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중의 안색이 바로 변했다.“방금 너한테 정유준을 만나러 간다고 했어?”희원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아버지. 정유준이 다인 언니한테 어떻게 대했는지 다 아는데, 이대로 언니가 또 불구덩이에 몸을 던지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어요.”희원은 할아버지가 양다인이 정유준에게 접근하는 것을 막아주길 바라며 끊임없이 거짓말을 했다.예전에 희원은 양다인이 정주원에게 접근하면서, 왜 굳이 희민의 골수를 찾았는지 알아보라고 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야 알 수 있었다.아마 양다인 손에 정희민과 일치한 골수가 있을 것이고, 그녀는 골수를 이용해 정유준에게 접근하려는 것을 눈치챘다.‘뻔뻔한 X, 이런 식으로 나를 이용했는데 내가 왜 가만히 있어야 해?’소백중은 어두운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문 앞에 있는 경호원을 향해 입을 열었다.“차 대기시켜!”청담 국제 학교.하영은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떠나기 전에 당부했다.“오늘 오후도 주희 씨가 너희들 데리러 올 거야.”“네…….”세희는 기분이 안 좋은지 입을 삐죽였다.“엄마, 저녁에 또 어디 가요?”하영은 허리를 숙여 세희의 얼굴을 살짝 꼬집었다.“바쁜 일이 있어서 그래. 대신 내일 오후엔 꼭 데리러 온다고 약속할게. 응?”세준이 세희의 손을 잡고, 작은 머리를 쳐들며 입을 열었다.“엄마, 세희가 주희 누나랑 아주 잘 놀고 있으니까 우리 걱정은 하지 마세요.”세희는 씩씩거리며 세준을 째려보았다.“주희 언니랑 재밌게 노는 건 내가 아니라 오빠잖아!”하영은 놀라운 표정으로 세준을 보며 짐짓 질투하는 척했다.“그래? 보아하니 이제 주희 누나가 엄마보다 더 중요한가 봐?”“그렇다니까요!”세희는 오만한 표정으로 더욱 부추겼다.“오빠가 매일 밤 주희 언니랑 방수벽으로 싸우고 그래요!”‘방, 방수벽?’세준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건 방화벽이야.”세희는 멍한 표정으로 눈을 깜빡이더니 얼굴이 빨갛게 물들기 시작했다.“아무튼 벽은 맞잖아! 오빠는 꼭 그렇게 따져야겠어
“2,000만 원?”하영은 그저 웃었다.“좋아. 그럼 네가 2,000만 원을 주면 되겠네.”그러자 양다인의 안색이 변했다.“내가 왜 너한테 2,000만 원을 줘? 네가 함부로 차를 세운 탓에 내가 부딪힌 거잖아. 똑바로 보고 얘기해!”하영은 턱으로 CCTV를 가리켰다.“저기 CCTV 있는 거 보이지? 내가 직진하고 있는데, 네가 코너를 돌다가 내 차를 박았잖아. 그리고 이곳은 원래 주차가 가능한 곳이야. 양다인, 얘기하기 전에 생각이란 걸 좀 해보는 게 어때?”“생각이라니? 지금 정부 따위가 무슨 자격으로 내 손녀한테 그딴 식으로 얘기하는 거야?”갑자기 곁에서 누군가의 호통이 들려왔고, 양다인과 하영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짜악!상대방이 누군지 미처 확인하기 전에 누군가의 그림자가 앞에 나타났고, 뺨 때리는 소리와 함께 하영의 고개가 돌아갔다.뺨에 얼얼한 고통이 전해져 왔고, 경호원은 얼른 하영을 뒤로 보호하며 앞으로 나섰다.순간 깜짝 놀란 하영은 얼얼한 뺨을 매만지며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하영은 고개를 들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소백중을 보고 싸늘한 어조로 비웃었다.“보아하니 양다인이 이렇게 오만한 건 전부 할아버지 덕분이네요.”그 말에 소백중의 눈가에 분노가 차올랐다.“지금 무슨 배짱으로 내 앞에서 그딴 식으로 얘기해?”하영은 피식 웃었다.“할아버지도 예의를 지키지 않는데 제가 왜 예의를 차려야 하죠?”“너!”소백중은 화가 치밀어 올라 손으로 하영을 가리키며 말을 잇지 못했고, 하영은 전혀 굴하지 않는다는 듯 말을 이었다.“체면이 깎이는 게 두렵지 않으시면 계속 저한테 손대 보시죠.”소백중의 경호원이 곁으로 다가가 귀띔해 줬다.“어르신, 여기 CCTV가 너무 많습니다.”그러자 소백중은 억지로 화를 꾹 참았다.“이번 일은 이만 봐주도록 하마! 다음에도 또 내 손녀한테 무례한 말을 하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지 너도 잘 알겠지!”“차 가지고 그만 가자!”소백중이 아직도 제자리에 서 있는 양다인을 보며 소리치자 양
