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에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현관에서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하영은 깜짝 놀라더니 긴장된 마음을 진정시키고 고개를 돌렸다.뜻밖에도 진석이 돌아왔던 것이다.하영은 멈칫했다.‘이 사람 밥 먹으러 가지 않았어? 왜 이렇게 빨리 돌아왔지?!’‘만약 내가 조금만 더 꾸물댔다면, 부진석은 아마 감시 화면에서 수상함을 발견했을 거야.’하영은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녀는 다시 고개를 돌리며 진석과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계속 휴대전화를 보았다.그러나 스크린에 닿은 손가락은 저도 모르게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진석은 슬리퍼를 갈아신은 후, 하영의 곁으로 걸어갔다.“하영아, 경호원이 너 왔다고 해서. 밥은 먹었어?”하영은 입술을 오므렸다.“아니요, 여기서 먹고 싶지 않아요.”“하루 세 끼 꼭 챙겨 먹어. 내가 가서 네가 좋아하는 죽 만들어 줄게.”하영은 주방으로 향하는 진석을 막지 않았다.그녀는 지금 진석이 빨리 자신에게서 떨어지길 간절히 바랐다.진석과 이야기하고 있으니, 하영은 자신의 긴장한 감정을 억제할 수 없었다.진석이 떠나자, 하영은 황급히 화장실로 들어갔다.찬물로 세수를 한 후에야 하영은 차츰 진정을 되찾았다.그녀는 방금 찍은 열쇠 구멍을 세준에게 보낸 뒤, 바로 이 사진을 삭제했다.진석이 그녀의 핸드폰을 보지 않아도 하영은 시시각각 조심해야 했다.사진을 받은 세준이 답장을 보냈다.[엄마, 열쇠장인을 찾고 싶은 거예요?][응, 맞아.][이 일은 나에게 맡겨요. 3일이면 돼요. 내가 사람 찾아 만능 열쇠를 하나 만들어 줄게요.]하영은 눈살을 찌푸렸다.[세준아, 너 열쇠장인을 아는 거야?][네. 인터넷에서 안 사람이 하나 있는데, 대대로 자물쇠를 만들었다고 들었어요.]하영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세준이 뜻밖에도 이런 능력이 있는 사람을 알고 있다니?’‘그럼 나도 열쇠장인 찾아갈 필요가 없겠군.’하영은 화장실에 잠시 있다가 나왔고, 진석은 이미 죽을 다 만들었다.하영을 보자, 진석은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사진 속의 옆모습을 보자, 요 며칠 줄곧 걱정 때문에 잠이 오지 않던 하영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믿을 만한 증거를 얻기 전, 하영은 자신이 그렇게 믿는다 해도 그냥 헛된 희망일 뿐이라 생각했다.‘이제 오빠가 돌아오기만 하면 우리 한 가족이 다시 모이는 거야.’“엄마??”세준은 멍하니 서 있는 하영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하영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엄마, 내가 몇 번이나 불렀는데도 못 들은 거예요?” 세준은 한숨을 쉬었다.하영은 웃음을 금치 못했다.“미안해, 세준아, 방금 엄마가 삼촌 생각하고 있느라 못 들었나 봐. 무슨 말 하려고 그랬어?”“엄마, 절대로 삼촌 찾아가지 말라고요.”“응, 엄마도 알아.” 하영이 말했다. “지금은 부진석을 조심해야 해. 우리가 아무리 은밀하게 움직인다 해도 들킬 수 있으니까.”세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컴퓨터를 다시 자신의 앞으로 돌렸다.“엄마도 이제 핸드폰에 저장한 영상 삭제해요. 난 컴퓨터의 영상까지 전부 삭제할 거예요.”하영은 세준의 요구에 따라 휴대전화에 있는 영상을 삭제했다.“참, 그 열쇠 말이에요.” 세준이 말했다.“그 사람은 아직 답장을 안 해서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아요.”“괜찮아, 너에게 답장하면 다시 나에게 말해. 급하지 않으니까.”“네.”저녁, 하영은 아이들 데리고 나가서 밥을 먹으려 했다.별장을 나서자마자, 주강은 차를 몰고 정원으로 들어갔다.하영 그들이 입구에 서 있는 것을 보고 주강은 차에서 내려왔다.“내가 시간을 잘못 맞춰 온 것 같군요.”하영은 웃으며 대답했다.“아니요, 아주 잘 왔어요. 지금 아이들 데리고 나가서 밥을 먹으려던 참인데, 같이 갈래요?”“그래요, 나도 마침 레스토랑을 예약했는데, 하영 씨와 아이들을 같이 초대하려 했거든요.”하영도 능청스럽게 거절하지 않고 아이들을 데리고 주강과 함께 레스토랑에 갔다.30분 후, 레스토랑에서.종업원은 그들을 보자 열정적으로 다가와서 인사했다.“안녕하세요, 사모님과 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오신 건가요?
