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하영은 유준의 의아한 표정을 눈치챌 수 있었다.‘지금 내가 왜 이곳에 있는지 궁금해하는 건가?’하영은 시선을 거두었고, 유준이 빠른 걸음으로 곁으로 다가왔다.서늘한 기운이 느껴지는 동시에 유준의 싸늘한 어조가 들려왔다.“다시는 희민이를 만나지 말라고 분명히 얘기한 것 같은데.”하영은 그를 힐끗 쳐다봤다.“유준 씨가 이 학교를 세운 것도 아닌데 우리 애들이 다니면 안 되는 법이라도 있나요?”유준은 미간을 찌푸리고 벽에 적힌 반급을 확인하고 나서야 깨달았다.그는 하영의 손목을 잡고 차 안으로 끌고 갔다.하영은 갑작스러운 유준의 행동에 분노가 치밀어 올라 그의 손을 뿌리치고 욕설을 퍼붓고 싶었다.하지만 보는 눈이 많았기 때문에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정유준과 싸울 수는 없었다.결국 영향을 받게 되는 건 두 사람뿐만 아니라 애들도 있으니까.차에 오른 뒤 유준이 더욱 화난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너 지금 애들을 희민이와 같은 반에 보낸 거야?”하영은 유준의 곁에서 멀찍이 떨어져 앉으며 일정한 거리를 두었다.“제가 보낸 게 아니라 우리 애들이 실력으로 이 학교에 붙은 거예요.”유준의 미간이 더욱 좁혀졌다.“네가 교장 선생님을 찾아가지 않았으면 어떻게 이 학교에 들어올 기회가 있었겠어?”하영은 범인을 심문하는 식으로 따져 묻는 유준의 말투에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그래서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유준을 향해 소리 질렀다.“교장 선생님을 찾아간 건 맞지만 그 전에 교장 선생님이 먼저 애들이 여기에 다녔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꺼냈어요! 그 중에 희민이도 있었고요. 정유준 씨는 왜 그렇게 이기적이에요? 다른 사람 생각은 아예 안중에도 없어요? 대체 몇 번을 얘기해야 알아 들어요?”“청담 국제 학교 후계자는 김제에서도 100년의 전통을 이어온 학문이 깊은 집안이야. 그들이 먼저 너를 찾아갔다는 얘기를 내가 믿을 수 있을 것 같아? 애를 보고 싶다고 이런 수작을 부리면 안 되지!”하영은 온몸이 부들부들 떨려
집에 도착한 뒤 하영은 애들을 위해 저녁 준비를 하려고 하는데 그때 한 여자가 주방에서 걸어 나왔다.포티테일 스타일로 머리를 질끈 묶어 올린 청초한 모습의 여자는 나이가 스무 살쯤 되어 보였다.하영을 발견했을 때 그 여자는 눈을 반짝이며 귀여운 덧니를 드러내며 웃었다.“강하영 씨, 안녕하세요! 저는 소예준 대표님 보낸 도우미예요. 주희라고 불러주세요.”주희의말이 끝나기 바쁘게 예준이 거실에서 걸어 나왔다.“하영아, 왔어?”하영은 갑자기 당황스러웠다.“오빠, 이게 대체…….”그러자 예준이 웃으며 얘기했다.“네가 고생이 많잖아. 그래서 내가 도우미 한 명 청했어. 주희 씨 아주 대단해. 요리 실력은 두말할 것도 없고, 자격증도 많이 땄거든.”“자격증?”하영이 깜짝 놀랐다.“무슨 자격증?”예준이 주희한테 시선을 던지자 주희는 얼른 현관으로 다가가 가방에서 카드 서류 가방을 꺼냈다.그리고 앞으로 다가와 두 손으로 하영에게 내밀었다.“강하영 씨, 한 번 봐주세요!”하영이 의아한 표정으로 서류 가방을 받아 펼쳐 보니 많은 자격증들이 눈 앞에 펼쳐졌다.교사 자격증, 불어 C2, 영어 PETS-5, 요리사 자격증, 영양사, 태권도, 격투 등등…….마지막까지 펼쳐보던 하영은 놀라서 혀를 내둘렀다. 주희는 심지어 배관 수리공 자격증도 땄다.‘세상에 자격증에 이 정도로 진심인 사람이 있다고?’하영은 고개를 들어 예준을 바라보았다.“오빠, 이런 아가씨는 어디서 데려온 거야?”“우리 회사 직원인데 내가 도우미를 구한다고 하니 자진해서 하겠다고 하더라고.”“삼촌 회사에는 정말 숨겨진 인재들이 참 많네요.”세준도 감탄하더니 주희에게 물었다.“컴퓨터에 대해서도 잘 아세요?”그러자 주희가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물론이지.”그 말에 세준이는 흥미가 생겼다.“저녁 식사 후에 게임 한판 하는 게 어때요?”“오빠!”세희가 허리에 손을 얹고 말을 이었다.“숙제도 다 못했으면서 컴퓨터 게임을 하겠다고? 지금 엄마도 여기 계시는데!”주희가 웃