소씨 집안.예준은 회의 중에 휴대폰 진동을 느끼고 문자를 확인했다.CCTV 영상을 확인한 예준의 표정이 순식간에 싸늘하게 식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오늘 회의는 여기서 마무리합시다!”말을 마친 예준은 그대로 회의실을 빠져나갔고, 고위층 인사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예준은 사무실로 향하며 하영의 번호를 눌렀고, 곧 그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여보세요?”예준은 사무실로 들어가 문을 닫은 뒤 다급한 어조로 물었다.“하영아, 너 괜찮아?”하영은 예준이 이렇게 빨리 소식을 접할 줄 몰랐다.“나 괜찮아. 그런데 어떻게 알았어?”“세준이가 보내왔던데, 왜 나한테 얘기하지 않은 거야?”‘세준이가?’그 말에 하영은 멍해지고 말았다.‘지금 수업 중이라 휴대폰도 소지하지 못할 텐데, 어떻게 오빠한테 연락한 거지?’“별로 큰일도 아닌데 뭐. 어차피 CCTV도 있으니까 오빠도 조만간 안게 될 거라고 생각했지.”“할아버지는 여론을 누를 분이란 말이야! 만약 네가 얘기해 주지 않는다면, 이 사건은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여겨질 거야.”예준은 말을 하며 뉴스를 확인했는데, 들어가자마자 실검 1위에 등극한 것을 발견했다.[소씨 그룹 회장인 소백중 씨가 무슨 일로 TYC 강하영 대표에게 손찌검을 했을까?]보아하니 세준이 이미 이 사실을 실검에 올린 모양이다.하영은 비서인 소정이 가져온 얼음팩을 얼굴에 문질렀다.“오빠, 소백중이 여론을 억압해도 상관없어. CCTV를 갖고 있다가 나중에 동시에 폭로하면…….”“늦었어.”예준이 말을 이었다.“소씨 그룹에서 곧 기자회견이 열릴 것 같아.”하영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그게 무슨 뜻이야?”“아무것도 아니야. 얼마 안 가서 기자들이 찾아갈지도 모르니까 얼음찜질 잘하고 있어. 조금 늦게 보러 갈게.”말을 마친 예준은 전화를 끊었고, 하영은 소정이 당황한 표정으로 태블릿을 건네기 전까지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대표님, 여기 실검을 확인해 보세요.”하영은 의아
유준이 돕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이미 그가 도울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이 사건은 이미 빠르게 확산되고 있었기 때문에, 소백중도 이제는 발을 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소씨 그룹 주식마저 영향받게 생겼다.유준이 개입한다고 해도 그저 일을 더 크게 만들 뿐인데, 이미 누군가가 그 역할을 하고 있으니 굳이 더 끼어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그리고 이번 일엔 양다인도 개입되었고, 오늘은 그녀가 유준의 계약서에 사인해야 하는 날이다.지금 유준에게 중요한 건 정희민이었다.말이 끝나기 바쁘게 변호사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다가오고 있었거, 유준은 변호사를 보며 물었다.“계약서는 가져왔습니까?”변호사는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유준에게 전달했다.“대표님, 확인해 보세요.”유준은 서류를 받아 변호사에게 추가하라고 했던 몇 가지 조항들을 꼼꼼히 살펴보더니, 서류를 내려 놓고 허시원더러 양다인에게 연락하라고 전했다.점심, 소씨 그룹.예준이 회사를 나오자 입구에 몰려있던 기자들이 예준을 발견하고 미친 듯이 몰려들기 시작했다.“소예준 대표님, 회장님 안에 계십니까? 왜 TYC 강하영 대표의 뺨을 때렸는지, 나와서 한 마디 해주실 수 있을까요?”“소예준 대표님, 혹시 소씨 그룹과 TYC 간에 어떤 연관이 있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저희가 알기로 TYC 강하영 씨와 매우 친한 사이라고 들었는데, 회장님께서 그런 행동을 하신 건 혹시 TYC 강하영 대표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입니까?”“한 말씀 해주시죠, 소예준 대표님!”예준은 차분한 눈으로 기자들을 둘러봤고, 그들이 잠잠해지자 그제야 입을 열었다.“오후 1시, 저희 회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여러분의 의혹에 대해 모두 설명할 생각입니다.”말을 마친 예준은 경호원의 옹호하에 차에 올라탔고, 문이 닫히고 기사가 그에게 물었다.“도련님, 어디로 가실 겁니까?”“TYC로 가.”곧이어 예준은 휴대폰을 꺼내 하영에게 문자를 보냈다.하영이 막 사무실을 나설 때 문자를 받았다. 예준에게 문자를 보내고 나니