하영은 코끝이 찡해졌다.“숙모, 걱정하시게 해서 죄송해요.”“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같은 가족들끼리 어떻게 걱정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송유라는 하영과 아이들을 데리고 별장에 들어갔다.하영은 거실에 설치된 카메라를 보더니 세준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세준은 마음이 통한 듯 휴대전화를 꺼내 CCTV 화면을 통제했다.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하영은 목소리를 낮추며 입을 열었다.“숙모, 지금 숙모에게 드릴 말씀이 있어요. 하지만 이 일을 듣고 꼭 제 말을 들어야 하지 그 어떤 감정도 드러내시면 안 돼요.”송유라는 의혹한 표정으로 하영을 바라보았다.“아주 중요한 일인가?”“네.” 하영이 말했다.“우리 오빠 아직 살아있어요.”송유라는 멍해졌다.그녀는 믿을 수 없단 눈빛으로 하영을 바라보았다.“하영아, 방금 뭐, 뭐라고?”하영은 다시 한번 말했다.“오빠가 아직 살아있다고요.”송유라는 떨리는 손을 들어 입술을 가리더니 붉어진 눈시울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예준이가... 아직 살아 있구나...”“네, 맞아요. 다만 오빠에겐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으니 우린 절대로 오빠를 방해하면 안 돼요.”“하영아, 이거 진짜야? 예준이 지금 어때?”하영은 자신이 본 예준을 송유라에게 알려주었다.송유라는 더욱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너도... 예준이도 아직 멀쩡하게 살아있구나...”하영은 송유라를 위로했다.“네, 숙모, 저랑 오빠 다 죽지 않았어요.”이 좋은 소식을 안 송유라는 울음을 거친 후, 컨디션이 많이 좋아졌다.눈빛조차 지난날처럼 빛이 났고 더 이상 아픔으로 뒤덮이지 않았다.송유라는 옆에 얌전히 앉아 있는 수지를 보며 하영에게 물었다.“하영아, 이 아이는...”하영이 소개했다.“주강 그룹 회장님의 딸이에요. 수지라고 부르시면 돼요.”수지는 송유라를 향해 영리하게 웃으며 말했다.“할머니, 안녕하세요.”“그래, 그래.” 송유라는 기뻐하며 대답했다. “하영아, 점심은 여기에 남아서 먹어. 내가 직접 해줄게.”하
소정은 택배를 책상 위에 놓은 후, 몸을 돌려 나갔다.하영은 의혹을 가지며 택배를 뜯었는데, 안에 있는 열쇠를 보자 자신도 모르게 멍해졌다.‘세준이도 참, 남이 택배까지 부쳤는데, 어째서 나한테 한마디도 하지 않은 거지?’하영은 세준에게 문자를 보냈다.[세준아, 열쇠 받았어. 도와줘서 고마워.]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이 답장을 보냈다.[열쇠요? 그 사람은 오늘 금방 나에게 택배를 보내겠다고 말했으니 이렇게 빨리 도착할 리가 없는데요.]하영은 멈칫하더니 손에 든 열쇠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그럼 이 열쇠는 누가 나한테 보낸 거지?’하영은 서둘러 택배 상자를 훑어보았는데, 위에는 보낸 이의 정보조차 없었다.‘그럼 이 열쇠는 또 무슨 열쇠지??’‘설마 오빠가 보낸 건가?’하영은 열쇠를 가방에 넣었다. ‘누가 나한테 보냈든, 틀림없이 쓸모가 있을 거야!’핸드폰을 내려놓자마자 인나가 문을 밀고 들어왔다.그녀는 황급히 하영에게 말했다.“하영아! 