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꼭 그렇게 해야겠어요? 아무것도 모르면서 함부로 말하지 마요. 유준이 어떤 사람인지는 내가 제일 잘 아니까. 유준이처럼 감정에 충실한 사람은 본 적이 없어요. 양다인한테 속지 않았으면 이런 일이 있었겠어요?”“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겠어요? 남자들은 늘 핑계만 댄다니까요.”“…….”우인나의 조롱에 배현욱은 할 말을 잃었다.‘이렇게까지 설명을 해도 못 알아들어?’배현욱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우인나 씨, 내가 바람둥이인 건 인정하지만, 나한테도 선이란 게 있어요. 아무튼, 흠흠, 괜찮다면 나한테 시간을 좀 줘요. 내가 책임질 테니까.”“그럼 내가 고맙다고 해야겠네요?”우인나는 눈을 흘겼다.‘책임지는 것도 시간이 필요해? 그딴 식으로 성의도 없으면 나도 필요없어!’‘정말 얘기도 안 통하고 피곤한 여자네.’접촉 사고 문제를 해결하고 배현욱은 위층으로 올라가 정유준을 찾아가려 했는데, 사무실 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정유준의 화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런 쓰레기를 지금 보라고 내민 거야? 못하겠으면 당장 꺼져!”“죄송합니다, 정 대표님. 지금 바로 시정하겠습니다!”말이 끝나자마자 기획팀 직원이 겁에 질린 얼굴로 뛰쳐나오더니 배현욱에게 인사를 하고 가버렸고, 배현욱은 엉망진창이 된 사무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또 어느 멍청한 놈이 우리 대표님을 화나게 했을까?”정유준은 배현욱을 힐끗 보더니 싸늘한 표정으로 입을 뗐다.“네가 여긴 웬일이야?”“왜 엄한 사람한테 화풀이야?”정유준은 의자에 앉으며 더욱 딱딱해진 말투로 말했다.“한가해 보이네.”배현욱은 바닥에 떨어진 자료를 주워 정유준 책상에 올려놓았다.“그러게. 그런데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정유준은 책상 위에 있는 담배를 집어 들어 불을 붙이고 한 모금 깊이 빨아들인 뒤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혹시 어머님 일 때문이야?”“질문이 참 많네.”넌지시 떠보려는 배현욱을 향해 정유준은 체면도 봐주지 않고 쏘아붙였다.“네가 걱정되니까 그러지. 무슨 일인지 얘기해
강하영의 지금 언행은 마치 자기 능력을 이용하여, 다른 사람과 낳은 아이를 보호하려는 것 같은데, 그건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오후 4시.강하영은 회의를 마치자마자 우인나의 전화를 받았다.“인나야.”“하영아! 지금 당장 뉴스 봐봐!”우인나는 전화기 너머로 다급하게 소리쳤다.“지금 뉴스에 나오고 있는 거 세준이와 세희가 다니는 스쿨버스인지 확인해 봐!”강하영은 멍한 표정으로 얼른 휴대폰을 내려놓고 뉴스를 켜자, 한 줄의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스쿨버스의 모습을 확인한 강하영은 다리가 풀려버리고 말았다.‘세준의 유치원 스쿨버스야! 애들은…….’임수진이 곁에서 지켜보다가 황급히 손을 뻗어 강하영을 부축해 줬다.“강 대표님, 무슨 일이에요?”강하영은 수진의 말에 정신을 차리더니, 멍한 표정을 하고 있는 임수진을 남겨두고 쏜살같이 엘리베이터로 달려갔다.강하영이 전화를 끊자, 우인나도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어 가방을 들고 사무실을 뛰쳐나와 엘리베이터에 도착하니, 정유준과 배현욱도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었다.배현욱은 우인나의 심각한 표정을 보고 입을 열었다.“왜 그래요? 어디 아파요?”우인나는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엘리베이터에 들어가 정유준을 향해 입을 열었다.“대표님, 유, 유치원 스쿨버스가 교, 교통사고가 났는데, 하영이 지금 그쪽으로 가고 있어요. 지금 제정신이 아닐 텐데 혹시라도 지금 운전하면 위험할까 봐 걱정돼요.”우인나의 말에 정유준의 안색도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뭐라고?”배현욱도 미간을 찌푸리며 얼른 휴대폰을 꺼내 뉴스를 확인한 뒤 정유준에게 건네주었다.스쿨버스의 앞부분이 거의 망가진 것을 본 정유준은 눈시울을 붉히며, 주위가 얼어붙을 것 같은 싸늘한 기운을 뿜었다.그때 엘리베이터가 1층에 멈추자, 정유준은 쏜살같이 앞으로 뛰어가기 시작했고, 배현욱과 우인나도 뒤를 따랐다.10분 후,강하영이 교통사고 현장에 도착
