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은 유준이 자신의 뜻을 이렇게 오해할 줄은 몰랐다.그녀는 힘없이 말했다.“그런 거 아니에요. 나 지금 그냥 집에 돌아가고 싶을 뿐이라고요. 게다가 당신 집에는 내가 갈아입을 수 있는 옷이 없잖아요. 너무 예민하게 굴지마요. 만약 내 안전이 걱정된다면 나 먼저 집에 돌아가서 갈아입을 옷 몇 벌 챙긴 다음 다시 마인하우스로 갈게요.”“그냥 경호원 시킬게!” 유준은 매우 불쾌했다. ‘고작 옷 몇 벌일 뿐, 누가 챙겨도 다 똑같잖아?’‘그런데 기어코 혼자 돌아가려 하다니. 염주강을 걱정하고 있는 게 분명해.’자신의 여자가 마음속으로 다른 남자를 근심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자, 유준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마인하우스에서.하영 그들이 돌아왔을 때, 시간은 이미 새벽이 되었다.위층에 있던 두 꼬마는 인기척을 듣고 얼른 방에서 뛰어나왔다.유람선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들은 전혀 몰랐는데 왜냐하면 유람선의 감시 카메라가 전혀 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렇게 너무 걱정된 나머지 두 아이는 모두 잠을 이루지 못했다.아래층으로 내려가자마자 하영과 유준이 함께 별장에 들어서는 것을 보고. 아이들은 모두 놀라서 멈칫했다.인기척을 듣고 하영은 고개를 들었는데, 계단에 서 있는 두 아이들을 발견했다.그녀는 잠시 놀라다 곧바로 물었다. “너희들 아직도 안 자고 뭐해?”“엄마?” 세준과 희민은 함께 앞으로 걸어갔다.“엄마가 여긴 어쩐 일이에요?”하영은 곁에 있는 유준을 힐끗 바라보았다.“너희 아빠가 오라고 했어. 부진석은 아직 찾지 못했으니 나 혼자 돌아가면 안 된다나.”세준은 눈썹을 들었다.“나도 찬성이에요. 엄마, 부진석 아저씨는 지금 엄마를 납치할 수 있었으니 혼자 지내는 건 확실히 안전하지 않죠.”희민도 따라서 말했다.“엄마, 아빠가 엄마를 데려온 이상 안심하고 여기서 지내요.”두 아이가 맞장구를 치는 것을 보고 하영은 웃음을 금치 못했다.“그래, 너희들 말대로 할게.”유준은 눈살을 찌푸렸다.‘이 여자는 아이들이 무슨 말을 해도
“위층에 가서 씻어.”유준은 이 말을 남기고 몸을 돌리더니 먼저 위층으로 올라갔다.진연월은 몰래 웃으며 하영의 어깨를 두드렸다.“강 사장님, 두 분 미혼 부부니까 너무 쑥스러워하지 마세요. 두 분 소리가 너무 크면 전 아무것도 듣지 못한 척할 수 있거든요. 참, 도련님의 방은 2층의 첫 번째 방이에요.”세준과 희민도 진연월의 말에 귀가 빨개졌다. 그래서 두 아이는 하영과 인사를 한 다음 곧장 방으로 뛰어갔다.하영은 아래층에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그제야 긴장을 억누르고 유준의 방으로 걸어갔다.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문을 밀고 들어가자, 그녀는 침실을 한 바퀴 돌았지만 유준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심지어 욕실 문까지 불이 꺼진 상태였다.하영은 의혹을 품고 방으로 들어섰다.‘유준 씨는 어디로 간 거지?’그러나 유준이 없으니 하영도 안심하고 먼저 씻으러 갈 수 있었다.10분 후, 하영은 욕실에서 나왔고, 유준은 여전히 침실로 돌아오지 않았다.그녀는 문을 힐끗 바라보았는데, 유준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전혀 몰랐다. ‘부진석 때문에 바쁜 건가?’하영은 잠시 생각하더니 옷방으로 걸어갔다.한 바퀴 찾다 이불 한 채를 꺼낸 후에야 침대로 돌아가서 깔고 누웠다.