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그런 모습에 강하영은 가슴이 아팠다.‘대체 왜 저러는 거야? 아무리 기분이 안 좋다고 해도 어떻게 애한테 화풀이할 수 있어?’“먼저 아이 생각을 물어볼 수 없어요? 왜 그렇게 독단적으로 결정해요?”강하영의 말에 정유준은 싸늘한 눈빛으로 강하영을 힐끗 쳐다봤다. 정유준은 강하영과 그녀의 두 아이를 볼 때마다 머릿속에 강하영이 다른 남자와 침대에서 뒹구는 모습이 저도 모르게 자꾸만 떠오르며, 깊은 곳에서부터 화가 치밀어 올랐다.정유준이 몸을 굽혀 정희민을 안아 들고 몸을 돌려 차를 향해 걸어가자, 강하영은 눈살을 찌푸렸다.“정유준 씨!”남자가 멈칫했다가 다시 앞으로 걸어가자 강하영은 아이들을 데리고 정유준을 쫓아갔다.“희민이가 싫어하는 게 당신 눈에는 안 보여요?”정유준은 그런 강하영의 말을 무시하고 희민이를 데리고 차에 오른 뒤 차문을 세게 닫아버리자 강하영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 있었고, 허시원은 곁에서 그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또 시작이네……, 이제 겨우 관계가 좋아지나 싶더니…….”강하영은 가슴 한켠이 시큰거리는 것을 참으며, 정유준이 아이를 데리고 떠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그렇다고 강제로 정유준의 행동을 막을 수는 없었다. 정유준의 심기를 건드렸다가 앞으로 희민이를 보기 어려울지도 모르니까.“엄마…….”강세희도 안타까운 마음으로 엄마를 올려다보니 하영이 울고 있었다.“엄마, 울어요?”하영은 세희의 목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언제 흘렀는지도 모르는 눈물을 손으로 닦아냈다.강하영은 답답한 마음과 가슴 아픈 고통을 참으며 눈물을 닦고 웅크리고 앉았다.“괜찮아. 그저 희민이가 저렇게 가버린 게 아쉬워서 그랬을 뿐이야.”강세희는 작은 손으로 하영의 얼굴을 어루만졌다.“희민이 오빠는 곧 돌아올 거니까 울지 마세요.”강하영은 머리를 끄덕이며 우는 표정보다 더 보기 흉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그래, 곧 돌아올 거야.”곁에 있던 강세준은 멀어져가는 차를 응시하며 생각에 잠겼다.‘나쁜 아빠가
소예준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작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흐느끼고 있는 세희를 품에 꼭 안고 세희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 주며 강하영을 향해 물었다.“하영아, 그게 사실이야?”“그래…….”강하영이 눈을 내리깔며 대답했다.“이유가 뭐야?”하영도 마음을 가라앉히고 한참 동안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여전히 두서를 찾지 못했다.“나도 모르겠어.”“하영아. 급해한다고 될 일이 아니잖아. 정유준이 아직도 너를 잊지 못하고 있다면 분명 강하게 나가지 못할 거야.”“오빠, 나 소송 걸고 싶어.”“네가 희민의 양육권을 얻을 순 없을 거야. 처음부터 정유준과 함께 있었으니까. 게다가 김제에서 정유준의 영향력으로 네가 소송에서 이길 가능성은 없어.”강하영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정말 다른 방법이 없는 걸까?’하영은 희민이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못 하던 모습을 떠올리면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쿵쾅쿵쾅-”그때 강세준이 갑자기 계단에서 뛰어 내려오며 강하영의 손을 잡아끌었다.“엄마, 얼른 올라와요.”강하영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강세준을 따라 위층으로 올라가 세준의 방에 들어가니, 노트북 화면에서 희민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강하영은 얼른 앞으로 다가가 희민을 불렀다.“내 아가!”“엄마!”어둡게 가라앉아 있던 희민의 눈동자는 강하영을 보는 순간 환하게 빛나기 시작하자, 하영의 코끝이 시큰거렸다.“희민아, 아빠가 속상하게 하지는 않았어?”“아니요. 엄마, 눈이 빨개요.”“괜찮아, 눈에 먼지가 들어갔나 봐.”“엄마는 네가 보고 싶어서 우신 거야.”강세준은 하영의 체면을 전혀 세워주지 않고 솔직히 얘기하자, 처음엔 멍한 표정을 짓던 희민이 이내 환하게 웃었다.“저도 엄마가 보고 싶어요.”그 말에 강하영의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고, 더는 참지 못하겠는지 고개를 돌려 눈물을 흘렸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정희민이 오히려 엄마를 위로하기 시작했다.“엄마, 속상해하지 마세요. 서로 연락하고 지낼 수도 있고, 이제 아빠 기분이 조금 좋아지면
