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준은 시선을 거두며,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위층으로 올라갔다.다음날, 희민은 세희와 수지를 데리고 함께 학교에 갔다.가는 길에서 희민이 물었다.“수지야, 주강 아저씨는 왜 이번에 공항에 널 마중하러 가시지 않은 거야?”어젯밤에 잠을 잘 자지 못했기 때문에, 수지는 정신을 딴 데에 팔고 있었다. 세희가 그녀의 팔을 흔들어서야 수지는 정신을 차리고 멍하니 세희를 보았다.“희민 오빠가 묻잖아. 왜 주강 아저씨가 공항에 안 가셨냐고.”수지가 대답했다.“우리 아빠 지금 김제에 안 계셔. 출장 가셨거든.”이 대답을 듣고, 희민은 눈을 들어 백미러를 통해 컨디션이 좋지 않은 수지를 보았다. 그는 계속 물었다.“어젯밤에 잘 자지 못한 거야?”수지는 담담하게 웃었다.“낯선 환경에 와서 그런지, 잠을 좀 설쳤어. 오늘은 많이 좋아질 거야.”“필요한 것이 있으면 우리에게 말해. 우리가 준비해 줄게.”“아니야.” 수지는 얼른 손을 흔들었다.“챙겨야 할 것은 나도 다 챙겨왔어. 신경 써줘서 고마워.”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학교에 도착했다.희민은 수지와 함께 세희를 교실까지 데려다주었다.세희는 들어간 후, 희민에게 문자를 보냈다.[오빠, 수지도 교실로 데려다줘.]희민은 메시지에 답장했다.[응, 알겠어.]핸드폰을 접고, 옆에 있던 수지가 입을 열었다.“희민아, 진우빈이 어느 교실에 있는지 알아?”“4층에 있어. 지금 찾아가려고?”“응. 난 1교시에 수업이 없어서 급하게 갈 필요가 없거든.”“그래, 그럼 찾아가 봐. 난 먼저 교실로 갈게. 일 있으면 핸드폰으로 연락해.”수지는 웃으며 말했다.“응.”희민이 떠난 후, 수지는 4층을 향해 걸어갔다. 우빈이 있는 교실에 도착하자, 그녀는 안을 들여다보았다.우빈을 발견한 다음, 수지는 자신과 가까운 학생에게 말했다.“안녕, 진우빈 좀 불러 줄래?”남학생은 수지를 보자마자, 눈에서 빛이 났다. 그는 얼른 일어서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내가 불러 줄게!”말이 끝나자, 그는
수지는 우빈을 바라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이 정도로 이성적일 줄은 정말 몰랐는데.’그러나 이렇게 찾아온 이상, 수지도 나름 준비를 했다.“존중? 그럼 세희를 이토록 존중하는 사람이 왜 14년 전에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고 세희와 연락을 끊은 거지?”“나도 나만의 이유와 고충이 있었어. 만약 세희가 이 일에 신경을 쓰고 있다면, 난 세희를 찾아가서 진지하게 설명할 거야.”우빈은 여전히 수지의 질문에 대답하는 것을 거부했다.거리감을 느낀 수지는 미리 준비를 했어도, 이 순간 어떻게 물어봐야 할지 몰랐다.잠시 후, 수지가 말했다.“만약 세희가 진우빈 씨의 설명을 들을 마음이 있었다면, 오늘 내가 이렇게 찾아올 필요가 없잖아? 마찬가지로, 너에게 만약 설명할 기회가 있었더라면, 세희도 지금처럼 널 피하고 다니니 않았겠지.”“세희가 평생 날 무시하고, 내 설명을 듣지 않더라도, 난 다른 사람에게 우리 사이의 일을 말하지 않을 거야.”수지는 웃으며 말했다.“세희를 무척 존중하고 있는 것 같군. 세희는 정말 사람을 잘못 보지 않았어.”“세희를 위한 마음, 나도 잘 알고 있지만, 지금 나도 딱히 할말이 없어서. 먼저 갈게.”말을 마치자, 우빈은 떠나려 했고, 수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세희가 14년 동안 줄곧 진우빈 씨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거 알아?”우빈은 발걸음을 멈추었다.