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은 시계를 확인했다.“그래, 30분 안에 갈 테니까 기다려.”“응, 기다릴게.”전화를 끊고 하영은 인나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20분 후.달밤 파스타 가게로 도착한 하영은 인나가 퉁퉁 부은 눈으로 밥을 먹고 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하영은 얼른 문을 닫고 인나의 앞으로 다가가 자리에 앉았다.“무슨 일이야? 누가 너 괴롭혔어?”인나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입안에 있는 음식을 천천히 씹어서 삼킨 뒤 울먹이는 소리고 입을 열었다.“나 헤어졌어.”“왜 헤어졌어?”하영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요즘 두 사람 잘 지내고 있었잖아.”인나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울음을 터트렸다.그리고 울먹이면서 현욱이 몰래 선보러 나간 사실을 전부 얘기했다.“하영아, 나 정말 참으려고 노력해 봤어. 밖에서 최대한 화도 안 내려고 했고. 나도 사랑이라는 감정 때문에 막돼먹은 여자로 변하는 게 싫거든. 그런데 마음이 너무 아파. 마치 누가 가슴을 파먹는 것 같아서 한동안 너무 힘들 것 같아…….”말을 마친 인나는 다시 숟가락을 들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눈물범벅이 된 채 음식을 입에 쑤셔 넣던 인나는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하영의 눈시울도 따라 붉어졌다. 한 번도 인나가 이렇게까지 힘들어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인나는 남자친구를 사귄 적이 없었다. 기껏해야 남자들이랑 허물없이 지내며 놀았을 뿐이지 사실은 뼛속까지 보수적인 사람이었다.그리고 처음으로 마음을 준 사람이 배현욱인 것이다.하영은 저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올랐다.‘선보기 싫다면서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 있어? 게다가 인나한테 숨기기까지 했으니. 아무리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해도 어떻게 그럴 수 있어?’인나가 제일 싫어하는 게 거짓말과 배신이라는 것을 하영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하영은 인나를 품에 안았다.“인나야. 이번엔 현욱 씨가 잘못했어. 그런데 이번 일만 놓고 그 사람이 바람둥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인나는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로
현욱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허시원을 바라봤다.시원은 현욱이 왜 저렇게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지 몰라 어리둥절해졌다.유준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입을 열었다.“알았어. 오후에 희민이 데리러 갈 거야.”시원은 고개를 끄덕이고 유준에게 통지서 하나를 건넸다.“대표님, 그리고 학교에서 건강검진 통지서에 사인하셔야 합니다.”유준은 통지서를 건네받아 사인을 했고, 현욱이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희민이는 왜 병원에 데려가?”“요즘 살도 많이 빠졌고 밥도 제대로 못 먹어서 기운이 없어.”“나 참, 하영 씨를 못 보게 돼서 기분이 안 좋은 거잖아. 우리 이모 아들이 그랬다니까.”유준은 싸늘한 눈빛으로 현욱을 쳐다보았다.“내 아들이 그런 행동을 할 거라고 생각해?”“그게 무슨 말이야? 희민이 이제 겨우 다섯 살인데 네 입장에서 생각하면 안 되지.”유준은 침묵을 지켰다.‘내가 정말 애한테 너무했나?’“일단 밥부터 먹으러 가자. 어차피 검사는 오후잖아.”유준은 고개를 끄덕이고 현욱이랑 시원과 함께 1층으로 내려갔다.금방 회사를 나섰을 때 현욱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고, 발신자가 하영인 것을 확인하고 얼른 전화를 받았다.“하영 씨, 무슨 일이야?”말을 하며 곁에 차가운 표정의 유준을 힐끗 쳐다봤다.“지금 어디죠? 잠시 할 얘기가 있어서요.”“MK 회사 아래에 있어. 리즈 레스토랑에서 보는 건 어때? 이따가 방 번호 문자로 보낼게.”“알았어요.”전화를 끊은 뒤 하영은 100미터 거리도 되지 않는 리즈 레스토랑으로 향했다.그러다 결국 문 앞에서 현욱이랑 유준과 딱 마주치고 말았다.하영은 굳은 표정으로 무의식적으로 자리를 뜨려고 했다가 인나의 일을 아직 해결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눈 딱 감고 입을 열었다.“들어가서 얘기해요.”“그래, 들어 가자.”유준은 실눈을 뜨고 하영을 훑어본 뒤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다들 자리에 앉자 현욱은 하영에게 메뉴판을 건넸다.“먹고 싶은 거 주문해.”“밥은 됐어요.”하영은 메뉴판을 사양했다.
