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민은 얼른 동작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하영을 바라보았다.“왜 그래요, 엄마?”하영은 아이들에게 상황을 설명했다.희민은 표정이 점차 엄숙해졌다.“네, 알겠어요. 10분 정도 시간을 줘요.”하영은 초조하게 희민의 뒤에 서서 그가 타자하는 것을 지켜보았다.5분도 안 되자, 감시 화면이 갑자기 깜박거렸는데, 곧이어 화면에 희미한 불빛이 켜진 방이 나타났다.방안에는 주강이 의자에 묶여 있었고, 그가 입은 흰 셔츠는 새빨간 피로 물들였다!그리고 이 핏자국들은 모두 채찍에 맞아 생긴 상처들이었다.하영은 충격을 받고 두 다리도 나른해졌다.세준은 얼른 손을 내밀어 하영의 손을 잡았다.“엄마, 진정해요!”하영은 눈시울이 갑자기 붉어졌고, 주강은 줄곧 고개를 숙이고 있는 상태여서, 그의 얼굴에 상처가 있는지 없는지 전혀 볼 수 없었다!희민은 일의 심각성을 깨닫고 얼른 고개를 돌려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이 화면의 위치를 추적해 봐! 아크로빌의 CCTV를 위주로 수색해! 어젯밤에 방화벽을 돌파한 사람이 있는지 한 번 보자!”세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의자에 앉아 조사하기 시작했다.그가 몇 글자를 두드리기도 전에, 감시 화면에 갑자기 한 줄기 그림자가 나타났다.하영은 뚫어져라 그 그림자를 주시했다. 설령 이 사람이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녀는 그가 바로 부진석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진석은 감시 카메라 앞에 서서 천천히 몸을 숙였다.그 잘생긴 얼굴이 나타났을 때, 하영의 마음속에는 분노가 용솟음쳤다.그러나 하영은 자신이 무슨 말을 해도 진석에게 전해지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진석은 카메라를 향해 입을 열었다.“하영아, 난 네가 사람 찾아 감시 카메라를 회복할 줄 알았어. 난 사람 시켜 방화벽을 수정하라고 했는데, 일단 누군가가 데이터를 복구하면 이 동영상이 나타날 거야.”그는 눈동자를 드리우며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나도 달갑지 않은 셈이야. 어젯밤 정유준의 목숨을 가져가지 못했으니까. 그럼 적어도 염주
희민은 의자에서 뛰어내려 하영의 팔을 부축했다.“엄마, 소파에 가서 앉아요. 난 CCTV가 복구될 수 있는지 한 번 볼게요.”“그럴 필요 없어.” 하영은 울먹이며 고개를 저었다.“지금 별장은 틀림없이 안전할 거야.”말하면서 하영은 일어섰다.“너희들은 집에서 가능한 한 빨리 부진석의 종적을 찾아줘. 난 경호원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갈게.”“엄마!” 세준은 동작을 멈추고 하영을 말렸다.“그 사람이 지금 없다고 해도 별장은 그리 안전하지 않을 거예요!”하영은 발걸음을 멈추었다.“그 사람도 말했잖아, 난 다치게 하지 않을 거라고.”세준은 하영이 기어코 가려는 것을 보고 희민에게 눈짓을 했다.희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꺼내 유준에게 문자를 보냈다.그러나 이때의 유준은 이미 별장으로 돌아왔다.희민의 문자를 보았을 때, 그는 눈살을 찌푸렸고, 문을 열자 하영이 이미 계단에서 내려온 것을 발견했다.그는 들어와서 말했다.“아크로빌에 가려고?”하영은 유준을 보더니 멍해졌다.“당신이 왜 돌아왔어요?”“만약 내가 지금 돌아오지 않았다면, 넌 경호원을 데리고 먼저 갔을 거 아니야?”유준이 불쾌하게 물었다.“맞아요!” 하영은 솔직하게 말했다.“별장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하룻밤 사이에 모두 자취를 감추었어요. 유준 씨, 나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어요!”이 말을 듣고, 유준은 그제야 하영이 울먹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눈시울도 심지어 붉어졌다.“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하영은 자신이 본 모든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분명하게 설명했다.유준은 잠시 침묵했다.“그래, 그럼 내가 너 데리고 갈게.”아크로빌에 가기 전, 유준은 20명의 경호원을 데리고 떠났고, 늘어선 차량은 마치 영화를 찍고 있는 것 같았다.거의 40분 후, 그들은 아크로빌에 도착했다.차를 세우자마자 하영은 차 문을 열려고 했고, 유준은 재빨리 그녀를 붙잡았다.“잠깐.”하영은 유준을 바라보았다.“왜 그래요?”유준은 별장을 보더니