“세희를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난 이 사실을 알고 있었어. 그렇지 않으면 나도 계속 기회를 찾아 세희에게 설명하고 싶지 않았겠지. 만약 정말 내 대답을 듣고 싶다면, 나 대신 세희에게 이 말을 전해줘. 나에게 설명할 기회를 좀 주라고.”우빈이 가는 것을 지켜보며, 수지는 핸드폰을 꺼내 세희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우빈이 한 말을 모두 세희에게 전달했다.세희는 문자를 보며 핸드폰을 응시했다.그녀에게 아무런 답장이 없는 것을 보고, 수지는 계속 문자를 보냈다.[세희야, 넌 어떻게 생각해?]세희는 천천히 타자를 했다.[나도 내 생각을 잘 모르겠어. 매
그러나 전화가 연결되기도 전에, 옆에 있던 임지나는 세희를 세게 밀었다. 세희는 방비를 하지 않았기에, 하마터면 땅에 쓰러질 뻔했다.곧이어 임지나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여기서 가식 떨지 말고 빨리 좀 꺼져 줄래?!”수지는 바로 세희를 일으켜 세우더니, 임지나에게 말했다.“지금 여기서 이런 말을 할 때가 아닌 것 같은데?”“괜찮아, 하고 싶은 말 다 하라고 해. 난 괜찮아.”세희가 대답했다. 곧이어 그녀는 천천히 일어서더니, 핸드폰으로 119에 전화를 걸었다.곧 학교의 의사가 먼저 와서 우빈을 위해 응급 지혈 처리를 했다.구급차가 도착하자, 세희는 구급차를 따라 함께 떠날 준비를 했다. 그러나 간호사에게 설명하려는 순간, 그녀는 문득 음산한 시선이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세희는 고개를 홱 돌이며 그 차가운 기운을 향해 바라보았다. 그러나 군중 속에서 그녀는 아무런 수상함도 발견하지 못했다.세희가 정신을 차릴 때, 앞에 있던 구급차는 이미 문을 닫았다. 그녀가 멍해지자, 옆에 있던 수지가 설명했다.“세희야, 임지나가 먼저 올라갔어.”세희는 말없이 입술을 오므리더니 잠시 침묵했다.“응, 우리는 기사에게 병원에 가자고 하면 돼.”이때 희민이 그녀들 곁에 나타났다.“세희야, 수지야.”두 사람은 고개를 돌렸고, 세희는 얼른 앞으로 다가갔다.“오빠, 지금 차로 우리를 병원에 데려다 주면 안 돼?”희민은 고개를 끄덕였다.“응, 하지만 그 전에 밥부터 먹으러 가자.”“입맛이 없는데...”“안 먹으면 갈 생각하지 마.” 희민은 단호하게 말했다.옆에 있던 수지도 세희를 설득했다.“세희야, 먼저 밥 먹으러 가자. 그쪽엔 임지나가 있으니 괜찮을 거야. 지금 가도 그저 밖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잖아.”세희는 두 사람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하는 수 없이 대답했다.“그럼 병원에서 아무거나 사 먹자. 더 이상 날 설득하려 하지 마.”그렇게 희민과 수지는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병원으로 가는 길에, 세희는 뒷좌석에 앉아
희민이 입을 열려고 할 때, 수지가 갑자기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임지나의 얼굴을 향해 사정없이 따귀를 날렸다.이 행동에 세희와 희민은 깜짝 놀라더니 멍하니 수지를 바라보았다.임지나는 얼굴을 가리며 수지를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수지가 먼저 말했다.“우리는 널 상대하고 싶지 않은데, 넌 오히려 스스로 문제를 자초하려 하는군. 너도 마땅히 얻어맞아야 해. 세희가 진우빈을 보러 오든 안 오든, 그것은 세희의 마음이지, 넌 참견할 자격이 없어. 그런데 감히 세희를 욕하다니.”임지나는 분노에 두 눈이 붉어졌고, 눈물도 눈가에서 맴돌기 시작했다.“그래, 난 자격이 없지만, 강세희, 난 네가 너무 눈에 거슬려! 