서류 그만 좀 보고 나랑 같이 나갔다 오자!”하영은 미처 이유를 묻지도 못한 채 인나에게 끌려 사무실을 나섰다.인나는 하영을 자신의 아파트로 끌고 갔고, 하영은 그제야 기범과 현욱이 모두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들의 표정은 무척 무거워 보였고, 하영은 마치 무슨 일이 일어날 것처럼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기범이 일어서서 말했다.“하영 씨, 우리 아버지가 증거를 하나 찾았는데, 이 일을 알고 나서 냉정을 유지했으면 좋겠어요.”하영은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증거를 말하는 거죠?”기범은 말을 할 수가 없었는지 오히려 현욱을 보며 탄식을 했다.“네가 말해, 현욱아.”현욱은 두 손에 힘을 꼭 주었다.그는 시선을 거두며 눈을 드리웠다.“기범의 아버지가 유준의 사망 증명서를 찾았어요.”이 말을 들은 하영은 다리가 갑자기 나른해졌다.인나는 재빨리 하영을 붙잡았고, 마찬가지로 충격을 느낀 채 현욱과 기범을 바라보았다.“확실해요??”“기범의 아버지는 A국에서의 세력이 아주 강하기 때문에 이런
“그래요!” 인나는 눈물을 글썽였다.“당신은 항상 자신밖에 몰랐죠! 지금 하영이 충격을 받아 기절했으니까 기분이 아주 좋겠네요?! 당신들은 대체 왜 하영을 이렇게 모질게 대하는 거죠?! 그냥 선의의 거짓말을 할 수도 있잖아요?! 하영은 행여나 정유준에 관한 그 어떤 소식이라도 놓칠까 봐 매일 핸드폰을 보며 기사를 확인했어요. 지금 당신들은 오히려 하영의 모든 기대와 기다림을 산산조각 내버렸네요!!”기범이 입을 열었다.“인나 씨, 진정 좀 해요. 이제 우리는 유준의 시체를 데려와야 한다고요. 그리고 이 일은 하영 씨밖에 할 수 없으니 우리가 계속 말하지 않으면 유준의 시체는 줄곧 그 외진 병원에 버려져 있을 거예요.”현욱도 따라서 말했다.“그러니까 그날 인나 씨가 본 사람은 확실히 유준이 아니었어요.”인나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배현욱, 내가 진실이 뭔지 알려줄게요! 난 내 두 눈으로 본 것밖에 믿지 않아요! 그때의 그 사람이 만약 일부러 정유준의 얼굴로 변장하지 않았다면, 난 잘못 보지 않았어요!”기범과 현욱은 서로를 마주 보았다.그들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증거가 앞에서 인나가 이렇게 견지하는 이상, 그들은 또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하영이 깨어났을 때, 시간은 벌써 저녁이 되었다.인나는 하영이 눈을 뜬 것을 보고 얼른 앞으로 다가갔다.“하영아, 목마르지 않니? 어디 불편한 데 없어?”하영의 눈동자는 무척 어두컴컴했는데, 마치 인나가 한 어떤 말도 귀에 들어가지 않는 것 같았다.하영의 이런 모습을 본 인나는 마음이 유난히 아팠다.“하영아, 희망을 포기하지 마. 아직 정유준의 시체를 보지 못했잖아. 그럼 그 사람이 정유준이 아닐 수도 있어, 안 그래?”하영은 여전히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천장을 주시했다.인나는 눈물을 흘렸다.“하영아, 이러지 마... 이러면 나 정말 무섭단 말이야...”하영이 입을 열지 않자, 인나는 다른 방법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병실 밖에 있는 현욱에게 문자를 보냈다.[아