“하영아!”말이 끝나기 바쁘게 우인나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강하영이 떨리는 몸으로 우인나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함께 달려온 배현욱과 정유준도 눈에 들어왔다.정유준은 차가운 표정으로 정희민의 무사한 모습을 확인하고 나서야 시름을 놓았다.그리고 강세희가 눈에 들어왔지만 유독 강세준은 보이지 않았다. 강하영은 시선을 선생님한테로 돌리고 입을 열었다.“주변에 CCTV는 없어요?”“확인하러 갔어요.”선생님이 황급히 대답했고, 강하영은 한 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 입술을 깨물며 눈물을 흘렸다.‘왜 다른 애들은 다 있는데 우리 세준이만 보이지 않는 거야?’“세준이 어머님, 조급해하지 마세요. 어쩌면 다른 곳에 놀러 갔을 수도 있으니, 조금 있다가 다시 돌아올 수도 있잖아요.”“우리 아들은 그럴 아이가 아니에요! 함부로 딴 곳으로 갈 애가 아니란 말이에요!”이성을 잃어 소리를 지르는 엄마의 모습에 강세희는 울면서 강하영을 안았다.“엄마…… 이러지 마세요, 저 무서워요…….”두 주먹을 꽉 쥐고 있는 정희민의 얼굴에는 죄책감으로 가득했다. 세준이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자기 잘못이라고 생각했다.우인나도 상황을 파악하고 얼른 앞으로 나서 강하영을 잡고 입을 열었다.“하영아, 진정하고 일단 형사한테 얘기해 보자.”‘형사…….’우인나의 말에 정신을 차린 강하영은 문득 한 가지 사실이 떠올라 떨리는 몸을 돌려 정희민을 보더니 몸을 웅크리고 앉아 희민을 바라보며 물었다.“희민아, 너 혹시 세준이를 찾을 수 있어?”하영의 물음에 희민이는 안타까운 눈빛으로 강하영을 바라보았다.“세준이가 오늘 그 어떤 전자제품도 몸에 지니고 오지 않았어요.”그리고 사람을 추적하는 기술은 지금 한창 세준이한테서 배우는 중이었다.희망이 부서진 강하영은 절망에 빠졌고, 우인나는 세희를 안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강하영을 바라보다가 또 한쪽에 서서 안색이 어두운 정유준을 바라보았다.“정 대표님, 도와주세요.”정유준은 마치 못 들었다는 듯 정희민을 안고 자리를 떠나려 했는데, 그
정유준이 배현욱을 노려보자, 배현욱은 어깨를 으쓱했다.“사실을 얘기했을 뿐이야.”정유준은 이를 악물었다. 방금 강하영의 상태를 못 본 것도 아니니,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정유준은 정희민을 안고 강하영의 뒤를 쫓아갔고, 배현욱도 그런 정유준의 뒤를 따랐다.20분 후.강하영이 항구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자마자 홍수혁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죽고 싶어? 왜 많은 사람을 데리고 온 거야?”“나 혼자 왔는데, 무슨 사람이 있다는 거야?”“입구에 또 검은 차 두 대가 도착했는데,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 봐!”강하영이 멍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그 말에 몸을 돌려 보니, 정유준과 배현욱의 차가 오고 있었다.‘저 두 사람은 왜 따라온 거야?’“형사가 아니라 아이 아빠야!”“그래 좋아! 괜히 거짓말했다가 지금 바로 밧줄을 끊어버릴 테니까!”홍수혁이 노골적으로 위협하기 시작했다.‘밧줄?’서둘러 고개를 돌려 허공을 바라보니, 항구에서 가장 높은 크레인 위에 작은 그림자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이 보였고, 그 아래는 시멘트 도로가 있었는데 수십 미터 높이에 매달려 있었다.강하영은 두 다리가 완전히 풀려버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온몸에서 식은땀을 흘렸다.“홍, 홍수혁! 내 아들 당장 내려줘! 제발 부탁이야!”강하영의 목소리는 주체할 수 없이 떨리기 시작했고, 강하영 뒤를 따라 차에서 내린 우인나가 강하영의 시선을 따라 위를 바라보고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세준아! 세준이가 위에 있어!”우인나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보통 사람도 그렇게 높은 곳에 올라가면 무섭기 마련인데 어린아이는 어떻겠는가?강세희는 세준이 높은 곳에 매달려 있는 것을 보고 겁에 질려 울음을 터뜨렸고, 전화기 너머로 홍수혁의 사나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들을 구하고 싶으면 가져온 물건을 전부 이쪽으로 넘겨!”“줄게! 다 줄게! 차 어디 세웠어? 2억 어떻게 전해주면 돼?”“저기 크레인 밑에 있는 작은 집 보여? 차를 이쪽으로 몰고 와서 차 키는 집안에 둬!”“
