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준도 그게 이해가 안 되는지 미간을 찌푸렸다.‘강하영은 왜 자기가 소씨 집안 사람이라고 밝히지 않는 거지?’하영도 먼저 얘기를 꺼내지 않는데 유준도 굳이 그녀의 사생활을 캐물을 생각은 없었다. 한동안 조용하게 마음을 다스리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양다인은 병실에서 계속 손톱을 물어뜯으며, 유준의 곁에 남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다.한참 생각하더니 문득 정주원이 의도적으로 김형욱 행세를 하던 것이 떠올랐고, 한동안 도움을 청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양다인은 김형욱의 연락처를 찾아 전화를 걸었고, 김형욱이 전화를 받자마자 아부하듯 입을 열었다.“김형욱 씨, 죄송하게도 제가 또 귀찮게 할 일이 생겼네요.”김형욱은 여전히 쌀쌀맞은 어조로 대답했다.“무슨 일인지 얘기해.”양다인은 유준이 자신을 더는 희민이 곁에 두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얘기했고, 전부 전해 들은 김형욱은 피식 웃으며 얘기했다.“두 사람을 갈라놓을 수 없다면, 차라리 여론으로 압력을 줘서 강하영이 떠나게 하면 되잖아.”“여론이요?”양다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그게 무슨 뜻이죠?”“그 일은 나한테 맡겨. 만약 기자가 찾아오면 내가 보내준 그대로만 얘기하면 돼.”“네, 고마워요.”토요일.인나는 아침 일찍 아크로빌로 찾아왔는데, 이 추운 날씨에 패딩도 걸치지 않고 스웨터만 입고 있었다.하영은 그런 인나를 보자마자 혀를 찼다.“너 춥지도 않아?”“너무 더워!”인나는 주희가 만든 아침을 같이 먹으며 입을 열었다.“이번 겨울은 참 이상하네.”하영은 묵묵히 분명 영하로 떨어진 아침 기온을 떠올렸다.아침 식사를 마친 인나는 위층을 보며 물었다.“애들은 안 가?”“세준이는 오늘 컴퓨터 학습이 있는데 세희도 따라겠다고 해서.”“세희는 여전히 세준이 껌딱지네.”인나와 하영은 함께 별장을 나섰다.“그래, 설맞이 준비엔 관심 없으니까.”30분 뒤.두 사람은 백화점 지하에 있는 마트에 도착했고, 인나는 하영을 보며 물었다.“모레면 너희 회사에서 송년회 열
그 말에 인나는 순식간에 폭발해 버렸다.“그 입 찢어버리기 전에 헛소리 그만하세요!”단발머리 여성은 얼른 휴대폰을 꺼내 하영과 인나에게 보여주었다. 특별히 유명한 커뮤니티 사이트는 아니지만, 제목이 유독 눈에 띄었다.[MK 대표님과 양다인 씨 혼인이 파기된 진짜 원인은 TYC 강하영 대표님 때문!]인나는 단발머리 여성이 건넨 휴폰을 가져와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기 시작했고, 곧 안색이 굳어졌다.하영이 인나를 보며 물었다.“뭐라고 얘기하는데?”인나는 대답 대신 앞에 있는 두 여성을 보며 물었다.“이이 커뮤니티 앱 이름이 뭐죠?”“메이트 판이에요.”여성의 대답에 인나는 휴대폰을 돌려주었다.“알겠습니다. 그런데 이거 사실 아니에요. 진짜 원인은 양다인이 아이를 학대했기 때문이에요!”“인나야, 그런 일은 굳이 해명할 필요 없어!”인나는 하영을 끌고 자리를 뜨며 다시 얘기했다.“반드시 해명해야지!”하영은 이해가 가지 않는 표정으로 인나를 바라보았다.“대체 뭐라고 쓰여 있었는데 표정이 그렇게 안 좋아?”인나는 말없이 하영을 휴게실로 끌고 간 뒤, 휴대폰으로 앱을 다운받은 뒤, 그 게시판을 하영에게 보여주었다.내용을 훑어보던 하영의 눈빛에 분노가 차올랐다.“이딴 짓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양다인밖에 없어!”“하영이, 이번 일은 반드시 빨리 해결해야 해! 글을 올린 지 한 시간 만에 댓글이 수천 개나 달렸잖아!”우인나의 말에 하영은 페이지를 내리며 천천히 유준과 찍힌 사진과, 최근 양다인이 입원해서 유준이 병원에 찾아간 사진을 봤다.제일 우스운 것은 양다인의 지난 추문들도 모두 하영이 정유준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꾸민 소행으로 밝혀졌다는 것이다.더 말도 안 되는 것은 양다인의 더러운 영상마저 하영의 얼굴로 바뀌어져 있었는데, 뛰어난 AI 기술은 전혀 빈틈을 찾을 수 없었다.게다가 게시물 작성자는 하영의 회사가 발전할 수 있는 것은 전부 정유준 덕분이고, 진작에 두 사람의 관계가 일반적이지 않았다고까지 했다.하영이 아무말 없는 것을 보고