‘그러니까 전에 정유준이 아이들과 나를 걱정했다는 것도 다 거짓말이야?’강하영은 조롱하듯 비웃었다.‘이게 뭐야? 지금 내가 바본 줄 알아?’하영은 눈을 들어 현욱을 바라보았다.“배 대표님, 인나와 진지하게 만날 생각이 없다면 그만 놓아주시죠!”현욱은 바로 거절했다.“포기할 생각 없어. 인나 씨에 대한 감정이 두 사람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얕지 않아!”“부모님 생각은 안 해요?”하영이 비웃듯 물었다.“나는 그저 우리 부모님 때문에 인나 씨 입장이 난처해질까 봐 걱정돼서 그랬어.”“부모님이 받아들이지 못할까 봐 걱정돼서 그러는 거예요, 아니면 인나한테 자신이 없는 거예요?”하영이 따지듯 물었다.“아직 인나에 대해 잘 몰라서 그랬겠지만 인나는 약간의 어려운 일이 닥쳤다고 물러서는 성격이 아니에요. 사람을 속이는 건 더욱 싫어하고요. 아무리 인나를 위한 일이라고 해도 미리 얘기는 해줬어야죠.”“너도 마찬가지잖아.”유준이 싸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5년 동안이나 너 찾아다니게 했잖아.”하영은 순식간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정유준 씨, 그건 별개의 일이니까 제대로 구분하시죠.”유준은 여전히 싸늘한 눈빛으로 하영을 쳐다봤다.“자기 사생활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서 왜 현욱한테 와서 이러는 거야?”하영도 절대 질 수 없었다.“내 사생활은 인나와 상관없으니까 당신이 그렇게 강조할 필요는 없어요! 그리고 오늘 인나가 현욱 씨 때문에 그렇게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내가 심심하다고 여기까지 찾아와 따지겠어요?”“혼자선 못 온대?”유준이 경멸하듯 물었다.“자기를 속인 남자를 보고 싶겠어요?”“됐어, 두 사람 다 나 때문에 싸우지 마!”현욱은 얼른 두 사람을 제지하기 시작했다.‘아니 왜 나 때문에 또 싸우고 그래? 만나기만 하면 서로 싸우기만 하고 정말 원수도 아니고.’‘잠깐……. 단둘이서 싸우다가 혹시 무슨 일 생기지 않을까?’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현욱은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몸을 일으켰다.“나 인나 씨한테 찾아가서 직접 해
그 장면이 떠오르자 유준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대체 그놈을 이용하고 싶은 거야, 아니면 그냥 접근하고 싶은 거야?”하영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정유준 씨, 그렇게 저를 못믿겠으면서 왜 굳이 쓸데없이 물어봐요?”“솔직한 대답을 듣고 싶은 것뿐이야.”“유준 씨한테는 내가 한 모든 말이 거짓말인 것 같죠?”하영은 참지 못하고 유준을 향해 소리 질렀다.방금까지도 한발 물러서 모든 걸 설명하자는 미친 생각을 잠깐 했다.‘어차피 내 말을 믿지도 않을 텐데!’유준은 코웃음을 쳤다.“나한테 정곡을 찔려서 급한가 보지?”하영은 주먹을 꽉 쥐고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정유준 씨, 병원에 가서 그 의심병부터 치료하는 건 어때요? 제발 이런 식으로 저를 괴롭히지 마세요! 매번 이렇게 의심당하는 거 정말 견디기 힘들어요!”