“안 될 것도 없지.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나는 언제나 네 편이니까 다른 걱정은 하지 말고.”예준의 말에 하영의 마음이 따뜻해졌다.“그래. 그럼 설날 저녁에 갈게.”“응. 양다인에 관한 물건은 내가 다 준비해 놓을 거니까 너는 그냥 오기만 하면 돼.”……저녁 식사 후 주희는 설거지를 마치고 애들의 숙제를 봐 주기 시작했다.곁에서 잠시 지켜보던 하영은 세 사람의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안심하고 위층으로 올라갔다.하영은 서재에 들어가 연세 병원의 의사 선생님한테 전화를 걸었다.의사 선생님이 전화를 받자 하영이 입을 열었다.“선생님, 임연수 씨 수술에 대해 상의하려고 전화드렸어요.”“강하영 씨, 드디어 연락을 주셨군요. 저희도 한참 기다렸어요.”“죄송해요. 그동안 몸이 좀 안 좋아서 입원해 있었거든요.”“어디 불편한 곳이 있으면 저희한테 말씀하셔도 돼요. 메일 주소 알려주시면 임연수 씨 수술 방안을 보내드리겠습니다.”하영이 메일 주소를 얘기하자 의사 선생님이 바로 수술 방안을 보내왔다.컴퓨터를 켜서 메일을 확인하던 하영은 빼곡히 적혀 있는 불어를 보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하영은 그 방안을 다시 부진석에게 보냈고, 잠시 뒤에 그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진석 씨, 수술 방안 확인했어?”“확인했어.”“두개 골을 여는 기술은 지금 많이 선진적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위험부담도 많이 줄어들었으니까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진석의 얘기에 하영은 안심이 되었다.“그래. 그럼 의사 선생님이랑 날짜를 정해야겠어.”“식사 꼭 챙기고, 곧 수술 들어가야 해서 이만 끊을게.”“얼른 가.”“응.”전화를 끊은 뒤 하영은 다시 의사 선생님한테 전화를 걸어 수술 날짜를 내일 오후 2시로 잡았다.의사 선생님은 이 사실을 바로 정유준에게 보고했다.그때 마침 희민의 방에 앉아 있던 유준은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듣고 낮은 소리로 분부했다.“알겠습니다. 수술은 최대한 신중하게 부탁드릴게요. 어떻게든 임연수 씨가 깨어날 수 있게 해주세요.”“알겠습
도우미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희민을 바라보았다.“작은 도련님, 혹시 맛이 별로면 제가 다른 국을 끓여 올까요?”희민은 두 눈이 붉게 충혈될 정도로 고통을 참았다.“저 신경 쓰지 마시고 볼일 보세요.”“네, 알겠습니다.”말을 마친 도우미는 주방에 들어가 설거지를 했고, 희민은 숟가락을 놓고 빠르게 화장실로 뛰어갔다.변기에 엎드리는 순간 금방 먹었던 음식들을 전부 토하고 말았다.작은 몸으로 변기 옆에 쪼그리고 앉아 온몸이 떨려 올 정도로 음식을 전부 토해냈다.먹은 음식을 전부 토해낸 뒤 희민은 숨을 헐떡이며 몸을 일으켰다.하지만 다리가 저려와 똑바로 몸을 가누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무릎에서 전해지는 고통에 희민이 고개를 숙여 다리를 확인하자 무릎이 까졌는지 피가 흐르고 있었다.