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민은 의자에서 뛰어내려 하영의 팔을 부축했다.“엄마, 소파에 가서 앉아요. 난 CCTV가 복구될 수 있는지 한 번 볼게요.”“그럴 필요 없어.” 하영은 울먹이며 고개를 저었다.“지금 별장은 틀림없이 안전할 거야.”말하면서 하영은 일어섰다.“너희들은 집에서 가능한 한 빨리 부진석의 종적을 찾아줘. 난 경호원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갈게.”“엄마!” 세준은 동작을 멈추고 하영을 말렸다.“그 사람이 지금 없다고 해도 별장은 그리 안전하지 않을 거예요!”하영은 발걸음을 멈추었다.“그 사람도 말했잖아, 난 다치게 하지 않을 거라고.”세준은 하영이 기어코 가려는 것을 보고 희민에게 눈짓을 했다.희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꺼내 유준에게 문자를 보냈다.그러나 이때의 유준은 이미 별장으로 돌아왔다.희민의 문자를 보았을 때, 그는 눈살을 찌푸렸고, 문을 열자 하영이 이미 계단에서 내려온 것을 발견했다.그는 들어와서 말했다.“아크로빌에 가려고?”하영은 유준을 보더니 멍해졌다.“당신이 왜 돌아왔어요?”“만약 내가 지금 돌아오지 않았다면, 넌 경호원을 데리고 먼저 갔을 거 아니야?”유준이 불쾌하게 물었다.“맞아요!” 하영은 솔직하게 말했다.“별장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하룻밤 사이에 모두 자취를 감추었어요. 유준 씨, 나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어요!”이 말을 듣고, 유준은 그제야 하영이 울먹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눈시울도 심지어 붉어졌다.“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하영은 자신이 본 모든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분명하게 설명했다.유준은 잠시 침묵했다.“그래, 그럼 내가 너 데리고 갈게.”아크로빌에 가기 전, 유준은 20명의 경호원을 데리고 떠났고, 늘어선 차량은 마치 영화를 찍고 있는 것 같았다.거의 40분 후, 그들은 아크로빌에 도착했다.차를 세우자마자 하영은 차 문을 열려고 했고, 유준은 재빨리 그녀를 붙잡았다.“잠깐.”하영은 유준을 바라보았다.“왜 그래요?”유준은 별장을 보더니
모퉁이에 도착했을 때, 하영은 2층에서 흘러내리는 새빨간 피를 보았다.하영은 몸서리를 쳤고 안색 역시 백지장처럼 새하얘졌다.‘왜...’‘왜 이렇게 많은 피가 있는 거지...’위층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고 있던 유준도 이 장면을 보고 표정이 심각해졌다.그는 숨을 돌리고 앞으로 가서 하영을 잡았다.“집으로 가자.”하영은 고개를 저었다.“싫어요...”유준은 눈살을 찌푸렸다.“이렇게 많은 피를 본 이상, 너도 위층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 잘 알 거 아니야!”“몰라요!” 하영은 흥분에 겨워 소리를 질렀다.“나 올라가서 볼 거예요!”말이 끝나자, 하영은 다리를 들어 위층으로 가려고 했다.그러나 그녀의 두 발은 마치 무엇에 걸린 것처럼 비틀거리더니 하마터면 피바다에 쓰러질 뻔했다.유준은 하영의 잡아당기며 엄숙하게 말했다.“그걸 보면 뭐가 달라지는데?!”하영의 눈물은 끊임없이 눈가에서 굴러떨어졌다.“정유준, 나 데리고 올라가요!! 빨리요!!”유준은 이를 악물고 하영의 몸을 일으킨 후 그녀의 손을 꼭 잡고 2층으로 걸어갔다.2층에는 경호원 두 명이 서 있었다.