말을 마친 하영은 그대로 몸을 일으켜 방을 나갔다.혼자 남겨진 유준은 소파에 앉아 하영이 했던 말을 곱씹었다.‘대체……, 어떤 게 진짜 네 모습이야?’오후.하영은 현욱의 말을 그대로 인나에게 전해줬고 인나는 답장을 보냈다.[마음대로 하라고 해. 나 피곤해서 잘 거야.]하영도 더 이상 말을하지 않고 휴대폰을 내려놓은 뒤 손에 있는 일들을 처리했다.오후 두시까지 일을 마치자 애들의 건강검진 결과를 문자로 받았다.동시에 부진석의 문자도 와 있었다.부진석은 학교 사진 한 장도 보내왔다.[세희가 피뽑는 걸 무서워할까 봐 반차 내고 병원 건강검진 의료진들과 함께 왔어. 세희랑 애들 모두 용감하니까 걱정하지 마.]하영이 답장을 보내려할 때 또 문자 하나가 떴다.이번에는 정주원이었다.[어제 무슨 일 없었어요? 유준이가 많이 괴롭히지는 않았죠?]하영은 피식 웃으며 답장을 보냈다.[정주원 씨에 대해 길게 얘기 나눴어요.][예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하영 씨는 유준의 말을 크게 믿지는 않는 것 같군요.][다음부턴 부르지 마세요. 정주원 씨는 모르겠지만 저는 안 괜찮거든요.][물론이죠. 저도 괜히 매를 사고 싶지는 않네요.]하영
하영이 문자를 보낸지 얼마 되지 않아 부진석한테서 전화가 걸려왔고, 걱정스러운 그의 말이 흘러나왔다.“그 집에 가서 어쩌려고? 내가 같이 가줄까? 소백중이 또 너한테 무슨 짓하면 어쩌려고 그래?”부진석의 다급한 어조에 하영은 실소를 터트렸다.“왜 나보다 더 긴장한 것 같지?”“정창만이 너한테 한 짓도 있는데 어떻게 걱정이 되지 않겠어?”“진석 씨까지 이 일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아.”진석은 전화기 너머로 잠시 침묵을 지켰다.“혹시 내가 너 지켜줄 능력이 없을까 봐 그래?”진석의 나지막한 말투에 하영의 마음이 씁쓸해졌다.“진석 씨, 그런 뜻으로 얘기한 거 아니야. 나는 진석 씨도 괜한 모욕당할까 봐 걱정돼서 그래.”부진석은 다정하지만 확고한 어조로 얘기했다.“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너랑 함께 마주할 생각이야.”하영의 마음은 진석의 말에 의해 점점 부드럽게 변해갔다.누군가 지켜주는 느낌은 꽤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영은 숨을 돌리고 입을 열었다.“좋아, 그럼 설날 저녁에 같이 가자.”“그래. 그때 데리러 갈게.”소씨 집안.양다인은 잠에서 깨자마자 주원에게 전화를 걸었다.어젯밤 끝까지 가지 않았기 때문에 이대로 그만 둘 생각이 없었다.한참 뒤에 주원이 전화를 받았고 약간 잠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다인 씨.”양다인은 깜짝 놀라 다급하게 물었다.“주원 씨, 왜 그래요?”그러자 주원의 힘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몸이 다 낫지도 않았는데 어제 한대 맞고 나니 몸살 기운이 있는 것 같아요.”양다인은 벌떡 일어나 침대에서 내려왔다.“지금 어디에요? 그쪽으로 갈게요.”“주유 별장에 있어요.”……한시 간 뒤, 하영은 주원이 있는 별장에 도착했다.주원이 미리 경호원들에게 얘기해놨기 때문에 양다인이 별장에 들어설 때 아무도 막아서지 않았다.양다인은 급히 별장으로 뛰어들어갔고, 도우미가 그녀에게 얘기해 줬다.“양다인 씨, 도련님으 지금 위에 계십니다.”말을 하며 엘리베이터를 눌러줬고, 양다이는 고개를 끄덕였다.