희민은 얼른 휴지로 상처 부위를 꾹 누르고 있었지만, 한참 지나도 피는 멎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작은 도련님?”갑자기 화장실 밖에서 도우미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희민이 다급하게 대답했다.“화장실에 있어요.”“네, 알겠습니다.”도우미가 떠나자 희민은 피가 멈추지 않는 상처를 쳐다보며 미간을 찌푸렸다.‘나 어디가 아픈 걸까?’자주 코피가 흐르고, 온몸에 힘도 없이 아프고, 몸에는 붉은 반점이 생기기도 했다.‘만약 정말 어디가 안 좋은 거라면 아빠한테 어떻게 얘기해야 하지? 내가 몸 하나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고 혼내지 않을까?’‘사내답지 않다고 야단치면 어쩌지? 아니면 내가 아픈 것 때문에 또 술담배를 하시면 어쩌지?’희민은 무기력하게 벽에 기댄 채 멍하니 한 곳을 바라보았다.‘내 몸 하나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데 무슨 자격으로 엄마를 지켜?’병원.주원을 데리고 병원에 온 양다인은 소파에서 꾸벅꾸벅 졸았다.그러다가 병실 문이 열리더니 간호사가 들어와 주원의 팔에 꽂힌 주사바늘을 뺐다.잠에서 깬 양다인이 몸을 곧게 펴고 낮은 소리로 간호사에게 물었다.“열은 내렸어요?”“내렸습니다.”그리고 호주머니에서 약 처방을 꺼내 양다인에게 건네
“확실해요!”양다인은 확신에 찬 어조로 대답했다.“주원 씨랑 상의할 일이 있어요.”“얘기해요.”양다인은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입을 열었다.“어젯밤 사실 주원 씨랑 강하영의 대화를 듣게 됐어요. 주원 씨가 유준 씨한테 좋은 감정 품고 있지 않다는 걸 알고 있어요. 괜찮으면 저에게도 주원 씨를 도울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제가 유준 씨 곁에서 감시할게요. 그러면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주원 씨한테 알려줄 수 있잖아요. 그에게 복수라도 하고 싶다면 저도 도울게요. 어때요?”주원은 미간을 찌푸렸다.“다인 씨, 나를 위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돼요. 들키게 되면 다인 씨만 위험해져요.”주원의 말에 양다인은 웃어보였다.“주원 씨, 제가 어떻게 스스로를 위험에 빠지게 하겠어요? 할 수 있으니까 저 믿어 주세요.”“다인 씨…….”“주원 씨, 제 얘기 한 번 들어봐요. 주원 씨가 수십 년을 집을 떠나야만 했다는 사실을 알고 제가 얼마나 속상했는지 알아요? 지금 이런 절호의 기회가 왔는데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 아깝잖아요.”주원은 양다인의 진지한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다인 씨가 정말 나를 위해 그렇게 해주겠다면 내 목숨을 줘도 아깝지 않아요.”“그런 바보같은 얘기가 어디 있어요?”양다인은 그런 주원을 싫지 않다는 표정으로 흘겼다.“저는 주원 씨만 행복하면 돼요.”솔직히 말해서 양다인도 사심이 없는 건 아니었다.‘강하영,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내 앞에서 콧대를 세웠지? 그런데 내가 가만히 있을 수 있겠어?’강하영이 원하는 사람들이 전부 양다인 편으로 돌아 섰을 때 하영이 어떤 식으로 미쳐갈지 보고 싶었다.주원과 얘기를 마치고 양다인은 집으로 돌아갔다.양다인은 지금 희민의 백혈병이 어느정도 심각한지 알아야 다음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잠시 고민하던 양다인은 이내 김형욱을 떠올렸다.김형욱이 바로 정주원이니까 정유준에 대한 원한 정도를 따져보면 분명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양다인은 김형욱의 연락처를 찾아 전화를 걸었고 빠르게 상대방은 전