강하영은 정유준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그게 무슨 뜻이에요? 내가 당신을 속인다고 생각해요?”“그게 아니면 뭐야!”정유준의 반문에 강하영은 어디서 힘이 생겼는지 정유준의 손을 힘껏 뿌리치고는 실망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정유준을 향해 쏘아붙였다.“정유준 씨! 오늘 했던 말 꼭 기억하길 바랄게요! 언젠간 오늘 당신의 한 말과 행동에 후회하는 날이 올 테니까!”말을 마친 강하영은 곧장 차에 올라 시동을 걸고 작은 집으로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우인나는 울음을 그치지 않는 세희를 안고 제자리에 서서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는 자신의 상사를 혐오의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정 대표님, 이번엔 제대로 하영이한테 상처를 주셨네요. 저도 마찬가지로 대표님의 세계관에 제대로 충격받았네요.”말을 마친 우인나는 몸을 돌려 강하영의 차를 뚫어지게 쳐다보았고, 멀지 않은 곳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던 배현욱은 한숨을 깊게 내쉬며 앞으로 다가왔다.“유준아, 방금 강하영 씨 모습 연기하는 것 같지는 않았어.”정유준은 서늘한 표정으로 허공에 매달려 있는 작은 그림자를 보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내가 직접 조사한 결과가 가짜라고 생각하지 않아.”낮은 집.강하영은 차 키를 집 안에 있는 탁자 위에 놓고 홍수혁의 카드에 2억을 입금한 뒤, 급히 홍수혁에게 전화를 걸었다.“입금 확인했으니까, 여기서 먼 곳에 떨어져 있어. 내가 먼저 떠날 테니까.”“그럼 내 아들은?”“내가 떠난 뒤에 구하면 되잖아.”강하영의 떨리는 목소리에 홍수혁이 불쾌한 말투로 대답하자, 강하영도 더 이상 말하지 못하고 홍수혁의 말대로 몸을 돌려 집에서 멀리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몇 분도 채 안 되어 강하영은 홍수혁이 집 안으로 들어가더니 다시 밖으로 나와 차에 오를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보았다.강하영은 홍수혁이 차 안으로 발을 들여놓는 것을 그저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때 귀청을 찌르는 듯한 사이렌 소리에 강하영은 몸을 흠칫 떨었다.‘뭐야, 경찰이야? 그럼 홍수혁은…….’“X발, 이년들이 감
순간 강하영의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세준아, 정말 우리 세준이 맞아?”강하영은 아들이 여전히 멀쩡한 모습으로 자기 앞에 나타났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세준이는 분명 높은 곳에서 추락했잖아…….’“엄마.”강세준의 작은 얼굴에 알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 떠올랐다.“엄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아니면 또 누구겠어요?”확실한 대답을 들은 강하영은 얼른 눈물을 닦았다.“아니야, 세준아. 엄마가 잠시 헛소리했나 봐. 지금 갈게.”“어서 와요, 엄마.”강하영은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강세준한테 가려고 했지만, 아무리 걸어도 세준이 곁으로 다가갈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하고 공포에 질린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세준아…….”“엄마, 왜 그렇게 느려요? 빨리 와요.”강하영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세준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지만, 앞으로 달려갈수록 세준의 그림자는 더욱 멀어졌다.“엄마…….”세준의 검은 눈동자에는 실망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엄마, 왜 아직도 안 와요?”“엄마가 갈게! 움직이지 말고 거기서 기다려.”“엄마, 너무 늦었어요…….”세준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더니, 작은 그림자가 갑자기 사라졌다.“세준아?”“세준아!”병실 안.강하영이 비명을 지르며 병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온몸을 떨면서 하얗게 질린 얼굴로 숨을 헐떡였고, 하영의 비명에 소파에 있던 우인나도 잠에서 깼다.“하영아, 정신이 들어? 혹시 악몽이라도 꿨어?”우인나의 목소리에 강하영은 점차 악몽에서 벗어나 뻣뻣하게 고개를 들어 우인나를 바라보았다.“우인나…….”강하영이 입을 열려는 순간 머릿속에 세준이 참혹하게 죽어있는 모습이 떠올라 눈동자가 커지더니, 재빨리 우인나의 팔을 잡았다.“세준이는? 지금 어디 있어?”“하영아, 일단 진정하고 내 얘기 좀 들어봐.”우인나의 위로에도 강하영은 당황하며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우리 세준이 정말 죽은 거야……?”그러다 눈시울을 붉히며 감정이 점점 격해지기 시작했다.“얼른 대답해 봐! 우리 세준이 죽