하영을 보았을 때, 그들은 의혹을 느끼며 유준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들도 더 이상 아무 말 하지 않고 뒤로 뒤로 물러서며 길을 비켜섰다.하영은 유준의 손을 꼭 잡고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그러나 이 한 걸음을 내디딘 후, 그녀는 더 이상 발걸음을 내딛지 못했다.하영은 심지어 그 안이 어떤 상황인지를 대충 상상할 수 있었다.유준은 하영의 곁에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하영이 혼자 생각하도록 내버려두었다.하영은 거의 3분 동안 멍을 때리고 나서야 다시 한 걸음 또 한 걸음 나아갔다.방 앞까지 걸어간 다음, 안의 장면을 보았을 때, 하영의 마지막 방어선이 끊어졌다.아늑했던 방에는 지금 온통 피로 뒤덮였고 한 구 또 한 구의 시체가 겹쳐져 있었는데, 참사한 경호원들과 오미숙의 눈에는 모두 가시지 않은 공포와 두려움이었다.하영은 뻣뻣하게 고개를 저으며 자기도 모르게
병원으로 가는 길에 유준은 현욱의 전화를 받았다.그는 전화를 끊었는데, 뜻밖에도 현욱이 다시 전화할 줄이야.유준은 초조함을 느끼며 전화를 받은 후 차갑게 말했다.“중요한 일로 전화한 게 아니라면 절대로 가만 안 둬!”현욱은 유준의 말투에 깜짝 놀랐다.“야, 너 왜 그렇게 기분이 안 좋은 거야! 누가 너 건드렸어?”유준은 걱정에 찬 눈빛으로 품속에 있는 하영을 바라보았다.“하영이 기절했어. 우리 지금 병원으로 가는 길이고!”현욱은 멍해졌는데, 미처 대답을 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인나가 휴대전화를 빼앗아갔다.“하영이 기절했다고요?!”인나는 다급하게 물었다.“어떻게 된 일이죠?!”“나 지금 그렇게 많이 설명할 기분이 아니야!”“어느 병원이에요?!”“연세병원!”말이 끝나자 유준은 직접 전화를 끊었다.30분 뒤, 그들은 병원에 도착했고, 경호원은 가장 먼저 의사를 불러 하영을 응급실로 보냈다.검사를 거친 후, 의사는 유준에게 하영은 단지 강렬한 충격을 받아 잠시 기절한 것일 뿐이라고 알려주었다.이어 의사는 하영에게 링거를 놓아준 다음 그녀를 VIP 병실로 보냈다.얼마 지나지 않아, 현욱과 인나 두 사람도 황급히 도착했다.안색이 창백한 채로 빨갛게 부은 두 눈을 꼭 감고 병상에 누워 있는 하영을 보자, 인나는 병상 옆에 앉아 줄곧 하영의 손을 잡고 있는 유준을 바라보았다.“대표님,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유준은 입을 오므리며 저녁에 일어난 일을 그들 두 사람에게 알렸다.인나와 현욱 두 사람은 놀라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한참 뒤, 현욱이 입을 열었다.“그럼 부진석은? 이렇게 사라진 거야? 너희들 앞에서 까불게 내버려 둘 거냐고?”“아직 수색 중인데, 유일하게 알 수 있는 것은 그가 아직 김제를 떠나지 않았다는 거야. 진연월더러 각 공항을 모두 지키라고 했으니 절대로 빠져나가지 못할 거야.”현욱은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나는 그 사람이 이미 충분히 악독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모진 수단이 있을 줄이야.”인