목요일 새벽, 소씨 집안.휴대폰 벨 소리에 잠에서 깬 양다인은 짜증을 내며 전화를 받았다.“누구야?”“XX년! 내 손에 잡히기만 해 봐! 아주 갈기갈기 찢어버릴 테니까!”낮게 잠긴 쉰 소리가 전화기에서 들려 오자 깜짝 놀라 정신이 번쩍 든 양다인은 고개를 숙여 액정에 찍힌 번호를 확인하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홍수혁? 할아버지가 처리한다고 했는데 왜 아직 살아있는 거야?’양다인은 일부러 아무것도 모른다는 식으로 되물었다.“홍수혁 씨, 그게 무슨 말이에요?”“위선 떨지 마! 비록 나한테 증거는 없지만 네년 목소리만큼은 똑똑히 기억하니까! 너만 아니었으면 내가 그들을 찾아가 돈을 요구하지도 않았고, 이렇게 쫓기는 신세가 되지도 않았을 거야!”양다인은 이불을 꽉 움켜쥐며 입을 열었다.“홍수혁 씨, 그런 식으로 얘기하면 저도 억울해요. 저도 죄책감 때문에 홍수혁 씨한테 양다인을 찾으러 가라고 얘기해 준 것인데 대체 왜 우리 할아버지를 찾아온 거예요?”“일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 아직도 변명을 늘어놓을 거야?”“변명한 적 없어요. 강하영 때문에 일어난 일은 사실이잖아요!”양다인은 홍수혁을 세뇌하기 시작했다.“홍수혁 씨, 잠깐 진정하고 제 얘기 좀 들어봐요. 강하영이 일부러 나를 귀찮게 해서 할아버지가 그 여자를 혼내줬을 뿐이에요. 따지고 보면 강하영 때문에 홍수혁 씨 어머니가 그렇게 되셨잖아요. 아닌가요?”전화기 너머로 침묵이 흐르자 양다인의 가슴이 두근대기 시작했다.‘이런 인간이랑 절대 엮일 수 없어!’한동안 상대방이 아무런 반응이 없자 양다인이 계속 말을 이었다.“홍수혁 씨는 분명 이용당한 게 틀림없어요. 소씨 집안이 김제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몰라요?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협박당할 수가 없잖아요. 그 방법을 알려준 사람은 분명 홍수혁 씨가 할아버지한테 당할 걸 예상하고 일부러 그런 것 같네요.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 홍수혁 씨를 해치려고 말이죠. 그러니 이 일을 꾸민 원흉을 찾아가야죠!”“어떻게 찾지? 어떻게 하면 그 강하영이란
“투자 회사?”강하영은 설계도를 손에서 내려놓으며 물었다.“네, 아마 TYC의 발전 가능성을 보고 협력하려는 것 같아요.”그 말에 강하영은 웃으며 임수진을 바라보았다.“수진 씨는 어떻게 생각해?”“만나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이번에 판매 수익으로 볼 때 충분히 다음 제작과 매장 확장까지 가능하거든요. 충분히 자금을 움직일 수 있는데 다른 사람과 나눌 필요는 없잖아요.”“그렇다면 김제에서 입지를 굳히려면 돈이 중요한 것 같아, 아니면 인맥이 중요한 것 같아?”강하영의 반문에 임수진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뗐다.“김제에 돈이 부족한 사람은 없어요.”“그러니까 인맥이 충분해야 멀리 갈 수 있는 거야. 수진 씨는 나를 도와서 그 회사의 자세한 상황과 대표의 경력을 좀 조사해 줘. 만나는 건 급한 것 없으니까.”“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지금 바로 처리하겠습니다.”MK, 주차장배현욱이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리려는 순간 누군가 뒤에서 배현욱의 차를 박아버렸다.배현욱이 고개를 돌리니 빨간색 벤츠 안에서 황급히 내려오는 익숙한 그림자가 보였는데, 상대방이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어서 누군지 알아볼 수 없었다.배현욱이 어이가 없는 듯 차에서 내려 뭐라고 몇 마디 하려 할 때, 여자가 선글라스를 벗으며 배현욱 쪽으로 다가왔다.배현욱은 고개를 들었고, 상대방과 서로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두 사람은 멍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그쪽이었어요?”“배현욱 씨?”두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외쳤고, 우인나는 질색이라는 표정으로 배현욱을 노려보았다.“쓰레기 같은 인간! 어떻게 책임질 건지 얘기해 봐요!”우인나의 말에 배현욱의 한쪽 입꼬리가 실룩거렸다.“내가 왜 쓰레기예요? 그날 나랑 잠을 자고 그냥 가버린 건 우인나 씨잖아요.”“그냥 가버렸다고요? 아니면 내가 거기 남아서 애정 표현이라도 해야 한다는 말인가요?”우인나가 기가 차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을 하자, 배현욱은 그런 우인나를 훑어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뭐 안 될 것도 없죠…….”“변태
