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를 끊고, 세희는 교문을 향해 걸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잠깐만.”세희는 자신을 부르는 것이 아닌 줄 알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는데, 그 사람은 직접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어쩔 수 없었던 세희는 발걸음을 멈추었고, 눈을 들어 아침에 만난 적이 있는 그 여자를 바라보았다.‘진우빈의 곁을 따라다닌 여자였지. 두 사람 사이가 좋아 보였는데.’세희는 담담하게 임지나를 바라보았다.“무슨 일 있어?”“나 임지나라고 해.” 임지나는 세희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반가워.”세희는 임지나의 손을 힐끗 보았다.“난 너에 대해 관심이 없는데.”말이 끝나자, 세희는 임지나를 피하고 떠나려 했다. 그러나 임지나는 계속 쫓아가더니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너 우빈이랑 아는 사이지?”세희는 앞을 쳐다보며 임지나의 말을 듣지 못한 것처럼 대답하지 않았다.“두 사람 아는 사이인 거 맞지? 그런데 왜 모르는 척하는 거야?”세희는 임지나의 목소리에 짜증이 나서 숨을 크게 들이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많이 심심해?”“우빈이에 관한 일이라면 하나도 심심하지 않아.”세희는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다시 한번 말하지만, 난 그 사람 몰라. 무슨 문제 있으면 그 사람에게 물어봐, 나 찾아오지 말고. 알았어?”말이 끝나자, 세희는 발걸음을 재촉했다.임지나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세희의 팔을 잡았다.“넌 확실히 우빈이 알고 있잖아. 지금 외면하는 게 분명하다고!”세희는 참다못해 임지나의 손을 뿌리치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경고했다.“난 그쪽과 모르는 사이니까, 나 건드리지 마!”임지나도 덩달아 화를 냈다.“너 때문에 우빈이 오전 내내 말 안 한 거 알아?!”임지나의 말에 세희는 다시 걸음을 멈추었다.‘나 때문에 진우빈이 오전 내내 말을 안 했다고?’생각도 잠시, 세희는 다시 이성을 되찾았다.‘그게 나와 무슨 관계가 있지? 진우빈이 밥을 먹지 못하더라도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잖아!’이번에 임지나가 그녀의 뒤에서 무슨 말을
세희는 그제야 생각이 나서 입을 열었다.“차 샀어?”세준은 키득거리더니 손을 들어 잘난척했다.세희는 천천히 세준 앞으로 다가갔고, 세준이 고개를 돌린 순간, 재빨리 자신의 이마로 그의 이마를 들이받았다.“아-”세준은 아파서 소리를 질렀다.세희는 피식 웃으며 덧니 두 개를 내밀었고, 교활하게 웃었다.“야.” 세준은 이마를 가리며 말했다.“한동안 가만히 놔뒀더니, 까불고 있어.”세희는 눈썹을 치켜세웠다.“난 복수를 할 거야! 그러니까 건드리지 마!”세준은 고개를 저었다.“밥 먹으러 가자.”“응!”김제 대학.임지나는 식당에서 한참을 찾다가 구석에 앉아 있는 우빈을 찾았다. 그녀는 식판을 들고 우빈의 맞은편에 앉았다.우빈은 고개를 들어 임지나를 본 후, 계속 고개를 숙이고 밥을 먹었다.“넌 밥이 넘어가니?” 임지나는 어이가 없었다.“무슨 일 있어도 말을 하지 않다니.”