“고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하영은 유준의 의아한 표정을 눈치챌 수 있었다.‘지금 내가 왜 이곳에 있는지 궁금해하는 건가?’하영은 시선을 거두었고, 유준이 빠른 걸음으로 곁으로 다가왔다.서늘한 기운이 느껴지는 동시에 유준의 싸늘한 어조가 들려왔다.“다시는 희민이를 만나지 말라고 분명히 얘기한 것 같은데.”하영은 그를 힐끗 쳐다봤다.“유준 씨가 이 학교를 세운 것도 아닌데 우리 애들이 다니면 안 되는 법이라도 있나요?”유준은 미간을 찌푸리고 벽에 적힌 반급을 확인하고 나서야 깨달았다.그는 하영의 손목을 잡고 차 안으로 끌고 갔다.하영은 갑작스러운 유준의 행동에 분노가 치밀어 올라 그의 손을 뿌리치고 욕설을 퍼붓고 싶었다.하지만 보는 눈이 많았기 때문에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정유준과 싸울 수는 없었다.결국 영향을 받게 되는 건 두 사람뿐만 아니라 애들도 있으니까.차에 오른 뒤 유준이 더욱 화난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너 지금 애들을 희민이와 같은 반에 보낸 거야?”하영은 유준의 곁에서 멀찍이 떨어져 앉으며 일정한 거리를 두었다.“제가 보낸 게 아니라 우리 애들이 실력으로 이 학교에 붙은 거예요.”유준의 미간이 더욱 좁혀졌다.“네가 교장 선생님을 찾아가지 않았으면 어떻게 이 학교에 들어올 기회가 있었겠어?”하영은 범인을 심문하는 식으로 따져 묻는 유준의 말투에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그래서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유준을 향해 소리 질렀다.“교장 선생님을 찾아간 건 맞지만 그 전에 교장 선생님이 먼저 애들이 여기에 다녔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꺼냈어요! 그 중에 희민이도 있었고요. 정유준 씨는 왜 그렇게 이기적이에요? 다른 사람 생각은 아예 안중에도 없어요? 대체 몇 번을 얘기해야 알아 들어요?”“청담 국제 학교 후계자는 김제에서도 100년의 전통을 이어온 학문이 깊은 집안이야. 그들이 먼저 너를 찾아갔다는 얘기를 내가 믿을 수 있을 것 같아? 애를 보고 싶다고 이런 수작을 부리면 안 되지!”하영은 온몸이 부들부들 떨려
집에 도착한 뒤 하영은 애들을 위해 저녁 준비를 하려고 하는데 그때 한 여자가 주방에서 걸어 나왔다.포티테일 스타일로 머리를 질끈 묶어 올린 청초한 모습의 여자는 나이가 스무 살쯤 되어 보였다.하영을 발견했을 때 그 여자는 눈을 반짝이며 귀여운 덧니를 드러내며 웃었다.“강하영 씨, 안녕하세요! 저는 소예준 대표님 보낸 도우미예요. 주희라고 불러주세요.”주희의말이 끝나기 바쁘게 예준이 거실에서 걸어 나왔다.“하영아, 왔어?”하영은 갑자기 당황스러웠다.“오빠, 이게 대체…….”그러자 예준이 웃으며 얘기했다.“네가 고생이 많잖아. 그래서 내가 도우미 한 명 청했어. 주희 씨 아주 대단해. 요리 실력은 두말할 것도 없고, 자격증도 많이 땄거든.”“자격증?”하영이 깜짝 놀랐다.“무슨 자격증?”예준이 주희한테 시선을 던지자 주희는 얼른 현관으로 다가가 가방에서 카드 서류 가방을 꺼냈다.그리고 앞으로 다가와 두 손으로 하영에게 내밀었다.“강하영 씨, 한 번 봐주세요!”하영이 의아한 표정으로 서류 가방을 받아 펼쳐 보니 많은 자격증들이 눈 앞에 펼쳐졌다.