“누가 너더러 네 아버지에게 우리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것을 말하라 했지?!” 세준은 노호했다.수지는 세준의 태도에 깜짝 놀랐다.“세준아, 나, 나도 단지 우리 아빠한테 좀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을 뿐이야...”“우리 집안일에 끼어들지 마!!” 세준은 분노를 금치 못했다.“너와는 아무 상관 없는 일이니까!!”희민은 얼른 세준을 붙잡았다.“세준아, 수지에게 화내지 마.”인나도 황급히 말렸다.“세준아, 수지는 아무것도 모르잖아. 단지 우릴 도와주고 싶을 뿐이니 너도 너무 그러지 마.”세준은 이를 악물었다.“염수지, 너 잘 들어. 네가 우리 집에 있는 건 아무 문제도 없지만! 만약 네가 우리 집안일을 모두 네 아버지한테 털어 놓고 또 나한테 들킨다면 난 바로 널 쫓아낼 거야!!”수지는 눈시울을 붉히며 얼른 사과했다.“미안해... 미안해.”세준은 눈물을 세게 닦았다.“그리고! 우리 아빠는 죽지 않았어! 그 누구도 우리 아빠가 죽었다고 말하지 마!”인나는 세준의 말에 코끝이 찡해지더니 따라서 괴로움을 느꼈다.‘세준이는 비록 겉으로 보기엔 정유준을 싫어하는 것 같지만, 마음속으로는 줄곧 정유준을 그리워하고 있었구나...’새벽 한 시.진석은 이 소식을 듣고 얼른 병원으로 달려갔다.현욱과 기범은 이미 돌아갔고, 이때 오직 경호원만 병실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진석이 문을 밀고 들어가자, 하영은 여전히 침대에 누워 꼼짝도 하지 않았다.그는 묵묵히 하영 곁으로 가서 앉았고,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하영아, 이건 몇 달 전에 이미 결정 난 일이니 아무리 슬퍼도 아이들을 위해 생각해야지.”말을 마친 후. 진석은 조용히 앉아 기다렸지만 하영은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할 수 없는 공포감을 느꼈다.진석은 하영이 지금 당장이라도 일어나서 자신을 때리고 욕할지언정 여자가 이렇게 가만히 누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하영아, 슬프거나 화가 나면 얘기해 봐. 네가 무슨 말을 해도 난 반박하
[엄마, 나와 희민은 줄곧 엄마 곁에 있을 거예요. 그리고 세희도 있잖아요. 엄마, 우리를 위해서라도 힘내세요!][우린 엄마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을게요!]이 문자를 보며 인나는 눈가가 촉촉해졌고 얼른 하영에게 전했다.하영은 눈동자를 움직였지만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기나긴 10여 시간 후, 날이 거의 밝아졌고 그들은 마침내 A국에 도착했다.기범의 아버지는 차와 사람을 대기시켜 그들을 마중하며 길을 안내해 주었다.또 세 시간의 여정을 거쳐서야 하영 그들은 유준이 있는 그 작은 병원에 도착했다.차에서 내린 후, 기범과 현욱은 들어가서 상황을 물었고, 인나는 하영과 함께 옆에 서서 기다렸다.인나는 하영이 여전히 무뚝뚝해 보이지만 몸을 약간 떨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인나는 하영의 팔을 가볍게 어루만지며 그녀를 따뜻하게 해줄 수밖에 없었다.곧 기범과 현욱이 돌아왔다.기범은 하영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유준의 시신은 지하실에 있는 영안실에 있어요. 지금 가요.”