“별일 없어.” 우빈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임지나는 콧방귀를 뀌며 핸드폰을 꺼내 우빈에게 그 사진을 보여주었다.“자, 네가 아는 그 여자에게 이미 남자친구가 생겼으니까, 너도 너무 슬퍼하지 말고 마음 접어.”임지나가 충고했다.우빈은 눈을 들어 사진을 보았다.그러나 순간, 그는 눈살을 찌푸리고 임지나를 바라보았다.“왜 남의 사진을 찍은 거야?”“남이 아니야!”임지나가 말했다.“아침에 네가 쫓아간 그 여자를 찍은 거지!”우빈은 분노를 느꼈다.“임지나, 이 일은 너와 아무런 상관도 없지 않아?”임지나는 멍해졌다. “왜 화를 내고 그래?”우빈은 젓가락을 내려놓았다.“임지나, 나도 진지하게 말하는 거지만, 이제 세희 찾아가지 마! 그리고, 세희가 무엇을 하더라도, 그것은 세희의 자유야. 몰래 남을 찍는 것은 세희를 존중하지 않는 거라고!”임지나는 우빈을 쳐다보며 영문을 몰랐다.“야, 진우빈, 너 멍청이냐? 강세희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는데, 아직도 그 사람을 좋아하다니. 너 어디 아픈 거 아니야? 더 이상 고집 부리지 말고, 너에게 잘해 주는 사람을
세희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내가 변태라고? 그럼 만약 네가 날 이 학교로 보내지 않았으면, 나도 이렇게 할 리가 없었잖아?”“그럼 이렇게 하면 너한테 무슨 좋은 점이 있는 거지?”세준이 되물었다.“진우빈이 어려움을 알고, 스스로 너에게서 떨어졌으면 좋겠어? 그럼 너희들 사이의 문제도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거 아니야? 겁쟁이.”“누가 겁쟁이라는 거야! 그럼 넌 겁쟁이의 오빠가 되는 거잖아!”세희는 화가 나서 생각도 하지 않고 말했다.말을 마치자, 그녀는 표정이 굳어졌다.세준은 오히려 웃음을 터뜨렸다.“네가 겁쟁이란 것을 인정한 거네.”“너랑 쓸데없는 얘기하고 싶지 않아. 그래서 대체 나랑 같이 갈 거야 말 거야?” 세희가 협박했다.“나랑 같이 가지 않으면, 난 앞으로 희민 오빠한테 학교에 데려다 달라고 부탁할 거야.”“제발 그랬으면 좋겠어.” 세준은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 “내가 한가한 줄 알아?”세희는 화가 나서 입을 오므리더니, 차 문을 열고 혼자 학교에 들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세준도 끝내 같이 내려왔다. 그녀는 세준을 보며 헤헤 웃더니, 그의 뒤로 달려갔다. 그리고 힘껏 뛰어올라 세준의 목을 끌어안았다.“날 죽일 작정이야?!” 세준은 성급하게 낮은 소리로 외쳤다.“오빠, 업어줘.” 세희는 손을 떼지 않고 애교를 부렸다. “세준 오빠 짱이야.”세준은 어쩔 수 없이 세희의 엉덩이를 받치며 위로 살짝 들었다. 그녀는 그의 얼굴에 다가가서 부드럽게 불렀다.“오빠.”“음.”“출발!”세준은 세희가 무슨 말을 할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자신의 귓가에 고함을 지를 줄은 몰랐다.세준이 세희를 업고 학교에 들어서자, 한 무리의 학생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세준과 세희는 그들의 시선을 무시하고 교실로 걸어갔다.강의동 앞에 도착할 때, 세희는 호기심에 세준을 쳐다보았다.“넌 왜 조금도 헐떡이지 않는 거지?”“아, 힘들어 죽겠네.” 세준은 담담하게 받아쳤고, 세희는 화가 나서 그의 어깨를 세게 두드렸다.“강세희!!”