“그렇겠지.”인나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눈을 깜빡였다.“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거야?”인나는 입꼬리를 올리며 휴대폰을 인나에게 돌려주었다.“기다려야지.”뭘 기다려야 하는지 하영은 얘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차분한 기분으로 쇼핑하며 설음식을 사서 집으로 돌아갔다.인나는 하영이 무슨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뭐에 씌인 것처럼 화가 나 있는 것 같았다.별장에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하영의 휴대폰은 모르는 번호들로부터 쉴 새 없이 전화가 왔지만 하영은 전부 끊어버렸고, 인나는 그저 곁에서 초조하게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그때 커뮤니티의 게시글은 조금씩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하영이 상간녀로 유준을 유혹했다는 소식이 점점 퍼지기 시작했고, 순간 네티즌들의 욕설로 도배됐다.네티즌들은 하영이 뻔뻔하다고 욕하기 시작했고, 양다인은 어느새 피해자로 변했다.평판에 문제가 생기자, TYC도 전례 없는 주문 취소 폭탄을 맞게 되었다.캐리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바로 집에 전화했고, 주희가 전화를 받자마자 캐리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G 집에 있어? 얼른 전화 좀 받으라고 해!”주희가 거실을 향해 소리쳤다.“하영 언니, 캐리 씨 전화예요.”하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희 곁으로 다가가더니 담담한 어조로 전화를 받았다.“나야.”그러자 캐리의 펄펄 뛰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G! 인터넷에서 떠도는 얘기 뭐야? 갑자기 왜 이렇게 된 건데? 오늘 토요일인데 나 직원들한테 전부 출근하라고 얘기했어!”“부사장부터 이렇게 초조해하면, 직원들의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겠어?”하영이 물었다.“그럼 초조하지 않아? 우리가 애써 세운 이미지가 전부 그 헛소문 때문에 망가지게 생겼는데!”캐리의 목소리가 떨려왔지만, 하영은 여전히 차분했다.“영업팀한테 전부 환불해 주라고 전해. 금방 회사로 갈게.”“그냥 가지 마!”캐리가 다급하게 얘기했다.“지금 회사 아래에 전부 기자들로 깔렸어! 아마 우리 집도 노출됐을 거야!!”쾅-캐리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누군가
이 순간 주희는 이렇게 놀라운 규모로 사람들이 몰려온 건 처음봤다.많은 사람이 몰려왔을 뿐만 아니라 다들 손에 돌까지 들고 욕설을 퍼부으며 돌을 던졌기 때문이다.하지만 하영이 말을 꺼낸 이상 반드시 인나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하영 언니, 걱정하지 마세요!”하영은 고개를 끄덕이고, 휴대폰을 꺼내 현욱에게 전화를 걸며 위층으로 올라갔다.방에 도착해서야 전화를 받은 현욱의 나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하영은 화장대 앞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현욱 씨, 청담 국제학교로 가서 애들을 좀 데려가 줘요. 담임 선생님한테 미리 얘기해 둘 테니까, 며칠만 부탁할게요.”현욱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무슨 일 있어?”“인터넷 확인해 봐요. 그럼 부탁할게요.”“그래, 알았어.”전화를 끊은 뒤 하영은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난원.유준은 어두운 표정으로 서재에 앉아 있었고, 시원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대표님, 지금 어떻게 하실 예정입니까? 강하영 씨가 이번에 처한 상황은 많이 힘들 것 같네요.”유준이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강하영한테 전화해!”시원은 고개를 끄덕이고 얼른 분부대로 했다.“대표님, 강하영 씨 휴대폰이 꺼져있습니다. 어쩌면 며칠은 연락하기 어려울 것 같네요.”유준은 분노에 찬 표정으로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기술팀한테 게시글 작성자 IP 추척해 보라고 전해!”시원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할게요. 그런데 대표님, 이번 일 MK에도 어느정도 타격이 있을 겁니다.”유준은 눈을 가늘게 떴다.“그 정도 손해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으니까, 하영의 회사에서 입장 발표를 하는 순간, 홍보팀에서 똑같이 밀고 나가라고 해!”시원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시원은 몸을 돌려 서재를 떠났고, 입술을 꽉 깨문 유준의 표정은 서늘하기 그지없었다.대체 누가 감히 김제에서 이 정도로 멋대로 날뛰는지 두고 보고 싶었다.소진 그룹.기사를 확인한 예준은 하영한테 가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그때 소진호와 송유라