밤새 들볶았으니 하영은 누운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잠이 들었다.그리고 하영이 잠든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방 문이 살며시 열렸다.유준은 침실에 들어온 후, 하영을 깨울까 봐 조심스럽게 문을 닫았다.그리고 침대 앞으로 걸어가서 하영의 옆에 천천히 앉았다.하영이 여전히 가볍게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것을 보면서, 먹물처럼 새까만 눈 밑에는 안쓰러움이 스쳤다.유준은 손을 들어 하영의 볼에 흩어진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 올렸다.“그동안 많이 고생했어.” 유준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모든 일 끝나면 우리 결혼하자.”하영이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자, 유준은 눈빛이 부드러워지더니 천천히 몸을 숙였다. 그리고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를 한 후에야 남자는 일어나서 씻으러 갔다.다음날,
유준은 눈살을 찌푸렸다.“너는 요즘 간섭하는 일이 너무 많은 것 같은데.”진연월은 테이블 옆에 앉았다.“네, 강 사장님과의 일은 간섭하지 않을게요. 도련님, 앞으로 어떻게 하실 계획이죠?”“각 언론에 연락해.”유준은 눈을 가늘게 떴다.“그리고 부진석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모든 증거를 전부 폭로하고. 난 이 일이 반나절 만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끌길 원해.”이 말을 듣고 진연월의 표정도 따라서 엄숙해졌다.“도련님, 좀 이상하신데요.”유준은 그녀를 흘겨보았다.“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진연월은 마음속에 줄곧 의심을 품고 있었는데, 확신할 수 없었기에 그녀도 솔직하게 말하지 않고 계속 떠보았다.“어젯밤 유람선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죠? 왜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 유람선을 폭파하신 거죠?”진연월은 계속 물었다.“이 일은 제가 어젯밤에 가장 빨리 억눌러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으면 위의 사람들을 놀라게 할지도 몰라요.”유준은 어두운 눈빛으로 되물었다.“내가 지금 무엇을 하려면 오히려 너의 동의를 거쳐야 하는가?”“도련님, 제가 그런 뜻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아시잖아요.” 진연월이 말했다.“만약 극도의 분노를 느끼신 게 아니라면, 이렇게 하지 않으셨겠죠.”유준은 차갑게 웃었다.“그 사람은 내 목숨을 원했으니 내가 가만히 있을 것 같아?”“이것뿐만이 아니잖아요, 도련님.” 진연월이 말했다.“분명히 또 다른 일이 도련님의 마음속에 쌓여 있었을 거예요. 그리고 어제 마침 폭발했고요.”유준은 앞에 있는 커피를 들었다.“하고 싶은 말 있으면 직접 말해.”“기억이 회복되셨군요.” 진연월은 아주 확신했다.유준은 가볍게 입을 오므렸다.“이렇게 판단할 자신은 있고?”“도련님의 말투가 첫째 이유예요.”진연월이 말했다.“어젯밤부터 전 줄곧 의혹이 들었거든요. 어떻게 강 사장님을 데리고 돌아올 생각을 하신 거지. 도련님은 원래 의심이 많은 사람이시기에, 강 사장님이 어떤 사람인지를 철저히 파악하기 전에, 도련님은 절대로 이렇