그러나 우빈은 부모님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집안에 아무런 배경이 없는 사람일 뿐이었다. 그러니 또 어떻게 눈앞에 있는 남자와 비교를 하겠는가.우빈은 눈을 드리우며 천천히 한 걸음 물러섰다.그가 뒤로 물러서는 것을 보고, 세희는 심장이 조여왔다. 그녀는 감정을 억누르고 세준에게 말했다.“언제까지 멍 때리고 있을 거야? 얼른 가자!”세준은 냉소를 지으며 우빈에게서 시선을 거두었고, 세희를 업고 교실로 향했다.그러나 임지나는 지나가다 마침 이 장면을 보았다.고개를 숙이고 제자리에 서 있는 우빈을 보며, 그녀의 마음은 마치 바늘에 찔린 것처럼 아팠다.점심때 우빈이 뭐라고 했든, 임지나는 그의 팔을 잡아당기며 위층으로 끌고 갔다. 우빈은 반응을 하고 손을 빼려 했지만, 임지나는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한 손으로 잡지 못하자, 그녀는 두 손으로 우빈을 끌고 계단을 향했다.“임지나, 뭐 하려는 거야?!”우빈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강세희를 좋아하는 이상, 왜 똑똑히 설명하지 않는 건데?!”임지나는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우빈은 입술을 오므렸다.“나와 세희의 일에 끼어들지 마.”“그럴 순 없어!” 임지나는 눈시울을 붉혔다.“난 네가 강세희 때문에 이렇게 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 우빈아, 너도 입이 있어, 설명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고!!”“그만해!” 우빈은 임지나를 뿌리쳤다.“난 세희 곁에 설 자격이 없어! 네 마음은 알겠지만 앞으로 이러지 마!”말이 끝나자, 우빈은 몸을 돌려 성큼성큼 떠났다. 임지나는 두 손을 꼭 쥐며 그런 우빈을 바라보았다.잠시 후, 임지나는 다시 고개를 들어 계단을 바라보았고, 아무 생각 없이 위층으로 달려갔다.세희의 교실 앞으로 달려가자, 세희를 업었던 남자는 여전히 그녀의 곁에 있었다.임지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세희의 앞으로 다가가서 물었다.“강세희, 우빈에게 상처 좀 주지 말아줄래?!”세희와 세준은 눈을 들어 임지나를 바라보았다.임지나의 태도에 세준은 차가운 기운을 뿜어내기 시작했고, 눈
두 사람의 말소리를 듣고, 교실 안의 학생들은 잇달아 그들에게 시선을 던졌다. 그러나 아무도 나서서 말리지 못했는데, 세준의 차가운 카리스마에 겁이 났기 때문이다.세희도 이 상황을 보고 얼른 일어섰다.“강세준, 그 손 놓지 못해!”세준은 아랑곳하기는커녕, 심지어 손에 힘을 더 주었다.임지나의 얼굴이 점점 창백해지자, 세희는 다급하게 세준의 팔을 잡았다.“오빠! 그만하라고!! 여긴 학교란 말이야!”임지나가 아픔에 곧 눈물을 흘리려는 순간, 세준은 그제야 혐오에 찬 눈빛으로 손을 거두었다.그는 주머니에서 수건을 꺼내 손을 닦은 뒤, 바닥에 버린 다음 세희에게 말했다.“강세희, 될수록 이 일을 빨리 해결했으면 좋겠어! 만약 더 이상 겁쟁이처럼 남의 뒤에 숨을 거면, 앞으로 날 오빠라고 부르지도 마!”이 말을 남긴 다음, 세준은 화가 난 채로 교실을 나갔다.세준이 정말 화가 났다는 것을 알아차린 세희는 힘없이 다시 의자에 앉았다. 그녀는 냉담하게 눈을 들어 공포에 질린 임지나를 바라보았다.“계속 오해할 거야?”세희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임지나는 물끄러미 제자리에 서 있었고, 한참 후에야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방금 그 남자, 네 오빠였어?”“응.” 세희는 인정했다.“그것도 내 친오빠야. 이제 다 물어봤어? 