TYC.화사하게 차려입은 하영이 회사에 나타났다.하영은 회사 아래에 몰려든 수많은 기자와 네티즌들을 담담한 표정으로 한 번 훑어본 뒤 회사로 들어갔다.미리 경비원에게 얘기한 덕분에 하영을 막는 사람은 없었지만, 어떤 기자가 회사로 들어가는 그녀를 발견한 순간 목청을 높였다.“저 사람은 들어갈 수 있는데, 왜 우리는 못 들어가게 하는 겁니까?”하영은 기자가 자신을 알아본 줄 알고 순간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저 사람은 회사 직원입니다!”경비원은 확성기로 사람들의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소리를 눌러버렸고, 하영은 잠시 멈칫하다가 바로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위층에 도착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시끄럽게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가 들려왔고, 바삐 돌아치는 직원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하영은 그들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이런 시기에 함께 어려움에 맞서 싸우는 직원들을 하나하나 머리에 새겼다.잠시 후, 직원들은 놀라운 눈으로 화려하게 차려입은 하영을 발견했고, 순간 지나칠 정도로 진한 화장을 한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그러다 하영이 사무실에 들어섰을 때에야 그녀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하영이 사무실에 들어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비서 소정이 들어왔다.소정은 하영을 보고 처음엔 멈칫하더니, 이내 입을 가리고 몰래 웃었다.“대, 대표님. 지금 차림 너무 웃겨요.”하영은 클렌징오일을 꺼내 화장을 지우며 입을 열었다.“지금 웃을 기분이 들어? 두렵지 않아?”소정은 고개를 저었다.“대표님도 두려워하지 않는데, 저희도 두렵지 않아요! 끝까지 대표님만 따를 생각이에요!”그 말에 하영은 웃음을 터뜨렸다.“부사장은 자리에 있어?”“네!”소정이 대답했다.“그런데 대표님, 전화를 받아야 하는지 대표님의 결정이 필요해요.”“받지 마.”하여은 천천히 얼굴을 닦으며 입을 열었다.“부사장한테 잠깐 오라고 해.”“네, 대표님!”소정이 사무실을 나섰고, 하영은 그녀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나이가 어린 비서지만 조급한 성격이 아니라 다행이라
세준은 어깨를 으쓱했다.“사실이잖아. 눈물 콧물에 아주 범벅이 됐네.”“엄마가 걱정돼서 그러는 거잖아!”세희가 반박하기 시작했다.“다들 오빠처럼 침착한 줄 알아? 오빠는 엄마를 충분히 사랑하지 않아!”세준은 세희의 머리를 콩하고 때렸다.“나는 마음으로 사랑하는 거고, 너는 겉으로만 사랑하는 거야.”“으악!”세희는 화가 잔뜩 치밀어 올라 세준을 마구 때렸다.“오늘 반드시 양말로 그 입을 틀어막아 버릴 거야!”그 모습을 지켜보던 현욱은 입꼬리를 씰룩거렸다.일반 아이들과는 다르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강한 멘탈에 현욱도 충격을 받았다.‘역시 정유준 자식들이야. 이렇게 무서운 유전자가 김제에 또 누가 있겠어?’현욱은 잠시 생각하다가 문득 뭔가가 떠올랐다.‘정유준한테 자랑해야지!’현욱은 유준의 번호를 눌렀고, 이내 피곤해 보이는 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본론만 얘기해!”유준의 목소리에 두 아이는 순간 조용해졌고, 특히 세희는 귀를 쫑긋 세우고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었다.현욱은 두어 번 정도 헛기침을 하고 입을 열었다.“늘 바쁜 우리 대표님, 네가 질투할 만한 소식 하나 얘기해 줄까?”유준은 잔뜩 귀찮은 어조로 얘기했다.“그 혀 잘라버리기 전에 똑바로 얘기해.”“…….”“야! 이 양심 없는 놈아! 세준이와 세희가 지금 나랑 같이 있단 말이야! 너 자꾸 그러면 언론에 확 알려버릴 줄 알아!”현욱의 협박에 두 녀석은 일제히 분노에 찬 눈빛으로 현욱을 바라보았다.현욱은 왠지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을 받았고, 그때 유준이 코웃음을 쳤다.“죽고 싶으면 그렇게 해!”세희는 속으로 환호했다.‘역시 우리 아빠 짱이야!’현욱은 순간 기가 꺾였다.“됐어, 놀리지 않을게. 애들은 지금 안전하게 여기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유준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노아에서 보자.”현욱이 미처 대답하기 전에 유준은 전화를 끊었고, 세희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노아는 어디에요? 우리도 같이 가는 거예요?”현욱은 치를 떨며 대답했다.“노아는