유준은 세준의 말에 대답했다.“알았어. 너와 희민도 일찍 자. 오늘 밤에 우리 아주 늦게 돌아갈지도 몰라.”세준은 또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그들이 바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먼저 전화를 끊었다.유준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인나에게 말했다.“회사 단톡방에 통지를 내려. 요 며칠 직원들 회사에 나올 필요가 없다고.”“왜요?”인나는 다급하게 말했다.“이제 곧 신제품 예매가 시작되거든요!”유준은 눈살을 찌푸렸다.“신제품 예매가 중요해 아니면 수백 명의 목숨이 중요해?”인나는 멍해졌다.“도대체 무슨 상황인데요?”“세준은 염주강이 하영 회사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어. 이따 사람 보내서 상황을 살펴보라고 할 거야. 부진석이 도대체 거기에 있는지 없는지.”유준은 말을 마치고 또 다른 번호에 전화를 걸어 그들더러 가장 빠른 시간 내에 하영의 회사로 달려가도록 했다.인나는 불안하기 그지없었다.“부진석이 뜻밖에도 염 대표님을 하영의 회사로 납치하다니.”“이상하지 않아요?” 현욱은 인나에게 물었다.“염주강도 어쨌든 능력이 잇는 사람인데, 도대체 어쩌다 부진석에게 끌려갔을까요?”“부진석에게 있어, 염 대표님을 데려가려는 건 사실 그리 어렵지 않아요.”“어떻게 어렵지 않을 수가 있죠??”현욱은 이해하지 못했다.“그렇게 많은 경호원들을 뭘로 보고?”인나는 고개를 저었다.“경호원들은 해결하기 쉽죠. 부진석에게도 경호원이 엄청 많잖아요. 중요한 것은 부진석이 의사이기 때문이에요. 그는 인체의 구조를 너무 잘 알고 있어서 일대일로 맞선다면 부진석이 밀려날 리가 없죠.”순간, 현욱은 당시 진석을 때리려 할 때, 진석이 쉽게 자신을 피했던 것을 떠올렸다.이런 솜씨에 의사의 능력까지 더하면 확실히 쉽게 주강을 데려갈 수 있었다.이와 동시, 마인하우스에서.세준은 유준의 말 대로 희민과 함께 일찍 잠자리에 들지 않았다.그는 희민을 끌고 하영 회사의 방화벽을 돌파하여 주강이 안에 있는지 없는지를 더 자세히 찾아보았다.CCTV를 하나하나 살펴본 다
“그래!” 소희원이 말했다.“너희들 지금 빨리 사람에게 연락해서 염 대표님 구하라고 해. 내친김에 나도 같이 구해줘.”희민은 의혹을 느꼈다.“이모, 혼자 떠날 수 없는 거예요?”소희원은 한숨을 내쉬었다.“나갈 엄두가 없어서 그래. 부진석의 사람들이 다시 돌아올까 봐 나 줄곧 종이박스에 숨어 있었어.”세준과 희민은 동시에 침묵에 빠졌다.그들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소희원이 다시 입을 열었다.“참, 정확한 위치를 알려 주지 않았구나. 나 지금 1층 맨 끝의 두 번째 방에 있어.”세준이 대답했다.“응, 알겠어요.전화를 끊은 후, 세준은 또 유준에게 문자를 보내 이 일을 알려 주었다.유준은 문자를 받자마자 진연월에게 말했고, 경찰 측에 연락해 주강을 구하라고 했다.소희원은 또 종이박스에 잠시 있다가 밖에 아무런 인기척도 없자 그제야 조심스럽게 머리를 내밀었다.그녀는 사뿐사뿐 발걸음을 옮기며 고문으로 온몸에 성한 곳이 없는 주강 앞으로 걸어갔다.“염 대표님?” 소희원은 가볍게 그의 이름을 불렀지만 주강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또 몸을 숙여 주강의 허벅지를 두드렸다.“염 대표님?? 정신 좀 차려 봐요!!”소희원의 목소리는 어렴풋이 주강의 귀에 전해졌고 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어렵게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그러나 방이 너무 어두워서 주강은 자신의 앞에 있는 여자가 도대체 누구인지를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주강이 가볍게 목을 가다듬자, 상처가 심하게 아프기 시작했다.그는 얼굴을 찌푸리며 힘없이 물었다.“당신은 누구죠?”남자가 대답하자, 소희원은 한숨을 돌렸다.“난 강하영의 사촌 여동생 소희원인데 염 대표님을 구하러 왔어요!”하영의 친척이라는 말을 듣자 주강은 재빨리 입을 열었다.“이곳은 매우 위험하니까 지금 얼른 떠나요.”“부진석의 사람들이 날 발견할 수도 있으니 나 지금 감히 나갈 수가 없어요. 이 방에는 카메라가 없어서 적어도 안전한 셈이죠.”주강은 눈 앞의 폭탄을 바라보았다.“내 몸에 있는