하영은 식탁으로 가까이 다가갔다.“언제 일어나서 준비한 거예요?”“5시요! 만약 하영 씨만 괜찮으시면 내일부터 애들을 데리고 아침 운동을 다니고 싶어요.”“아침 운동이요?”하영은 깜짝 놀랐다.“엄마!”그때 세희가 하영의 품으로 뛰어들었다.“엄마, 저 주희 언니랑 아침 운동 다니고 싶어요. 저랑 오빠가 아침에 해봤는데 정말 재미있었어요!”“그래?”하영은 세희의 몸을 꼭 껴안아 줬다.“그런데 아침 운동같은 건 말만 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안 돼. 견지해야지.”세준이 우유를 마시면서 한 마디 했다.“힘들긴 하지만 저는 괜찮아요.”주희와 함께 운동하게 되며 나중에 자기 몸 하나는 지킬 수 있겠다고 세준은 생각했다.세희도 고개를 끄덕였다.“엄마, 저도 괜찮아요. 저녁에 일찍 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되잖아요. 엄마, 저 어젯밤에 시 한편 외웠는데 들어 볼래요?”하영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세희를 쳐다봤다.“그래, 들어보자.”세희는 몸을 곧게 펴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시를 외웠다.“소나무 아래 동자에게 물으니, 스승은 약초를 사러 갔다 하네.”“풉.”세준은 우유를 전부 세희의 얼굴에 뿜어버렸다.세희는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곁에 있던 하영도 깜짝 놀랐다.“바보야!”세준은 티슈를 꺼내 세희의 얼굴을 닦아 주며 입을 열었다.“스승은 약초를 캐러 갔다 하네지.”세희는 티슈를 뺏어 씩씩거리며 얼굴을 닦았다.“오빠 미워! 한 마디만 틀렸을 뿐이잖아!”주희도 곁에서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사실 세희도 참 대단한 거죠. 어젯밤에 두 번밖에 읽지 않았는데 외웠거든요.”하영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또 티슈를 한 장 뽑아 세희의 얼굴을 닦아줬다.“애들이 주희 씨랑 훈련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은데 애들은 주희 씨한테 맡길게요.”하영의 말에 주희는 자기 가슴을 팡팡 쳤다.“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공부도 잘 시키고 운동도 열심히 시킬게요.”……아침 식사를 마친 뒤 하영은 애들을 학교에 데려다 줬고, 주희도 함께 따라나
양다인은 자신의 차로 돌아와 교문 입구에 있는 CCTV를 힐끗 쳐다보더니 이내 입꼬리를 올리고 쿠션을 꺼내 화장을 고치기 시작했다.‘CCTV에 애타게 애를 찾는 모습을 남기는 것도 꽤 힘든 일이네.’MK.현욱은 아침부터 유준 회사의 주차장에서 누군가를 기다렸다.8시 30분까지 기다려서야 인나의 차가 천천히 들어오는 것을 발견했다.현욱은 얼른 차에서 내려 인나의 차로 달려가 조수석 문을 열고 들어갔다.인나는 갑자기 튀어나온 현욱을 보고 깜짝 놀랐다.“미쳤어요?”인나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현욱에게 욕설을 퍼부었고, 현욱은 얼른 호주머니에서 작은 선물함을 꺼내더니 입을 열었다.“인나 씨, 내가 잘못했어요!”그리고 선물함을 열자 다이아 팔찌가 인나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내가 이런 게 필요하다고 했어요?”인나는 목청을 높였다.“배현욱 씨, 결국 나에 대해서 아직도 잘 모르고 있네요!”