“말을 꼭 그렇게 해야겠어요? 아무것도 모르면서 함부로 말하지 마요. 유준이 어떤 사람인지는 내가 제일 잘 아니까. 유준이처럼 감정에 충실한 사람은 본 적이 없어요. 양다인한테 속지 않았으면 이런 일이 있었겠어요?”“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겠어요? 남자들은 늘 핑계만 댄다니까요.”“…….”우인나의 조롱에 배현욱은 할 말을 잃었다.‘이렇게까지 설명을 해도 못 알아들어?’배현욱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우인나 씨, 내가 바람둥이인 건 인정하지만, 나한테도 선이란 게 있어요. 아무튼, 흠흠, 괜찮다면 나한테 시간을 좀 줘요. 내가 책임질 테니까.”“그럼 내가 고맙다고 해야겠네요?”우인나는 눈을 흘겼다.‘책임지는 것도 시간이 필요해? 그딴 식으로 성의도 없으면 나도 필요없어!’‘정말 얘기도 안 통하고 피곤한 여자네.’접촉 사고 문제를 해결하고 배현욱은 위층으로 올라가 정유준을 찾아가려 했는데, 사무실 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정유준의 화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런 쓰레기를 지금 보라고 내민 거야? 못하겠으면 당장 꺼져!”“죄송합니다, 정 대표님. 지금 바로 시정하겠습니다!”말이 끝나자마자 기획팀 직원이 겁에 질린 얼굴로 뛰쳐나오더니 배현욱에게 인사를 하고 가버렸고, 배현욱은 엉망진창이 된 사무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또 어느 멍청한 놈이 우리 대표님을 화나게 했을까?”정유준은 배현욱을 힐끗 보더니 싸늘한 표정으로 입을 뗐다.“네가 여긴 웬일이야?”“왜 엄한 사람한테 화풀이야?”정유준은 의자에 앉으며 더욱 딱딱해진 말투로 말했다.“한가해 보이네.”배현욱은 바닥에 떨어진 자료를 주워 정유준 책상에 올려놓았다.“그러게. 그런데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정유준은 책상 위에 있는 담배를 집어 들어 불을 붙이고 한 모금 깊이 빨아들인 뒤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혹시 어머님 일 때문이야?”“질문이 참 많네.”넌지시 떠보려는 배현욱을 향해 정유준은 체면도 봐주지 않고 쏘아붙였다.“네가 걱정되니까 그러지. 무슨 일인지 얘기해
강하영의 지금 언행은 마치 자기 능력을 이용하여, 다른 사람과 낳은 아이를 보호하려는 것 같은데, 그건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오후 4시.강하영은 회의를 마치자마자 우인나의 전화를 받았다.“인나야.”“하영아! 지금 당장 뉴스 봐봐!”우인나는 전화기 너머로 다급하게 소리쳤다.“지금 뉴스에 나오고 있는 거 세준이와 세희가 다니는 스쿨버스인지 확인해 봐!”강하영은 멍한 표정으로 얼른 휴대폰을 내려놓고 뉴스를 켜자, 한 줄의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스쿨버스의 모습을 확인한 강하영은 다리가 풀려버리고 말았다.‘세준의 유치원 스쿨버스야! 애들은…….’임수진이 곁에서 지켜보다가 황급히 손을 뻗어 강하영을 부축해 줬다.“강 대표님, 무슨 일이에요?”강하영은 수진의 말에 정신을 차리더니, 멍한 표정을 하고 있는 임수진을 남겨두고 쏜살같이 엘리베이터로 달려갔다.강하영이 전화를 끊자, 우인나도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어 가방을 들고 사무실을 뛰쳐나와 엘리베이터에 도착하니, 정유준과 배현욱도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었다.배현욱은 우인나의 심각한 표정을 보고 입을 열었다.“왜 그래요? 어디 아파요?”우인나는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엘리베이터에 들어가 정유준을 향해 입을 열었다.“대표님, 유, 유치원 스쿨버스가 교, 교통사고가 났는데, 하영이 지금 그쪽으로 가고 있어요. 지금 제정신이 아닐 텐데 혹시라도 지금 운전하면 위험할까 봐 걱정돼요.”우인나의 말에 정유준의 안색도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뭐라고?”배현욱도 미간을 찌푸리며 얼른 휴대폰을 꺼내 뉴스를 확인한 뒤 정유준에게 건네주었다.스쿨버스의 앞부분이 거의 망가진 것을 본 정유준은 눈시울을 붉히며, 주위가 얼어붙을 것 같은 싸늘한 기운을 뿜었다.그때 엘리베이터가 1층에 멈추자, 정유준은 쏜살같이 앞으로 뛰어가기 시작했고, 배현욱과 우인나도 뒤를 따랐다.10분 후,강하영이 교통사고 현장에 도착