하영은 선글라스를 벗고 예준을 흘겼다.“오빠한테 괜히 피해 갈까 봐 이러는 거잖아.”“그래?”예준이 웃으며 물었다.“왜 그런 말을 해?”“오빠가 기자회견을 연다고 했잖아. 만약 우리가 서로 다른 말을 하게 되면 오빠가 영향을 받지 않겠어?”예준은 손을 뻗어 아직도 약간 부어있는 하영의 얼굴을 만지며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내 걱정은 할 필요 없어. 사실대로 설명할 생각이니까.”“할아버지가 오빠를 나무라면 어쩌려고?”“내가 얘기했잖아.”손을 거둬들인 예준의 표정이 점차 차갑게 변했다.“누구나 자기가 한 행동에 책임져야 한다고.”하영이 막 입을 떼려던 순간 예준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고, 소백중에게서 걸려 온 전화인 것을 확인하고 하영에게 보여주었다.“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하영은 의자 등받이에 편안하게 몸을 기댔다.“전화 받아 봐.”예준은 고개를 끄덕이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예준아, 지금 여론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너도 알고 있을 테니까, 이따 오후에 있는 기자회견에서 어떻게 얘기해야 하는지 내가 굳이 말 안 해도 되겠지?”소백중의 싸늘한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예준은 무덤덤하게 대답했다.“물론 알고 있습니다.”소백중은 예준의 말투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어떻게 설명할 거야?”“CCTV에 분명하게 찍혔는데, 거짓말을 하는 건 회사에 더 불리하지 않을까요?”예준이 되묻자 소백중은 약간 화가 난 듯했다.“CCTV에 소리가 있는 것도 아닌데, 네가 어떻게 그 상황을 알아?”“할아버지는 진실이 뭐라고 생각하세요?”예준의 싸늘한 말투에 소백중이 대답했다.“그 여자가 우리 다인이한테 먼저 무례한 얘기르 해서 내가 조금 혼내준 것뿐인데, 그게 무슨 잘못이야?”“제가 봤을 때 오히려 양다인이 먼저 잘못하고 막무가내로 몰아붙이는 것 같던데, 할아버지께서 감싸주는 것도 정도가 있으셔야죠.”“그 기자들한테 사실을 알린 결과가 어떨지 알고 있어?”“알아요. 그래도 잘못을 했으면 인정을 하셔야죠.”
현욱의 말에 부부장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배 대표님,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실 수 있어요? 분명 우인나 씨가 최근에…….”“누가 회사에서 졸면 안 된다는 규정을 세웠습니까?”현욱은 부부장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유준이가 그랬어요? 그럼 이따가 만나면 물어봐야겠네요. 정유준이 그딴 규정을 세운 건지, 아니면 그쪽이 멋대로 세운 건지 확인해 볼게요.”현욱의 말에 부부장은 겁에 질렸다.“제, 제가 어찌…….”현욱은 코웃음을 치며 인나의 손목을 잡고 입을 열었다.“이만 가요.”인나는 손을 뿌리치고 싶었지만, 현욱의 힘에 의해 강제로 품에 안긴 채 그대로 엘리베이터 안으로 끌려들어 갔다.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인나는 현욱을 밀어내고 입을 삐죽였다.“굳이 영웅 흉내를 낼 필요는 없어요.”인나는 말은 퉁명스럽게 해도 사실은 내심 기뻤다. 부모님과 하영을 제외하고, 그녀를 위해 맞서 싸워준 사람은 현욱이 처음이었다.지금 인나는 몸이 너무 피곤하여 누구랑 싸울 기력조차 없었기 때문에, 현욱의 등장은 큰 도움이 됐다.“아니요, 그저 애꿎은 사람을 감쌌을 뿐이에요.”현욱이 웃으며 말하자 인나는 코웃음을 쳤다.“아무나 만나는 사람이랑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그 말에 현욱은 급히 세 손가락을 세우고 맹세했다.“나랑 양다인, 그리고 예전에 만났던 그 여자랑은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고, 딴마음 품은 적도 없어요! 이게 거짓말이라면 이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서 추락할 거예요.”“미쳤어요?”인나는 다급히 현욱의 입을 막았다.“죽고 싶으면 혼자 죽어요!”현욱은 인나의 손을 잡고 얘기했다.“인나 씨, 어떤 일들은 정유준과 관련이 있어서 지금은 얘기해 주기 정말 힘들어요. 하지만 인나 씨에 대한 마음은 정말 진심이란 것만 믿어줘요. 인나 씨만 용서해 준다면 지금 당장 우리 부모님 뵈러 가고 싶어요!”현욱의 진심 어린 모습에 인나의 마음이 흔들렸다.“그게 정말이에요?”인나가 떠보듯 조심스럽게 묻자 현욱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요! 일단 진정하
