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방금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야?!”여전히 생각에 빠져 있던 강하영은 앞에서 들려오는 남자의 화난 목소리를 들었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입술을 달싹거리며 말했다.“미안해요. 몸이 반응을 못했어요.”강하영이 자책하는 모습을 본 정유준은 순간 화내던 것을 멈췄다.“됐어, 타.”강하영은 낮은 소리로 대답하며 멀리 입원 병동을 한 번 쳐다본 후, 정유준을 따라 차에 올랐다.차가 움직이자 강하영이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감사합니다.”정유준은 더러워진 외투를 벗으며 강하영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의 잘생긴 미간에는 초조함이 응축되어 있었다.방금 왜 그랬지?그는 강하영이 위험한 것을 발견하자마자, 본능적으로 달려들어 그녀를 구했다.그의 목숨은 그녀보다 몇 배나 더 비싸다!“당신 최근에 누구 잘못 건드린 거 아니야?”정유준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강하영은 고개를 저었다.“정명헌한테 미움을 산 것 외에는 누구를 건드렸는지 모르겠어요.”“그 녀석은 아직도 침대에 누워있어!”정유준은 한 마디로 강하영의 추측을 일축했다.강하영은 다른 아무도 생각나지 않았다.“정말 누군지 모르겠어요.”…………두 사람은 각자의 생각을 하며 난원에 도착했다.곧 허시원에게 소식이 왔다.“사장님, 알아냈습니다. 차주는 왕강훈이라는 남자입니다.”정유준은 넥타이를 풀며 말했다. “데리고 와!”“예!” 허시원은 몸을 돌려 별장을 떠났다.30분 후, 강하영은 가사도우미가 끓인 닭고기 수프를 마시고 있었는데, 먼지투성이의 남자가 2명의 경호원에게 끌려들어 왔다. 남자는 대략 50세 정도 되어 보였다. 그는 정유준을 보자마자 겁에 질려 변명을 늘어놓았다.“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저는 정말 몰라요! 사장님, 저는 오늘 자동차에 손도 안 댔어요!”정유준의 검은 눈동자는 매처럼 날카로웠다. “누가 당신한테서 차를 빌려 갔나?”중년 남자는 미친 듯이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아니요! 제 아내가 증인입니다!”정유준이 손을 들자, 옆에
그 후 이틀 동안, 강하영이 병원에 갈 때 뒤에 경호원 두 명이 따라왔다.아직 범인이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녀는 반감이 생기거나 하지 않았다.다만, 그녀가 산부인과에 가서 산전 검사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리저리 생각하다가, 강하영은 우인나에게 도움을 구했다. [인나야, 좀 도와줄 수 있어?”]우인나에게서 아주 빨리 대답이 왔다.[무슨 일인데?]강하영은 사건의 경위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간단히 설명했다.[그럼 내가 지금 갈까?][응, 괜찮아?][물론이야, 10시에 병원 앞에서 만나.]시간이 이미 9시인 것을 보고, 강하영은 옷을 갈아입고 외출했다.병원 입구에 도착한 우인나는 멍하니 고개를 들어 강하영 뒤에 있는 기골이 장대한 경호원을 바라보았다.“사장님의 눈은 정말 정확해. 아무도 감히 접근하지 못하겠다……”강하영은 한숨을 쉬었다.“들어가자.”우인나가 검사받는데 자신이 같이 가준다는 핑계를 대고, 강하영은 순조롭게 의사와 만나고 초음파 검사를 했다.점심에 두 사람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다.경호원은 문 앞에 서서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말할 기회가 생겼다.우인나는 강하영의 배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하영아, 의사가 3개월 후에는 임신한 것이 드러날 거라고 했잖아. 사장님께 말하는 것이 좋지 않겠어?”강하영은 물을 한 모금 마셨다.“나는 그럴 생각 없어.”우인나가 말했다. “사장님이 아이를 위해 너를 선택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들어?너 정말 그동안 사장님한테 한 번도 마음이 흔들린 적 없어?”우인나의 질문에 강하영은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흔들렸다고 뭐가 달라지나?그녀는 정유준이 그녀를 선택할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양다인과 경쟁할 생각은 더더구나 해본 적 없다. 그리고, 아이를 유산시키려고 할지도 모르는데, 그녀는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정유준에게 말할 수는 없다.“하영아, 한부모 가정의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얼마나 많은 수군거림을 받는지 너 알아?너는