“그게 당신과 무슨 상관인데? 정유준 씨가 뭔데 내 아들을 못 보게 막는 거야? 만약 세준이가 죽었다면 평생 당신을 용서할 수 없을 거야! 당신이 매정하게 죽는 걸 보면서도 구해주지 않았잖아!”정유준의 표정이 점점 구겨지는 것을 발견한 우인나가 얼른 앞으로 나서 설명하기 시작했다.“하영아, 일단 진정 좀 해. 내가 세준이 보여줄게.”우인나는 얼른 휴대폰을 꺼내 배현욱에게 영상통화를 걸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배현욱의 얼굴이 화면에 나타났다.“무슨 일이죠?”“하영이가 볼 수 있게 카메라를 세준이한테, 엇?”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하영이 휴대폰을 빼앗아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봤고, 배현욱이 화면을 돌려 병상에 조용히 누워있는 강세준을 비추는 순간 강하영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세준이가 죽지 않았어…….’몸에 거즈나 산소마스크도 없었고, 그저 작은 손등에 바늘이 꽂혀 있었다.“세준이가, 왜 이러고 있는 거야?”“다량의 마취제 때문에 아직 깨어나지 못한 거야.”우인나가 한숨을 쉬며 설명하자, 강하영은 조마조마한 심정이 안정을 되찾고 휴대폰을 천천히 내려놓았다.“그럼 떨어진 사람은 누구야?”“그냥 모래로 가득 채운 인형에 세준이 옷을 입혔던 거야. 튀어나온 피는 사실 닭피였고.”당시 우인나도 몹시 놀랐지만, 앞으로 달려가 인형이라는 것을 발견한 순간 사기극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정 대표님은 과연 대단하다고 새삼 느꼈다.진작에 위에 매달려 있는 것이 진짜 세준이가 아니라는 것을 눈치채고 강하영이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막은 것이다. 마찬가지로 경찰도 정유준이 부른 것이었다. 정유준은 홍수혁에게 무척 아끼는 아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홍수혁이 정말 살인은 하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다.왜냐하면 홍수혁의 아들도 혈육이라곤 홍수혁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 사실만으로도 모든 것을 미리 꿰뚫고, 홍수혁이 도망가려고 할 때 경찰이 그를 체포하도록 했다.유일하게 예상하지 못한 것이라면 가짜 세준의 죽음 때문에 충격을 받은 하영이 쓰러졌다는 사실이다.
한동안 침묵이 흘렀고, 참지 못한 강하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내 얼굴에 뭐 묻었어요? 왜 그렇게 쳐다봐요?”정유준은 뒤에 있는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았는데, 그 자태는 무척이나 고귀하고 우아해 보였다.“우리 얘기 좀 해.”강하영은 그런 정유준의 눈빛을 피했다.“우리 사이에 더 나눌 얘기가 있었나요?”“그래? 그럼 내가 후회할 거라고 했던 말 설명해 봐. 왜 그런 말을 했지?”“급한 마음에 아무 말이나 나간 것이었어요.”정유준의 느릿느릿한 질문에 강하영은 변명했고, 정유준은 담담한 표정은 강하영이 솔직하게 얘기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짐작한 것 같았다.“얘기하고 싶지 않다면 굳이 강요하지 않아. 다만 희민이 일은 너도 잘 알고 있겠지?”강하영은 정유준을 똑바로 쳐다보기 시작했다.“무슨 말을 하고 싶어요?”“희민이 우리 아이잖아.”“그게 어쨌다는 거죠?”강하영도 더 이상 빙빙 돌려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다시는 너와 희민이를 만나게 할 생각이 없어.”“왜 희민이를 만나지 못하는데요?”“네가 희민이 엄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정유준의 냉정한 말투에 강하영은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웃음을 터뜨렸다.“왜요? 희민이가 유준 씨만의 아들이에요? 내 아들이기도 해요! 그러니까 유준 씨는 희민이와 내가 만나는 것을 막을 권리는 없어요! 법적으로 나한테도 희민이를 만날 자격이 있다고요!”“너도 희민이가 네 아들인 걸 알고 있었어? 그런데도 희민이가 독차지해야 할 엄마 사랑을 존재하지 말아야 할 사생아한테 나눠준 거야?”‘사생아?’강하영은 순간 숨이 멎는 것을 느끼며 놀란 눈으로 정유준을 바라보았다.비록 애들의 출생 비밀을 지키려는 것은 맞지만 다른 사람이 두 아이를 사생아라고 부르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강하영은 화를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정유준의 뺨을 때리려 했지만, 정유준이 손을 들어 강하영의 손목을 잡고 싸늘하고 무표정한 얼굴로 강하영을 응시했다.“왜? 내가 정곡을 찔러서 부끄럽고 화가 났어?”“정유준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