현욱이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인나 씨, 내 얘기 끝까지 다 듣고 화내는 건 어때요? 우리 어머니는 얘기가 잘 통하는 분이 아니에요. 어머니께 소개해 주지 않은 건 인나 씨를 지켜주기 위해서였어요. 인나 씨를 떠나 살 수도 없고, 없어서도 안 돼요. 마찬가지로 어머니가 인나 씨를 찾아가 나랑 헤어지라고 얘기하는 것도 보고싶지 않았어요.”인나는 피식 웃었다.“내가 뭘 원하는지 아직도 모르고 있네요.”“알아요!”현욱이 말을 이었다.“그날 내가 했던 얘기들을 자세히 따져보기만 해도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을 겁니다. 나 싫어하라고 일부러 그렇게 얘기한 거였어요.”“몰라요! 내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한테 무슨 얘기를 했는지 그 뜻을 헤아려 보려고 애쓰고 싶지도 않아요!”인나는 현욱의 말을 끊었다.“내가 원하는 건 내 남자친구가 나한테 숨기지 않고 속이지 않는 거예요. 나중에야 사실을 알고 혼자 고민하고 힘들어 하는 게 정말 싫어요!”현욱이 뭔가 말을 하려고 입술을 열었지만 인나는 그에게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이미 얘기가 여기까지 나온 이상
유준은 시선을 거두었다.“네 말빨로 우인나 마음 하나 되돌리지 못하겠어?”현욱은 고개를 저었다.“안 돼. 강하영 씨랑 성질이 정말 비슷하단 말이야. 약간의 잘못도 절대 용납 못해.”유준은 콧방귀를 뀌었다.“난 너만큼 비참하지는 않아.”현욱은 의아한 표정으로 유준을 노려봤는데 니가 어떻게 뻔뻔하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냐는 표정이었다.‘나보다 더 심하면서!’차는 개발구 쪽으로 계속 달리기 시작했다.아직 반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을 때, 갑자기 유준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휴대폰을 꺼내 보니 희민이 담임 선생님한테서 걸려온 전화라 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무슨 일이십니까?”“희민이 아버님, 혹시 학교로 와주실 수 있나요? 희민이가 지금 열이 39도까지 올라갔는데 지금 양호실에 있어요.”담임 선생님의 다급한 말에 유준의 눈빛이 바로 어두워졌다.“네, 지금 바로 갈게요.”전화를 끊은 뒤 유준은 허시원에게 얘기했다.“허시원, 지금 바로 청담 국제 학교로 가.”현욱이 놀란 표정으로 유준을 돌아봤다.“무슨 일 있어?”“희민이가 열이 난대!”유준의 목소리에서 당황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공장에 전화해서 내일 간다고 전해.”“그래, 알았어.”20분 뒤.유준과 현욱은 함께 청담 국제 학교에 도착해 차에서 내렸다.두 사람은 빠른 걸음으로 양호실로 향했고, 문을 열고 들어서니 양호 선생님이 희민이에게 수액을 놔주고 있었다.유준은 창백한 얼굴로 침대에 누워있는 희민의 얼굴을 보고 심장이 옥죄 듯이 아파왔다.그는 얼른 침대로 다가가 양호 선생님에게 물었다.“어때요? 열은 좀 내렸습니까?”“아직입니다. 얼른 병원에 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양호 선생님은 말을 하며 희민의 곁으로 다가가 그의 옷소매를 올렸다.작고 하얀 팔뚝에는 퍼렇고 붉은 반점들이 군데군데 있었다.“이게 무슨 상황이죠?”현욱도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혹시 학교 폭력입니까?”그러자 양호 선생님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했다.“그건 아닙니다. 어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