넌 나보다 먼저 우빈을 만났을 텐데, 내 말 맞지?그런데 왜 굳이 우빈이랑 모르는 척 하는 거야? 너희들은 우빈의 사정에 대해 모르지만, 난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 우빈은 최근에 심지어 아르바이트까지 그만뒀다고!”‘아르바이트?’세희는 멍해졌다. “무슨 아르바이트?”임지나는 차갑게 웃었다.“넌 우빈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것조차 몰랐어? 그동안 우빈은 줄곧 밖에서 중학교나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과외를 해가면서 생활비를 벌었다고!”“우빈의 이모는 생활비를 주지 않은 거야?”세희는 마침내 자신의 의혹을 제기했다.“이모?” 임지나도 어리둥절해졌다.“우빈에게 언제 이모가 있었지? 내가 알기로는 우빈은 늘 혼자였어.”이 말을 듣자, 세희의 머릿속은 새하얘졌다.‘난 우빈이의 이모를 본 적이 있는데, 그동안 늘 혼자서 지냈다니?’‘설마...’세희는 더 이상 생각할 엄두가 없었다.임나는 손을 내려놓고 울먹였다.“우빈이 초등학교 때 어떻게 지냈는지는 나도 잘 모르지만, 중학교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기 시작했어. 야간 자습 시간에 돈을 벌러 나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습 성적은 줄곧 떨어진 적이 없었어. 우빈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지, 정말 상상조차 할 수 없겠더라고. 중학교뿐만 아니라 고등학교 때도 마찬가지였
얼마 지나지 않아, 간호사들은 우빈을 VIP 병실로 보냈다.수지와 희민은 입원에 필요한 물건을 사러 나갔기 때문에, 병실에는 세희와 임지나, 그리고 우빈 세 사람밖에 없었다. 세희는 병상 앞에 앉아 창백하게 누워있는 우빈을 뚫어지게 쳐다보았고, 임지나는 벽에 기대고 있었다. 잠시 후, 그녀는 세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우빈이 권투 배운 적 있다는 거 알아?”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몰라.”“그때 나도 무척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생활이 그렇게 궁핍한 사람이 왜 굳이 권투를 배우러 갔을까? 그러나 우빈이 그러더라, 한 사람을 보호하고 싶어서 그런 거라고. 그리고 널 만나고서야 난 우빈이 보호하고 싶은 사람이 누구인지 깨닫게 되었어. 넌 정말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임지나가 이렇게 말할수록 세희의 마음은 더욱 답답해졌다.‘자기도 먹여 살리지 못하면서, 왜 또 날 위해서 권투를 배우는 거야? 난 자신을 잘 돌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내 편에 서주는 사람까지 있는데.’‘그리고 앞으로 날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면서 이런 일들을 한 거잖아. 바보 아니야?’세희가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임지나는 냉소를 지었다.“됐어, 너 같은 사람한테 이런 말을 해도 소용이 없지. 나 갈게. 넌 남아서 우빈이나 잘 돌봐!”말이 끝나자, 임지나는 몸을 돌려 병실을 떠났다.문이 닫힌 순간, 세희는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우빈의 손을 가볍게 어루만졌다. 하고 싶은 말은 가득했지만, 이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우빈의 속눈썹이 가볍게 떨렸다. 