인나는 하영을 가볍게 부축하며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1층에 도착했다.그들의 눈앞에는 영어로 쓰인 영안실 표시가 있었고, 음산한 기운이 그들의 몸을 단단히 감싸고 있었다.인기척을 들었는지 안에서 한 노인이 걸어 나왔다.그는 앞으로 다가와서 입을 열었다.“방금 전화받았는데, 가족의 시신을 찾으러 왔다고 했나? 날 따라오게.”노인을 따라 한 방앞까지 걸어가자, 그는 문을 열었다.그들을 데리고 들어간 후, 노인은 줄지어 늘어선 시체 냉동고 중 하나를 열었다.그 냉동고가 열리는 순간, 하영의 숨결은 가빠지기 시작했다.인나는 얼른 그녀를 안았다.“하영아, 우리 모두 네 곁에 있잖아. 너무 흥분하지 마...”하영은 두 손을 꼭 쥐고 있었고, 시선은 점점 밀려나오는 그 시신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노인이 뒤로 물러서자, 하영 그들은 그제야 흰 천으로 반쯤 뒤덮인 시신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그 얼굴은 원래의 모습조차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되었다.밖으로
인나는 사진을 보낸 뒤, 한마디 덧붙였다.[희민아, 이게 바로 그 시신의 사진인데, 원래의 모습을 전혀 알아볼 수가 없어!]몇 분 후, 희민이 답장을 보냈다.[이모, 이 시체, 우리 아빠 아닌 것 같아요!]희민은 자신의 생각을 인나에게 말했고, 그가 말한 것은 인나가 생각한 것과 거의 똑같았다!이 시신은 단지 사람들의 눈을 속이기 위해서일 뿐, 유준이 아니었다.인나는 또 자신의 위치를 희민에게 보냈다.[희민아, 이 병원의 주소 보내줄게. 어떻게 조사할 방법은 없을까?][한번 해 볼게요. 하지만 가장 빠르고 편리한 방법은 DNA를 구하는 거죠.]인나는 머리를 돌려 영안실을 바라보았다.‘DNA를 구하는 것도 안 되는 건 아니지.’‘하지만 난 그 시체를 가까이 하지 못하겠어.’특히 그 시체가 유준이 아니라는 것을 느낀 후, 인나는 더욱 공포를 느꼈다.‘그러나 DNA를 가져가도 이게 정유준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까?’‘그 사람들이 이 지경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조사하는 것을 조금도 걱정하지 않는단 얘기잖아?’인나는 또 자신의 생각을 희민에게 말했다.희민은 잠시 생각에 잠긴 뒤, 문자를 보냈다.[맞는 것 같아요. 그럼 이 방법은 통하지 않을 것 같네요.][그럼 난 병원이 DNA를 검사할 때부터 조사할 수밖에 없어요.][참, 이모, 그곳에 있는 사람에게 물어볼 수 있나요? 이 시체가 언제 들어왔는지.]인나는 문 쪽으로 걸어오는 노인을 바라보았다.그녀는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노인이 자신의 곁으로 다가올 때,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안녕하세요, 이 시체는 언제 들어온 거죠?”노인은 영안실을 바라보았다.“무슨 문제가 있는 건가?”“아니요, 그냥 물어보고 싶어서요. 저희는 이 사람을 정말 오랫동안 찾았거든요.”인나는 말하면서 슬픈 척했고 코를 훌쩍였다.“어, 아마도 3개월 전일 거야. 구체적인 시간은 서류를 찾아봐야 해.”인나가 물었다.“그럼 지금 확인해 주실 수 있나요?”노인은 잠시 곰곰이 생각했다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