그럼 이만 떠나지 그래.”임지나는 눈알을 돌리더니 다시 세희를 바라보았고, 잠시 후 교실을 떠났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 일은 학교에 소문이 쫙 퍼졌다. 동시에 우빈도 이 사실을 전해들었다.하지만 그는 세희를 찾아가지 않았는데, 찾아가도 그녀가 자신과 말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어쩌면 우리는 방금 만난 서로에게 냉정해질 시간을 더 줘야 할지도.’사흘 후, 하영과 유준이 귀국했다.세희가 대학에 갔다는 것을 안 그들은 가장 먼저 학교로 달려가 그녀를 마중했다. 가는 길에 세준과 희민, 그리고 인우까지 불렀다.온 가족이 출동했기 때문에, 유준도 많은 경호원을 배치했다.학교 문 앞에 도착하자,
하영은 웃음을 금치 못했다.“됐어, 모두들 빨리 세희가 나왔는지부터 봐.”“누나!”하영의 말이 끝나자마자 인우는 한 방향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누나 저기에 있어요!!”하영 일행과 대문으로 나온 학생들은 모두 인우가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았다.세희는 얼굴을 가리고 허리를 굽힌 채, 경비실 옆의 작은 문으로 빠져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인우는 감격에 겨워 세희를 향해 소리쳤다.“누나!! 여기요!!!”세희는 온몸이 굳어지더니 곧장 발걸음을 재촉하며 도망가려 했다.“누나!!” 인우는 조급해하며 얼른 달려가 세희를 잡아당겼다.세희는 또 어떻게 인우보다 빠르겠는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붙잡혔고, 심지어 그대로 일행 앞으로 끌려갔다.두 사람은 다투며 유준과 하영의 앞으로 다가갔는데, 이때 인우가 중얼거렸다.“누나도 참, 뭐가 창피하다는 거예요?”세희는 화가 나서 그를 노려보았다.“정인우, 대체 날 어떻게 알아본 건데!”그리고 그녀는 더 이상 창피하다고 말하지 않았는데, 유준과 하영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유준의 시선은 세희의 옷깃을 붙잡고 있는 인우의 손에 떨어졌다. 그는 앞으로 다가가서 바로 인우의 손을 때리더니 호통을 쳤다.“네 누나한테 이게 무슨 짓이야?!”인우는 아파서 손등을 비비더니 억울하게 말했다.“아빠, 아빠는 마음속에 누나와 엄마밖에 없는 것 같아요!”“그리 멍청한 편은 아니구나.”유준은 한마디 대답한 다음, 세희를 바라보았다.“세희야,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걸 알면서도 왜 저쪽으로 간 거지?”“아무것도 아니에요!”세희는 즉시 대답한 다음, 웃으면서 깡충깡충 유준의 곁으로 뛰어갔고, 그의 팔을 꼭 껴안았다.“아빠, 나 배고파요. 우리 빨리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유준은 입술을 구부리더니, 세희의 코를 어루만졌다.“그래, 뭘 먹고 싶어? 아빠가 사줄게.”“아빠 최고!”말하면서 세희는 유준을 끌고 차 안으로 들어갔다.경호원이 차 문을 닫자, 세희는 학교 앞에 서서 입이 쩍 벌어진
“그래, 경호원들까지 벤츠를 몰고 다니는데. 그것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야.”그들의 말소리에 우빈은 묵묵히 책을 올려놓았다. 그는 천천히 몸을 숙이고 앉았는데, 축 드리워진 눈동자 속에는 알 수 없는 정서가 있었다.이때, 옆에 있던 룸메이트가 우빈의 어깨를 안으며 말했다.“우리 잘생긴 우빈이! 도서관에서 돌아왔구나!”우빈은 가장 먼저 감정을 숨겼고, 고개를 들어 웃으며 말했다.“해인아, 나보다 네가 더 잘생긴 것 같은데?”김해인은 웃으며 의자를 옮겨와서 그의 곁에 앉았다.