직원들이 웃으며 다가와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고, 하영은 웃으며 소정에게 얘기했다.“오늘 출근한 직원들 이름 기록하고, 오지 않은 사람은 연말 이후 모두 해고해.”소정은 하영이 오늘 직원들에게 한턱 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캐리가 피곤한 몸을 이끌고 하영에게 다가왔다.“이런 잔꾀를 부릴 줄 몰랐네. 직원들 마음도 안정시키면서, 회사에 마음이 떠난 직원들까지 해고하다니 정말 독하다, 독해!”하영은 캐리를 흘겨보며 입을 열었다.“독한 마음을 품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말이 있잖아.”캐리는 눈꼬리를 실룩거렸다.“그래, 우리 독하디독한 강하영 씨! 그럼 이제부터 어떻게 할지 얘기해 줄 수 있지?”“지켜만 보면 돼.”하영의 대답에 캐리는 이를 갈았다.“지금 나를 외부인 취급하는 거야? 어떻게 계획도 얘기해 주지 않을 수 있어?”“얘기해도 소용없으니까.”하영은 캐리를 밀어냈다.“그냥 안심하고 네 일만 제대로 하면 돼.”연세 병원.사건이 터진 뒤, 양다인은 기자들의 전화를 받았고, 그녀는 김형욱이 분부한 대로 인내심 있게 하나하나 대답해 줬다.“너무 그렇게 상처 주지 마세요.”양다인은 속상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비록 본인 힘으로 세운 회사는 아니지만, 그래도 많은 심혈을 기울였잖아요.”전화기 너머로 기자의 질문이 들려왔다.“양다인 씨는 강 대표와 그 네 명의 남자와의 관계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계십니까?”양다인은 훌쩍이며 대답했다.“그건 저도 얘기할 수 없어요. 같은 여자로서 저도 강하영 씨가 다른 사람한테 욕을 먹고 있는 걸 보면 마음이 아프거든요.”“양다인 씨는 너무 착한 분인 것 같네요. 다른 사람들이 괴롭혔으면 반격할 줄도 알아야죠.”기자의 말에 양다인은 눈물을 흘리며 대답했다.“강하영 시는 그 남자들과 그렇고 그런 사이에요. 이 이상은 더 말씀드릴 수 없으니 더 묻지 말아 주세요.”“그런 여자의 위선적인 모습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어서 밝히려는 겁니다. 저희는 양다인 씨를 돕고 싶어요.”“다들 정말 감사합니
“여기가 마음에 들어?”그때 회전게단에서 유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천천히 계단에서 내려오고 있는 유준의 모습이 조명 아래에 드러나자, 온몸은 금빛으로 둘러싸인 것 같았고, 타고난 고상한 분위기와 여전히 당당함을 뿜어내고 있었다.세희는 멍한 눈빛으로 유준을 바라보더니, 이내 참지 못하고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아빠는 동화 속에서 나오는 흑마 왕자님 같아!”그 얘기를 똑똑히 들은 세준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세희를 바라보았다.“흑마…… 왕자?”세희는 핑크빛 기류가 감도는 눈빛으로 고개를 힘껏 끄덕였다.“맞아! 아빠는 검은색 정장을 입었으니까!”그때 세준의 머리속에는 어떤 장면이 떠올랐다.인간의 얼굴을 가진 정유준의 몸은 검은 말의 모양을 하고 있는 모습으로 말이다.‘너무 추상적이야……, 어우 끔찍해!’유준이 세희와 세준의 앞으로 다가와 아직 입을 열기 전에, 현욱이 먼저 찰싹 달라붙어디 마치 애인마냥 애교를 부려댔다.“나 너무 피곤해. 그 먼 거리를 기사도 없이 내가 직접 운전했단 말야!”유준이 굳은 표정으로 현욱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저리 꺼지지 못해?”현욱은 억울한 듯 입을 삐죽 내밀었다.“양심도 없는 놈! 나쁜 놈! 나 고소할 거야!”유준이 싸늘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안에 네가 제일 좋아하는 와인 한 병 있어.”“그럼 나 먼저 간다!”현욱은 들뜬 표정으로 안으로 뛰어가자, 두 녀석은 할 말을 잃었다.유준이 두 녀석을 보며 부드러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너희들 엄마가 이 일을 해결하기 전까지 안심하고 여기 있어.”세희가 입술을 핥으며 흥분된 표정으로 유준을 바라보았다.“여기 와이너리 꼭 마치 성 같은데, 저도 여기 여주인이……, 아악!”아직 말을 마치기 전에 세준이 세희의 머리를 콩하고 내려쳤고, 세희는 머리를 감싼 채 세준을 노려보았다.“오빠는 왜 맨날 나만 괴롭혀?”유준은 손을 움찔하더니,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져 주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보기만 해도 아까운 딸인데, 이 자식은 왜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