전화를 끊은 다음 양다인은 비상구를 나섰다.그녀는 마침 자료를 안고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는 강하영을 발견했다.그녀는 웃으며 강하영 옆으로 다가가서 함께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어머, 강비서, 여기 있었네.”강하영은 양다인에게 대꾸하지 않았다.양다인은 개의치 않고 팔짱을 낀 채 오만한 자세로 말했다. “요즘 몸이 별로 좋지 않다고 들었는데, 내가 내일 강비서 대신 유준씨 옆에서 술을 마셔줄까?”강하영은 계속 못 들은 체했다. 강하영이 계속 자신을 거들떠보지도 않자, 양다인은 체면이 좀 서지 않았다. 그녀는 팔짱을 풀고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강하영, 너 뭐가 그렇게 잘났어?”강하영은 냉랭한 표정으로 그녀를 힐끗 보았다.“불안한가 봐요?”양다인은 이를 악물었다.“네가 언제까지 그렇게 의기양양할 수 있을 것 같아? 내일 저녁, 유준씨 옆에 서 있는 사람은 내가 될 거야!”강하영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꼭 그렇게 싸구려처럼 굴어야겠어요?”정유준은 회사 송년회에서 줄곧 술을 마시지 않았다.설령 마신다 해도, 양다인이 옆에 서 있고 말고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양다인은 화가 나서 얼굴색이 벌게졌다.“강하영! 충고하는데, 처신 잘해!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양다인이 말을 마치자마자, 엘리베이터가 열렸다.강하영은 무표정한 얼굴로 엘리베이터로 들어가 버튼을 눌렀다.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순간 양다인의 눈빛이 더욱 흉악해졌다.네가 얼마나 더 날뛸 수 있는지 두고 보겠어!…………금요일, 오후 5시.강하영은 송연회에 참석하기 위해 따뜻하면서도 몸에 잘 맞는 옷을 입었다.아래층으로 내려가자 정유준은 이미 소파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그는 언제나 그렇듯 검은 외투를 입고 있었는데, 존귀하고 냉담한 기운이 온몸을 감쌌고, 잘생긴 얼굴에는 침착한 자제력이 배어 있었다.강하영은 그를 흘낏 본 후, 시선을 거두고 앞으로 걸어갔다.“준비 다 됐어요.”남자는 눈을 들어 그녀를 훑어보더니, 노출이 조금도 없는
강하영을 정유준 옆으로 데려간 배현욱이 양다인에게 말했다.“양다인씨, 이런 힘든 일은 강비서에게 맡기는 것이 좋겠어요.”“……?”왜 꼭 이런 힘들고 험한 일은 그녀가 해야 하는 걸까?강하영은 겨우 반 시간 만에 취해서 인사불성이 된 정유준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도대체 정유준에게 술을 얼마나 먹인 거지?양다인은 순간 멍하게 서 있었다. 배현욱이 강하영을 불러올 줄은 몰랐다.그녀는 마음속의 불쾌함을 감추며 웃음을 터뜨렸다.“배 사장님, 유준씨는 그냥 저에게 맡기세요. 강비서는 요즘 몸이 좋지 않아요. 귀찮게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양다인씨, 유준이는 술을 마신 후 조심해야 할 일이 많은데, 감당할 수 있겠어요?”“물론이죠.”“…….”강하영은 배현욱이 왜 굳이 자신을 끌고 왔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정유준과 양다인은 조만간 사귀게 될 것이다. 빠져야 할 사람은 자신이다. 배현욱의 말을 기다리지 않고 강하영이 입을 열었다. “배 사장님! 양부팀장에게 돌보라고 하면 될 것 같아요. 저는 가 볼게요!”배현욱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돌아서서 가는 강하영을 쳐다보며 잠시 생각하더니, 곧 그녀를 따라갔다.“강비서, 유준이가 거위 고기에 알러지 있는 거 알지? 방금 양다인씨가 그 녀석한테 거위 고기를 먹였어!직업의식 투철한 우리 강비서는 틀림없이 알러지 약을 가지고 있겠지? 유준이한테 약을 먹이고, 의사가 올 때까지 옆에서 기다려야 하지 않겠어?”“…….” 강하영이 침묵하는 사이에 배현욱이 다시 말했다. “물론 강비서가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상사의 생사를 나 몰라라 하는 비서를 뽑은 유준이의 안목을 탓할 수밖에 없지 뭐!”말을 마친 배현욱은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강하영은 그 자리에 서서 잠깐 고민했다.가봐야 할까?그녀가 가지 않는다면 정유준은 분명 몹시 괴로울 것이다. 그녀는 그가 알러지 때문에 괴로워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그녀가 간다면, 그와 양다인이 함께 있는 시간을