“그런 말 하는 사람은 아마 너밖에 없을 거야. 참, 네 여자친구가 오늘 강세희를 찾아가서 소란을 피웠다며. 심지어 강세희 오빠한테 얼굴까지 꼬집혔는데, 괜찮은 거야?”“임지나는 내 여자친구가 아니야.”우빈이 설명했다.“지금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두 사람 사귀겠지!”김해인이 계속 농담을 했다.“임지나도 꼬박 8년 동안 널 쫓아다녔잖아!”우빈은 담담하게 웃으며 대답했다.“그렇다고 싫어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수는 없잖아?”“그건 그래!”김해인은 어깨를 으쓱거리더니 잠시 침묵했다.“그나저나, 임지나도 이제 강세희와 알고 있는 사이잖아. 나 임지나에게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네가 대신 좀 전해줄래?”우빈은 말없이 앞에 있던 펜을 들었다. “세... 강세희의 연락처 좀 알려달라고?”“역시 우리 우빈이!”김해인은 흥분해하며 우빈의 어깨를 두드렸다.“임지나에게 부탁 좀 해줄래?”우빈은 웃으며 펜으로 김해인의 손을 뿌리쳤다.“이건 도울 수 없어.”“왜?” 김해인은 즉시 눈살을 찌푸렸다.“넌 임지나와 그렇게 친한데, 그냥 말 한마디만 하면 되는 거 아니야? 아예 날 도와주고 싶지 않은 거냐고?”우빈은 몸을 돌려 차분하게 김해인의 시선을 마주했다.“해인아, 남의 도움으로 번호를 받아내는 것보다, 혼자서 방법을 생각하는 게 더 낫잖아. 그렇지 않으면 강세희도 네가 매우 예의 없다고 생각할 거야. 안 그래?”김해인은 멍하니 있다가 이내 반응을
이 말을 듣고, 두 여학생은 일제히 일어서서 세희를 노려보았다.“지금 누굴 욕하고 있는 거야!”세희는 웃으며 그녀들에게 다가갔다.“처음부터 비아냥거린 사람은 너 아니었어? 왜, 지금 그냥 새 한 마리를 소개했을 뿐인데 화난 거야?”말하면서 세희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아, 알겠다. 너 지금 마음이 찔린 거구나?”여자는 화가 나서 소리쳤다.“넌 단지 집안과 지위를 믿고 까부는 것뿐이잖아. 그런데 지근 무슨 자격으로 이렇게 날뛰는 거야?!”“왜? 남은 너처럼 날뛰면 안 되는 거야?” 세희는 가슴을 안으며 말했다.“넌 성질 참 더럽구나.”“뭐라고?!”“내가 이따가 우리 집 경호원 시켜서 나팔 하나 보내라고 해야지. 그리고 네 귓가에 대고 하루 종일 말할게, 어때?”“이 미친 게!!” 여자는 화가 나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손을 들어 세희를 때리려 했다.그러나 그 사람의 손바닥이 얼굴에 떨어지려는 순간, 세희는 발로 여자의 배를 걷어찼다.여자는 바로 뒤로 넘어지더니, 책상도 순식간에 뒤집혀 굉음을 냈다.이때 마침 교실 밖을 지나가던 우빈은 안의 인기척을 듣고, 가장 먼저 세희를 떠올렸다. 그는 얼른 교실 앞으로 달려갔는데, 세희가 무사한 것을 보고 그제야 그녀에게 다가가려는 마음을 억누르고 냉정을 되찾았다.다른 한 여학생은 화가 나는 동시에 또 두려움에 젖은 눈빛으로 세희에게 말했다.“지금 바로 교수님 찾아가서 네가 사람을 때렸다고 일러바칠 거야!!”“교수님 찾아간다고? 우리들 전부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는데!”“그래, 너희들이 질투를 해서 일을 벌였잖아. 그런데 왜 억울한 사람에게 뒤집어 씌우는 거야?”사람들이 세희의 편을 드는 것을 보자, 우빈 마음이 완전히 놓였다. 몸을 돌려 떠나려던 참에, 그는 김해인을 만났다.김해인은 우빈을 바라보며 영문을 몰랐다.“너 여기서 뭐 하는 거야?”말을 마치고는 또 교실 안을 힐끗 바라보았다. 그러나 안의 상황을 보고, 그는 제자리에 멍해졌다.우빈은 담담하게 설명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