“하영아!”말이 끝나기 바쁘게 우인나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강하영이 떨리는 몸으로 우인나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함께 달려온 배현욱과 정유준도 눈에 들어왔다.정유준은 차가운 표정으로 정희민의 무사한 모습을 확인하고 나서야 시름을 놓았다.그리고 강세희가 눈에 들어왔지만 유독 강세준은 보이지 않았다. 강하영은 시선을 선생님한테로 돌리고 입을 열었다.“주변에 CCTV는 없어요?”“확인하러 갔어요.”선생님이 황급히 대답했고, 강하영은 한 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 입술을 깨물며 눈물을 흘렸다.‘왜 다른 애들은 다 있는데 우리 세준이만 보이지 않는 거야?’“세준이 어머님, 조급해하지 마세요. 어쩌면 다른 곳에 놀러 갔을 수도 있으니, 조금 있다가 다시 돌아올 수도 있잖아요.”“우리 아들은 그럴 아이가 아니에요! 함부로 딴 곳으로 갈 애가 아니란 말이에요!”이성을 잃어 소리를 지르는 엄마의 모습에 강세희는 울면서 강하영을 안았다.“엄마…… 이러지 마세요, 저 무서워요…….”두 주먹을 꽉 쥐고 있는 정희민의 얼굴에는 죄책감으로 가득했다. 세준이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자기 잘못이라고 생각했다.우인나도 상황을 파악하고 얼른 앞으로 나서 강하영을 잡고 입을 열었다.“하영아, 진정하고 일단 형사한테 얘기해 보자.”‘형사…….’우인나의 말에 정신을 차린 강하영은 문득 한 가지 사실이 떠올라 떨리는 몸을 돌려 정희민을 보더니 몸을 웅크리고 앉아 희민을 바라보며 물었다.“희민아, 너 혹시 세준이를 찾을 수 있어?”하영의 물음에 희민이는 안타까운 눈빛으로 강하영을 바라보았다.“세준이가 오늘 그 어떤 전자제품도 몸에 지니고 오지 않았어요.”그리고 사람을 추적하는 기술은 지금 한창 세준이한테서 배우는 중이었다.희망이 부서진 강하영은 절망에 빠졌고, 우인나는 세희를 안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강하영을 바라보다가 또 한쪽에 서서 안색이 어두운 정유준을 바라보았다.“정 대표님, 도와주세요.”정유준은 마치 못 들었다는 듯 정희민을 안고 자리를 떠나려 했는데, 그
정유준이 배현욱을 노려보자, 배현욱은 어깨를 으쓱했다.“사실을 얘기했을 뿐이야.”정유준은 이를 악물었다. 방금 강하영의 상태를 못 본 것도 아니니,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정유준은 정희민을 안고 강하영의 뒤를 쫓아갔고, 배현욱도 그런 정유준의 뒤를 따랐다.20분 후.강하영이 항구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자마자 홍수혁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죽고 싶어? 왜 많은 사람을 데리고 온 거야?”“나 혼자 왔는데, 무슨 사람이 있다는 거야?”“입구에 또 검은 차 두 대가 도착했는데,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 봐!”강하영이 멍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그 말에 몸을 돌려 보니, 정유준과 배현욱의 차가 오고 있었다.‘저 두 사람은 왜 따라온 거야?’“형사가 아니라 아이 아빠야!”“그래 좋아! 괜히 거짓말했다가 지금 바로 밧줄을 끊어버릴 테니까!”홍수혁이 노골적으로 위협하기 시작했다.‘밧줄?’서둘러 고개를 돌려 허공을 바라보니, 항구에서 가장 높은 크레인 위에 작은 그림자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이 보였고, 그 아래는 시멘트 도로가 있었는데 수십 미터 높이에 매달려 있었다.강하영은 두 다리가 완전히 풀려버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온몸에서 식은땀을 흘렸다.“홍, 홍수혁! 내 아들 당장 내려줘! 제발 부탁이야!”강하영의 목소리는 주체할 수 없이 떨리기 시작했고, 강하영 뒤를 따라 차에서 내린 우인나가 강하영의 시선을 따라 위를 바라보고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세준아! 세준이가 위에 있어!”우인나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보통 사람도 그렇게 높은 곳에 올라가면 무섭기 마련인데 어린아이는 어떻겠는가?강세희는 세준이 높은 곳에 매달려 있는 것을 보고 겁에 질려 울음을 터뜨렸고, 전화기 너머로 홍수혁의 사나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들을 구하고 싶으면 가져온 물건을 전부 이쪽으로 넘겨!”“줄게! 다 줄게! 차 어디 세웠어? 2억 어떻게 전해주면 돼?”“저기 크레인 밑에 있는 작은 집 보여? 차를 이쪽으로 몰고 와서 차 키는 집안에 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