아버지가 억지로 두 아이를 데려간 사실을 떠올리며 미간을 찌푸렸다.시원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어쩌면 정창만이 두려워 두 아이의 신분을 숨기고, 심지어 자신에게까지 말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만약 정창만이 강제로 두 아이를 데려간다면, 유준이라도 그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강하영과 두 아이를 24시간 지켜줄 수는 없으니까.유준은 검사 결과를 서랍에 넣고 낮은 소리로 분부했다.“이 사실을 아무한테도 알리지 마!”시원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대표님, 작은 도련님과 아가씨한테 아빠라고 얘기하지 않을 겁니까?”“아직은 때가 아니니까 입 조심해!”시원은 이해할 수 없었다.‘애들을 그렇게 신경 쓰시면서 왜 말씀하지 않는 걸까? 그렇게까지 강하영 씨가 두려우신 건가? 아니면 혹시……, 아버님 때문인가?’시원은 후자일 가능성이 제일 크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소백중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양다인을 바라보았다.“얘야, 정말 그 아이가 그렇게 걱정되는 거냐?”양다인은 소백중의 팔을 잡으며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얘기했다. “할아버지, 제발 저 말리지 마세요. 희민이도 불쌍한 아이잖아요. 예전에 제가 잠깐 미쳐서 그런 행동을 했는데, 이번에 만회한다 생각하고 다 나을 때까지 곁에 있어주고 싶어요! 그래도 아기 때부터 제 손으로 키운 아이잖아요……. 할아버지, 제 아이가 일찍 하늘나라로 떠난 걸 봐서라도 허락해 주세요.”양다인이 눈물까지 흘리며 얘기하자, 소백중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얘야, 내가 기어이 널 막으려는 건 아니지만, 너도 알다시피 정유준 그놈은 너한테 아무 감정도 없잖아.”“상관없어요. 저는 그저 할 일만 하고, 죄책감만 지울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해요.”“꼭 그렇게 해야겠어?”양다인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아버지, 제발 부탁드려요.”“그래, 알았다.”소백중은 그저 안타까울 뿐이었다.“막지 않으마. 대신 앞으로 위험한 곳엔 절대 혼자 가지 마. 나는 이제부터 회사 주주들과 100주년 기념 행사에 대해 회의하러 가야 하니까, 너한테는 자주 신경 쓰지 못할 거다.”양다인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100주년 기념행사요?”소백중이 웃으며 답해줬다.“100주년 기념행사 때 모든 사람 앞에서 너한테 지분을 넘길 거라고 발표할 생각이다.”충격받은 표정으로 입을 틀어막은 양다인의 눈가엔 눈물마저 반짝였다.“할아버지, 저한테 이렇게 잘해주시는데,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네요.”“바보 같은 녀석, 아직 일주일 있으니까 몸조리 잘하고, 그때 예쁘게 차려입고 와야 한다.”양다인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소백중이 병실을 떠나고 양다인은 쉬려고 준비할 때, 유준이 병실에 들어섰고, 그의 뒤로 경호원들이 보양식을 잔뜩 들고 있었다.양다인은 얼른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유준을 보며 입을 열었다.“유준 씨, 이게 다…….”“희민이 일은 앞으로 신경 쓰지 마. 이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