모퉁이에 도착했을 때, 하영은 2층에서 흘러내리는 새빨간 피를 보았다.하영은 몸서리를 쳤고 안색 역시 백지장처럼 새하얘졌다.‘왜...’‘왜 이렇게 많은 피가 있는 거지...’위층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고 있던 유준도 이 장면을 보고 표정이 심각해졌다.그는 숨을 돌리고 앞으로 가서 하영을 잡았다.“집으로 가자.”하영은 고개를 저었다.“싫어요...”유준은 눈살을 찌푸렸다.“이렇게 많은 피를 본 이상, 너도 위층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 잘 알 거 아니야!”“몰라요!” 하영은 흥분에 겨워 소리를 질렀다.“나 올라가서 볼 거예요!”말이 끝나자, 하영은 다리를 들어 위층으로 가려고 했다.그러나 그녀의 두 발은 마치 무엇에 걸린 것처럼 비틀거리더니 하마터면 피바다에 쓰러질 뻔했다.유준은 하영의 잡아당기며 엄숙하게 말했다.“그걸 보면 뭐가 달라지는데?!”하영의 눈물은 끊임없이 눈가에서 굴러떨어졌다.“정유준, 나 데리고 올라가요!! 빨리요!!”유준은 이를 악물고 하영의 몸을 일으킨 후 그녀의 손을 꼭 잡고 2층으로 걸어갔다.2층에는 경호원 두 명이 서 있었다.하영을 보았을 때, 그들은 의혹을 느끼며 유준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들도 더 이상 아무 말 하지 않고 뒤로 뒤로 물러서며 길을 비켜섰다.하영은 유준의 손을 꼭 잡고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그러나 이 한 걸음을 내디딘 후, 그녀는 더 이상 발걸음을 내딛지 못했다.하영은 심지어 그 안이 어떤 상황인지를 대충 상상할 수 있었다.유준은 하영의 곁에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하영이 혼자 생각하도록 내버려두었다.하영은 거의 3분 동안 멍을 때리고 나서야 다시 한 걸음 또 한 걸음 나아갔다.방 앞까지 걸어간 다음, 안의 장면을 보았을 때, 하영의 마지막 방어선이 끊어졌다.아늑했던 방에는 지금 온통 피로 뒤덮였고 한 구 또 한 구의 시체가 겹쳐져 있었는데, 참사한 경호원들과 오미숙의 눈에는 모두 가시지 않은 공포와 두려움이었다.하영은 뻣뻣하게 고개를 저으며 자기도 모르게
병원으로 가는 길에 유준은 현욱의 전화를 받았다.그는 전화를 끊었는데, 뜻밖에도 현욱이 다시 전화할 줄이야.유준은 초조함을 느끼며 전화를 받은 후 차갑게 말했다.“중요한 일로 전화한 게 아니라면 절대로 가만 안 둬!”현욱은 유준의 말투에 깜짝 놀랐다.“야, 너 왜 그렇게 기분이 안 좋은 거야! 누가 너 건드렸어?”유준은 걱정에 찬 눈빛으로 품속에 있는 하영을 바라보았다.“하영이 기절했어. 우리 지금 병원으로 가는 길이고!”현욱은 멍해졌는데, 미처 대답을 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인나가 휴대전화를 빼앗아갔다.“하영이 기절했다고요?!”인나는 다급하게 물었다.“어떻게 된 일이죠?!”“나 지금 그렇게 많이 설명할 기분이 아니야!”“어느 병원이에요?!”“연세병원!”말이 끝나자 유준은 직접 전화를 끊었다.30분 뒤, 그들은 병원에 도착했고, 경호원은 가장 먼저 의사를 불러 하영을 응급실로 보냈다.검사를 거친 후, 의사는 유준에게 하영은 단지 강렬한 충격을 받아 잠시 기절한 것일 뿐이라고 알려주었다.이어 의사는 하영에게 링거를 놓아준 다음 그녀를 VIP 병실로 보냈다.얼마 지나지 않아, 현욱과 인나 두 사람도 황급히 도착했다.안색이 창백한 채로 빨갛게 부은 두 눈을 꼭 감고 병상에 누워 있는 하영을 보자, 인나는 병상 옆에 앉아 줄곧 하영의 손을 잡고 있는 유준을 바라보았다.“대표님,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유준은 입을 오므리며 저녁에 일어난 일을 그들 두 사람에게 알렸다.인나와 현욱 두 사람은 놀라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한참 뒤, 현욱이 입을 열었다.“그럼 부진석은? 이렇게 사라진 거야? 너희들 앞에서 까불게 내버려 둘 거냐고?”“아직 수색 중인데, 유일하게 알 수 있는 것은 그가 아직 김제를 떠나지 않았다는 거야. 진연월더러 각 공항을 모두 지키라고 했으니 절대로 빠져나가지 못할 거야.”현욱은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나는 그 사람이 이미 충분히 악독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모진 수단이 있을 줄이야.”인
