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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화 못 가

곧 변호사가 도착해 서류를 작성한 뒤에 각자 사인을 하고 나니, 소 노인은 통쾌하게 1억짜리 수표를 홍수혁에게 건네줬고, 홍수혁은 수표를 손에 넣은 순간에도 이렇게 쉽게 1억을 얻을 줄 생각도 못 했다.

홍수혁은 소백중이 보는 앞에서 휴대폰에 든 녹음을 삭제하고, USB도 소백중에게 넘겨준 뒤 수표를 들고 기쁜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홍수혁이 떠나고 나니 소백중의 안색이 순식간에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고작 하찮은 놈 주제에 나한테서 1억을 뜯어낼 생각을 하다니. 꿈 깨!’

소백중은 곁에 있는 경호원을 향해 싸늘한 말투로 지시를 내렸다.

“가서 깨끗이 처리해!”

“네!”

오후.

유치원 하원 시간이 되자 강하영은 문 앞에 서서 아이들을 기다렸다.

그때 귀청을 찌르는 듯한 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검은색 한정판 마이바흐가 하영의 뒤에 멈춰 섰다.

이어 허시원이 운전석에서 내려 공손한 자세로 뒷좌석의 문을 열자, 검은 양복을 빼입은 정유준이 강한 카리스마를 뿜으며 차에서 내렸는데, 거뭇거뭇한 눈 밑만 보더라도 최근에 얼마나 피곤했는지 알 수 있었지만 여전히 그 미모를 가리지는 못했다.

강하영은 바로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지만 정유준은 하영을 발견하지 못한 듯 곧장 곁을 스쳐 지나갔다.

‘지금 바쁜 일 끝내고 애들을 데리러 온 건가?’

하영은 깊이 생각하지 않고 다시 시선을 돌려 애들이 나오기를 기다렸고, 곧 선생님이 한 무리의 꼬마들을 데리고 학교를 나오기 시작했다.

한눈에 강하영을 발견한 정희민이 세준과 세희와 함께 앞으로 달려가려던 순간, 정유준의 무뚝뚝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아빠가 왜 온 거지? 게다가 엄마랑 거리를 두고 계시네.’

뭔가 불길한 예감이 정희민의 머리를 스치며 어느 쪽으로 발길을 향해야 할지 망설였는데 곁에 있던 강세희가 갑자기, “엄마가 오셨어!”라고 소리를 지르자 강세준이 정희민의 팔을 잡고 입을 열었다.

“가자, 희민아. 집에 가야지.”

말이 끝나기 바쁘게 허시원이 정희민 앞으로 다가왔다.

“작은 도련님, 이제 저희랑 돌아가셔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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