진연월이 대답했다.“안심하세요, 도련님. 보스께서 이미 도련님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겨야 한다고 명령을 내리셨거든요. 제가 지금 바로 가서 언론에 통지할 준비를 할게요.”진연월이 나간 후, 유준은 핸드폰을 들었다.그리고 주진우의 연락처를 찾아냈다.‘이 사람, 난 아직도 이 사람이 누군지 잘 모르겠어.’기억이 회복되어도 유준은 이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지 몰랐다.주진우의 실력은 아주 강했고, 심지어 유준이 종래로 접촉하지 않았던 것들까지 모두 장악하고 있었다.A국, S국, 나아가서 B국, 여러 나라의 세력들도 모두 주진우의 체면을 봐줘야 했다.그의 이런 실력에 유준은 이 사람의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그리고 진연월에게 자신이 기억을 회복했다고 말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주진우가 도대체 어느 쪽 사람인지 잘 몰랐기 때문이다.만약 자신의 편이 아니라면, 그는 유준은 모든 일을 똑똑히 관찰하며 제때에 대응조치를 취해야 했다.생각하면서 유준은 주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주진우가 전화를 받았다.“어떻게 나에게 전화할 생각을 했지니?”유준은 컴퓨터의 날짜를 보더니 눈빛이 약간 어두워졌다.“요 며칠 돌아온다니, 외국의 일을 다 잘 처리한 거예요?”“응, 거의 다 끝났어.” 주진우가 대답했다.“조금만 더 있다 널 데리고 다시 돌아오면 완전히 끝낼 수 있을 거야.”“내가 가서 뭘 하면 되죠?”유준이 물었다.“넌 아직 알 때가 안 됐어. 좀 더 지나면 알려줄게.”“구체적인 시간을 알려줘요.”“그런 거 없어.” 주진우가 말했다.“그런데 정말 시간을 말하려면 너한테 달렸지.”유준은 의심을 느끼며 생각에 잠겼다.‘날 데리고 함께 출국하려는 이유가 도대체 뭐지?’‘심지어 시간이 나한테 달렸다니?’유준은 주진우가 외국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몰랐다. 그러나 짐작할 수 있는 것은 그게 결코 작은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그럼 돌아와서 다시 이야기해요.”“부진석 쪽의 흔적은 아직 찾을 수 없으니 너도 긴장 좀 풀어.”주진
하영은 가장 먼저 유준을 떠올렸다.진석이 지금처럼 된 것도 모두 그 자신이 스스로 자초한 것이었다. 설령 그들이 전에 친구였다 하더라도 이런 일을 겪은 후, 진석은 사람들의 동정조차 받을 자격이 없었다.하영은 인나에게 휴대전화를 돌려주었다.“지금 이렇게 된 것도 다 부진석이 스스로 자초한 거지.”인나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네가 말에 찬성해. 부진석은 처음에 그런 계획을 세웠을 때부터 정유준이 결코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겠지.”어젯밤의 일이 아직도 눈에 선했기에 하영은 부진석을 전혀 언급하고 싶지 않았다.그가 지금 죽어도 하영은 절대로 동정을 하지 않을 것이다.기껏해야 아쉬움을 느낄 뿐이었다. 진석이 왜 그들의 손에 죽지 않았는지를. 단지 그것뿐이었다.하영은 인나에게 메뉴를 건넸다.“뭐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주문해.”인나는 메뉴를 받았다.“하영아, 어젯밤 항구가 폭발한 거 알아?”하영은 물컵을 들며 잠시 멈칫했다.“기사가 뜬 거야?”“응, 그런데 구체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왜 그렇게 큰 폭발이 생겼는지를 말하지 않아서 너한테 물어본 거야. 네가 알고 있을지도 모르잖아.”“나 알아.” 하영은 레몬물을 한 모금 마셨다. “유람선이 폭발한 거야. 그것도 유준 씨가 시켰어.”인나는 놀라서 두 눈을 크게 떴다.“정유준이?! 