양다인은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잠든 남자를 확인한 그녀는 옷을 벗어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져놓고, 조심스럽게 침대로 올라갔다.아침 7시.정유준은 위가 불편한 느낌 때문에 잠에서 깼다. 자신이 호텔에 있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음……유준씨, 깼어?”정유준은 소리나는 쪽으로 휙 돌아보았다. 양다인이 잠에 취한 몽롱한 눈을 하고, 부끄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순식간에 어젯밤의 화면이 머릿속으로 밀려들었다.그는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을 때, 누군가가 초인종을 누르는 소리를 들었다.문을 열었을 때, 그는 귀에 익은 목소리를 들었고, 그 사람을 방으로 끌어들였다.강하영인 줄 알았는데, 양다인이었구나!정유준은 초조한 마음에 얼른 이불을 들추고 침대에서 내려왔다.양다인은 재빨리 일어나 앉아 실망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준씨는 나하고 자고 싶지 않았던 거야?”정유준은 긴장한 표정으로 차갑게 말했다. “네가 나를 여기로 데려왔어?”양다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술을 마셨기 때문에, 유준씨를 데려다줄 수 없어서, 그냥 여기로 데려왔어.중간에 꿀물을 구해서 해장을 해주고 싶었는데, 주방이 다 퇴근하고 없더라.방으로 돌아오자마자, 유준씨가 갑자기 날 잡아끌더니, 그런 짓을 하고…….유준씨, 내가 싫으면……그냥 없었던 일로 해도 돼.”양다인은 CCTV 화면을 생각하며, 억울한 척 거짓말을 했다.정유준은 주먹을 꽉 쥐었다.“다인아, 이 일에 대해서는 내가 반드시 사과를 하든 책임을 지든 할게.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정유준의 말에 양다인은 몰래 안도의 숨을 쉬었다. 강하영이 왔었다는 것만 기억 못 하면 그것으로 되었다. 이제 그녀는 자신의 요구대로 해주겠다고 약속한 양부모의 귀국만 기다리면, 있어야 할 것을 모두 가지게 된다!…………정유준이 집에 돌아왔을 때, 강하영은 막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정유준을 마주친 강하영은 무의식중에 그의 머리가 아직 아픈지 물어보려고 했다.그러나, 그녀가 입을 떼
양부는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다인이 왔구나. 어서, 어서 앉아라.”양어머니는 정유준에게 시선을 주며 모르는 척 물었다. “다인아, 이분은?”양다인은 약간 수줍게 미소를 지었다.“엄마, 제가 자주 말했죠? 유준 씨예요.”양어머니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정사장님이었군요. 어서 앉아요.”자리에 앉은 정유준은 담담하게 앞에 선 부부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물을 따라 주기도 하고 수저를 놓아주기도 하며 그를 살뜰히 챙겼다.그들은 마지막으로 종업원에게 주문한 음식을 내오라고 말한 다음 자리에 앉았다.“다인아, 정 사장님은 딱 봐도 믿을 만한 사람이야. 네가 정사장님과 사귄다고 하면 우리는 외국에 있어도 안심할 수 있을 것 같구나.”“맞아, 맞아!” 양어머니가 맞장구를 치며 정유준을 바라보았다.“정사장님, 우리 다인이와는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정유준은 물티슈로 느릿느릿 손을 닦았다. 그가 무심하고 냉담한 말투로 물었다.“앞으로 어떻게 하다니 뭘 말씀하시는 겁니까?”양어머니가 말했다. “당연히 결혼을 말하는 거죠.”“아직 그런 걸 논할 단계가 아닙니다. 제가 아직 해결 못한 일도 있고!”정유준이 냉정하게 대답했다.양다인이 배려하며 맞장구를 쳤다.“맞아요, 유준씨 정말 바빠요. 엄마 아빠 너무 서두르지 마세요. 이제 막 남자 친구가 됐을 뿐인데!”양다인의 이 말에 정유준의 머릿속에는 문득 불륜녀가 되지 않을 거라던 강하영의 말이 떠올랐다. 마음이 갑자기 초조해진 정유준은 물티슈를 내려놓더니 벌떡 일어섰다.“식사 천천히 하십시오. 저는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정유준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당황한 양다인이 급히 뒤쫓아 나왔다. “유준씨! 화났어?”정유준은 걸음을 멈추고 차갑게 그녀를 돌아보았다.“양다인, 너한테 심한 말 하고 싶지 않아.”양다인은 눈시울을 붉혔다.“우리 그런 일까지 있었는데, 남자 친구도 아니야?”“누구도 나를 대신해서 무슨 결정을 내릴 권리는 없어.”말을 마친 정유준이 몸을 돌려