다만 세희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기에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우빈은 천천히 눈을 뜨며 멍하니 사방을 둘러보았고, 이내 고개를 숙이며 훌쩍거리는 세희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그는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세희야...”우빈은 잠긴 목소리로 입을 열며 가볍게 세희의 이름을 불렀다. 소리를 듣고 세희는 곧바로 고개를 들었다.눈물이 고인 눈동자가 그렇게 우빈의 눈에 들어왔다. 그는 미간을 살짝
30분 후, 희민과 수지는 음식과 일용품을 들고 돌아왔다.문에 들어서자마자 두 사람은 세희와 우빈이 손을 꼭 잡고 있는 것을 보았다.희민은 은근히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우리 세희는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닌 것 같군. 이제 곧 다른 사람이 우리를 대신하여 세희와 함께 있어주겠지?’수지는 손에 든 물건을 침대 머리맡에 가볍게 내려놓은 다음, 낮은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오해를 푼 거야?”세희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더니 재빨리 자신의 손을 거두어들이며 해명했다.“아, 아직!”그리고 그녀의 행동에 우빈이 깨어났다. 그는 다시 눈을 뜨면서 잔뜩 긴장해하며 세희의 모습을 찾으려 했다.세희가 자신의 옆에 있단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우빈은 비로소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동시에 그는 희민과 수지를 보았고, 바로 일어나 앉으려 했다.희민은 입을 열었다.“움직이지 말고 편하게 누워 있어.”희민과 수지를 본 우빈은 그제야 반응을 하더니 병실을 한 바퀴 둘러보았고, 눈살을 찌푸렸다. 이 병실은 일반 병실보다 훨씬 컸는데, 심지어 안에 병상이라곤 하나밖에 없었다.“세희야, 네가 날 위해서 이 고급 병실을 마련한 거야?”희민은 우빈이 불편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나서서 설명했다.“학교가 신청해 준 거야. 네가 학교에서 다쳤으니 보험 회사에게 연락하 거지. 내 말 믿지 못하겠으면 학교에 돌아가서 물어봐.”이 말을 듣고서야 우빈은 조금 안심했다.세희는 우빈이 희민과 수지 때문에 부담을 받을까 봐 걱정이 돼서 두 사람에게 말했다.“너희들 먼저 학교에 가. 여긴 내가 있으니까 괜찮을 거야.”희민과 수지는 눈빛을 교환하며 곧 고개를 끄덕이고는 병실을 떠났다.이번에 우빈은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았다. 그는 몸을 지탱하고 일어나서 앉으려 했지만, 세희는 오히려 우빈을 막았다.“움직이지 마! 만약 계속 일어나려 한다면, 난 돌아갈 거야. 너 혼자 여기서 마음대로 움직이든가!”그렇게 우빈은 조용해지더니 더 이상 자신을 들볶지 않았다.세희는 우
우빈은 웃음을 지었고, 잘생기고 깨끗한 얼굴은 미소로 인해 많이 해맑아졌다.하영은 그런 우빈을 멍하니 바라보았다.비록 집에 잘생긴 남자가 넷이나 있었지만, 우빈처럼 부드럽고 상냥한 타입은 그야말로 그녀의 취향을 저격했다.하지만 세희는 곧 시선을 거두었다.그녀는 어색하게 목을 가다듬으며 말했다.“배고프지 않아? 수지가 먹을 것 좀 사왔는데. 얼른 먹어.”“좋아.”...저녁 무렵, 세희는 소파에 앉아 링거를 맞고 있는 우빈과 함께 얘기를 나누었고, 이때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인우의 전화인 것을 보고 그녀는 연결 버튼을 눌렀다.