유준은 세준의 말에 대답했다.“알았어. 너와 희민도 일찍 자. 오늘 밤에 우리 아주 늦게 돌아갈지도 몰라.”세준은 또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그들이 바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먼저 전화를 끊었다.유준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인나에게 말했다.“회사 단톡방에 통지를 내려. 요 며칠 직원들 회사에 나올 필요가 없다고.”“왜요?”인나는 다급하게 말했다.“이제 곧 신제품 예매가 시작되거든요!”유준은 눈살을 찌푸렸다.“신제품 예매가 중요해 아니면 수백 명의 목숨이 중요해?”인나는 멍해졌다.“도대체 무슨 상황인데요?”“세준은 염주강이 하영 회사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어. 이따 사람 보내서 상황을 살펴보라고 할 거야. 부진석이 도대체 거기에 있는지 없는지.”유준은 말을 마치고 또 다른 번호에 전화를 걸어 그들더러 가장 빠른 시간 내에 하영의 회사로 달려가도록 했다.인나는 불안하기 그지없었다.“부진석이 뜻밖에도 염 대표님을 하영의 회사로 납치하다니.”“이상하지 않아요?” 현욱은 인나에게 물었다.“염주강도 어쨌든 능력이 잇는 사람인데, 도대체 어쩌다 부진석에게 끌려갔을까요?”“부진석에게 있어, 염 대표님을 데려가려는 건 사실 그리 어렵지 않아요.”“어떻게 어렵지 않을 수가 있죠??”현욱은 이해하지 못했다.“그렇게 많은 경호원들을 뭘로 보고?”인나는 고개를 저었다.“경호원들은 해결하기 쉽죠. 부진석에게도 경호원이 엄청 많잖아요. 중요한 것은 부진석이 의사이기 때문이에요. 그는 인체의 구조를 너무 잘 알고 있어서 일대일로 맞선다면 부진석이 밀려날 리가 없죠.”순간, 현욱은 당시 진석을 때리려 할 때, 진석이 쉽게 자신을 피했던 것을 떠올렸다.이런 솜씨에 의사의 능력까지 더하면 확실히 쉽게 주강을 데려갈 수 있었다.이와 동시, 마인하우스에서.세준은 유준의 말 대로 희민과 함께 일찍 잠자리에 들지 않았다.그는 희민을 끌고 하영 회사의 방화벽을 돌파하여 주강이 안에 있는지 없는지를 더 자세히 찾아보았다.CCTV를 하나하나 살펴본 다
“그래!” 소희원이 말했다.“너희들 지금 빨리 사람에게 연락해서 염 대표님 구하라고 해. 내친김에 나도 같이 구해줘.”희민은 의혹을 느꼈다.“이모, 혼자 떠날 수 없는 거예요?”소희원은 한숨을 내쉬었다.“나갈 엄두가 없어서 그래. 부진석의 사람들이 다시 돌아올까 봐 나 줄곧 종이박스에 숨어 있었어.”세준과 희민은 동시에 침묵에 빠졌다.그들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소희원이 다시 입을 열었다.“참, 정확한 위치를 알려 주지 않았구나. 나 지금 1층 맨 끝의 두 번째 방에 있어.”세준이 대답했다.“응, 알겠어요.전화를 끊은 후, 세준은 또 유준에게 문자를 보내 이 일을 알려 주었다.유준은 문자를 받자마자 진연월에게 말했고, 경찰 측에 연락해 주강을 구하라고 했다.소희원은 또 종이박스에 잠시 있다가 밖에 아무런 인기척도 없자 그제야 조심스럽게 머리를 내밀었다.그녀는 사뿐사뿐 발걸음을 옮기며 고문으로 온몸에 성한 곳이 없는 주강 앞으로 걸어갔다.“염 대표님?” 소희원은 가볍게 그의 이름을 불렀지만 주강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또 몸을 숙여 주강의 허벅지를 두드렸다.“염 대표님?? 정신 좀 차려 봐요!!”소희원의 목소리는 어렴풋이 주강의 귀에 전해졌고 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어렵게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그러나 방이 너무 어두워서 주강은 자신의 앞에 있는 여자가 도대체 누구인지를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주강이 가볍게 목을 가다듬자, 상처가 심하게 아프기 시작했다.그는 얼굴을 찌푸리며 힘없이 물었다.“당신은 누구죠?”남자가 대답하자, 소희원은 한숨을 돌렸다.“난 강하영의 사촌 여동생 소희원인데 염 대표님을 구하러 왔어요!”하영의 친척이라는 말을 듣자 주강은 재빨리 입을 열었다.“이곳은 매우 위험하니까 지금 얼른 떠나요.”“부진석의 사람들이 날 발견할 수도 있으니 나 지금 감히 나갈 수가 없어요. 이 방에는 카메라가 없어서 적어도 안전한 셈이죠.”주강은 눈 앞의 폭탄을 바라보았다.“내 몸에 있는