교사 자격증, 불어 C2, 영어 PETS-5, 요리사 자격증, 영양사, 태권도, 격투 등등…….마지막까지 펼쳐보던 하영은 놀라서 혀를 내둘렀다. 주희는 심지어 배관 수리공 자격증도 땄다.‘세상에 자격증에 이 정도로 진심인 사람이 있다고?’하영은 고개를 들어 예준을 바라보았다.“오빠, 이런 아가씨는 어디서 데려온 거야?”“우리 회사 직원인데 내가 도우미를 구한다고 하니 자진해서 하겠다고 하더라고.”“삼촌 회사에는 정말 숨겨진 인재들이 참 많네요.”세준도 감탄하더니 주희에게 물었다.“컴퓨터에 대해서도 잘 아세요?”그러자 주희가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물론이지.”그 말에 세준이는 흥미가 생겼다.“저녁 식사 후에 게임 한판 하는 게 어때요?”“오빠!”세희가 허리에 손을 얹고 말을 이었다.“숙제도 다 못했으면서 컴퓨터 게임을 하겠다고? 지금 엄마도 여기 계시는데!”주희가 웃
“안 될 것도 없지.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나는 언제나 네 편이니까 다른 걱정은 하지 말고.”예준의 말에 하영의 마음이 따뜻해졌다.“그래. 그럼 설날 저녁에 갈게.”“응. 양다인에 관한 물건은 내가 다 준비해 놓을 거니까 너는 그냥 오기만 하면 돼.”……저녁 식사 후 주희는 설거지를 마치고 애들의 숙제를 봐 주기 시작했다.곁에서 잠시 지켜보던 하영은 세 사람의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안심하고 위층으로 올라갔다.하영은 서재에 들어가 연세 병원의 의사 선생님한테 전화를 걸었다.의사 선생님이 전화를 받자 하영이 입을 열었다.“선생님, 임연수 씨 수술에 대해 상의하려고 전화드렸어요.”“강하영 씨, 드디어 연락을 주셨군요. 저희도 한참 기다렸어요.”“죄송해요. 그동안 몸이 좀 안 좋아서 입원해 있었거든요.”“어디 불편한 곳이 있으면 저희한테 말씀하셔도 돼요. 메일 주소 알려주시면 임연수 씨 수술 방안을 보내드리겠습니다.”하영이 메일 주소를 얘기하자 의사 선생님이 바로 수술 방안을 보내왔다.컴퓨터를 켜서 메일을 확인하던 하영은 빼곡히 적혀 있는 불어를 보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하영은 그 방안을 다시 부진석에게 보냈고, 잠시 뒤에 그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진석 씨, 수술 방안 확인했어?”“확인했어.”“두개 골을 여는 기술은 지금 많이 선진적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위험부담도 많이 줄어들었으니까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진석의 얘기에 하영은 안심이 되었다.“그래. 그럼 의사 선생님이랑 날짜를 정해야겠어.”“식사 꼭 챙기고, 곧 수술 들어가야 해서 이만 끊을게.”“얼른 가.”“응.”전화를 끊은 뒤 하영은 다시 의사 선생님한테 전화를 걸어 수술 날짜를 내일 오후 2시로 잡았다.의사 선생님은 이 사실을 바로 정유준에게 보고했다.그때 마침 희민의 방에 앉아 있던 유준은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듣고 낮은 소리로 분부했다.“알겠습니다. 수술은 최대한 신중하게 부탁드릴게요. 어떻게든 임연수 씨가 깨어날 수 있게 해주세요.”“알겠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