“무슨 일이야?”[누나, 지금 어디 있어요?]인우가 물었다.세희는 어깨로 핸드폰을 받치면서 사과를 깎고 있었다.“병원인데, 왜?”[병원이요?!]인우는 걱정스럽게 물었다.[왜 병원에 있는 거예요? 어디 아파요? 아니면 남과 싸우다 그 사람이 병원에 실려간 거예요?! 누나, 내가 전에 말했잖아요, 좀 조신하게 행동하라고. 예쁘게 생긴 사람이 왜 이렇게 폭력적인 거예요? 앞으로 누가 누나와 결혼하려 하겠어요...]아무것도 모르는 인우는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의 말에 세희는 점차 열받기 시작했고, 안색도 점차 어두워졌다.“정인우!!” 세희는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너 또 나한테 얻어맞고 싶어?! 그럼 그냥 솔직하게 말해, 내가 지금 당장 널 찾아갈 테니까!]병상에 있던 우빈은 세희가 사자처럼 욱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웃었다.‘세희는 확실히 어릴 때와 다름이 없는 것 같아. 성질이 하나도 변하지 않았어.’우빈이 몰래 웃는 것을 보고, 세희는 또 그를 노려보았다.[잘못했어요, 누나!]인우가 말했다.[희민 형은 오늘 저녁에 일이 있어서 집에 없고, 세준 형은 아직 회사에 있는데, 수지 누나는 또 주강 아저씨와 약속이 있어서 나가서 밥 먹었단 말이에요. 나만 혼자 이렇게 남았어요. 누나, 지금 어느 병실에 있는 거예요? 내가 누나와 같이 밥 먹으면 안 돼요?]세희는 거절하려 했지만, 저
세희는 어쩔 수 없이 말했다.“나와 오빠는 이 비용을 계산한 적이 없으니까, 정말 돈을 갚고 싶다면 직접 우리 아빠에게 줘. 어차피 이 병원도 우리 아빠의 것이니까.”우빈은 멈칫했다. “그럼 네 아빠의 연락처...”“정말 미쳐버리겠네!” 세희는 화가 나서 일어섰다.“너 돌대가리야 뭐야?!”말이 끝나자, 세희는 몸을 돌려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러나 들어가자마자 그녀는 문자를 받았는데, 확인해 보니 우빈이 입금한 육백만 원이었다.세희는 하마터면 숨이 넘어갈 뻔했고,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우빈을 때리려 했다. 그러나 그가 환자라는 생각에 참고 또 참았다.하지만 진정을 되찾자, 세희는 또 저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우빈도 여전히 그대로야. 아무리 힘들어도 남의 돈을 탐내지 않잖아.’또한 이런 정직함 때문에 세희가 우빈에게 호감을 가지게 된 것이었다.30분도 안 되는 사이. 인우는 병실에 도착했다. 문에 들어서자 그는 소파에 앉아 있는 세희와 병상에 누워 있는 우빈을 발견했다.그리고 인우는 흥분해하며 앞으로 나아갔다.“나 형 알아요, 누나가 14년 동안 짝사랑한 사람이잖아요!”인우의 말을 듣고, 세희는 고개를 들더니 즉시 인우를 향해 쿠션을 던졌다.“정인우! 너 죽을래!!”인우는 쿠션을 받으며 커다란 두 눈은 억울함을 드러냈다.“누나, 내 말이 틀렸어요? 이 형 때문에 14년 동안 줄곧 마음의 상처를 받았잖아요!”세희는 수줍음에 당황해지더니 즉시 일어서서 인우를 때리려 했다.“그 입 안 닥쳐?!”인우는 공격을 피하면서 말했다.“누나, 지금 자존심 때문에 인정하려 하지 않은 거예요? 우빈 형! 내가 사실대로 말할게요. 우리 누나 마음속에 줄곧 형님이 있었거든요. 누나는 매번 형님을 생각할 때마다 슬펐고, 슬픈 동시에 또 화를 냈어요. 그래서 그럴 때마다 난 우리 누나에게 얻어맞기가 일수였죠.”두 사람이 앞에서 장난치는 것을 보며 우빈의 미소는 점차 짙어졌다. 그러나 이 순간, 문밖에 다른 한 사람이 묵묵히 서 있었다.떠들썩한 방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