너희들 어젯밤에 무슨 일 있었니?”하영은 사방을 한 바퀴 둘러보다가 옆에 손님이 별로 없는 것을 보고 어젯밤의 일을 인나에게 대충 설명했다.인나는 온몸을 벌벌 떨었다.“세상에, 부진석이 감히 그런 짓을 했다고?! 자신이 죽을까 봐 두렵지도 않나 봐?”“그냥 내기하는 거지.” 하영이 말했다.“부진석처럼 악랄한 사람은 자기한테 이렇게 독한 것도 정상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이렇게 오랫동안 참을 수 있었겠어?”인나는 걱정을 금치 못했다.“하영아, 나 지금 자세히 생각해 보니까 소름이 다 돋네.”하영이 물었다.“왜?”인나는 눈 앞에 있는 두 아이를 보더니 목소리를 낮추어
세준은 소프트웨어에 로그인했다.“내가 선생님에게 문자 보낼게. 언제 답장하는지 기다려보자고.”세준은 선생님의 연락처를 찾은 후, 물음표 세 개에 한마디를 더했다.[문자 보면 답장 좀 주세요. 선생님에게 도움을 부탁드릴 일이 하나 있거든요. 가격은 마음대로 부르세요.]보낸 다음, 세준은 등받이에 기대어 기도했다.“선생님이 이걸 일찍 보고 또 가장 빠른 시간 내에 부진석 아저씨의 위치를 찾았으면 좋겠는데. 그럼 우리도 매일 이렇게 조마조마할 필요가 없잖아.”아래층에서.하영은 휴대전화를 들고 소파에 앉아 의류에 관한 웹사이트를 보고 있었는데, 줄곧 카카오톡에 가서 문자를 확인하기도 했다.그녀는 오늘 염주강에게 많은 문자를 보냈지만, 답장은 하나도 없었다.심지어 전화까지 걸었으나 상대방의 전원은 꺼져 있었다.하영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또 홀로 아크로빌에 갈 수가 없었다.생각하다 하영은 오미숙에게 전화를 걸어 그녀더러 가서 상황을 살펴보라고 하려 했다.그러나 여전히 아무도 받지 않았다.하영은 멈칫하다 곧 자신의 별장에 있는 전용기에 전화를 했다.그러나 역시 아무도 받지 않았다.‘이 시간에 아주머니는 나갈 리가 없는데. 그럼 무슨 일 생겨서 전화를 받지 못한 건가?’생각하다가 하영은 얼른 일어나 별장을 나섰다.그리고 정원에서 어젯밤 그녀를 위해 물건을 챙겨온 경호원을 찾았다.“저기.” 하영은 그에게 인사를 했다.“어젯밤 아크로빌에 갈 때, 집에 사람 있었는지 없었는지 좀 묻고 싶어서.”경호원이 대답했다.“아가씨, 그때 한 도우미 아주머니가 문을 열어줬습니다. 무슨 일 있습니까?”하영은 눈살을 찌푸렸다.‘어젯밤에 집에 있었던 사람이 오늘은 왜 사라진 거지?’“지금 그 아주머니와 연락이 닿지 않으신 겁니까?”하영은 불안함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음.”“그럼 CCTV를 확인해 보세요.” 경호원이 주의를 주었다.하영은 그제야 반응했다. ‘그래, 집에 감시 카메라가 있잖아!’생각하던 중, 하영은 고맙
희민은 얼른 동작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하영을 바라보았다.“왜 그래요, 엄마?”하영은 아이들에게 상황을 설명했다.희민은 표정이 점차 엄숙해졌다.“네, 알겠어요. 10분 정도 시간을 줘요.”하영은 초조하게 희민의 뒤에 서서 그가 타자하는 것을 지켜보았다.5분도 안 되자, 감시 화면이 갑자기 깜박거렸는데, 곧이어 화면에 희미한 불빛이 켜진 방이 나타났다.방안에는 주강이 의자에 묶여 있었고, 그가 입은 흰 셔츠는 새빨간 피로 물들였다!그리고 이 핏자국들은 모두 채찍에 맞아 생긴 상처들이었다.하영은 충격을 받고 두 다리도 나른해졌다.세준은 얼른 손을 내밀어 하영의 손을 잡았다.“엄마, 진정해요!”하영은 눈시울이 갑자기 붉어졌고, 주강은 줄곧 고개를 숙이고 있는 상태여서, 그의 얼굴에 상처가 있는지 없는지 전혀 볼 수 없었다!희민은 일의 심각성을 깨닫고 얼른 고개를 돌려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이 화면의 위치를 추적해 봐! 아크로빌의 CCTV를 위주로 수색해! 