소희원이 말했다.“염 대표님, 너무 자책하지 마요. 아마 아무도 부진석처럼 음모가 가득한 사람을 당해낼 수가 없을 거예요.”여기까지 말하자, 주강은 호기심에 소희원을 바라보았다.“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안 거죠?”“난 줄곧 부진석을 미행하고 있었어요.” 소희원이 말했다. “그러나 대표님이 끌려간 건 정말 몰랐어요. 그때 난 마침 집에 가서 잠을 잤거든요.”“그래도 날 크게 도왔으니 앞으로 무슨 일 생기면 나도 꼭 최선을 다해 도와줄 거예요.”“이런 일은 우리 두 사람 무사히 나간 후에 다시 이야기해요.” 소희원은 주강의 말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바지 주머니에 있는 핸드폰 좀 꺼내줄래요?”소희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럽게 폭탄의 선들을 피해서 꺼냈다.핸드폰을 꺼낸 후, 그녀는 주강에게 물었다.“또 뭘 하면 되죠?”“부진석은 내 핸드폰에 소프트웨어 하나를 설치해서 아마 핸드폰을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없을 거예요. 나 대신 안에 있는 소프트웨어를 삭제하면 돼요.”“이거 보안이 된 소프트웨어 아니에요?!”주강은 고개를 끄덕였다.“내 핸드폰에 기술부의 번호가 있어요. 희원 씨가 희원 씨의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면 그 사람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알 거예요.”“그래요, 알겠어요.”소희원이 한창 바쁘게 움직일 때, 유준이 배치한 사람들은 이미 하영의 회사에 진입했다.그리고 세준이 제공한 위치에 도착하자, 그들은 그 방 문을 열었고 또 특수 경찰을 불러 주강의 몸에 있는 폭탄을 해체하라고 했다.특수경찰은 그 폭탄을 확인하자마자 혀를 찼다.‘이 폭탄이 터지면 아마 이 건물 전체가 폐허로 될 텐데.’얼마 지나지 않아, 소희원과 주강은 유준의 사람들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다음날, 병상에서 깨어난 순간, 하영은 소파에 앉아 두 눈을 가볍게 감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유준을 보았다.그녀는 두 팔로 몸을 받치고 일어나며 유준을 불렀다.“유준 씨...”이 소리를 듣고 유준은 눈을 번쩍 떴다.눈에 핏발이 서린 모습에 하영은
유준은 주강을 바라보았다.“염 대표님, 푹 쉰 이상 왜 자신의 구역으로 돌아가지 않은 거죠? 부진석이 다시 찾아오길 바라는 건가요?”하영은 유준의 말투에 질투가 띤 것을 발견했다.주강이 찾아오자마자 바로 사람을 쫓아내려 하다니, 유준 말고는 아무도 이런 일을 할 리가 없었다.하영은 얼른 말을 돌렸다.“주강 오빠, 이 사람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어서 앉아요.”주강은 웃으며 소파에 앉았다.“살면서 실수 한 번 하는 것도 당연하죠. 정 대표님, 안 그래요?”유준은 피식 웃었다.“난 주동적으로 찾아갔으니 염 대표님과 경우가 다르죠.”“하지만 결과는 같잖아요.” 주강은 유준에게 자신을 깎아내릴 기회를 조금도 주지 않고 그의 말에 일일이 반박했다.“주강 오빠, 상처는 좀 나아졌어요?”주강은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미안해요, 나 때문에 두 사람 괜히 이런 일을 당했네요.”하영은 얼른 손을 흔들었다.“아니에요, 주강 오빠. 우리가 주강 오빠를 연루한 거죠. 