“네, 그럴게요.”양다인은 앞으로 다가가 책상 위에 놓인 계약서를 집어 들어 대충 확인하더니, 속으로 피식 웃었다.기간은 길어야 1년이고, 희민의 건강 상태에 따라 양다인이 곁에 머무는 시간을 결정한다. 그동안 정희민을 괴롭히거나 학대하면, 거액의 손해배상을 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희민의 병간호를 하는 동안 난원에 들어와 살 수 없고, 더욱이 아이를 핑계로 정유준에게 접근하거나 회사에 들어갈 수 없다.다양한 조항을 확인하던 양다인은 마음이 심란해졌다.‘이렇게 제약이 많은데 주원 씨를 도울 방법이나 있을까?’그리고 마지막 페이지까지 넘기자, 정희민이 완치되면 수고비로 양다인에게 50억을 지급하겠다고 적혀 있었다.양다인은 너무 놀라 눈이 휘둥그레지고 흥분되기 시작했다.‘50억…….’‘할아버지 집에서 지낼 때도 이렇게 많은 돈을 받은 적이 없는데, 정유준이 고작 아이를 위해서 나하넽 50억을 주겠다고?’양다인은 흥분된 감정을 억누르며 일부러 아닌 척했다.“유준 씨, 나는 그저 아이를 위한 것뿐이니 50억은 필요 없어요.”유준은 보고서를 내려놓고 싸늘한 눈빛으로 양다인을 바라보았다.“계약 조건들은 다 확인했어?”“그럼요.”양다인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이 돈은…….”“다른 의견 없다면 거기 사인해.”“유준 씨…….”양다인은 난처한 표정으로 유준의 이름을 불렀다.“나는 누구에게 빚지는 게 싫어!”유준의 눈가에 짜증스러운 표정이 묻어났다.“또 다른 문제 있어?”양다인은 더 이상 뭐라 할 수 없었다.“없어요.”“사인하고 오후에 의사한테 골수 넘겨.”유준이 언성을 높이자, 양다인은 얼른 펜을 들어 사인했고, 그 뒤에 경호원을 따라 병원을 나섰다.골수를 찾으러 가는 길에 양다인은 여전히 마음이 붕 떠 있었다.50억이라는 숫자는 양다인에게 큰돈이지만, 정씨 집안의 큰 사모님 위치와 비교하면 여전히 부족했다.비교를 할수록 양다인의 욕심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정유준이 이렇게 쉽게 5
[하지만 몰래 결혼한 사이라고 소문났잖아…….][그건 그들의 추측이지 내가 인정한 적 없잖아.]하영이 답장을 쓰고 있을 때, 화면에 또 실검 하나가 떴다.[소백중 회장이 쓰러져 급히 병원에 이송된 것으로 보아, TYC 강하영 대표와의 결혼이 확실한 사실로 밝혀지다!]‘기자들은 정말 성급하게 판단을 내린다니까.’하영이 기자들의 과장된 기사에 불쾌함을 느끼고 있을 때, 인나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전화를 받자마자 인나의 폭소가 전화기에서 흘러나왔다.“하영아, 나 정말 웃겨 죽는 줄 알았잖아. 너 생방송 봤어? 네티즌들의 발상 정말 대박이던데?”하영은 머리가 지끈거려 미간을 꾹꾹 눌렀다.“너까지 왜 그래?”“아니.”인나는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나 지금 너무 궁금해서 그래. 나중에 진실이 밝혀지면 얼마나 혼란스러워할까? 아내가 여동생으로 변했다? 세상에 이런 막장 드라마 같은 일이 생기다니! 가족이라는 말에 다들 상상력이 참 풍부하단 말이야.”하영은 몸을 돌려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너 지금 기분이 아주 좋아 보이네. 실연의 아픔에서 빠져나온 거야?”“어머, 내가 얘기하는 걸 깜빡했네. 나 현욱 씨랑 다시 만나기로 했어.” 하영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너무 빠른 거 아냐?”“헤헷.”하영의 말에 인나는 기분 좋게 웃었다.“토요일에 현욱 씨 부모님 뵈러 가기로 했어.”인나의 기분이 정말 좋아 보여, 하영도 덩달아 기뻐했다.“축하해. 드디어 먹구름이 걷히고 빛을 보게 됐네.”“내가 결혼하게 되면 들러리 서줄 거지?”“나는 아이가 있어서 안 될 것 같은데…….”“내가 괜찮다면 괜찮은 거야! 불만 있는 사람은 나와 보라고 그래!”인나가 코웃음을 쳤다.“너는 정말 막무가내라니까.”“상관없어!”인나는 말을 돌렸다.“그나저나 소백중 회장이 병원에 실려 간 건 정말 속이 다 시원하네!”그 말에 하영의 머릿속에는 소백중이 점심 때 전화로 했던 말이 떠올라, 어두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자업자득이지.”소백중이 병원에 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