소희원이 말했다.“염 대표님, 너무 자책하지 마요. 아마 아무도 부진석처럼 음모가 가득한 사람을 당해낼 수가 없을 거예요.”여기까지 말하자, 주강은 호기심에 소희원을 바라보았다.“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안 거죠?”“난 줄곧 부진석을 미행하고 있었어요.” 소희원이 말했다. “그러나 대표님이 끌려간 건 정말 몰랐어요. 그때 난 마침 집에 가서 잠을 잤거든요.”“그래도 날 크게 도왔으니 앞으로 무슨 일 생기면 나도 꼭 최선을 다해 도와줄 거예요.”“이런 일은 우리 두 사람 무사히 나간 후에 다시 이야기해요.” 소희원은 주강의 말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바지 주머니에 있는 핸드폰 좀 꺼내줄래요?”소희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럽게 폭탄의 선들을 피해서 꺼냈다.핸드폰을 꺼낸 후, 그녀는 주강에게 물었다.“또 뭘 하면 되죠?”“부진석은 내 핸드폰에 소프트웨어 하나를 설치해서 아마 핸드폰을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없을 거예요. 나 대신 안에 있는 소프트웨어를 삭제하면 돼요.”“이거 보안이 된 소프트웨어 아니에요?!”주강은 고개를 끄덕였다.“내 핸드폰에 기술부의 번호가 있어요. 희원 씨가 희원 씨의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면 그 사람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알 거예요.”“그래요, 알겠어요.”소희원이 한창 바쁘게 움직일 때, 유준이 배치한 사람들은 이미 하영의 회사에 진입했다.그리고 세준이 제공한 위치에 도착하자, 그들은 그 방 문을 열었고 또 특수 경찰을 불러 주강의 몸에 있는 폭탄을 해체하라고 했다.특수경찰은 그 폭탄을 확인하자마자 혀를 찼다.‘이 폭탄이 터지면 아마 이 건물 전체가 폐허로 될 텐데.’얼마 지나지 않아, 소희원과 주강은 유준의 사람들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다음날, 병상에서 깨어난 순간, 하영은 소파에 앉아 두 눈을 가볍게 감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유준을 보았다.그녀는 두 팔로 몸을 받치고 일어나며 유준을 불렀다.“유준 씨...”이 소리를 듣고 유준은 눈을 번쩍 떴다.눈에 핏발이 서린 모습에 하영은
유준은 주강을 바라보았다.“염 대표님, 푹 쉰 이상 왜 자신의 구역으로 돌아가지 않은 거죠? 부진석이 다시 찾아오길 바라는 건가요?”하영은 유준의 말투에 질투가 띤 것을 발견했다.주강이 찾아오자마자 바로 사람을 쫓아내려 하다니, 유준 말고는 아무도 이런 일을 할 리가 없었다.하영은 얼른 말을 돌렸다.“주강 오빠, 이 사람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어서 앉아요.”주강은 웃으며 소파에 앉았다.“살면서 실수 한 번 하는 것도 당연하죠. 정 대표님, 안 그래요?”유준은 피식 웃었다.“난 주동적으로 찾아갔으니 염 대표님과 경우가 다르죠.”“하지만 결과는 같잖아요.” 주강은 유준에게 자신을 깎아내릴 기회를 조금도 주지 않고 그의 말에 일일이 반박했다.“주강 오빠, 상처는 좀 나아졌어요?”주강은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미안해요, 나 때문에 두 사람 괜히 이런 일을 당했네요.”하영은 얼른 손을 흔들었다.“아니에요, 주강 오빠. 우리가 주강 오빠를 연루한 거죠. 내 잘못이 커요. 만약 내가 주강 오빠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았다면 주강 오빠도 부진석을 알지 못했을 것이고 또 이런 일을 겪을 리가 없었겠죠.”주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하지만 결국 나 자신이 조심하지 않은 탓이에요.”그들이 서로에게 사과하는 것을 보면서 유준의 고운 얼굴은 급속히 어두워졌다.“지금 얘기 다 했어?”유준은 참지 못하고 그들의 말을 끊었다.하영은 유준이 무슨 말을 했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계속 주강에게 말했다.“주강 오빠, 나 이제 아크로빌의 집을 팔려고요.”주강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다.“왜요?”하영은 침을 삼키며 간신히 어젯밤의 일을 주강에게 알렸다.주강은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이렇게 되면 그 집은 오히려 흉터로 된 거잖아요. 하영 씨가 팔지 않으려 해도 난 하영 씨가 다시 돌아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럼 주강 오빠는 계속 그곳에서 지낼 건가요?”주강의 시선은 유준의 잘생긴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