내 잘못이 커요. 만약 내가 주강 오빠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았다면 주강 오빠도 부진석을 알지 못했을 것이고 또 이런 일을 겪을 리가 없었겠죠.”주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하지만 결국 나 자신이 조심하지 않은 탓이에요.”그들이 서로에게 사과하는 것을 보면서 유준의 고운 얼굴은 급속히 어두워졌다.“지금 얘기 다 했어?”유준은 참지 못하고 그들의 말을 끊었다.하영은 유준이 무슨 말을 했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계속 주강에게 말했다.“주강 오빠, 나 이제 아크로빌의 집을 팔려고요.”주강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다.“왜요?”하영은 침을 삼키며 간신히 어젯밤의 일을 주강에게 알렸다.주강은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이렇게 되면 그 집은 오히려 흉터로 된 거잖아요. 하영 씨가 팔지 않으려 해도 난 하영 씨가 다시 돌아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럼 주강 오빠는 계속 그곳에서 지낼 건가요?”주강의 시선은 유준의 잘생긴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하영은 이 두 남자가 만나기만 하면 말다툼을 하는 이유를 몰랐다.처음 만났을 때도 이렇게 서로의 체면을 조금도 봐주지 않았다.‘잠깐...’하영은 별안간 유준을 바라보았다. 처음 주강을 보았을 때, 유준의 말투와 태도는 오늘과 똑같았다.그러나 기억을 잃은 후, 유준은 오늘처럼 질투를 느끼며 주강을 상대한 적이 없었다.하영은 잠시 얼떨떨해졌다.‘유준 씨는 자신의 기억이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고 하지 않았어?’‘하지만 지금의 유준 씨는 마치 회복된 것처럼 말하고 있는데!’눈 밑에 나타난 그 소유욕도 연기 같지 않았다.‘설마 유람선에 있었던 일로 너무 심한 자극을 받았나?’‘그래서 성격은 예전과 같지만 기억은 천천히 되찾아야 하는 건가?’주강은 오래 머물지 않고 바로 떠났다.하영은 유준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유준 씨, 우리 얘기 좀 해요.”유준은 눈을 들어 하영을 바라보았다.“무슨 얘기?”하영은 자신의 추측을 말했다.“당신 이미 기억을 되찾았잖아요? 그런데 왜 나에게 알려 주지 않은 거죠?”유준은 일찌감치 하영이 자신을 이렇게 질문할 거란 것을 예상하였다.그래서 남자는 매우 평온하게 대답했다.“내가 분명히 말했을 텐데, 난 아직 기억을 되찾지 못했다고.”하영은 유준을 훑어보았다. 그녀는 아주 진지하고 확신에 선 말투로 말했지만 유준의 표정은 여전히 조금의 변화도 없었다.‘정말 내 생각이 틀렸단 말인가?’하영은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계속 말했다.“난 당신이 이런 일로 날 속이는 것을 원하지 않아요. 만약 앞으로 당신이 거짓말하고 있다는 것을 나에게 발각되기라도 한다면, 난 엄청 화가 날 거예요.”“강하영, 이 일을 고민하는 것보다 네 집을 어떻게 팔아야 할지부터 잘 생각해 봐.” 유준은 말 한마디로 화제를 돌렸다.지금 한꺼번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 집안에서 죽었으니 팔릴 수 있을지가 여전히 큰 문제였다.게다가 그 집을 비워두어도 아무 소용이 없었으니 다시 돌아간다 하더라도 하영은 끔찍하다고 생각할 뿐이었다.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