양운희의 안색이 굳어졌다. 화가 난 그녀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말도 안 돼! 당신 이거 명예훼손이야! 내가 당장 고소할 수도 있다고.”양다인은 화난 척하며 일어섰다.“아주머니, 제 말을 못 믿겠으면, 강하영에게 전화해서 물어보세요! 저는 할 말 다 했어요. 강하영에게 알아서 잘 처신하라고 전해주세요!”말을 마친 양다인은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를 내며 병실을 나섰다.마음이 불안해진 양운희의 귓가에 양다인의 말이 계속 맴돌았다. 생각할수록 마음속의 의혹과 분노를 참을 수 없게 된 양운희는 결국 휴대전화를 들고 강하영에게 전화를 걸었다.그 시간 난원, 정유준의 방 안에서 두 사람은 한창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핸드폰 진동 소리를 들은 강하영은 무의식중에 고개를 들어 침대 협탁을 보았다.그녀는 정유준의 가슴을 두드렸다.“전화 왔……음…….”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정유준은 몸을 숙여 강하영의 매혹적인 입술에 키스했다.결국 강하영은 전화를 받을 수 없었다. 관계가 끝난 후, 강하영은 재빨리 침대에서 내려가, 휴대전화를 들고 욕실로 향했다.어머니에게서 여러 차례 부재중 전화가 걸려 온 것을 보고 강하영은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그녀가 전화를 걸자 어머니가 바로 전화를 받았다.“하영아, 너 방금 뭐 하느라 전화를 안 받아?”양운희의 말투가 엄숙했다.어머니의 목소리를 확인한 강하영은 안도의 숨을 쉬었다. 아직 관계의 여운이 다 가시지 않았던 강하영은 말할 때, 숨이 좀 거칠었다. “엄마, 방금 샤워하느라 전화 벨 소리를 못 들었어요.”양운희는 강하영의 숨소리를 알아채고 다시 엄하게 물었다.“너 지금 어디야?”강하영이 막 입을 열려고 하는데, 욕실 문이 열렸다.정유준이 냉정한 표정으로 들어오며 물었다. “누구 전화야?”정유준이 입을 여는 순간 강하영은 놀라서 얼른 전화를 끊었다.강하영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우리 엄마 전화예요. 다음에는 들어오기 전에 노크 좀 해줄래요?”정유준이 그녀를 힐끗 보았다.
“빨리 비켜, 그녀에게 에이즈가 있을지도 몰라.”“염치없이! 돈을 위해 이런 짓을 하다니! 파렴치해!”“꺼져!!! 다 꺼져!!!”갑자기 양운희의 가슴을 찢는 것만 같은 고함소리가 병실에서 흘러나왔다.강하영은 이제야 정신이 들었는지 얼른 사람들을 해치고 문을 열고 병실로 뛰어 들어갔다.병실은 온통 난장판이었고 여기저기에 깨진 유리 부스러기가 널려있었다.강하영은 목구멍을 솜 덩어리로 막아놓은 것처럼 침을 삼키기도 힘들었다.그녀는 병상에 앉아 얼굴이 파랗게 질리고 큰 소리로 숨을 몰아쉬는 양운희을 천천히 바라보았다.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엄마……”“날 부르지 마!!”양운희는 노발대발하며 강하영을 향해 소리쳤다.강하영은 온몸을 떨며 목이 메어 말했다.“엄마, 화내지 마세요. 제 설명을 들어줄래요?”양운희는 눈물 자국이 가득한 얼굴로 강하영을 가리키며 물었다.“너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야?! 왜!”강하영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엄마, 엄마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에요. 진정하시고 우리 대화해 볼까요? 네?”“강하영! 너…… 너!”이야기를 반쯤 하던 양운희는 갑자기 두 눈을 뒤집으며 땅바닥에 곤두박질쳤다.“엄마!!”강하영은 급히 앞으로 달려들어 양운희의 몸을 잡고 바깥을 향해 날카로운 소리로 외쳤다.“간호사! 간호사!! 우리 엄마 살려주세요!!”곧이어 간호사가 병실 문을 밀치고 들어왔다.2분도 안 되어 의사도 급히 달려왔다.그들은 강하영을 문밖으로 밀어내고 응급 치료를 시작했다.원래 병실 문 밖에서 떠들썩하던 사람들은 이때 이미 자취를 감췄다.텅 비고 고요한 복도는 심연의 깊은 못처럼 사람을 점점 질식시키고 가라앉게 한다.강하영은 병실 밖 벤치에 주저앉아 텅 빈 눈으로 초점 없이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었다.만약 그녀가 어젯밤에 잘못되었다는 것을 눈치채고 달려왔다면 오늘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그녀가 진작 발견했어야 했다.지난번에 그녀를 치어 죽이려 했던 사람이 잡히지 않았으니, 다른 행동이 있을 게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