어젯밤에 방화벽을 돌파한 사람이 있는지 한 번 보자!”세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의자에 앉아 조사하기 시작했다.그가 몇 글자를 두드리기도 전에, 감시 화면에 갑자기 한 줄기 그림자가 나타났다.하영은 뚫어져라 그 그림자를 주시했다. 설령 이 사람이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녀는 그가 바로 부진석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진석은 감시 카메라 앞에 서서 천천히 몸을 숙였다.그 잘생긴 얼굴이 나타났을 때, 하영의 마음속에는 분노가 용솟음쳤다.그러나 하영은 자신이 무슨 말을 해도 진석에게 전해지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진석은 카메라를 향해 입을 열었다.“하영아, 난 네가 사람 찾아 감시 카메라를 회복할 줄 알았어. 난 사람 시켜 방화벽을 수정하라고 했는데, 일단 누군가가 데이터를 복구하면 이 동영상이 나타날 거야.”그는 눈동자를 드리우며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나도 달갑지 않은 셈이야. 어젯밤 정유준의 목숨을 가져가지 못했으니까. 그럼 적어도 염주
희민은 의자에서 뛰어내려 하영의 팔을 부축했다.“엄마, 소파에 가서 앉아요. 난 CCTV가 복구될 수 있는지 한 번 볼게요.”“그럴 필요 없어.” 하영은 울먹이며 고개를 저었다.“지금 별장은 틀림없이 안전할 거야.”말하면서 하영은 일어섰다.“너희들은 집에서 가능한 한 빨리 부진석의 종적을 찾아줘. 난 경호원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갈게.”“엄마!” 세준은 동작을 멈추고 하영을 말렸다.“그 사람이 지금 없다고 해도 별장은 그리 안전하지 않을 거예요!”하영은 발걸음을 멈추었다.“그 사람도 말했잖아, 난 다치게 하지 않을 거라고.”세준은 하영이 기어코 가려는 것을 보고 희민에게 눈짓을 했다.희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꺼내 유준에게 문자를 보냈다.그러나 이때의 유준은 이미 별장으로 돌아왔다.희민의 문자를 보았을 때, 그는 눈살을 찌푸렸고, 문을 열자 하영이 이미 계단에서 내려온 것을 발견했다.그는 들어와서 말했다.“아크로빌에 가려고?”하영은 유준을 보더니 멍해졌다.“당신이 왜 돌아왔어요?”“만약 내가 지금 돌아오지 않았다면, 넌 경호원을 데리고 먼저 갔을 거 아니야?”유준이 불쾌하게 물었다.“맞아요!” 하영은 솔직하게 말했다.“별장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하룻밤 사이에 모두 자취를 감추었어요. 유준 씨, 나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어요!”이 말을 듣고, 유준은 그제야 하영이 울먹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눈시울도 심지어 붉어졌다.“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하영은 자신이 본 모든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분명하게 설명했다.유준은 잠시 침묵했다.“그래, 그럼 내가 너 데리고 갈게.”아크로빌에 가기 전, 유준은 20명의 경호원을 데리고 떠났고, 늘어선 차량은 마치 영화를 찍고 있는 것 같았다.거의 40분 후, 그들은 아크로빌에 도착했다.차를 세우자마자 하영은 차 문을 열려고 했고, 유준은 재빨리 그녀를 붙잡았다.“잠깐.”하영은 유준을 바라보았다.“왜 그래요?”유준은 별장을 보더니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